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이미지 활용하기
성은주 교수 시론 강의 참고(김용호)
1. 왜 지금 감각 이미지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시란 ‘운율(리듬)이 있는 언어로 쓴 모방‘이라고 했다.
자주 듣는 강의실의 질문, “시를 잘 쓰려면 무엇부터 바꾸어야 하나요?”
감각, 곧 느낌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일러준다.
‘냉장고 문을 열 때의 찬 기운, 젖은 고무창 냄새, 접힌 영수증의 바스락거림’
몸이 아는 것을 언어로 옮길 때, 추상은 장면화, 감정은 형상화된다.
감각을 바꾸는 세 가지 사다리 : 의미 부여 → 초점화 → 재해석
시는 체험에서 출발한다. 체험 → 체험의 이미지화 → 구체적 형상화 → 감각
* 의미 부여와 확장
사실적 관찰(공간/시간에 따른 대상의 섬세하고 예민한 관찰) → 체험의 축적
시적 발상 : 대상을 관습적으로 보지 말고 창조적으로 새로운 의미를 이끌어 냄. 개성적인 표현에 의해 구체화
쓸쓸/ 문정희
요즘 내가 즐겨 입는 옷은 쓸쓸이네
아침에 일어나 이 옷을 입으면
소름처럼 전신을 에워싸는 삭풍의 감촉
......
우적우적 혼자 밥을 먹을 때에도
식어 버린 커피를 괜히 홀짝거릴 때에도
목구멍으로 오롯이 넘어가는 쓸쓸!
손글씨로 써 보네 산이 두 개나 위로 겹쳐 있고
그 아래 구불구불 강물이 흐르는
단아한 적막강산의 구도!
......
1) 글자 형태의 조형적 묘사: '쓸'이라는 글자는 위쪽에 두 개의 산이 겹쳐 있고 아래로는 구불구불한 강물이 흐르는 형태이다. 인생은 결국 산과 강물만 있는 적막강산과 같다고 노래한다.
2) 옷의 감각(삭풍의 감촉), 혼밥/식어버린 커피가 목구멍을 넘어가는 소리
객관적인 상관물을 더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면 생동감이 더해진다.
황지우 시인은 ‘시적인 것’의 발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대상을 관찰을 통해서 감각한 사실적 풍경과 심상을 작품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감각 이미지는 시적인 것(정서)를 구체화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는 시적 경험의 본질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미지 : 어떠한 체험이 구체적인 감각으로 마음 속에 재생되는 상(像)
이미저리(imagery) :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구성된 이미지의 결합체
시의 이미지는 감각적 대상과 그 특징에 따라 분류된다. 시각·청각·후각·촉각·미각과 같은 감각, 근육감각, 또는 공감각으로 대상을 파악하게 된다.
- 시각 이미지 : 독자에게 풍부한 심상을 제공(‘단아한’ 산)
시는 ‘문자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김관균, <추일서정>)’
길과 넥타이는 이질적이지만 풀어져 있는 형태상 유사성이 있다.
- 청각 이미지 : 언어의 음악성(‘커피를 홀짝거릴 때’)
사물을 가청(可聽)화로 그려준다. 기존의 상투적인 의성어/의태어를 변용하여 감각하게 해준다. 매미는 맴맴 운다고 하지만 ‘明明한 明明한 매미가 우네(박재삼, <매미울음에>)’처럼 명(明)에서 월(月)은 나무로 일(日)은 매미로도 보는 확장성.
- 후각/미각 이미지 : 기억과 연관된 감정적 반응
* ‘젊은 날/떫고 비리던 내 피도/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밖에 없는(허영자, <감>)’ → 통상적인 ‘떫고 비리던’이 ‘시간의 맛’으로 확장. 또한‘ 젊은날 내 피가 풋감의 맛’과도 같이 풍파를 견뎌낸 맛으로 은유.
* “녯말이 사는 컴컴한 고방의 쌀독 뒤에서 나는 저녁 끼니때에 부르는 소리를 듣고도 못들은 척하였다(백석, <고방>)‘→ ’저녁 끼니때... 소리‘는 배고플 때 맡는 냄새
- 촉각 이미지 : 물리적 경험을 통한 정서적 연결(‘내 허리를 감싸 주는’ 포근함)
* <쓸쓸>에서 ‘이 옷을 입으면 / 소름처럼 전신을 에워싸는 삭풍의 감촉’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이 떠올라(김종길,<성탄제>’ → ‘서느런’은 차가움의 촉각적 심상이 된다. 옷이 차갑다는 것은 심리적 차가움으로 확장.
- 공감각적 이미지 : 오감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감각. 한 감각이 다른 감각을 불러 일으키는 공감각적 이미지는 현대시에서 자주 이용된다.(중의법적)
*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문태준,<맨발>’에서 시각 이미지 ‘캄캄하게’와 청각 이미지 ‘울음’이 시적 형상화로 이루어져서(캄캄한+울음) 확장된 심상을 제공
*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문태준,<가재미>’
→ 청각의 숨소리가 나무 껍질처럼 거친 시각/촉각의 이미지가 함께 있음
- 근육감각 이미지 : 시의 생동감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손, 젖가슴, 발목에서 신체 이미지를 활용, 생동감 있게 그려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