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일본 격투계는 어떤 선수의 등장으로 인해 혼란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 선수의 이름은 밥 샵. 일본에서는 보브 사프로 불리는 이 선수의 활약으로 격투기는 더욱 더 주목받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격투기의 이미지는 혹독한 훈련을 거쳐 얻은 테크닉의 대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고정 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선수가 바로 밥 샵입니다. 테크닉이라고는 전혀 없는, 엄청난 파워로 상대를 밀어부치는 밥 샵의 기세에 기존 격투기 선수들은 맥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꽃을 피우지 못한 미식축구 선수
밥 샵은 1974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출생했습니다. 경찰관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밥 샵은 10살 때부터 미식축구를 시작합니다. 워싱턴 주립대에 진학한 밥 샵은 약학과 사회학을 전공하며 미식축구 선수로도 활약합니다. 일명 비스트 태클로 대학 미식 축구계에 이름을 날렸던 밥 샵은 전미 올스타 팀에 선출될 정도의 실력자였습니다. 21살때 시카고 베어즈에 입단해 그 후 볼티모어 레이번즈로 옮겨 선수 생활을 하지만 이때 양 아킬레스를 다쳐서 은퇴를 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은퇴 후 덩치 큰 그를 받아준 곳은 미 프로레슬링 단체인 WCW였습니다. 그곳에서 더 비스트라는 링 네임으로 몇 시합을 뛰지만, 프로레슬러로서 빛을 보기도 전 2001년 3월에 WCW는 도산해버리고 맙니다. 당연히 밥 샵은 절망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다시 부활한 야수
절망의 그를 구해준것은 다름 아닌 K-1에서 활약했던 샘 그레코였습니다. 샘 그레코는 가라데 선수로 초창기 K-1에서 명성을 날렸던 선수인데요. K-1 은퇴 후 프로레슬링으로 전향했던 샘은 상품성이 있는 거대한 밥 샵을 스카웃하게 됩니다. 밥 샵과 트레이닝을 해 본 샘은 밥 샵이 엄청난 순발력과 빠른 적응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당시 K-1 대 종합격투기라는 격투계의 흐름 속에서 밥 샵이 K-1에 필요한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샘은 K-1의 이시이 관장에게 밥 샵을 소개하게 됩니다.
당시 매스컴은 수수께끼의 인물이었던 밥 샵에게 대단한 관심을 가졌습니다. 신장 2미터, 체중 170킬로, 전신 근육질의 괴물이 나타났으니 격투계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격투계의 거물인 안토니오 이노키마저도 밥 샵에게 굉장한 흥미를 가질 정도로, 대회에 참가하기 전부터 밥 샵은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하게 됩니다. 밥 샵은 킥복싱계의 전설적인 존재인 모리스 스미스의 밑에서 2개월 간의 짧은 훈련을 마치고 2002년 4월 프라이드 20에 첫 데뷔를 하게 됩니다. 상대 선수는 야마모토 노리히사. 밥 샵은 경기 시작 후 2분 44초만에 펀치 러시로 야마모토를 KO 시키고 팬들의 뇌리에 괴물의 등장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습니다.
[사진] 밥 샵의 훅에 나가 떨어지는 야마모토 노리히사
그 후 2002년 6월, 이번에는 K-1 무대에 첫 데뷔를 하게 됩니다. K-1 서바이벌 2002에서 나카사코 츠요시와 붙게 된 밥 샵은, 쓰러진 나카사코에게 무릎찍기 등을 가해 반칙을 합니다. 일어선 나카사코를 다시 쓰러트린 뒤 발로 밟고 주먹으로 때리는 등 밥 샵은 자신을 컨트롤 하지 못하고 난동을 부립니다. 결과는 밥 샵의 반칙패. 이 경기로 밥 샵은 이미지 실추와 함께 난폭한 선수라는 인상을 남기게 됩니다.
그 다음 경기는 프라이드의 실력자인 타무라 키요시와 갖게 됩니다. 타무라는 밥 샵보다 80킬로 적은 체중차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임하게 되지만, 결과는 밥 샵의 펀치 러시에 11초만의 최단 시간 경기 종료가 됩니다.
[사진] 경기 시작 11초만에 TKO 당하는 타무라 키요시
프라이드의 강자 ‘노게이라’ 와의 혈전
밥 샵이 일본 내에서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링 위에서의 난폭함과는 전혀 다른 실생활의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에서 일부러 괴물처럼 말하고 상대 선수의 사진 등을 찢어 먹는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 모습은 정반대입니다. 일전에 괴물같은 모습으로 인터뷰를 한 후 인터뷰가 끝나자 마자 수줍어하는 모습이 그대로 방영되었었는데, 이런 순진한 모습이 일본팬들을 매료시키게 됩니다.
만약 밥 샵이 좋은 경기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지금의
그는 존재하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밥 샵이 실력면에서 무시 못할 선수라는 걸 증명한 것은 다름 아닌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와의 대결이었습니다. 밥 샵은 프라이드 최고의 유술 테크닉을 가지고 있는 노게이라를 KO 직전까지 끌고 갈 정도로 공격했습니다. 태클을 시도한 노게이라를 집어 들어 링에 내려찍는 등 인간 이상의 파워를 보이며 1라운드를 압도합니다. 하지만 2라운드 들어가서 밥 샵은 스테미너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역십자 꺾기로 패하고 맙니다. 결과는 밥 샵의 패배이지만 이 경기를 통해서 밥 샵은 실력면으로도 인정을 받게 됩니다. 노게이라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다시는 밥 샵과의 경기를 갖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로 엄청난 부상을 당했습니다.
[사진] 노게이라를 잡아놓고 공격하는 밥 샵
후스트를 두 번이나 KO 시키다
종합 룰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준 밥 샵은 K-1의 링에 다시 돌아옵니다. 여기서 프랑스의 악동 시릴 아비디에게 KO 승을 한 뒤, K-1 그랑프리 개막전에서 어네스트 후스트와의 대전을 하게 됩니다. 어네스트 후스트는 K-1 최고의 테크닉을 가지고 있는 선수로 당시까지 3번의 그랑프리 챔피언이라는 기록을 가진 톱 클래스 선수였습니다. 밥 샵은 그런 어네스트 후스트를 펀치 러시로 몰아붙이고 레퍼리 스톱으로 승리를 거머쥡니다. 이 경기후 누가 밥 샵을 이길 것인가라는 것이 격투계의 최대 과제가 되었고 밥 샵은 격투기 선수들이 꺼리는 상대가 됩니다.
후스트는 이 경기로 그랑프리 진출 불가라는 굴욕적인 결과를 안게 되지만, 운 좋게도 주최 측 추천에 의해 그랑프리 토너먼트에 출전하게 되고 밥 샵과의 리벤지 전을 갖게 됩니다. 리벤지전 1라운드에서 후스트는 보디 공격을 적중시켜 밥 샵을 다운 시킵니다. 경기는 이대로 후스트의 승리인가라고 생각되던 그 때, 밥 샵은 다시금 펀치 러시로 후스트를 KO 시킵니다. 하지만 밥 샵은 이 경기로 주먹 부상을 당하게 되고 대타로 올라간 후스트가 K-1 그랑프리 우승이라는 이례적인 결과를 남깁니다. 그 해 우승자는 후스트이지만 실질적으로 주가를 올린 선수는 밥 샵이었습니다.
[사진] 2002년 K-1 그랑프리 결승전에서 맞붙은 후스트와의 2차전
밥 샵은 과연 대단한 선수인가?
격투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둔 밥 샵이지만 그의 실력이 정말 대단한지는 의문입니다. 엄청난 체격과 파워로 상대를 코너로 밀어부쳐 마구자비로 주먹을 휘두르는 밥 샵이지만, 그런 마구자비 펀치에 테크닉으로 단련된 선수들이 어이없이 무너집니다. 하지만 이런 격투기 선수들의 수모는 미르코 크로캅과의 대전에서 끝나게 됩니다.
2003년 미르코 크로캅과 K-1룰로 붙게 된 밥 샵은 변함없이 몰아붙일 기세로 미르코에게 덤벼들었습니다. 하지만 프라이드 등에서 활약하는 미르코 크로캅은 사이드 스텝으로 밥 샵의 기세를 가볍게 피합니다. 그리고 크로캅은 미들킥에 이은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밥 샵의 눈에 적중 시키고, 밥 샵은 우는 표정으로 KO 당합니다. 이 경기 이후 미르코는 최강의 선수라는걸 다시금 입증하게 되지만 밥 샵은 알고 보니 별거 아니었다는 이미지를 남기게 됩니다. 그렇게 거대하고 무섭던 선수가 울상이 되어 쓰러졌으니 그의 한계는 명확하게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사진] 미르코 크로캅의 킥에 고전하고 있는 밥 샵
그 후 밥 샵은 키모와의 경기에서도 어이없는 난타전을 벌이게 됩니다. 밥 샵은 일본내에서 너무 많은 인기를 얻게 되었고 광고와 방송 출연 때문에 연습 부족이었다고 변명했습니다. 하지만 연습 부족보다는 그의 격투기 경험 부족이 훨씬 큰 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밥 샵의 맷집과 승부근성은 일반 선수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게다가 테크닉, 스테미너도 부족하니 밥 샵에게 남은건 오직 파워뿐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밥 샵에게 희망을..
하지만 역으로 짧은 경력에 그만큼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얘기니까 앞으로 그의 장래는 어둡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밥 샵의 데뷔 전 경력은 프로레슬링 생활을 빼고 2개월뿐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잠깐 배웠다는 태권도 경험을 덧붙인다 하더라도 그의 격투기 경험은 다른 선수에 비하면 정말 보잘 것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밥 샵이 앞으로 2-3년간 꾸준히 트레이닝을 한다면 어떤 선수가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밥 샵은 K-1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선수입니다. 그의 파워와 체격은 오히려 프라이드 같은 종합 룰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테크니션인 노게이라가 초반에 그렇게 기술을 걸어도 전부 풀어버리던 모습을 보고, 만약 밥 샵에게 스테미너와 약간의 테크닉이 있었더라면 노게이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밥 샵은 파워뿐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면 앞으로 관중을 놀라게 할 만한 테크닉을 선보여야 할 것입니다.(右.타카다노바바에서/사진.조승현)
그는 단순하고 얌전했던 K-1의 이미지에 프로레슬링적인 재미를 더한 선수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런 추세가 못마땅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대단한 홍보효과를 얻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밥 샵은 하향세의 K-1을 상향세로 되돌린 장본인입니다. 그런 면에서 정말로 중요한 시기에 나타난 고마운 선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진] 밥 샵의 앨범 자켓 표지 사진 "SAPP TIME"
최근 계속되는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치는 밥 샵이지만 앞으로 더욱더 분발하여 좋은 경기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에게 많은 애정과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자료정리. 조승현 holki@hanmail.net
밥 샵 (Bob "The Beast" Sapp)
생년월일 1974년 9월 22일
출신지 아메리카 콜로라도 주
신장 2m / 체중 171kg
소속 팀 비스트
K-1 그랑프리 2002 베스트 8
2002년 프로레슬링 MVP
첫댓글 밥샵은 강하다. 밥샵 예전에 후스트를 때려눕히던 그때로 돌아와라~~~~~~~화이팅!!!!!!!!!!
뱝샵 2~3년 뒤의 진짜 괴물이 되어 나타나주길...
어떻게 어렷을때 태권도 안한선수가 없내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