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스 고루 밴 넓적한 페투치니면 파스타 - 기름기 없이 담백한 채끝 타리아타 - 제철 식재료로 만든 푸짐한 한상
가을은 외로움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하기에도 적합한 때다. 많은 사람과 함께 하는 자리도 즐겁겠지만 정말 친한 친구나 연인끼리 오붓한 식사 한끼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때이기도 하다. 2010년 부산 동구 초량동에 문을 연 이탈리안 식당 '오스테리아 부부'의 메인 셰프인 김유신 씨에게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2인 세트 코스를 부탁해 맛보았다. 김 셰프가 소개한 코스 요리는 이번 달부터 '오스테리아 부부'의 메뉴에 오른다.
'오스테리아 부부'는 실제로 부부가 셰프로 운영한다. 오스테리아란 말은 이탈리아말로 와인을 50종 이상 구비한 음식점을 말한다. 리스또란테(레스토랑)보다는 작은 규모다. 김유신 씨는 "가게 이름이 부부인 이탈리아 음식점이라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12개 좌석을 가진 오붓한 공간 전체가 반은 주방이고 반은 바 형태의 테이블이다. 주방을 향해 있으므로 요리하는 것도 다 볼 수 있다.
■광어회 카르파초
카르파초는 날것의 쇠고기를 얇게 썰어 올리브 오일과 레몬즙을 뿌려 먹는 이탈리아식 육회다. 이번 요리는 쇠고기 대신 광어회로 만들었다. 김 셰프는 카프리해의 바다색을 닮은 유리 접시 위에 요리를 냈다. 위는 투명하고 바닥은 짙은 에메랄드빛을 가진 접시 위에 놓인 광어회가 마치 잔잔한 물결이 이는 바다처럼 보였다. 풍부하게 뿌려진 올리브오일을 보면서 혹시 향이 너무 진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는 순간 핑크 후추와 깨끗한 맛의 올리브오일이 걱정을 씻어줬다. 와인 식초와 부드러운 향이 특징인 핑크 후추, 거르지 않아 영양분이 풍부한 올리브오일이 비린내 전혀 없는 광어회와 잘 어우러졌다. 잘게 다진 파프리카와 베이비채소들의 아삭거리는 식감이 상큼함을 배가시켰다. 거기에 단맛이 전혀 없이 깨끗하고 상쾌한 화이트와인을 입에 넣자 맛있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치즈로 맛 낸 호박크레마와 대하구이
'오스테리아 부부'를 운영하는 김유신(오른쪽), 사카사이 나오 씨 부부.
가을의 맛으로 불리는 대하의 단맛과 고소함도 좋았다. 하지만 이 요리의 주인공은 단연 호박 크레마였다. 단호박의 단맛을 최대한으로 끌어낸 데에 짭짤하고 쌉싸래한 맛이 강한 고르곤졸라 치즈가 섞여 고소하고 진하면서 달콤한 맛이었다. 절로 포크가 접시바닥을 긁고 있었다. 오븐에 구워낸 대하는 머리까지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김 셰프는 "단호박을 버터로 볶아 수분을 완전히 날려버리면 디저트에 쓸 정도로 달콤해진다"고 설명했다. 거기에 짭짤하고 쓴맛이 있는 고르곤졸라 치즈를 섞으니 간도 되고 단맛의 단계가 낮아져 서로 맛 궁합이 딱 맞았다. 가을에 맛이 드는 대하가 함께 하니 자연의 부드러운 단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코스의 처음이 새콤, 상큼함이었다면 두번째는 부드러운 단맛이었다.
■버섯 맛 밴 페투치니면의 풍기 파스타
페투치니면은 마치 우리나라의 넓적한 칼국수면 같아서 삶기가 쉽지 않다. 조금만 삶는 시간을 잘 지키지 못하면 퍼져서 면이 서로 달라붙는다. 제대로 삶지 못하면 종이를 씹히는 듯한 불쾌감을 준다. 하지만 다양한 소스가 면에 잘 배이게 하려면 얇은 칼국수처럼 넓적한 모양의 페투치니가 딱이다. 김 셰프는 "손님들 중에 국수 형태의 면으로 바꿔달라는 사람도 있지만 그대로 드시게 한다. 그래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맛에 대한 고집을 보여줬다.
4가지의 치즈가 들어가는 크림소스와 쇠고기를 이용해 뽑은 육수가 제대로 배여 면에서도 감칠맛이 느껴졌다.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썰린 버섯들은 쫄깃한 식감을 자랑했다. 풍기는 이탈리아말로 버섯이다. 송이 종류의 버섯들을 작게 썰어낸 것들이 고소하고 녹진한 맛의 크림 페투치니면과 무척 잘 어울렸다. 질퍽한 여느 크림파스타와는 달라서 무척 만족스러웠다.
■한우 채끝 타리아타
타리아타는 고기 요리를 썰어서 접시 위에 내는 것을 일컫는다. 한우 채끝을 구워 썰어 내놓은 요리다. 먹기는 좋지만 썰어서 내면 빨리 식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 셰프는 "스테이크는 뜨겁게 먹는 음식이 아니다. 미지근한 상태로 먹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스테이크를 굽고 난 뒤 은박지 등에 싸서 레스팅(휴지기)을 시킨다. 그래야 내부 육즙이 골고루 잘 퍼지고 내부 온도가 50~60도로 떨어져 가장 먹기 좋은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썰어서 나와도 전혀 맛에는 영향이 없다는 뜻이었다.
채끝 타리아타는 기름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담백했다. 김 셰프는 "채끝을 고를 때 세심하게 기름이 최대한 적은 부위로 고른다"고 설명했다. 꿀이 약간 들어간 씨겨자 소스와 발사믹 비네거를 고기에 얹어 먹자 고기의 진한 맛이 더 잘 살아났다.
4가지 요리를 다 맛보자 정말 배가 불렀다. 김 셰프는 "저처럼 덩치가 큰 셰프가 하는 곳이 대부분 음식이 후하게 나온다. 손님 접시에 담을 때 자기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본래 이탈리아 사람들은 대단한 대식가들이다. 이탈리아 요리를 먹고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없다면 제대로 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화이트 와인 2잔을 포함한 2인세트 8만 원. 오전 11시30분~오후 2시(점심 마지막 주문 오후 1시20분), 오후 5시~11시(마지막 주문 오후 9시 20분). 월요일 휴무. (051)466-6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