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논(議論) vs. 논의(論議)
한문 번역에 있어 대개 의(議)도 ‘의논하다’로 번역하고, 논(論)도 ‘의논하다’로 번역하고 있다.
혹은 ‘논의하다’로 번역하기도 한다. 이는 잘못이다.
의(議)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이고 논(論)은 지나간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다행히 기존 표현들을 보면 그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의(代議) 민주주의라 하지, 대론(代論) 민주주의라는 말은 아예 없다.
반대로 여론(輿論) 조사는 있어도 여의(與議) 조사는 없다. 선거에서도 우리는 의원(議員)을 뽑는 것이지 논원(論員)을 뽑지 않는다. 의(議)는 자격을 가진 사람이 하는 말이고 논(論)은 자격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의(議)보다 논(論)이 힘을 갖는 분야가 두 곳 있다.
학계와 법조계이다. 논문(論文)이라고 하지 의문(議文)이라 하지 않고, 논고(論告)라고 하지 의고(議告)라고 하지 않는다.
판사가 내리는 판결문은 논(論)이지 의(議)가 아니다.
이에 우리는 의(議)와 논(論)의 의미를 바르게 알고 있자.
참조: 이한우의 간신열전(235), 조선일보 2024.5.23.(목) A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