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행일시 : 2011.9. 17 -9.18
* 산행참가자 : 1호차(5명) : 옥영동(차주), 윤재희, 김정숙, 박민재
2호차(5명) : 박홍권(차주), 강미애, 정신화, 최재욱, 주영민
3호차(4명) : 김경수(차주), 한혜란, 이재근, 허금화 (총13 명)
* 산행코스 : 여객터미널 -삼호교 -덕촌리 - 동백연립-불탄봉(195m)-신선바위- 보로봉-목넘이 (총 3시간 )
거문도 1박2일 산행이 있는 토요일이다.
퇴근후 부랴부랴 준비를 해서 집결지 동래세연정 으로 갔다.
퇴근도 못한 한혜란 부처는 주차할 곳이 마땅찮아 길거리를 한바퀴 돌았던 모양이고
이래저래 미안한 마음으로 탑승,
4시 사천휴게소에 도착하니 차량 3대에 모두 12명의 회원이 이번 산행에 참가하였으니
적지않은 인원이다 .
거문도는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의 동쪽자락 섬으로 행정구역상 여수시에 속하며
100만평 정도의 천연항만이 호수처럼 형성되어, 구한말 영국이 1885년 강제로 점령,
당시에 해밀턴 항으로 세계지도에 그 이름을 내밀었다고 한다.
연평균 16도로 서귀포와 더불어 온도가 가장 높아 남국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섬이며,
산은 높아봤자 해발 200m이되, 조망은 거칠 것 없이 빼어나고 아름답다고한다.
지금까지는 거문도로 가기 위해서 여수로 가야했지만, 작년 10월 말부터 고흥반도 녹동에서
오가고호(298t)가 신규 취항해서 다닌다고 하니 결국 우리는 거문도로 가기위해
고흥반도를 향해 먼길을 떠났던 것이다.
비교적 한산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광양I.C로 나서자 그 유명한 순천만입구가 나타났고
예전에 서대회를 먹으려고 회원님들과 갔었던 박정택 대원의 고향근처 득량만,도 나타나고
드디어 고흥으로 가는 15번국도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15번 국도는 꼬불꼬불한데다 주변의 경관도 뚜렷하니 별게 없고
지리한 길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그나마 여름의 끝자락, 아직도 붉은 배롱나무가
가로수로 쭈욱 도열하여 우리 일행이 전라도에 입성했음을 느끼게 하였다.
팔영산, 소록도 등의 관광지 지명이 나타나고, 드디어 덕흥 해수욕장을 지나자 내나로도에 도착하였다.
거기서 연육교를 타고, 우주과학 센타가 있는 외나로도로 들어갔다.
시간이 늦어 우주과학 센터 입장은 불가할듯하여 모두들 아쉬워 하였고
하얀 노을 펜션에는 여섯시 경에 도착하였는데 이번에 펜션예약은 회장님이 손수 하셨었다.
그곳이 주신자 여사님의 고향마을 근처에 위치해있는지라 회장님이 수완을 발휘해서
바다가 바로 보이는 2층방 2개를 13만원씩 추가비용 없이 구하였노라 하시는데
회장님의 이런 모습을 우리가 얼마나 존경하는지 맨날 천날 고향까마귀 구박하는
신자언니는 당장 반성해야할꺼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창너머로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펜션에는 오이가 주렁주령 열려있고
하얀 참박꽃 사이로는 둥그런 박이초록빛속에 널부러진 한폭의 풍경화를 그리고 있었다.
경치만 좋은게 아니라 나중 먹어보니 펜션치고는 아침 음식도 정갈하였었다. ,
그러나 당장 도착한 날 저녁식사는 윤재희 산행대장의 소개로 외나로도의
헤밍웨이 프라자 횟집에서 했는데 이 먼곳까지 와서도 척척 맛집을 찾아내는 솜씨는 가히 경이롭다할까
주인이 직접 회를 떠 얼음 채운 아이스박스위에 썰어올린
찰지고 쫄깃한 광어는 그야말로 입에서 살살 녹았고 ...
9시, 다시 연육교를 타고 숙소가 있는 내 나로도로 건너왔다.
펜션에 짐을 풀고, 베란다에서 밤이 이슥하도록 맥주와 육포로 간만에 만난 주대장과 회포도 풀었고
기상상태가 좋지않아 다음날 있을 거문도 산행이 될 수 있을지 걱정도 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7시 기상. 펜션에서 제공해 준 시락국으로 아침을 먹었고,
일기가 안좋아 배가 뜰수 있으려나 걱정하는데 배가 뜬다해서
부랴부랴 8시 부둣가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8시 40분 나로도에서 거문도 들어가는 배를 탔는데 그 이름이 줄리아 아쿠아호 였다.
1인당 편도 뱃삮이 자그마치 2만 3천 500원!
적지않은 돈이다.
배에는 약 200명 정도의 인원이 탑승하였는데, 냉방도 잘 되어있었고 대형스크린 티비에서는
재미있는 프로도 하였건만, 태풍 때문에 너울이 심하여 배가 많이 흔들려서,
정작 1시간 10분 배를 탔었는데 너무나도 힘들고 긴 시간이었다.
배가 너울위에서 춤을 추며 흔들리면 여회원들이 대부분 노랗게 질려서 멀미를 해대는데
30분도 안되서 화장실 가서 토하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남회원들만은 다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는데
거 참 멀미라는게 여자들 전유물인가....정신없는 와중에도 별게 다 궁금하였다.
겨우 거문도 고도 선착장에 도착, 배에서 내렸지만 한동안은 딛고 있는 땅도 흔들흔들 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지글지글 염천아래 삼호교 다리를 지나자 덕천마을로 접어들어서
불탄봉으로 오르는 산행기점을 찾아내어 산행이 시작되었다.
산행초입, 남쪽지방이라 그런지 무화과 나무가 간간히 보이고, 동백나무 숲이 울창한 것이
뭍과는 사뭇 경치가 다른 것 같았다.
흑염소 방목지를 지나 7분 뒤 불탄봉 갈림길에 도착하였다. 비록 이정표는 없지만
안내줄이 있어 쉽게 찾을수 있었다. 게다가 10분이면 정상에 오를수 있다하니
이렇게 무더운날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하면서 일행은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불이 자주 나는 산이라는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불탄봉에 서자 동백숲 너머로
에메랄드빛 바다와 주변의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시야에 들어왔다.
땡빛에 덥다 덥다를 외치며 걷다보면 동백터널이 곧 이어지는데
한낮인데도 수십년 수령의 동백나무가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있어서
잠시 잠시 더위를 식힐수 있어 좋았달까!
11시 해발 195m인 불탄봉에 도착하였다. 햇살은 여름의 마지막 기세로
뜨끈뜨끈 지글지글거리고 일제시대 군사시절로 쓰였던 관측소를 지나자,
하얀 들국화와 억새가 가을초입임을 입증하듯이 바람에 반짝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육지보다 길게 자란 붉은 여뀌, 땅바닥을 기면서 납작하게 엎드린 보랏빛 달개비는 지천으로 널려있고
햇살아래 윤기나는 억새는 마구 산등성이를 휘젓고 있어 길들이 연방 잡목숲과 동백숲으로 이어졌다 끊어졌다.....
11시 45분, 우리는 보로봉으로 계속 직진하여 빠삐용이 뛰어내린 절벽과 같은 해안단애 위에서 사진을 찍었다.
12시경 신선바위에 도착, 그러나 선두는 이미 달아나고 없고,
오리들은 동백나무 숲속에 모여 모기에 뜯기면서 맛있는 사과를 냠냠...
쉬엄쉬엄 오르는데 선두에서 회장님이 도로 내려가자고 하신다. 얼쑤....
1시까지 식당에 내려와서 점심을 먹고 백도 가는 배를 타기로 하였는데,
백도 가는 배가 1시에 출발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선두역시 일부는 목넘이까지 갔지만 동양최대라는 거문도 등대까지는
차마 갈 시간이 안되었던 모양이었다. 거문도의 그 유명한 1박2일 촬영지인 등대를 먼 발치로만 바라보고,
산행을 중도에 포기하고 서둘러 유림해변가로 걸어나와 12시 40분경 드디어 모두 식당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식당에는 파리만 왱왱거리고 있고 점심 준비는 전혀되어있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실망한 대원들에게 그래도 백도 들어가는 유람선이 용케 뜬다는 낭보가 있어서
산행 접고 내려온 실망속에서도 조금은 기운이 났다.
서둘러 백도유람선 출발하는 곳으로 향하면서 좋은 님이 쑥개떡을 발견하였다.
하나 먹어보니 개떡이란 이름이 잘못된 듯....어린시절 맛보았던 개떡을
지금 이렇게 나이들어서 다시 먹어보다니... 그리운 무미한 짭쪼록한 맛이다.
백도는 거문도에서 28km떨어진 거리의 아름다운 바위섬으로, 왕복 2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백도를 보지 못하면 후회가 될 듯하여,
여회원들은 멀미하다 죽기야 하겠냐? 하는 각오로 백도 유람선에 승선하였다.
점심식사 대신에 붕어싸만코와 쑥개떡, 그리고 두유를 한잔씩 마셨기에
처음엔 가만히 가던 유람선이 바다가운데로 나가 마구 흔들리는데 점심먹은 위장까지 뒤 흔드는 것 아닌가?
옆 죄석의 마산에서 왔다는 관광객은 땅콩이며 오징어포, 사탕등을 나누어 주면서
친밀한 척 하건만, 금방이라도 게워낼 듯 속이 울렁거리다 보니
그 호의가 나중에는 경악으로 바뀔까 두려워 경치가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결국 아니나 다를까 검정비닐 봉다리 부여잡고 아침점심 먹은거 다 토하고
시쳇말로 똥물까지 다 게워내고 나서야 모든 사건이 다 끝났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안내방송 들으면서 멋진 폼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과 경치에 감탄하는 사람들과
어디나 가면 있는 남근숭배사상을 반영한 바위등이 나타났다사라졌다하고
하늘은 노랗고 어지러워 혼비백산 까무러친 여회원들에겐 설명도 들리지 않고 경치도 보이지 않았는데
정말 백도를 구경 한 것인지 저승에 갔다 온 것인지 모든 것이 의문스럽기만 했다.
안내원은 파도가 높아 백도의 뒤편을 구경 못 시켜드려 죄송하다고 사죄하는데
사실 구경보다 안전이 더 중요한 일인데다 이런 기후에 그나마 백도를 와 보기는 했으니
그만해도 다행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거문도에서 4시 30분, 오가고호를 타고 다시 승용차를 주차해놓은 나로도까지 나와야했는데
일부 토할꺼 다 토해버린 여회원은 억지로 배안에서 잠을 청했고
나중에 알고 보니 이때까지 별 징조없던 여회원들도 어지럽고 메스껍고 토가 나올려해서 진땀을 흘렸다고 한다.
일행은 나로도 선착장에 주차해놓은 승용차 3대에 각각 나누어 타고, 부산을 향하여 출발하였는데,
벌교의 꼬막정식으로 저녁을 먹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시
간관계상 헤밍웨이 프라자로 도로 들어가서 오징어 물회로 저녁을 대신하였다.
비록 차멀미와 배멀미로 괴롭고 힘든 여행이었지만, 천만 다행스럽게도
전라도 일대의 맛있는 음식들은 모든 고통을 잊게 해 주었다.
양태라는 생선을 말려서 찐 고기는 담백하고 맛이 있었고,
된장에 무친 고구마줄거리, 사과를 갈아 넣고 삭힌 시원한 열무김치등
한결같이 모든 음식이 다 맛깔스러웠다. 그리고 오징어 물회 역시 상큼하고 시원하였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나서(민재는 못먹었음. 배멀미를 너무 심하게 한 후유증으로.
대신에 남 회원들이 멀미에 좋다고 우기면서 소주를 연거푸 몇 잔 권하는 모습이 보였다)
부산을 향해 출발하였는데, 멀미로 녹초가 된 여회원들은 정신없이 다운되어 내내 차안에서 잤고
기사들은 피곤을 무릅쓰고 운전을 계속 ....다행히 차는 거의 밀리지 않아
9시쯤엔 부산에 들어올수 있었던 것이다.
숭악 산행중 가장 힘든 산행이었달까...
그래도 그 와중에 몇몇분을 뒤쫒아가서 갈치 깨끗하게 말린것 두 손을
얼음채워서 스치로폴박스에 사 담아온 것이 마냥 흐믓하다.
뱃멀미 가라않으면 찜솥에 쪄서 남도의 맛을 느껴볼터이다. 어른들에게도 대접하고 ...........
1박2일 거문도 산행은 사실 다녀와보니 너무 먼 거리였고,
시간적으로도 한가로이 구경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고흥에는 비자나무 숲도 유명하고, 마복산 기암절경과 천등산, 소록도, 우주천문 과학관,
청소년 우주 체험센터 등 볼꺼리들이 즐비한데 1박 2일로는 다 댕겨보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기상 악조건 속에서도 일치단결하여 거문도산행과 백도 유람을 하였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듯하고.....
그동안 계획짜고 고생하신 총무님과 회장님 그리고 산행대장님,
먼길 운전한다고 수고하신 기사님들... 거듭 거듭 감사합니다.
가기 힘든 거문도 ....비록 고생길이었지만
숭악 아니면 어찌 위로받을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멀미약도 나누어 먹고
나란히 토하고 그렇게 널부러진 주제에 서로 걱정하고 위로하던 여행길......
아마 절대로 잊지못할 겁니다.
먼훗날 한가하니 시간날 때 그때는 1박2일이 아니라 일주일 쯤
느긋하게 구경하고 유람하면서 다시 찾아볼 것을 다짐하며 긴 산행기를 마치는 바이다.
2011. 09. 20
숭악 사관 書
|
첫댓글 역시 천재적 이야기(말)꾼이다.아니 수다가 이런 것인가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하다. 나같으면 열 줄을 못 채울 이야기를 이렇게 거짓없이 풀어내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정정사항-인원은 13명(돼지숫자 세기)이고 담백한 맛의 낭태는 양태라고 더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음.그리고 열무김치비법은 나중에 알려주겠음. 수고했어요. 멀미엔 귀미테가 최고인데 너무 몰랐네.먄.
지나고 나니 고생이 재미로군요.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열무김치 비법 진짜 나중 꼭 알려주시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