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유로 춤을 접었을 때 살사를 같이 하던 살세로분이 가끔 연락이 와서
"무슨 일이 있냐? 춤 고만둘 사람이 아닌데..."
그런 말투로 안부를 물어왔다.
이사해서 사업장도 집도 옮기고 바빠서요란 말이나 막내가 재수를 해서 그래요라고 대충 버무렸었다.
들려오는 이야기로 필립님,리오님,백야님,마이클님,상큼신선님,그레이시님,땜쟁이님,선군님 아니무스등이 탱고 입문했다고 소식이 오고,로렌님과 모시모님 지오님 까뮈님 아도르님은 탱고로 건너가신지 오래다.
그런데 같이 공연했던 솔로님께서 직접 약국에 들리셨다.
자신이 탱고 입문 1년이라면서 탱고 이야기만 몇시간 하시는거였다.
탱고춤에 빠지면 다른춤 추기가 싫을만큼 중독성이 강하다느니 해보니 살사세계와는 다른점이 있다면서 탱고만의 매력이 있으니 얼른 입문을 하라는거였다.
본인의 미래 목표는 실버타운 가서 탱고 선생님을 하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예찬론을 늘어놓는다.
중년살사는 이미 대중화되어 메리트(?)가 없고 탱고는 특기적인 취미로 내세울 수도 있다고..
식사까지 사면서 탱고 입문을 적극 권유하시는거다.
다시 춤을 하긴해야는데..
약국 근처에서 심심풀이로 째즈와 발레를 꼬맹이들과 가끔하고는 살사세계와 그동안 멀어져 살았었다.
정들었던 이지라틴 살사까페에 들어가보니 물이 너무 바뀌어 아는사람이 드물 정도였다.
1년 반만에 정모에 나가 보았다.
그렇게 열심히 활동했지만 난 이미 잊혀진 선배일 뿐이었다.
동호회의 특성상 초보 위주이고 그래야만이 되는 속성이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래도 오랫만에 살사추고나니 몸 속의 감각세포들이 살아나는 듯 스트레스가 풀렸다.
춤이야 추지만 옛사람이 거의 없어 허전하긴 했다.
결정적으로 탱고 강습을 나간건 30년 친구 안젤라 때문이다.
물론 나의 내면에 탱고에 대한 열망이 이미 있긴 했지만....
부산 초등학교 동창회 나갔더니 유명한 탱고계의 다윈선생님이 왔다고.
동완이가 초등학교때 전교 회장이었고 엄친아였어. 연세대 컴퓨터공학과 나와서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취직했다는데 춤선생이라니..놀랍다고 난리다.
대학생 시절에 마르크스 이론에 빠져서 데모대에 앞장 섰다가 취직에서 다 짤려서 미국으로 가버렸다는 이야기까지.
그러더니 이번 토욜 당장 배우러 압구정 땅게리아라는 밀롱가에 나가잔다.
다윈,다윈이라..많이 들어본 닉이다.
내 핸폰에 저장이 되어 있는 전번이길래 기억을 더듬어보니 이미 5-6년 전에 압구정 <뮤>학원에서 오래도록 탱고 강습하던 분이다.
뮤학원 오래 다니면서 탱고쪽에 시간을 내보려고 했던 기억이 났다.
폭풍검색으로 다윈샘에 대해 알아보니 댄스스포츠출신이고 서울대 탱고 강의를 오래하고 계신다.
안젤라와 의기합세해서 바로 입문을 하고 친구야~!하는 분위기로 셋이서 강습 후 바로 술자리를 가져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본인이 예전엔 춤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고 몸치였다는 사실,동영상 푸는 법을 연구하다가 그대상을 춤으로 했는데 자꾸 춤을 슬로우로 보면서 아름다움에 빠졌다한다.
댄스스포츠 스승님을 만난게 계기가 되어 입문을 했고
본인이 춤에 미쳐 단 2년만에 아마댄스스포츠 1위를 했다가 탱고를 쉬운춤으로 보고 6개월에 될거라는 생각을 했단다.
그런데 막상해보니 3년이 걸렸다한다.
새로운 피겨를 배우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댄스스포츠를 관두고 알탱으로 전환한게 너무나 본인은 흡족하다고 한다.
보여주기 위한 춤과 즐기는 춤의 차이일까?
<댄싱위드더스타>에 출연하고 있는 제시카 고메즈의 파트너인 박지우도 본인이 지도했다는 이야기까지..
안젤라 초딩친구인 다윈샘은 이제 나도 편하게 말트고 친구처럼 지내기로 했다.
허물없이 춤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물어보면 정감있는 경상도 사투리로 다 풀어낸다.
일주일에 5일은 춤레슨하고 이틀은 산을 찾아다니는 마운틴맨이다.
그래서인지 이야기나눠보면 일반 사회인과는 다른 순수함이 묻어난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난 겨우 다윈 강습을 토욜 일주일에 한번 레슨을 받고,바로 그장소인 땅게리아에서 열리는 수업을 연결해서 듣게 되었다.
거기서 지피지기님,션님,시인님 등 살사하던 분들을 만나 오손도손 걸음마를 시작했다.
그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밀롱가가 열려서 바로 실습시간을 가질 수가 있었다.
토요일은 세시간 반동안 강습 받고 밀롱가까지 마치면 오후4시부터 자정까지 토욜은 탱고데이가 되었다.
탱고음악은 여지껏 접한 댄스음악 중 가장 클래식에 가깝다.
전통 탱고음악은 그래서 비트가 없지만 요즘은 일렉트로닉이 가미된 음악도-Gotan Project가 대표적- 있고 째즈풍이 도는 누에보 음악까지 그 다양성에 놀랍다.
새로이 만난 음악으로 내 머리는 흥분이 되었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허리도 아프고 에너지가 나중엔 고갈 된 듯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생기가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