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꼬마 두 꼬마 세 꼬마 인디언~.” 북한산생태공원 상단에서부터 시작하면 얼마 오르지 않아 하늘전망데크를 만난다. 먼저 올라와 있던 아이가 흥얼거리는 노래는 ‘열 꼬마 인디언.’ 둘레길이라고 해서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제 막 알게 된 기자와는 사뭇 다른 여유가 아이에게서 느껴졌다. 탁 트인 데크에서 바로 마주한 것은 도심 속 아파트 숲 전경과 북한산의 초록 숲.
그런데 아이의 눈에는 그보다 더 재밌는 놀이가 펼쳐졌던 모양이다. 숲위로 설치된 하늘 다리 위를 줄을 맞춰 걷는 둘레꾼들이 마치 장난감처럼 보였던 것일까. 그러고 보니 장난감 공장에서 뚝딱뚝딱 인형을 만들어내는 레일처럼 보이기도 하고, 툭 하고 건드리면 도미노처럼 쪼르르 넘어갈 것도 같다.
60m나 되는 스카이웨이 구간을 걸으면, 잣나무, 소나무 등의 침엽수림과 하늘만이 펼쳐진다.
피톤치드로 하는 삼림욕, 햇살과 함께하는 일광욕, 높아진 가을 하늘만큼 커진 식욕…. 여기는 북한산의 유일한 스카이웨이가 있는 하늘길이다.
북한산생태공원 상단~진관생태다리 앞
4.9km
약 2시간 30분
북한산생태공원 상단 지하철 3호선 불광역 2번 출구→건너편에서 버스 7022· 7211번 타고 독박골 하차 진관생태다리 앞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3번 출구→버스 7211번 타고 하나고등학교 앞 하차
다른 곳에 비해 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잘 닦인 나무 계단과 새로 설치한 난간들이 꽤 많은 구간이다.
그래서인지 초등학생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가족 단위의 둘레꾼들이 많이 눈에 띈다.
북한산 둘레길은… 제주도 올레길을 시작으로 걷기 붐이 일면서, 서울 도심에도 이야기가 있는 길이 생겨났다. 북한산 둘레길은 꼭대기를 향해 걷는 수직 등산로가 아닌, 기존의 샛길을 연결하고 다듬어서 북한산 자락을 완만하게 걸을 수 있도록 만든 저지대 수평 산책로다. 각각의 둘레길 입구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고, 등산이 벅차게 느껴졌던 이들도 산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총 63.2km 중 현재 개통된 구간은 44km로, 계곡길, 숲길, 마을길, 역사의 길 등 다양한 테마를 가진 13가지 코스로 이뤄져 있다. 둘레길 안내판이 아직은 설치 중이지만 대부분은 잘 갖춰져 있어서 길 잃을 염려는 없다. 그래도 혹시 둘레길 안내판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목책이나 로프를 따라가면 된다. 따로 지도를 가져가지 않았다면 군데군데 있는 코스 전개도를 통해서 현위치 확인도 가능하다. 북한산 둘레길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으려면 북한산 국립공원 홈페이지(http://bukhan.knps.or.kr)에 접속해볼 것. 둘레길 리플릿과 함께 각 구간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문의 북한산 둘레길 탐방안내센터 (02·900-8085)
 오래된 동네에서 길을 잃었을 때 여기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제일 먼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두리번거려라. ‘누구라도 도와줄 것이다.’ 효과가 없다면 옆 사람이 들리도록 “여기가 어디지?” 하고 말하라. ‘누구라도 도와줄 것이다.’ 솔샘길은 타지 사람들보다 동네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길이다.
그리고 이미 오래전부터 솔샘길을 지켜온 동네 둘레꾼들은 친절하고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이정표가 없어서 헤매는 기자 일행을 위해 10분도 넘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던 어르신, 모든 길은 통한다며 인생을 알려주신 약수터의 해병대 아저씨, 동서남북을 가리키며 동네 이름까지 말씀해주신 하얀색 ‘추리닝’ 아저 씨,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할애해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안고 귀가했던 길.
성북구 정릉동은 그 자체가 사람 냄새가 나는 동네다. 색 바랜 슬레이트 지붕 집, 현대식 기와가 올려진 옛날 단층집,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채우고 있는 소규모 사찰과 교회. 집과 집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만큼 마음의 거리도 가까울 수밖에. 꾸미지 않은 동네의 서글서글함이 그저 좋아 보인다.
북한생태숲(정릉초등학교 후문)~정릉주차장
2.1km
약 1시간
북한산생태숲 앞 지하철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버스 1014·1114번 타고 종점 하차 정릉주차장 지하철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버스 143·110B번 타고 종점 하차
곳곳에 정비된 편의시설(화장실, 운동기구)을 쉽게 이용할 수 있어서 길을 걷기가 부담스럽지 않다.정릉동으로 내려오면 등산객을 유혹하는 먹을거리들이 많다.
 저 푸른 초원 위 대신, 저 푸른 산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엄마야 누나야 살고 싶은 동네. 개성 넘치는 가옥들 사이로 북악산, 인왕산, 관악산의 경치를 보며 아스팔트로 이어진 골목길들을 걷는 독특한 코스다.
작은 슈퍼도 없고 그 흔한 식당도 없다. 낯선 이방인들은 신기할 정도로 조용한 이 길을 걸으며 작품처럼 펼쳐진 집들을 감상할 수 있다. 문어집, 거울집, 기와집, 카페 같은 집. 어떤 집은 골프장이 있는가 하면, 고개가 아플 정도로 담장이 높고, 비밀의 정원처럼 장미 넝쿨이 무성하기도 하다. 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을 이용해 작은 인공 폭포를 만든 집도 기억에 남는다. 걷다 뒤돌아보니 색색의 주택들로 꾸며진 북악산 자락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벌떡 일어설 것만 같다. 아름다운데다 이국적이기까지 한 마을길을 걸으니 마치 여행온 듯한 기분이다.
평창마을길을 거의 벗어날 즈음 문득 소시민의 뇌 한편이 꿈틀거렸다. 똑같이 하늘에 맞닿아 있는 마을인데도 달동네의 그것과는 참 다르더라는. 낭만적인 이 하늘 동네들 사이에도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생기더라는.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오른 만큼만 자신의 속살을 보여주는 산을 그리도 찾나보다.
형제봉 입구~탕춘대성암문 입구
5.0km
약 2시간 30분
형제봉 입구 지하철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버스 153·7211번 타고 롯데삼성아파트 하차 탕춘대성암문 입구 지하철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버스 7211번 타고 구기터널, 한국고전번역원 정류장 하차
아랫구역과 윗구역을 잇는 가파른 계단과 골목에는 오랫동안 베지 않은 풀이 무성하다. 이곳을 왕래하는 이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까. 조심스럽게 말하는데, 오래 걷기에는 조금 메마르게 느껴졌다.
 탕춘대성암문을 지나면 나타나는, 서울시 선정 ‘우수조망명소’로 선정된 곳.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승가봉 등 봉우리들을 조망할 수 있다.
‘북한산성의 12개 성문 중 남쪽을 대표하는 대남문을 시작으로 하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길이 끝날 때까지 홈페이지에 소개된 이 멘트를 기억하며 에디터는 대남문을 찾아 헤맸다.
둘레길에서도 한참, 1시간 30분은 족히 더 올라야 하는 대남문을. 으리으리한 성문을 상상하며 올랐기에 이런 실수가 생겼다. 성너머길은 구간의 끄트머리, 규모가 작은 성문 하나를 통과하는 길이었던 것.
그 성문은 바로 ‘탕춘대성암문’으로 조선시대에 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기 위해 축성된 탕춘성곽이다. 사람 너덧이 지나다닐 만한 작은 문, 성돌에 낀 거무스름한 이끼와 아무렇게나 돋아난 풀들. 오랜 세월이 지나도 믿음직하고 단단해 보이는 탕춘대성은 조선 숙종 때 축성된 것이다. 당시에는 백성을 지키기 위해서 있었다면 이제는 둘레꾼과 등산객들이 쉬어가는 자리가 됐다.
높고 커다란 상상 속 성문의 모습과 같았다면 보는 즐거움은 있었겠지만, 이렇게 쓰다듬어보고 잠시 앉아도 보고, 성곽 위에서 경치를 조망해보기도 하는 소소한 추억들은 절대로 가져가지 못했을 것이다.
북한산생태공원 상단~탕춘대성암문 입구
2.7km
약 1시간 40분
북한산생태공원 상단 지하철 3호선 불광역 2번 출구→건너편에서 버스 7022·7211번 타고 독박골 하차 탕춘대성암문 입구 지하철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버스 7211번 타고 구기터널, 한국고전번역원 정류장 하차


3일 동안 함께 북한산을 오르던 이가 북한산을 걷는 마지막 날에 물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 어느 코스를 걷고 싶어요?” “계곡길이오.”
사실 매우 고민되었지만 수많은 계곡을 지나면서 느꼈던 그 청아함을 잊을 수가 없었기에 계곡길이라 대답했다. 사색의 길은 개울 같은 작은 계곡 위에 놓인 다리를 지나기도 하지만, 큰물이 흐르는 계곡다운 계곡도 볼 수 있다. 물 흐르는 소리가 심신을 안정시켜주어 바위에 걸터앉아 느긋하게 감상하고 싶을 정도다. 무엇보다 이곳을 계곡길이라 불렀던 이유는 걷는 이가물이 되어 흐르듯 바위 사이로 난 골짜기를 걸을 수밖에 없어서이다. 그래서 조급해하지 않는 여유와 유연함이 필요한 곳.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고, 액티비티한 활동이 친밀감을 상승시킨다고 하니 맞는 말이네요.” “그러기엔 코스가 힘들어서 이야기할 기회가 없지 않을까 걱정도 돼요.” “그땐 쉬어가면 되죠. 그럼 혹, 친해지고 싶은 사람은 있어요?” “글쎄요….”
차마 그쪽은 어떤 길을 걷고 싶은지, 누구랑 걷고 싶은지 묻지 못했다. 꽤 많은 물음이 오갔지만 선문답처럼 오갔을 뿐. 이 길을 걷다 보면 항상 땀에 온몸이 젖을 때쯤 물이 흐르는 계곡이 나온다. 쉬어가기 좋은 큰 바위들이 꽤 있다. 아래에서부터 점찍어둔 바위에 그냥 누워버렸다.
“구름 예쁘네요. 저, 점을 봤는데 그에게 대시하지 말라네요.” “네? 저번에 말한 그 호감 있다던….” “누구? 음, 그사람이 그사람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러고 보니 3일 중 절반의 이야기가 이곳에서 오갔다. 절대로 ‘사색의 길’은 아닐 거라며 단언했던 이 길에서.
정릉주차장~형제봉 입구
2.4km
약 1시간 10분
정릉주차장 지하철 4호선 길 음 역 3 번 출 구 → 버 스 143·110B번 타고 종점 하차형제봉 입구 지하철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버스 153·7211번 타고 롯데삼성아파트 하차
난도 상.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되는데, 바위틈 사이를 통과하기도 하고 흙길과 바위길을 걷기도 하는 등 초보자들에게는 조금 위험할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 최근 개방된 북악산 하늘길과 연결되어 있는 구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