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운 기 |
6월 초입에 들어서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순례길 도보 여정이 111일 남겨진 상태에서 걸음걸이의 자세정립 등 운동을 하기 위해 모악산 연실봉을 오를 결심을 했다. 모악산 가는 길은 논바닥을 훑어 써레질하고 난 농기계가 흙 구렁텅이가 된 바퀴로 농로를 흙범벅을 만들고 다른 논으로 초벌 쟁기질을 하려고 들어서는 등 농로가 엉망이었다. |
초여름 날씨는 아직 바람결이 부드럽고 시원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매미가 울지 않는 것을 보니 본격적인 더위가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다. 30분이 걸려 용천사 입구 일주문 앞에 당도해 평일 오후 모습을 촬영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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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했지만 내리쬐는 햇살에 눈이 따갑다. 고글 안경을 꺼내 눈을 보호하면서, 농번기에 혼자 산에 왔다는 생각이 들어 죄송하다는 느낌이 든다.
용천사 사천왕문을 통과해서 대웅보전과 요사채를 지나니, 고즈넉한 절집에 풍경소리만 청아하다. 부처님전에 두손 모아 행복을 빌어본다. 산행하기 전에 저절로 행복해지기로 마음을 먹는다. 인간이 행복하려고 하는 것은 최고의 선에 도달하기 위한 몸부림이며, 노력의 산물이 결국에는 행복으로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문해 본다.
용천사는 해방 전에는 그 규모가 상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6.25 동란 중 빨치산의 은거지가 되는 바람에 절집 대부분이 소실되었다. 그러나 2005년에 불사가 진행되고, 도로가 확, 포장되면서 접근성이 좋아져 대도시 시민들이 즐겨 찾아오는 관광지가 되었다. 이어서 모악산으로 향하는 걸음은 내 양다리 상태를 확인하기 위함인데, 정 힘들면 구수재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마음을 먹는다. 그동안 5년 정도 자전거를 타면서 다리의 근육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스페인 800km 도보를 위해 등산하기로 한 것이다.
용천사를 벗어나 산길에 접어들었다. 숲 속에서 산새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참새, 까치 등의 새소리는 지겹도록 들려왔지만 산새 소리는 들녘 텃새 소리보다 더 정겹게 들려왔다. 이윽고 구수재에 도착했다. 물 한 모금에 숨을 고른 다음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산속에는 적막감이 겹겹이 쌓여 나뭇잎들은 경쟁하듯 산소를 내뿜고 있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등산하는 느낌이 들었다. 산행한 지 한 시간이 지나 등산화를 벗고 시원한 바람을 맞이했다. 왜 한 시간이냐 하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갈 때는 한 시간마다 양말을 벗고 발의 마찰을 식혀주어야 물집이 서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게 해보았다. 산타아고 순례길 800km를 무탈하게 다녀오기 위한 연습이었다. |
| 아무도 없는 고요함이 산속에서 나를 찾아온다. 조용한 가운데 걸으면서 홀로 사색을 즐긴다. 내가 추구 하는 인생에서 과연 과거 보다는 오늘 그리고 미래에 내가 어떤 상태에 처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계속 물어보고 대답을 구해본다. |
건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얼마만큼 일을 할 수 있을까?, 또 미래에는 건강할 수 있을까? 하고 반문한다. 나이가 들어선 만큼 당뇨와 고혈압, 그리고 심장질환이 많다고 하는데 과연 혈관은 얼마만큼 튼튼할까 하고 또다시 반문한다.
산새 소리에 문득 놀라기도 하며 산행을 한다.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고 녹음 사이로 그늘이 형성되어 따가운 햇살은 피할 수 있다. 연실봉 정상에 가는 곳곳에 목재테크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 산행을 하기에 양호했다. 난코스에는 곳곳에 밧줄을 설치해서 오르기 좋게 만들었다. 그만큼 등산 취미 인구가 많고 건강을 위해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지자체에서는 산에 시설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0년 전에 등산했을 때 자신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음을 새삼 느 끼며 정상에서 조망하는 풍광에 또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아 나만큼 행복한 사람도 없을 것 같다고 새삼 느낀다.
산 아래의 세상으로 보며 따가운 햇살아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존재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본다.
모악산 연실봉에서 영광 방향, 장성 방향 그리고 함평 방향으로 두루두루 보면서 인생의 참뜻을 느껴본다. 이러한 산행이 앞으로 얼마나 할 것 같으냐? 자신이 있느냐? 앞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아프지 않고 800km를 33일간 걸어갈 수 있느냐? 등등 자문해 본다. |
작년에는 자전거로 산티아고를 거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갔다 온 걸 모르는가? 하고 자문 해 본다.
하산길에서 더 조심하라 했지만, 아뿔싸! 너무나 빠른 걸음으로 양발 엄지발톱이 아파져 온다. 엄지발톱이 등산화 앞에서 계속 마찰을 가해서 아프다. | |
이럴 때면 옆으로 게걸음을 해야 하는데 말이다. 하고 자세를 바꾼다. 그렇지만 이미 엄지발톱이 아파져 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경과시간이 30분이 넘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피레네산맥과 레온산맥 그리고 오 세브레이로 산길 등 세 군데 고개가 1,400m급이라서 걸음걸이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망각했다. 역시 시행착오는 언제나 있는 법이다.
올라갈 때는 1시간 30분이 지났지만, 하산하는 길에는 1시간이 채 되지 못해 용천사 뒷문까지 도달했다. 엄지발톱의 통증이 계속되고 너무 늦은 착각 속에서 반성의 의미를 담고 산행을 마무리했다. 이러한 결과도 오늘 산행에서 얻는 소중한 결과를 말해주는 것 어찌 보면 느꼈을 행복을 맛보는 의미가 아니고 그 무엇이겠는가? 용솟음치는 도전의식은 죽는 그날까지 계속되리라 생각하면서 오늘의 산행에 만족하지 않고 다음의 도보 연습에 집중하면서 소중한 하루의 도전에 용기백배함을 칭찬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