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한지 한달만에 겨우겨우 후기를 남기네여..^^;
아기태명 : 깡이
예정일 : 4월 11일
탄생일 : 4월 1일
몸무게 : 2.92kg
병원 : 산본제일병원 자연출산센터
작년 6월...SBS 다큐멘터리에서 방영됐던 자연주의 출산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고 신랑과 저는 '요거다!!' 싶어 우리 깡이를 자연주의 출산으로 낳기로 마음을 먹었었죠..^^
그런데 웬걸....방영이 된 이후 자연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병원인 메디플라워는 이미 예약이 꽉 찼고, 조산원을 찾기도 쉽지 않고...;;
혹시나 빈자리가 생기지 않을까 해서 병원에 한 번 방문해서 문의해볼까 했지만..병원이 서울인지라 산본에서 왔다갔다 할 자신이 없는지라 바로 포기했더랬쪄..;;
뭔가 다른 방법이 없을까 찾던 중에 산본제일병원에서도 자연주의 출산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교육 신청을 했죠..ㅎ 자연주의 출산을 하려면 2주에 걸쳐 총 5시간의 교육을 받아야만 하구여..교육에서는 호흡법과 짐볼을 이용한 감통법, 캥거루케어, 신생아 케어법 등에 관한 것들을 설명해 주셨고, 비용은 5만원이에여..
병원에서 해주신 교육 외에도 저랑 신랑은 자연주의 출산에 관련된 정보를 이곳저곳에서 찾아서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고, 히프노버딩이란 책을 구입해서 꼼꼼하게 읽어나갔어여..진통 시에 몸을 이완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36주부터는 히프노버딩 책에 부록으로 들어있는 CD를 자주 들으면서 몸을 이완시키는 연습을 했어여..그리고 교육 때 배운 라마즈 호흡법도 틈틈히 연습했구요..무엇보다 체중 관리와 자연적인 진통이 오도록 운동을 많이 했어여..35주까지는 출근한다고 왔다갔다 했었고, 36주부터는 출산휴가로 집에서 쉬면서 하루에 2~3시간씩 산책을 했었던 것 같아여..
3/29일...38주 정기 검진을 받으러 병원을 갔죠..처음으로 내진을 했는데 아직 자궁문이 하나도 열리지 않았다는 의사쌤의 말씀...;; 아직 예정일이 2주나 남았으니 조급할건 없다 생각하고 운동 열심히 할 것을 다짐하면서 집으로 왔죠..
그런데 다음날인 토요일 밤부터 아랫배가 살살 아파왔는데 어제 검진에서 자궁문이 하나도 안열렸다 했었고, 배가 아플때 크게 심호흡을 하면 가라앉길래 가진통인가 하고 그냥 넘겼어여..갈색 출혈이 약간씩 있었는데 찾아보니까 내진을 하고 나면 내진혈이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그리고 이슬은 선홍빛에 점액같은 것이 같이 나온다고 하길래 아직은 점액같은게 없어서 내진혈인가부다 하고 있었죠..그 다음날인 일요일 오전에도 여전히 배가 살살 아팠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아픈 배를 부여잡고 열심히 주변 산책을 다녀왔더랬죠..
그날밤...새벽에 10분 간격으로 계속 진통이 오더라구요..전날보다 좀 더 강하게 10분 간격으로 꾸준히 와서 밤새 한숨도 못자고 뒤척였어여...;; 다음날 4/1일 아침이 되서도 진통이 가라앉지 않았고, 어제와는 다르게 꼬리뼈쪽이 뻐근해서 잘 걸을 수가 없었어여.. 일어서면 꼬리뼈쪽으로 힘이 가해지면서 진통이 오더라구요..;; 갈색의 점액같은게 많이 묻어나오기 시작했는데 선홍빛이 아닌 갈색이라 이게 이슬인건지 긴가민가 하더라구요..ㅜㅜ 그래도 먼가 병원에는 가봐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예비군 훈련간 남편 조퇴할때까지 기다렸다가 간신히 걸어서 2시에 병원에 도착했어여..도착한 후에 검진을 해보니 자궁문이 4cm나 열렸다는거에여..^^; 갈색의 점액같은게 이슬이 맞았던거고.. 가진통인줄 알았던 것이 진진통이었던거고..ㅜㅜ 것도 모르고 미련하게 참고 있었으니.. 경험없는 초보맘 티 팍팍냈쪄..ㅋ
다행히 출산가방을 싸서 왔기에 바로 입원을 했고, 자연주의 출산실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출산계획서를 가장 먼저 작성했어여..원하는 항목에 체크하면 되는건데, 하고보니 거의 다 체크한듯..ㅎ
'수액 대신 물이나 이온 음료를 마시게 해달라..촉진제나 무통 주사 등 어떤 약물도 안 맞겠다..내진을 최소화 해달라...탯줄은 원할 때 자르고, 태반은 자연스레 배출되도록 기다려달라..관장이나 회음부 절개는 하지 않겠다'..이런 내용들이에여..
그리고 나서 태아심음검사를 했어여.. 이때는 가만히 누워서 움직이면 안되기 때문에 검사할 때 진통이 오면 참기가 조금 힘들긴 했어여.. 그래도 자연주의 출산실은 집처럼 편안하게 되어 있고, 조명도 마음대로 조절 가능하기 때문에 심적으로는 많이 안정이 되었던 것 같아여..
이제부터는 기나긴 진통을 견뎌내면서 우리 깡이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죠..이완을 돕기 위해서 가져온 히프노버딩 CD를 틀어놓고 진통이 오면 짐볼에 앉아도 보고, 엎드려도 보고, 그네에 앉아도 보고, 살살 걸어도 보고....아프다고 가만히 누워 있는거 보다는 몸을 좀 움직여주는게 진행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아주 많이 아프기 전에는 최대한 몸을 움직일려고 노력했어여..수액도 맞지 않고 몸에 어떤 장치도 달려있지 않았기 때문에 거동하기가 수월했고, 무엇보다도 남편과 처음부터 계속 같이 있으면서 진통을 같이 겪을 수 있어서 마음에 힘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여..
아침부터 거의 아무것도 먹지를 못했는데도 배고푼 느낌은 없었고, 그래도 신랑은 체력으로 버텨야 하는데 기운없으면 안된다면서 머라도 먹으라고 이것저것 사왔는데 속에서 별로 받지를 않아서 탈진만 안되게 계속 물하고 이온음료만 조금씩 마셨어여.
오후 6시. 진행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내진을 실시했어여.. 자궁문이 6cm 열렸다네여..이런 진행 상태면 밤 10시경에는 분만이 가능할 것 같다고 하셨어여.. 그리고 나서 두번째 심음 검사를 했어여.. 그리고 이때부터는 간간히 진통이 강하게 찾아왔어여..진통이 올때는 교육 때 배워서 틈틈히 연습해두었던 라마즈 호흡법으로 크게 심호흡하고 일정 간격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뱉고 하면서 견뎌냈어여..
오후 8시..강한 진통이 5분 간격으로 계속되었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허리에 통증이 가해졌어여..진통이 올때면 신랑이랑 손을 맞잡고 '히히후' 라마즈 호흡법을 같이 따라하면서 견뎠어여.. 그렇게 진통을 한 번 견디고 나면 온몸에 땀이 흥건해지더라구여..정말 많이 아팠던 것 같아여...ㅠ.ㅠ 그래도 틈틈히 연습해왔던 라마즈 호흡법 덕에 진통 단계마다 적절하게 적용해서 몸을 이완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아여..
오후 9시반경.. 마지막으로 내진을 했어여.. 자궁문은 다 열렸고, 양수만 터뜨리면 아기가 내려온다고 해써여.. 그리고 아기가 잘 있는지 간이적으로 태아 심음 검사를 마지막으로 해써여..아기 심장 소리가 쿵쾅쿵쾅 잘 뛰고 있더라구요..^^
수간호사님께서 이제 진통이 왔을 때 항문에 최대한 힘을 주어서 양수를 터뜨리면 분만이 곧 될 것 같다고 하셔서 진통이 올 때마다 마치 변을 볼 때의 느낌으로 항문에 힘껏 최대한 힘을 주기를 수차례...10시경에 양수가 '탁' 하고 터졌어여... 따뜻한 물이 왈칵 쏟아져 내리더라구여..
드디어 분만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고, 의사쌤과 간호쌤들이 분주하게 움직이셨어여..이때부터는 아기가 밑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진통이 왔을 때 숨을 최대한 들이마신 후 참고 최대한 길게 배에 힘을 주어서 아기를 밀어내라고 하시더라구여..얼굴이 새빨개지도록 힘을 주고 또주고...4번 정도를 힘껏 했던 것 같아여...아기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고,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상되지 않도록 약간의 마사지를 한 후에 마지막으로 힘을 준 그 때!!
4/1일 밤 10시 25분에 우리 깡이가 우렁찬 목소리로 세상에 태어났어여..^^
깡이를 제 가슴에 올려주셨고, 아쉽게도 탯줄이 짧아서 젖을 물리지는 못했어여...ㅠ.ㅠ
신기하게도 나올 때 우렁차게 한 번 울더니만 제 가슴에 올라온 이후에는 울음을 뚝 그치고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거에여...정말 신기했어여..그렇게 깡이가 제 가슴에서 편안하게 있는 동안 저의 마지막 힘조절 실패로 약간의 열상을 입은 회음부를 후처치 한 후에 탯줄은 우리가 원하는 시간만큼, 태반은 자연 배출될 때까지 기다려 주셨어여..
20분쯤 후에 탯줄을 잘랐고, 그 때 자연스레 태반도 배출되어서 비로소 모든 분만이 끝이 났어여..신생아실로 가기 전에 캥거루 케어를 하면서 같이 더 있고 싶었지만, 저도 많이 지쳐있었고, 시간도 많이 늦었고, 깡이도 추울까바 아쉽게도 캥거루 케어는 해주지 못했어여..
깡이가 신생아실로 가고 간호사샘께서 완모를 하실꺼냐고 물으셨는데, 분유를 먹이기를 싫어했던 우리인지라 완모를 하겠다고 했고, 물과 포도당까지 먹일 수 있도록 했어여.. 입원실로 가서도 모자동실은 하지 않았지만 모유수유 시간 때마다 빠지지 않고 가서 젖을 물렸는데 젖이 바로 도는게 아니라 다음날부터 아주 쪼끔씩 나오기는 했지만 너무 극소량이라 깡이는 병원에 있는 내내 거의 목만 축이는 정도로만 젖을 먹었어여...불쌍한 울깡이...ㅠ.ㅠ 아기가 젖맛을 알고 나면 물은 잘 안먹는다고 하더라구여...어쩌면 완모는 부모의 욕심이 아닐까 싶네여..쫄쫄 굶고 있었던 울깡이를 생각하면 아직도 맘이 짠하다는... 젖이 충분히 나올때까지는 혼합수유 하는게 좋을꺼 같아여..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하면서 산본제일병원이 자연주의 전문 병원이 아니라 경험도 많지 않고, 병원에서도 자연주의에 대해 적극 추천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과연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어여..그치만 신랑과 열심히 준비해 온 끝에 멋지게 성공한 지금은 아주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50만원이라는 비용이 아깝지 않을 만큼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5시간의 필수 교육 내용이 자연주의 출산에 관련된 내용보다는 출산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 위주라 라마즈 호흡법 외에도 이완을 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연상법들이나 실제 사례들을 많이 소개해 주면 어떤 준비를 해야할지 몰라서 생기는 막연한 두려움들이 많이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해여..
진통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만 없다면 누구든지 자연주의 출산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많이 활성화 되었음 하는 바램이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