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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이 17일 성경의 십계명을 공립학교 및 공공건물에 게시토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미국 내에서 '종교의 자유'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로버트 애더홀트 (공화.앨라배마) 의원이 제안한 이 법안 (청소년범죄법 개정안) 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교내 총기난사 사건의 영향으로 2백48대1백80이라는 비교적 큰 표 차이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각 주(州)정부는 앞으로 독자적 판단에 따라 십계명의 공공장소 게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이 법안의 통과는 미 헌법상 정.교 분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많다.
실제로 미 대법원은 80년 공립학교 교실에 십계명 게시를 의무화시킨 켄터키주 법안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린 바 있다.
97년에는 법정에 십계명을 걸어놓은 앨라배마주 로이 무어 판사에게
십계명 철거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당장 민주당의 대선후보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 로버트 스콧 (민주.버지니아) 의원 등은
"타인들에게 특정종교를 강요하는 위헌행위" 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국 공민권연맹 등 사회단체들도 대법원에 위헌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중앙/99/6/18 -
* 대안학교, 나는 이렇게 본다
요즘 사회적으로 받고 있는 관심에 비해서 우리 대안학교운동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아직 보잘것없다.
이론이 제대로 정립된 것도 아니고, 대안교육 모형이 다양하게 개발된 것도 아니다.
그리고 대안학교 실천가들의 절대다수가 소위 '교육 전문가' 도 아니다.
그러나 바로 이들이 지금까지는 전문가들끼리 말로만 때웠던 교육개혁을 실제로 이루어가고 있다.
사실 우리 교육의 근본문제는 흔히 말하듯이 '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 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우리 사회의 교육학자들, 교육관료와 행정가들이 시대의 변화방향과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뿐더러, 그저 외국 이론에만 의존함으로써
오히려 우리 사회가 더 어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이론가들의 '무 (無) 철학' 과 관료주의가 우리들의 교육적 상상력을 근본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지금과 다른 교육을 생각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교육을 진정으로 개혁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외국의 새로운 교육이론을 도입하는 것도, 교육부로부터 '학력인가' 를 받는 것도 아니다.
바로 지금 필요한 것은 몬드라곤의 이상을 개척해 간 호세 마리아 신부의 '나아가면서 길을 만든다' 는 자세와 실천인 것이다.
참교육을 실천하려는 교사들, 공동육아를 하는 주부들, 생활협동조합 회원들, 야학이나 빈민지역 공부방 실무자들, 귀농희망자들….
걸어보지 않은 길을 연구실에서 머리로만 설계한 것보다는,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삶' 을 살고 있는 이들 '교육 비전문가들' 이 한걸음씩 나아가면서 가꾼 길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는 교육이론들' 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훨씬 효과적으로 우리를 목적지에 데려다 줄 것이다.
-고병헌<성공회대 교수> - 중앙/99/6/14 -
* 교육 사랑방
대안학교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 오후 성공회대에서 모임을 갖는다.
성공회대 사회교육원 (원장 신영복) 이 주최하는 '교육사랑방' 이 그것. 회원은 대안학교에 관심을 가진 교사.학부모.학생 등 1백20여명, 그중 50여명이 고정적으로 참가한다.
지난 해 5월 '몸교육' 이라는 주제로 모이기 시작, 지난 5월 '전통과 현대교육의
대화' 모임으로 1단계를 마무리했다.
이달 말에는 '러시아의 아름다운 학교를 찾아서' 를 주제로 '대안교육 한마당' 행사를 갖는다.
'교육사랑방' 에는 대안교육 이론가인 송순재 감리교신학대 교수를 비롯, 주제별로 다양한 인사들이 특별강사로 초청됐다.
갓까지 쓴 전통한복으로 강의하는 서당교육 15년 경력의 한재훈 선생, 일본 훗카이도의 대안학교인 '생활학교' 하야시 이쿠오 교장 등. '교육사랑방' 에서 토의.학습된 결과는 교육전문지 (격월간) '처음처럼' (편집위원 송순재.고병헌.이철국)에 실린다.
'처음처럼' 을 펴내는 출판사 '내일을 여는 책' 의 황덕명 대표는 93년 출판사를 세운 후 현재 1백40여 종의 교육관련 서적을 내고 있으며 89년 설립된 부천실업고 (야간) 의 교사로도 활동한 바 있다.
지난 3월 황대표는 서울 마포에 있던 출판사 사무실을 강화도 마리산 (행정지명으로는 '마니산' ) 자락 양도면 도장2리로 옮겼다.
터를 옮긴 뒤 그는 '처음처럼' 편집위원들과 함께 만든 주민 이야기모임에서 한국적 전통 교육방법을 현대적으로 수용해보자는 뜻에서 서당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곧바로 주민들의 호응을 얻어 인근 불은면에 컨테이너 가건물을 마련, '마리서당' 이란 간판을 내걸고 훈장으로 신창호 (고려대 박사과정 중) 씨를 초빙, 서당교육을 시작했다. - 중앙/99/6/14 -
* 대안학교 사람들
"풀무학교는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입니다.
교장이라고 내 마음대로 결정하는 건 아무 것도 없어요.
또 언론에 마치 내가 풀무학교를 이끌어온 것처럼 비치는 것도 옳지 않아요. "
충남 홍성의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홍순명 교장은 시종 취재에 응하기를 머뭇거렸다.
대안학교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 여기 있소!" 하며 선뜻 나서질 않아
취재에 애를 먹인다.
자기 갈 길을 갈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하나, 대안학교마다 교육관이 다르다는 점도 어려움.
다만 '아이들의 개성을 길러주는 인간교육' 이라는 출발점에선 인식을 같이 한다.
지난 9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안학교' 라는 용어를 쓴 고병헌 성공회대 교수 (교육학 박사) 는 대안학교의 공통된 목적중 하나가 자연과 노동 속에 어우러진 인간을 교육하는
것이어서, 많은 대안학교가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 자리잡는다고 말한다.
"대안학교는 입시로 상징되는 경쟁 이데올로기의 제도권 교육을 부정하고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교육하고자 실천되는 다양한 형태의 모든 교육운동을 말합니다.
대안학교는 지역과 시대 상황에 따라 내용과 형식을 바꾸어가는 능동적 운동입니다. "
대안학교에 대한 논의는 최근 이루어졌지만 한국 대안학교의 태동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초기 모습을 보인게 경남 거창고와 홍성의 풀무학교. 지난 56년 한국 최초의 미국유학생 전영창 (1917~76) 선생은 대전신학대 부학장직을 마다하고 '벽지 교육' 의 뜻을 세우고 빚으로 폐교 직전이던 경남 거창고의 교장에 취임했다.
이후 그는 유명한 '직업선택의 십계' 등을 내놓으면서 거창고를 전인교육의 모범이 되는 대안학교로 키워냈다.
풀무학교는 무교회주의파의 김교신.함석헌.노평구 선생등과 함께 활동하던 이찬갑.주옥로 선생이 58년 설립, 한국형 대안학교의 전형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홍교장은 '대안학교' 보다 '작은학교' 로 불리기를 원한다.
"우리 학교 교육은 성적이라는 잣대로 학생을 줄세우는 교육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일등이나 꼴찌나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경쟁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나 자연과 친화하도록 키우려는 것이죠. "
홍교장은 '머리도 꼬리도 없는 (無頭無尾)' 이 학교에서 1960년부터 공동체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이후 85년 현장 교사들이 제도권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터진 '민중교육' 지 사건은 교육의 중요성을 전 사회적으로 파급시킨다.
"교육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젊은 교사들이 문제를 제기한 첫 사건이었지요.
참교육을 지향하는 우리를 군사정권은 '의식화 교육' 을 부추기는 빨갱이로
몰아세웠지요."
이 사건으로 해직교사가 된 이철국(45) 고양어린이신문 자문위원의 말이다.
이후 교사들의 참교육 운동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교조) 운동으로 이어졌다.
전교조 운동이 내세운 목표는 제도권 교육의 개혁. 일반인에게 정부 교육정책의
문제점을 알리고 공감을 얻어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교육 이상을 실현하려는 사람들이 교육계를 중심으로 일부 제도권밖 생활현장에 대안학교를 차리기 시작했다.
충북대 철학과 교수직을 버리고 '주민의 삶 속에 깊이 파고든 교육 실현' 을 목적으로 변산공동체학교를 일구고 있는 윤구병 (56) 씨, 서울대 철학과 대학원을 마치고 미국 산타바버라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96년 지리산 자락인 경남산청군신안면외송리에 간디학교를
세운 양희규 (40) 씨등이 대표적.
또 전영창 교장의 아들로 아버지를 이어 거창고 교장을 역임한 전성은 (57) 현 샛별중 교장,
거창고 출신의 도재원 (57) 현 거창고 교장 역시 대안학교를 통해 이상적 교육을 실천하는 인물들이다.
87년 6월항쟁 이후에는 시민운동권에서도 교육권리찾기 운동의 일환으로 대안학교 운동에 뛰어든다.
전남 담양 한빛고 안행강 (57) 교장은 광주 '여성의 전화' 이사장과 한국여성유권자연맹 광주지부회장으로 시민운동을 주도했던 인물이며 서울 다물자연학교 김영식 (40) 교장은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에서, 경남 마산 들꽃온누리학교 김상노 (34) 교장은 최연소 광역의회의원으로 당선돼 교육사회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사람들.
경기 가평 두밀리자연학교 채규철 (63) 교장은 60년대부터 고 장기려박사 등과 함께 의료보험의 초기 형태인 '청십자' 운동을 벌였으며, 풀무학교 교사로도 활동했다.
70, 80년대의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면서 교육운동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대안학교에
뛰어든 사람들도 있다.
96년부터 대안학교 설립을 준비, 지난 3월 개교한 전북 무주 푸른꿈고에 모인 14명의
교사들이 대표적인 인물들.
전 서울 중앙고 교사였던 김창수씨가 주도한 푸른꿈고 설립 추진 과정에는
감리교신학대 송순재 교수 (교육학 박사) 도 참여, 학교운영의 이론적 바탕 마련을
도왔고 김경남 (50) 교장은 NCC인권사회국장을 지낸 인물이다.
소설 '어둠의 자식들' 에서 빈민운동가로 그려진 허병섭 (59) 목사도 이 학교 생태교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나머지 교사들은 모두 대학원을 마쳤거나 현재 수학중. "자연만큼 중요한 것이 학생들의 삶의 현장입니다. 자연으로의 회귀와 함께 산업 현장에서의 교육에도 힘을 모아야 합니다. "
80년대 노동자 야학교사 활동을 했던 부천실업고 이주항 (39) 교감은 자연 속으로 파고 드는 일반 대안학교의 프로그램과 달리, 공장 지역 한 가운데 대안학교를 설립하고 학생들의 취업에서부터 직장생활 지도까지 교육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도권 교육이 인간을 바르게 길러내는 교육으로 자리잡을 때까지는 이들 대안학교는 계속 늘어날 조짐이다.
환경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젊은 지식인들의 대안학교 운동은 그래서 계속 주목거리다. - 중앙/99/6/14 -
* 한국의 닫힌 교수사회
한국 대학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가 교수사회가 닫혀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동종교배' 의 문제점이다.
동종교배란 한 대학 내에 본교 (학부기준) 출신이 지나치게 많음을 뜻하는 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현재 전체 교수 가운데 본교출신의 비율이 ▶서울대 95.6% ▶연세대 80.3% ▶ 고려대 60.1%
▶ 경북대 60.1%
등이다.
전국 17개 대학이 40% 이상이다.
동종교배는 학문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교수사회의 건전한 비판.경쟁 문화를 위축시킨다는 비판 여론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해 교수임용 쿼터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대학의 반발이 거세 실효성은 의문시된다.
한국의 교수사회는 대학간 이동이 극히 저조한 가운데 ▶지방대에서 수도권 대학으로 ▶세칭 중.하위권 대학에서 상위권 대학으로의 이동 희망자만 많은 특징을 갖고 있다.
올해 서울대.연세대.경북대.전남대 등 4개 대학이 채용한 교수 1백33명 중 국내 타대학 교수 출신은 35명뿐이었고, 나머지는 외국대학 교수나 신임교수였다.
특히 서울대는 국내 타대학 교수 출신이 30.4%로 평균을 웃돌았지만 지방대학들은 15%선을 맴돌았다.
대학 교수들이 6개월 - 2년간 다른 대학에서 연구하면서 강의를 병행하는
'교류교수 제도' 도 부진한 실정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교수 4천2백여명 중 교류교수 지원자는
97년 56명에서 올해에는 35명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수도권 대학에서 지방대로의 교류 지원자는 5명에 불과했다.
대학생들도 재수.편입학 이외에는 다른 대학으로 옮길 수 있는 길이 없다.
그나마 교육부가 96년 학생의 대학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대학 편입학 문호를 확대했으나 지방대의 반발이 거세자 올해 2학기부터 문호를 좁혀 학생들의 이동기회는 더욱 줄었다. - 중앙/99/6/10 -
* 세계의 교육개혁 - 24국 국경없는 교과과정
독일 만하임대 경영대학원생 아보 숀봄 (23) 은 요즘 프랑스 고등경제상업학교 에섹 (ESSEC)에서 대학원 2년차 과정을 밟고 있다.
만하임대와 에섹 간 학생 상호 교환협정에 따라 학비는 면제되고 숙식은 에섹 기숙사에서 해결한다.
"1년 동안 54학점을 따면 양쪽에서 모두 석사학위를 받을 수 있어 취업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는 게 본인의 설명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프랑스에서의 취업도 고려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같은 대학간 학생 교환 프로그램이 87년부터 유럽연합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15세기 네덜란드 출신의 철학.신학.인문학자 이름을 따 명명한 에라스무스 (ERASMUS)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유럽통합을 위해서는 자유로운 인적 이동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장차 국경없는 취업과 경제활동의 토대를 만들자는 취지다.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내 다른 나라에서 학업 기회를 가진 학생 수는 지금까지 50만명에 이른다.
에라스무스에는 현재 EU 15개국과 스웨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및 동유럽 6개국 등 2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 대학은 모두 1천6백27개교. 프랑스가 3백16개로 가장 많고 독일 (2백40개).영국 (1백90개) 이 뒤를 잇는다.
EU는 98~99학년도 에라스무스 예산으로 1억1천6백만유로 (약 2조8천억원) 를 책정해놓고 있다.
전년에 비해 19% 증가한 액수다.
에라스무스 참가 절차는 아주 간단하다.
24개 대상국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나라.학교.학과를 확인한 뒤 신청하면 선착순으로 접수된다.
EU는 95년부터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유치원부터 대학원 이상까지 모든 교육기관의 학생.교사.교수.행정요원의 국가간 상호교류로 확대한 소크라테스 (SOCRATES) 프로그램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 중앙/99/6/10 -
* 미국의 대학 교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저널리즘 스쿨의 교수는 37명.
이 가운데 모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단 한 명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미 전역의 다른 대학과 유럽.캐나다 등 외국 대학에서 공부한 사람들이다.
모교 출신 교수 역시 다른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최근 옮겨왔다.
교수를 채용할 때 타대학 출신 우대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학의 생명은 학문의 발전에 있고, 학문의 바탕은 창의력이며,
그것은 새 바람.새 아이디어를 필요로 한다. "
저널리즘 스쿨의 진슈 자오 교수는 지도교수로부터 물려받은 이론과 사상을 다음 제자에게 전달하는 '동종교배 (同種交配)' 의 반복으로는 학문적 발전이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같은 교수, 같은 학풍에서 곱게 길러진 순종은 약하며, 이종 (異種) 들이 섞여 서로 살을 부대껴야만 진정한 의미의 학문 경쟁력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하버드.스탠퍼드.버클리 등 미국 유수의 대학들에서는 학위 취득과 함께 모교의 교수로 자리잡을 수 없다는 불문율이 정착된지 오래다.
미국의 대학 교수들은 더 나은 연구환경과 행.재정적 지원을 좇아 활발하게 자리를 옮긴다.
'어느 대학 교수' 라는 타이틀보다 '어떤 분야의 권위자' 라는 사실이 우선시되기 때문 이다.
그만큼 대학간의 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하다.
반대로 연구실적이 없는 교수는 냉혹히 도태된다.
인도불교학 권위자로 유명한 그레고리 쇼펜 교수는 최근 텍사스 주립대 (오스틴)에서 스탠퍼드대로 연구실을 옮겼다.
텍사스대와 UCLA도 스카우트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고액의 연구기금과 연봉을 제시한 스탠퍼드대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미국의 경우 학위 외에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풍조에 따라 교수들이 캠퍼스를 떠나 실리콘 밸리 등에서 벤처기업을 창업해 운영한 뒤 수년만에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텃새처럼 한자리에 머물러 텃세부리기를 거부하는 현상은 학생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아 전과를 하거나 대학을 바꾸는 사례가 매우 흔하다.
버클리대 4학년 킴벌리 노이스(22.여) 는 1학년을 마치고 전공을 환경공학에서
자원관리학으로 바꾸었다.
앞으로의 전망을 보고 선택한 환경공학이었지만 다니다보니 도무지 적성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대학 카운슬러와의 면담을 통해 새로운 학문에 도전한 그녀는 현재의 전공에 대단히 만족해하고 있다.
버클리대의 경우 이처럼 전과를 하거나 대학을 옮겨다니는 바람에 4년 이상
재학하고 있는 학생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6% (97/98학년도)에 이른다.
전년도에 비해 4%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2년제 전문대학 격인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하버드 등 명문대로의 편입도 비교적 자유롭다.
CCC로 불리는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칼리지는 모두 1백7개로 재학생 수가
1백70만명 (96/97학년도) 을 넘는다.
입학 자격은 캘리포니아주 거주자로 고교 졸업생이나 이에 준하는 자격이 있으면 된다.
CCC에서 최소 34학점을 이수하면 4년제 대학으로 편입 자격을 얻는다.
물론 경쟁이 치열해 평균 B학점 이상을 받아야하지만 매년 5만명 이상의 CCC 졸업생들이 UCLA를 비롯한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고 있다.
UCLA의 경우 전체학생의 30%를 커뮤니티 칼리지 편입생 정원으로 별도 편성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할 때 반드시 고려하는 것은 신입생 전체의 잡종성 (?) 이다.
지역별.학교별.인종별.가정환경 별로 다양하게 섞이도록 노력한다.
하버드대 학부의 경우 특정 고교 졸업생이 절대로 20명을 넘지 못하게 하며, 부모의 소득수준도 최상류층에서 하류층까지 고루 반영되도록 한다.
특정지역.특정학교.특정환경 출신이 너무 많으면 거기서 성장하는 학생들이 균형감각을 지니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부 명문대의 경우 같은 전공으로 학.석.박사 학위를 따내지 못하도록 제도화해 놓았다.
현재 미국의 석학들이나 행세깨나 하는 명사들의 이력서를 보면 대부분 2~3개 대학을 거친 것으로 돼 있다.
미국 대통령 클린턴만 하더라도 조지타운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한 뒤 영국 옥스퍼드대를 거쳐 다시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부통령 고어도 하버드대에 이어 밴더빌트대에서 공부했다.
유럽의 대학사회에서도 교수와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경험 축적을 위해, 혹은 자기계발에 보다 유리한 곳을 찾아 다른 대학으로, 다른 대학원으로 떠나는 현상은 일반화돼 있다.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교환교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한다.
파리 3대학 사회학과 3학년 잔마리 라로스 (21.여) 는 지난 한햇동안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15학점을 이수했다.
어학연수를 겸해 전공수업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서였다.
외국문학 등 특정 학과의 경우 해당 국가 대학에서의 학점 이수를 의무화하는 경우도 많다.
선진 외국에서는 한국처럼 '한번 대학이면 영원한 대학' 이 되는 기현상은
없는 것이다. - 중앙/99/6/10 -
* 한국의 교수 평가제
한국도 95년 교육개혁이 시작된 이후 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평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고질적인 '온정주의' 로 여전히 형식에 그치거나 삐걱거리는 실정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1백86개 대학 중 1백4곳이 교수업적평가를 실시해 그 중 94곳은 평가결과를 승진.재임용 심사에, 62곳은 연구비 차등지급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업적평가로 연봉제를 실시하는 대학은 11곳뿐이고, 대부분이 평가결과를 단순히 참고하거나 최소 기준자료로 활용하는 정도다.
85개 대학이 학생의 교수강의 평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서울대를 포함한 상당수 대학은 단지 강의개선을 위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가 교육부 용역으로 서울대를 제외한 경북대.전남대 등 9개 국립대의 인력.조직관리 실태를 실사 (實査) 한 결과, 9곳 모두 연구 성과급을 연공서열로 배분.지급하고 있었다.
승진심사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과학논문인용색인 (SCI) 등록건수와 교내학술지 게재논문 수에 같은 배점을 부여하고 있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91년부터 대학의 교육여건을 판정하는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평가받은 1백20대학 중 불합격한 곳은 한군데도 없다.
평가가 허술하기는 강의실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규정을 어기고 수업을 자주 빠지는 학생에게 학점을 줬다가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된 교수들이 아직도 많다.
빈약한 평가문화는 우리 대학의 국제적 지명도를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초.중.고교의 경우도 비슷하다.
교육부가 96년 교사들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연말에 학교마다 교원의 10%에게 본봉의 50~1백%를 성과급으로 주도록 했지만 연공서열 순으로 나눠갖거나 교사들 회식비용으로 쓴 곳이 대부분이었다. - 중앙/99/6/7 -
* 세계의 교육개혁 - 日 교사고과제
일본 도쿄 (東京) 도 공립학교 교사들은 요즘 바짝 긴장해 있다.
도 교육위원회가 지난 3월말 능력주의 인사고과제 도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시행에 앞서 시범적으로 학생 지도력에 문제가 있는 교사 16명이 서무직으로 전배됐다.
보수적 교육시스템을 고수해 오던 일본 교육계에 실로 41년만에 획기적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새 고과제도는 교사들의 업적평가를 인사와 급여에 반영시키는 것이 골자다.
현행 제도는 교장이 교사를 별도의 평가기준 없이 A.B.C 3단계로 나눠 절대평가했다.
그 결과는 인사나 급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교육위가 '평정결과를 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자료로 사용하지 않는다' 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반면 새 제도의 평가항목은 능력.열의 (의욕.태도).업적의 세가지로 나뉜다.
능력은 교과.생활.진로지도 및 학급운영을, 열의는 적극성.협조성.책임감을, 업적은 직무수행능력을 평가하게 된다.
평가방식도 3중으로 돼 있다.
먼저 교사는 학기 전에 교장.교감에게 교육목표를 설명한 뒤 학기 종료후 자신이 스스로 달성도를 평가한다.
이에 대한 1차 평가자는 교감. 교장은 마지막으로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섞어 교사들을 5단계로 분류한다.
교장은 평가를 위해 수업참관은 물론 학부모와 학생의 평판도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최종 평가결과는 예전과 달리 본인에게 통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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