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자리 시
내 묘비 앞에서
나의 평생 신조인 '조국' '정의' '진리'
또한 도전과 성취 실패와 후회로 짜여진
내 젊은 시절의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마치 마른 솔잎처럼 홀홀 타오르며
지난날의 가스등처럼 파란 불꽃 되어
조국이 부르면 달려간 전장 곳곳
목숨 아끼지 않았던 젊은 날
저 베트남의 정글에서까지 전공 세워
자랑스러운 열 한차례의 무공훈장
이제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듯이
다가오는 시간도 막을 수 없으리라
다만 어느 한순간에도 아무렇게나
허술히 흘러가지 않게 보람차게 살고 싶다
지난 시절의 광영 욕되지 않게 살아가리
그러다가 TV 버튼을 누르면
팔팔 살았던 화면이 일시에 꺼지듯
나는 그렇게 내 생애를 닫고 싶다
숱한 사선을 넘으면서도 용케 살아났구나
정치군인들의 시샘과 견제 잘 견뎌냈구나
참 성실한 정의로움으로 지새웠구나
그러나 이것 또한 지난 시간의 잔해일 뿐
나는 국립서울현충원 내 묘비를 다시 본다
[설명]
17세의 육군소위 소대장 시절, 6.25 한국전쟁 평창전투에서 나는 인민군의 수류탄에 의해 중상을 입고 의식을 잃었다. 이어서 인민군의 전장정리 과정에서 내가 너무 어려 사살을 면한 후, 인민군 야전치료소에 후송 치료를 받고 살아났다. 치료 후 적지를 탈출, 3개월 만에 조국으로 돌아왔다. 훗날, 서울현충원에 내 이름의 묘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혹시 동명이인이 아닌가 해서 군번을 확인 하니 분명히 내 묘소였다. 거기에 무엇이 묻혔는지 나는 알 수 없다.(국립서울현충원 15묘역 730호 육군소위 박경석의 묘)
지금은 내가 서울현충원에 알려 이 묘를 없앴다.
첫댓글 어쩌면 기사회생 하셔서 많은 일을 하시고 당시의 사실을 알려 후세에 교훈을 주고자 하는 하늘의 뜻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