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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바비인형
달콤한 향기 커피숍에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는 세계와 요한이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세계는 이제 요한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만이 아니라 눈짓 손짓 몸짓의
보디랭귀지도 읽어낼 수 있는 성능 좋은 스캐너가 되어갔다.
친구가 그린 수많은 이야기그림을 상상파일로 변환하여 뇌라는 컴퓨터에 입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한이는 전달자로서의 역할에 더 충실해서 세계의 세미한 부분은
스캔하지 못하였다.
“아버지는 임신 4개월이 된 엄마를 에스코트하려고 모든 것을 제쳐두고 공항에 갔다.”
“야아~ 극적인 재회에 두 분 다 많이 설레었겠다. 하하하......”
세계의 상상은 공항 출입국장에 있었다.
“리,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해요. 환영합니다. 건강은 좀 어때요?”
“좋아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부메랑 회장의 시선이 리의 아랫배로 갔다. 리도 따라서 자기의 배를 바라보자
두 사람은 의미심장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부 회장은 케리어를 끌고 리의 손을 잡았다.
“회장님, 조금 부끄럽고 어색하고 쑥스러운데요?”
“아니요, 이젠 쑥스러움은 쑥~집어넣어 버립시다. 하하하하.”
“하하하 한국식 조크에요?”
“아니요 부 메랑 식 조크죠 하하하.”
두 사람은 마치 한 달 여행을 마치고 상봉하는 부부 같았다.
“리, 그동안 내가 너무 바빠서 머물 집을 정하지 못했어요. 먼저 호텔로 가서 그 문제를
상의해 보기로 합시다.”
“예.”
호텔에 도착해서 여장을 풀자 리는 단둘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기보다 어색했다. 어색을
피하라고 인지시장기를 느꼈다.
“회장님 요즘은 때가 되지도 않았는데 자주 허기를 느껴요.”
“예? 아아~그건.....뱃속에 있는 아기의 식탐이 아닐까요? 그럼 가까운 레스토랑에
갑시다.”
“예? 아니요. 이제 한국에 적응을 해야 하니까 한식집이 좋겠어요.”
“좋은 생각입니다. 어디 보자 여기서 식당이 보이나......”
부메랑 씨는 호텔 창문을 통해 네온 불빛이 점점 휘황해지는 저녁을 바라보았다. 리가
곁으로 다가가 밖을 보니 커다란 간판의 불빛이 눈에 들어와 반갑게 소리쳤다.
“아, 회장님 저기 보세요, 된장국 집이에요. 된장국을 어머니와 한두 번 먹어 봤는데
한국에 적응 하려면 정통 한국식 된장국을 먹어보면 좋겠어요.”
“예 그럽시다. 그런데 리가 호텔에서 회 장님 회장님 하고 부르니까 마치, 아 여기까지만
합시다. 쏘리~ 내 생각을 지우겠습니다. 하하하...”
“예? 무슨 생각을 지워요? 말씀해 보세요.”
“아, 이건 설명이 곤란한데....”
“예? 그러니까 더 알고 싶네요? 제 스케너가 부흥전자 한국형이 아니고 아직은
미국형이라 상세 판독이 어려워요 회장님.”
“에...한국에서는 알면 다친다는 말이 있는데 너무 깊은 것은 알면 손해를 본다는
말이거든요? 리가 한국형이 되면 알 수 있는 것이니까 여기서 접어둡시다 오케이?”
“오케이.”
“아차 그건 그렇고 우리 호칭부터 고쳐 볼까요?”
“아....저도 많이 생각을 해 봤는데 그게....너무 이상하고, 부끄럽고, 쑥스러워 아직
혼돈의 카오스에요. 허니도 그렇고...아 얼굴이 화끈거린다.”
리는 손바닥 부채질을 했다. 그 모습을 보자 부 회장은 호칭문제도 접어 버렸다.
“오, 그게 아직 어렵네요, 나중에 자연스럽게 몸과 익는 말로 정하면 좋겠어요. 오케이?”
“오케이.”
된장국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부 회장은 리가 묵을 집들을 나열했다.
“당분간이면 여기 호텔이 좋겠고, 그렇지 않으면 강남에 비어있는 살던 집? 아니 적응
기간이 길어지면 평창 별장이 좋겠고, 지금 아이들과 어머님이랑 살고 있는 봉천동 집은
무척 어렵겠죠?”
“그렇죠? 회장님 저는 모든 것을 값도 치르지 않고 무료를 받았습니다. 내게 모든
것을 물려주신 그 분에게 너무 죄송하고 미안해서 집도 어디를 선택할지 참 어렵네요.”
“아하 그렇구나.....”
“회장님, 이렇게 하면 어떻겠어요?”
“예.”
“먼저 마음 정리를 위해 사흘만 호텔에 머물고 싶어요. 그다음은,,,,평창 별장이 좋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나도 그렇게 생각 했어요.”
“예, 회장님께서 전에 하시던 데로 찾아 주시고, 도우미 한분만 주선해 주셔서 한국
실정도 배우면 참 좋겠어요. 그렇게 가족의 의미를 서로 알아가는 과정을 거치고 싶어요.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도 미숙하고 서투른 아내나 엄마나 며느리라는 가족의 구성원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리는 나이답지 않게 지혜가 많고 총명 현명한 분입니다.”
부회장의 칭찬에 의외로 수줍음이 많은 리가 입을 가리고 어색한 웃음을 웃었다.
“그리고 내가 도우미는 구해 놓았으니 안심하세요.”
“예? 벌써요?”
“산모를 돌봐야 하니까 간호조무사 자격증, 영양도 책임져야 하니까 한중 일식에 복어
요리까지 하는 조리사, 다방면에 뛰어난 40대 젊은 분으로 섭외를 해 놓았으니 한국에
대해서도 어드바이스도 척척, 그리고 별장에 묵으려면 안전을 위해 별장 관리인도 고용
하겠습니다~ 하하하.....”
“하~귀빈 대접이네요. 파라다이스~”
“그런가요? 하하하하..”
“세계야, 두 분은 서로 칭찬을 하고 웃는 모습에서 입이 귀에 걸렸다는 말이 두 사람에
의해서 생겨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
“동감이다 크 흐흐흐흐...”
식사가 나왔다. 한국 적응의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리는 감사의 기도를 하려고 두 손을 모았다. 어쩌다 한번 크리스마스 교인 부 회장도
리를 따라서 어색하게 두 손을 모았다. 짧은 식기도가 이어졌다.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 장래에도 인도하실 하나님, 내 모든 삶과 우리의 삶을 주께
의지합니다. 베푼 음식 감사합니다. 아멘.”
“아멘!”
작은 대답이었지만 리가 흠칫 놀라며 반색을 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부회장은 숟가락을 들고 리에게 권했다. 리는 한 숟가락을 떠서 코로 먼저 향기를
음미했다.
“욱!”
리의 손이 입으로 갔다.
“후우~속이 이상해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우우우 욱.”
“리, 혹시 입덧?”
“예? 설마.....저도 모르겠어요, 우우욱, 아무래도 먹지 못할 것 같아요 차라리 쉬는 게
좋겠어요. 죄송해요 회장님.”
“리, 그럼 호텔로 가지 말고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 보면 좋겠는데?”
“아니에요 쉬면 나을 거 같아요. 죄송합니다.”
죄송해하는 마음과 부끄럽고 쑥스러워하는 리의 모습은 순박한 한국 여성의 마음을
담았으나 한국 적응에 확실한 1차적 모습을 보여 주려고 택한 된장국이 무리수를 둔
미국형이라고 ‘욱’하고 드러냈다.
두 사람은 호텔로 돌아오고 부회장은 걱정으로 집으로 갈수가 없었다.
“리, 오늘밤은 내가 여기서 간호를 하고 싶은데?”
“아니에요, 좀 쉬면 될 거 에요.”
말을 마친 리는 여행의 피로에 잠이 쏟아져 잠자리에 들고 말았다. 부회장은 곁에서
행복한 밤을 보냈다. 회사를 부흥시키던 남자가 이번에는 슬픔을 해피로 만들었다.
부 회장은 정리를 할 게 많았다. 리가 준비했던 베트남 진출과 해외진출사업에 몰두하는
것 외에도 리를 아내로 맞아들이기 위해서는 꼭 해야 할일이 생겼다.
눈만 뜨면 보이는 가묘가 큰 부담을 줄 것 같았다. 이장을 하려고 생각을 했지만
아내에게 너무 미안해서부담이 컸다.
‘아내가 떠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새 여자를 위한다고 이장을.....’
이장 방법도 쉽게 결정하지를 못했다. 화장, 납골당, 수목 장, 평토장... 하지만 사흘
이라는 시간은 더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결론은 가슴이 아파도 어쩔 수 없이 서울 근교 추모공원 납골당이었다. 그리고 묘지
자리에 소나무 한그루를 심고
그 땅을 밟으며 아내를 보내는 눈물을 흘렸지만
양심의 심장이 뛰는 소리는 아내의 원망의 숨결로 들렸다.
사과 하고 사과하고 또 사과를 해도 모자라는
내 것이 아닌 남의 것, 신의 것인 양심의 소리가 쿡쿡 찔렀다.
‘여보 정말 미안하고 사랑했어요....’
리는 생각이 길어졌는지 일주일을 더 호텔에 머물고 호출하였다. 두 사람은 평창으로
향했다. 평창으로 가는 길에 리는 며칠 동안 생각했던 첫 번째로 할 일을 떠올렸다.
도착하면 먼저 무릎을 꿇고 고인에 대한 애도, 미안함, 감사의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차가 도착하자 리는 부회장이 열어주는 문을 통해 무덤 쪽을 바라보았다. 무덤이
사라지고 소나무 한그루가 서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오 마이 갓!”
놀라는 리를 바라보는 부회장. 리는 놀람을 크게 꾸짖는 투로 말했다.
“오~마이 갓~ 회장님 이일은 회장님께서 아주 큰 실수를 하신 겁니다.”
부회장은 아무 말이 없었다. 아니 말을 하지 못했다. 리는 자신을 맞이하려고 이렇게
빨리 이장을 한다는 것은 놀라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안절부절 서성이며 같은 자리를
맴돌며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잠시 주춤한 사이에 부회장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리...나도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하지만 리를 위한 배려로 한일입니다.”
“오~회장님은 저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겠지만 아내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한 생각을
하셨습니다. 아내에 대한, 부부로 살아온 세월에 대한 예의와 감사를 너무 빨리
지우신 것 같아 여자로써 제 마음이 무척 아픕니다. 흑.”
리는 마음이 울컥해서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돌아서서 눈물을 닦았다.
“리, 듣고 보니.....인정합니다. 제가 너무 경솔하게 행동을 한 것 같습니다 리와
상의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이제야 드네요,”
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먼 산을 바라보았다.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후~”
“회장님..... 회장님의 잘못도 아닙니다. 다~저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제가 울컥한 마음에 다그치듯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여기에 도착하면 무릎을 꿇고 그 분께 죄송함을 고백하려고 했는데 그걸 하지 못해
제 마음에 먼저 화가 났나 봅니다.”
부 회장은 더 이상 말을 한다는 것이 부끄러워 할 말을 잊었다. 소나무 앞에, 아니 아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내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이렇게 서두른 성급함에 무릎을 세워 일어날 용기가 없었다. 10분쯤 흘렀다.
리가 먼저 냉정함을 찾아 이성적으로 사건을 수습하려고 나란히 무릎을 꿇고 기도를
했다.
“하나님 뜻대로 하시되 이 불쌍한 영혼을 받으시고 아버지 나라에 있게 구원 하소서.
아멘!”
“아멘!”
기도가 끝나고 부회장의 손을 살며시 잡아 이끌었다.
“일어나세요.”
부 회장은 울고 있었다. 우는 남자 옆에서 리는 진한 보호 본능이 일어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렇게 또10분, 두 사람의 등 뒤로 석양 노을이 긴 그림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리가 부축하여 일어나고 말없이 집으로 들어갔다. 커피를 내 오고 진한 커피 향을 맡으며
집안을 휭 둘러보던 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젠 모든 걸 잊고 우리 앞날에 좋은 편만 생각하기로 해요, 회장님? 별장 구조부터
설명해 주실 수 있어요?”
“아, 예, 리.”
부 회장은 그동안 잘못한 일에 뒤통수를 여러 차례나 맞은 듯 아직 버벅 거리는 대답을
했다. 그날이후 부 회장이 약속했던 8개월이 무척 더디 가고 있었다. 그동안 어머니와
아이들을 설득 하기위해 먼저 어머니께 운을 뗐다.
“어머니 전에 별장으로 전화한 미국 백화점 여사장님 아시죠?”
“응, 왜요?”
“지금 별장에 머물고 있는데....저....”
어머니는 이미 그날 느낌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모르는 척했다.
“아내한테는 너무 미안한데 아이들 엄마로 맞아들이고 싶어요.”
“어, 어? 그 그 그래? 잘했어요, 영이와 영아도 좋아 할 거야.”
“언제 아이들과 함께 가서 만나 보실래요?”
“그래요 아들, 아주 잘했어요. 그런데 몇 살이야?”
“예, 서른다섯이요.”
“음~ 서른다섯과 오십이라....열다섯 살 차이가 나네? 그건 그렇고 내가 아이들에게
엄마 이야기를 잘 해두었으니 애들이나 잘 설득 하게나.”
“뭐라고 했어요?”
“엄마가 너~무 너무 아파서 하늘나라로 가고 싶다고 했더니.......”
“뭐라고 그래요?”
“할머니, 너무 아프면 그게 좋겠어요. 하고 그 뒤로 엄마소식을 묻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아 예~”
“5살 3살에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정들 나이에 엄마랑 너무
떨어져 지내서 엄마에 대한 정이 없어서 그러는 것 같았어요, 할머니만 졸졸 따르는
것만 봐도.”
“아 예~”
이번엔 아이들 설득에 공을 들였다.
“영이야 영아야 아빠랑 아주 친하신 분이 별장에 계시는데 한번만나 볼래?”
둘째가 아무것도 모르는 귀여운 대답을 하자 조금 철이 들은 언니가 대답을 대신했다.
“아빠, 여자야 남자야?”
“이그 바보 그걸 왜 물어 여자겠지.”
“그래~ 여자는 여자인데 너희들 인형 있지?”
“아빠 바비인형이요?”
“그래 꼭 바비인형을 닮은 분이야 만나고 싶지?”
“예, 그래요? 진짜 내 바비인형 같아요?”
“그럼~”
“아빠, 바비인형하고 똑같은지 대보고 싶어요.”
언니는 동생의 말을 들으며 어느 사이에 세뇌되어 앞만 보고 따라가는 근시안 어린 양이
되었다. 부회장은 아이들이 순수해서 생각보다 빠른 설득이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
아이들이 언제 가느냐고 졸라댔다.
리에게 전화를 했다.
“리, 내가 딸들에게 리가 바비인형 같다고 했는데, 사실 닮았지만요.”
“예?”
“영이랑 영아랑 정말 똑 같은지 인형을 가지고 가서 확인해 보겠다고 하네요?”
“오 마이 갓~~이거 어떡하죠? 너무나 떨려요. 노랑머리는 닮았는데 레이스 달린 미니
원피스가 있어야 가느다란 다리를 보여 주는데 어떡하지요? 호호호....”
“하하하 아 그거요? 그건 염려 말아요, 내가 지금 당장 부흥 백화점에 가서 리를 닮은
바비 인형과 원피스도 몇 벌 골라 보내줄 테니까 싸이즈만 알려줘요.”
“아 예. 감사해요.”
며칠 후 토요일 아이들이 오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주일학교 교사로 다져진 친화력이 좋은 리였지만 어제 택배를 받는 순간부터부터
떨고 있었다. 원피스 3벌을 번갈아 입어보며 바비인형과 닮은꼴인지 살펴보았다.
거울 속에 바비, 거울 앞에 바비......
“오 마이 갓~ 내가 인형을 상대로 비교하며 이렇게 떨고 있다니 말도 안 돼.......”
바비의 첫 상봉이 이루어 졌다.
“하이~나 바비야~”
“어? 언니 정말 바비 인형이다 정말 똑 같아.”
“그래~ 정말 똑 같다. 하하하하”
동생에게 세뇌되는 언니...성공적인 만남에 두 사람은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서로 리가 살아있는 바비 인형이라고 수근 거렸다. 한 시간도 못되었지만
오래전에 만난 사이처럼 무척 잘 따랐다. 그렇게3~ 4개월이 흐르는 동안 토요일마다 리는
제2외국어로 적절하게 아이들에게 엄마를 가르쳤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애들아 여기 내 배안에 아기 바비가 들어 있거든?”
“예, 정말요?”
“그래~ 그러니까 나를 ‘바비 마미’라고 부르면 좋겠는데?”
“예, 바비 마미~ 살아있는 노랑머리 바비를 빨리 낳아 주세요. 이 히히히”
날이 갈수록 천진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바비 마미가 익숙해지자 리는 다시
호칭을 바꾸었다.
“애들아 내 뱃속에 바비가 많이 자랐으니까 만져볼래 정말 컸는지?”
아이들이 리의 배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영이 영아야 바비가 많이 컸으니까 이제부터 나를 ‘바비 맘’이라고 부르면 좋겠는데.”
아이들은 ‘바비 맘’이라고 불렀다. 바비 맘도 익숙해지자 이번엔 엄마를 넣어
‘바비 엄마’라고 부르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순수하게 자라선지 금방 적응이
되었다.
“바비 엄마, 바비가 배고프니까 엄마가 많이 먹어야 해요 이거 초콜릿 드세요 이히히...”
둘째의 애교에 언니가 따라하는 순수함에 불러오는 배를 내어주자 언니는 조금 망설였지만
그것도 곧 따라하는 따라쟁이가 되어 버렸다.
“애들아~이제 곧 아기 바비를 볼 수 있단다?”
“야~ 신난다~”
“어우, 누나들이 벌써 엄마를 잊은 거야? 희한 하네~ 엄마 친화력이 갑이네?”
“아니~그건 아니고 아버지 핏줄이니까 누나들이 아버지를 닮아 현제 상황에 빨리 적응하는
능력의 디엔에이가 있는 거겠지?”
“하긴 그래 아버지도 그러셨지?”
“허얼~”
“임신 7개월, 그때 갑자기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조우는 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돌보는데 정신적으로라도 지주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한 어머니가 급히 봉천동 집으로 들어
오시고 거기서 바비 엄마가 조산으로 나를 8개월 만에 낳았다.”
“헐~ 너 그럼 팔삭 동이? 어쩐지 똘투 같더라니 크 흐흐흐.”
“그래~나도 모자란 똘투지만 너도 만만치 않은 3차원 또라이야~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