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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 되어
조전신은 사라져가는 그녀의 뒷 모습을 보며 가볍게 탄식했다.
"몽노제, 우리는 이렇게 죽음의 신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나?"
몽천악 역시 절망적인 어조로 대답했다.
"그녀의 조건을 들어주기 전엔 현재로서는 별 도리가 없는 것 같군요."
조전신은 처량하게 웃었다.
"허허허, 우리가 그녀를 위협하든지 아니면 거짓 대답을 하든지 무슨 수
를 써야겠군."
"그건 무림 도의를 저버린 행동입니다."
조전신은 씁쓰레 웃었다.
"무림도상엔 별의별 일이 많이 있는데 그녀의 생명 하나쯤 앗아간다고 해
서 그렇게 큰 죄악이 될 수 없네. 더구나 그녀의 금방 죽어 가는 사람을
보고도 구해 주지 않는 태도야말로 무림 도의를 위배한 것이네."
몽천악은 가볍게 탄식했다.
"조방주께서는 그녀의 심사가 치밀하고 말솜씨가 날카로워 보통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습니까?"
조전신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벌써 그녀가 보통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네, 그러나 우리는 이
처럼 개죽음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몽천악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며 깊이 한숨을 내 쉬었다.
"새벽이 다 되었으니 우리 우선 만흥객잔에 가서 묵도록 합시다."
조전신은 몽천악의 의견에 따랐다. 두 사람은 천천히 낙양성을 향해 걸었
다.
몽천악은 걸음을 옮기면서 물었다.
"조방주께서는 지금도 체내에 아무 이상을 느끼지 않습니까?"
조전신은 가볍게 탄식했다.
"우리는 정말 중독되어 앞으로 두 시간만 지나면 아마 전신이 마비되어
꼼짝 할 수 없을지 모르니 우리 어서 길을 재촉하세."
두 사람은 경공을 발휘하여 성벽을 향해 몸을 날렸다.
몸을 날리는 순간 밤 하늘에서 돌연 날카롭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은 어디서 오는 놈들인지 썩 이름을 밝혀라."
몽천악은 그 말을 듣자 얼떨떨했다.
"조방주, 이 음성은 귀에 몹시 익은데 혹시 그 묘녀가 아닐까요?"
조전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그녀의 음성이 분명하니 우리 가보세."
말을 하면서 두 사람은 성 북쪽을 향해 질주해 갔다.
성벽 옆에 우뚝 솟은 몇 그루의 거목 밑에 건장한 흑의의 사나이 여덟 명
이 빛이 번쩍이는 장검을 곧추세우고 그 묘녀 묘가수를 포위하고 있는 것
이 보였다.
그 외에도 성벽 그늘 어두운 곳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몽천악은 곧장 뛰어들려고 했다. 그러자 조전신이 그를 저지하며 나지막
하게 말했다.
"잠깐! 우리 이 기회에 저 모녀의 허실을 알아보도록 하세."
두 사람은 즉시, 나무 그늘 어두운 곳에 몸을 숨겼다.
이때 장검을 든 흑의의 사나이들이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처음에 세 사나이의 장검이 한꺼번에 번개처럼 그 묘녀의 가슴을 향해 찔
러갔다.
그 세 명의 검을 쓰는 솜씨로 볼 때 그들의 무공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세 흑의의 사나이의 검이 막 찔러 가는 순간 돌연 돼지 멱따는
듯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세 명의 흑의의 사나이의 장검은 허공으로 날아올랐으며 동시에 머리를
싸쥐고 땅위를 몇 번 뒹굴며 사지를 부르르 떨다가는 쭉 뻗어 죽고 말았
다.
이러한 정황을 본 중인들은 이마가 찌푸려지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그
묘녀는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몽천악은 놀란 음성으로 물었다.
"조방주, 저 묘녀가 어떤 수법으로 적을 처치했는지 보셨습니까?"
조방주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손을 움직이지 않았는데 적이 비명을 지르고 죽어갔으니 뒤에서
그녀를 도와준 사람이라도 있단 말인가?"
몽천악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이곳에 숨어서 살펴보고 있었는데 누가 그녀를 도와 주었단 말입
니까?"
"저 세 사나이는 극히 미세한 극독 암기에 당한 것 같은데 어쩌면 매화침
같은 것으로 두 눈을 명중시켰는지도 몰라, 그러고 보니 그녀의 입술이
조금 움직인 것 같기도 하군."
그가 말을 하고 있는 동안 나머지 다섯 명의 흑의의 사나이들은 각기 예
리한 장검을 움켜쥔 채 찬란한 검영을 일으키며 한꺼번에 묘녀를 향해 공
격해 들어갔다.
이번에 그 묘녀는 몸을 유연하게 놀려 원을 그려냈다.
"윽!"
"악......."
"으아!"
처절하고 애절한 비명소리가 연달아 새벽의 적막한 공기를 깨뜨렸다.
사람의 폐부를 찌르는 비명.......
그러나 그 묘녀가 손을 들어 공격하는 것은 볼 수가 없었으나 다섯 명의
건장한 흑의의 사나이들은 차례로 땅을 뒹굴며 죽어갔다.
"아!"
몽천악은 알았다는 듯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방주의 말씀 대로군요. 그녀의 입에 독침이 물려 있습니다."
이때였다.
저쪽 성벽 어두운 그늘 속에 숨어 있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잽싸게 뛰쳐
나왔다. 역시 여덟 명의 우람한 흑의의 사나이 들이었다.
돌연 고함 소리가 들렸다.
"물러가라!"
그 여덟 명의 사나이들은 그 말에 일제히 몸을 멈추었다.
이때 어두운 그늘 밑에서 꼽추 노인이 빈손으로 걸어 나오며 껄껄 웃어댔
다.
"핫하하하...... 낭자의 독침은 아주 대단하군. 내가 오늘 새벽에 한 가
지 절공을 구경하게 되어 큰 영광이야. 천하에서 입술로 독침을 뿜어내는
자는 오직 만산의 귀곡(鬼谷)선생 뿐이렷다.
묘녀는 깔깔대고 웃었다.
"호호호, 내 입술에서 독침이 나왔다는 것을 아는 것을 보니 안력이 꽤
높은 무림의 고수급인데 당신은 누구지요?"
곱추 노인은 가볍게 웃었다.
"노부는 성이 무(武)이고 이름은 성(聖)이라고 한다.
꼽추노인이 이름을 밝히자 조전신이 나지막하게 외쳤다.
"무형장(無形堂) 무성이구나."
몽천악이 물었다.
"조방주, 저 사람이 사십 년 전 저의 사부님과 같이 이름을 날린 무형장
무성인가요?"
"그렇네, 옛날 장공으로 무림에 이름을 떨친 사람은 자네 사부 호창부가
첫째였고 다음으로는 저 무형장 무성이었지. 그런데 그가 지금까지 무림
에 살아 있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네."
그 꼽추노인이 이름을 밝히자 모녀는 가볍게 웃었다.
"무형장 무성의 이름은 강호에서 대단합니다. 그러나 오늘 새벽 이 자리
에 무성보다도 더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바로 저의 수하 시위로 있
지요."
꼽추노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껄껄 웃었다.
"하하하, 낭자의 시위의 이름이 무엇인지 모르겠군."
그는 묘녀의 말을 믿지 않는 듯했다.
오늘날 자기보다 명성이 높은 사람이 몇이나 된단 말인가.
묘녀는 애교있게 웃었다.
"무노인, 지금 내 말을 못 믿는 모양인데 마검신군 조전신의 이름은 어떻
지요?"
몽천악은 그 말을 듣자 거의 무의식 중에 고개를 돌려 조전신을 보았다.
조전신은 고개를 저으며 씁쓰름하게 웃었다.
"그녀는 우리 두 사람을 아예 자기의 시위라고 해 버리는군."
꼽추노인은 그녀의 말에 배를 움켜쥐고 웃었다.
"우와화하하하, 조전신으로 말하면 궁한방의 방주의 신분인데 네 시위라
니 하하하...... 뚱딴지같은 소리도 분수에 맞게 해라."
묘녀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잃지 않았다.
"무노인, 그렇다면 우리 내기해 볼까요?"
"어떤 내기?"
"만약에 조전신이 저의 시위라면 노인께서는 더 이상 이 아가씨를 귀찮게
굴지 말고 당장에 물러가는 거예요."
꼽추노인은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핫핫하하, 너는 어떻게 조전신이 너의 시위라는 것을 증명하겠느냐? 너
의 그 조그만 주둥이로는 어림도 없을 걸."
묘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거야 아주 간단해요. 제가 조전신으로 하여금 당신 앞에 나타나게 명
령하면 되는 게 아니겠어요?"
꼽추노인이 물었다.
"만일 네가 진다면 어떡하겠느냐?"
"제가 진다면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전 조금도 반항하지 않을 테
니까요."
꼽추노인은 돌연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낭자, 그대는 이미 졌어."
묘녀는 싸늘하게 웃었다.
"내기를 하겠다든지 안하겠다든지 분명한 대답이 있어야잖아요."
꼽추노인은 냉랭하게 말을 뱉었다.
"네가 이미 내 수하 여덟 명을 죽인 지금 더 이상 쓸데없는 농담은 할 시
간이 없다."
묘녀가 담담히 말했다.
"노인의 두 손은 천하무적, 그저 손 한 번 들기만 하면 나의 죽음은 뻔한
것......."
이거야말로 조전신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다.
"조방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녀는 이미 우리가 이곳에 숨어 있는 것을 아는 모양일세. 그녀의 말은
우리더러 나오라는 뜻이 아닌가?"
"조방주께서는 그 명성이 높으시니 그녀의 수하 시위는 결코 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제가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말을 마치자 몽천악은 몸을 솟구쳐 마치 천신(天神)이 하강하듯 가볍고
경쾌한 신법으로 그 묘녀의 왼쪽에 묵묵히 내려섰다.
꼽추노인은 몽천악이 날아오는 절고한 신법을 보자 흠칫하며 다시 한번
그를 살펴보고 물었다.
"그대가 이 낭자의 시위인가?"
그 묘녀는 아름다운 눈동자를 굴려 몽천악을 슬쩍 한 번 쳐다보고 둥글고
아름다운 얼굴에 한 가닥 득의의 미소를 짓고 꼽추노인에게 대답했다.
"그래요. 이 사람이 저의 시위예요."
꼽추노인은 입가에 냉소를 흘렸다.
"그렇다면 내 우선 그 시위란 위인부터 처치해야겠군."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꼽추노인은 오른손을 번쩍 들더니 산악을 밀어내
는 듯한 무형장력을 쳐냈다.
몽천악은 상대방이 이렇게 경솔히 공격해 올 줄은 몰랐다.
"흥!"
몽천악은 코웃음을 치며 외팔을 휘둘러 꼽추노인의 무서운 장력을 마중해
나갔다.
꼽추노인은 몽천악이 자기의 장력을 피하지나 않을까 염려했으나 피하기
는커녕 오히려 맞닥뜨려 오는 것을 보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 녀석, 어디 죽어봐라!'
이때 두 줄기의 무형의 경기가 부딪쳤다.
태산같은 파도가 밀리듯 경기와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하늘에 먼지와 모
래를 날렸다.
꼽추노인은 양 어깨를 흔들며 세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
몽천악 역시 무거운 철퇴에 가슴을 맞은 듯 "욱!" 하는 소리를 내며 뒤로
연거푸 세 걸음 물러났다.
꼽추노인은 몽천악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바로 몸의 중심을 잡고 서자 안
색이 크게 변함을 금치 못하고 냉랭하게 웃었다.
"그대가 이 노부의 일 장을 받아내다니 과연 공력이 심후하군."
몽천악은 기분이 언짢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있었다.
이때 묘녀가 득의의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영감님, 어때요. 당신의 장력은 천하에 당할 자가 없다고 큰 소리 치시더
니, 오늘 새벽 비로소 만만찮은 상대를 만나셨군요. 제 수하의 장력은 별
로 당신에게 뒤지지 않을 것 같군요."
꼽추노인은 극히 불쾌한 듯 싸늘하게 말했다.
"낭자의 수하는 무어라고 하는 사람인가?"
묘녀는 미소를 지었다.
"제가 이분의 이름을 말한다면 당신은 더욱 놀라실 거예요."
꼽추노인은 다시 한번 몽천악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렸
다.
"노부는 담이 크니 내 걱정일랑 말고 어디 얘기나 해 봐라. 도대체 얼마
나 대단한 위인이기에 고작 계집의 치마자락 밑에서 시위 노릇을 하는
지."
그 말은 몽천악의 얼굴에 살기를 떠올리게 했다.
묘녀는 미소를 머금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은 잔결서생 몽천악이란 이름은 들어보셨겠지요?"
꼽추노인은 신색을 바꾸고 몽천악에게 물었다.
"그대가 진정 잔결서생이란 말인가?"
몽천악은 그제서야 겨우 담담한 어조로 첫마디 말을 했다.
"그렇소, 내가 바로 잔결서생 몽천악이오."
꼽추노인은 돌연 파안대소했다.
"우하하하,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대는 혈검문을 인도 받았다던데 저런
계집과 관계를 맺다니, 그것도 노예나 다름없는 시위 노릇을 할 줄이야.
뜻밖인걸, 정말 뜻밖이야."
몽천악은 담담한 표정으로 냉랭하게 말했다.
"소생이 무슨 짓을 하던 당신은 내 일에 참전할 권리는 없다고 봅니다.
어쨌든 오늘 밤 만큼은 이 여자의 머리털 하나 다치게 할 수 없소."
"하하하, 그 말 한 번 좋다. 그렇지 않아도 노부는 수십 년동안 적수를
만나지 못해 심심했는데 오늘 밤 잔결서생과 한 수 겨루어 내 장력을 시
험해 보아야겠군."
"무성, 당신의 무형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강호에 날렸으므로 소생은 당
신의 적수가 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밤 이 낭자의 신변을
보호하고 있는 사람이 소생 한 사람 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두시고 그만
물러가 주시도록 해 주십시오. 우리가 단독으로 겨루어 볼 기회는 앞으로
도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요."
"누가 또 있단 말이냐?"
몽천악은 침중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런 건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어쨌든 그분은 소생보다 무공이 월등한
무림 고수임에 틀림없으니까요."
"그대는 노부가 저 낭자와 어떠한 원한 관계가 있는지 알고 있는가?"
"그건 모릅니다. 그러나 노선배님께서는 소생의 체면을 한 번 봐주시는
셈치시면 후배가 나중에 찾아 뵙고 백배 사과 드리겠습니다."
꼽추노인은 껄껄 크게 웃었다.
"좋다. 네가 정녕 그렇다면 노부는 물러가도록 하겠다."
말을 마치자 그는 손짓을 했다. 그러자 여덟 명의 흑의의 사나이들은 죽
어 쓰러져 있는 다른 여덟 명의 사나이들을 들쳐엎고 순식간에 밤의 어두
움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때 나무 그늘에 숨어 있던 조전신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몽천악이 침중한 어조로 묘녀를 향해 나직하게 말했다.
"묘낭자, 내 이 자리를 빌어서 분명히 밝혀 두겠는데 우리는 낭자를 어떠
한 적으로부터라도 보호해 줄 수는 있소. 그러나 낭자의 지휘나 분부는
따를 수 없소. 묘낭자도 알다시피 나와 조방주가 비록 독모기에 물리기는
했으나 적 한 명쯤은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을 지금 봤으니 잘 알 것이오.
우리 두 사람의 이해 관계를 생각할 때 우리가 낭자에게 미안한 것을 할
수도 있소......."
묘녀 묘가수는 쌀쌀하게 웃었다.
"당신들은 협의 인물들이시니 아무런 원한도 없는 연약한 여인에게 악랄
한 수단은 쓰지 않겠지요?"
몽천악이 냉소를 흘리며 냉랭하게 말했다.
"낭자는 죽어 가는 사람을 보고도 구하지 않았으니 자비심이 없는 것이
오. 더구나 무림에 능히 도리를 다하고 의리를 다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
겠소?"
돌연 묘녀는 깊은 한숨을 지었다.
"아! 다 내 주둥아리로 당신들의 패혈문의 독을 치료해 줄 수 있다고 까
발린 게 잘못이지요?"
"낭자가 한 번만 도와준다면 이 몽천악은 결코 그 은혜를 잊지 않겠소."
"좋아요. 당신들에게 해약을 드리도록 하겠어요."
"그 해독약이 객잔에 있소?"
낙양성의 만흥객잔은 전 성내에서 가장 큰 객점이었다. 집이 아홉 채나
되었고 방이 백 개나 되는 거대한 객점으로 성 서쪽 성벽 밑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므로 몽천악과 조전신은 묘녀와 함께 성벽을 따라 성 서쪽으로 가자
몸을 날려 성벽 위에 올라섰다. 바로 밑이 만흥객잔의 정원이었다.
이때 오경을 알리는 북소리가 들려왔다. 대지는 동트기 전의 어둠속에 묻
혔다.
묘녀는 경쾌하고 영민하게 몸을 날려 두 개의 정원을 지나 외따로 떨어져
있는 독채 문 앞에 당도했다.
이때 집 안에서 노쇠하고 자상스런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수아냐?"
묻는 소리에 이어 방안에서 밝은 불빛이 새어 나왔다.
묘녀는 귀엽고 어리광 섞인 음성으로 대답했다.
"네, 할머니 저예요."
이때 그 자상한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나머지 두 분은 뉘시냐?"
몽천악과 조전신은 그 말을 듣자 안색이 대변했다.
'저 여인의 귀가 어찌 저렇게 영민할까? 우리 두 사람은 발소리를 죽여
걸었을 정도인데 사람의 숫자까지 정확히 알아 맞추다니.'
이러한 것으로 볼 때 방안의 여인이 기인 고수임을 곧 알 수 있었다.
몽천악과 전신은 만약에 묘녀가 해약을 내주지 않는 경우, 방안에 있는
노파와 묘녀를 당해 낼 수 있을 것인가를 염려하게 되었다.
묘녀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 돌연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더니 방안
에서 세 사람이 번개같이 뛰쳐나와 몽천악과 조전신을 에워쌌다.
몽천악은 고개를 들고 보았다.
세 사람 중 가운데 있는 사람은 백발에 얼굴이 붉은 노파였으며 오른손에
는 빛이 번쩍이는 귀두흑괴장을 들고 있었다.
백발노파 옆에는 왼쪽 눈밖에 없는 애꾸의 건장하며 흉칙한 중년부인이
서 있었고 오른쪽에는 검고 추하며 역시 애꾸인 건장한 중년 사나이가 서
있었다.
이 두 남녀는 모두가 애꾸에 흉악한 얼굴들이었다.
세 사람이 소리 하나 없이 방안에서 밖으로 날아온 그 절쾌한 신법을 본
몽천악과 조전신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 4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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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드립니다
역시나 무림은 넓고 .고수도 많구나??
감사합니다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