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술과 여자' 를 찾는 이유
외형상으로 볼 때 남자의 선은 투박하고 강해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남자의 내면은 섬세하고 상처받기 쉬운 감성으로 가득 차있다.
반면 남녀를 구분지을 때 남자는 여자에 비해 공격적으로 표현된다. 공격적인 기질이 정말 용감하고 책임감 있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자에 비해 겁이 많고 자기 방어적인 남자들은 그런 것들을 감추기 위해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보이기를 원한다. 그것은 눈동자에서도 나타나듯이 겁 많고 피해의식에 젖어 있는 흑인들이 의외로 자주 가해자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남자들은 일을 저지르면서 마음속으로 아내가. 애인이 자기들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합리화시킨다.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사실 현실적으로 조금만 신경 써주면 가능한 것들이다. 그러나 남자들은 변덕스러운 어린아이처럼 여자들에게 불가능한 많은 것들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 자신들조차 설명하기 힘든 이상적인 것에서 어긋나면 끝도 없는(사춘기의 반항아처럼) 방황을 시작한다.
너무논리적인 아내, 숨막혀 바람 피웠던 J
대학시절부터 5년의 교제기간을 거쳐 10년의 결혼생활을 한J(33세)는 가정적으로나 직업적으로 부러울 것이 없다. 아내는 대학원 졸업 후 시간강사를 하며 아들 하나를 낳았다. 외모도 수준급이고 이지적이며 살림꾼인 아내를 둔 J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독차지하였다.
그러나 어느 날 부터인가 J는 아내와는 모든 면에서 비교도 안 되는 천박한 여자를 만나기 시작하였다. 학창시절 때부터 줄곧 신랑감 1호로 꼽힐 정도로 매사에 중용의 도를 지키던 선배 J의 행동에 주위사람들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대는 어떤 대화도 통할 것 같지 않은 어린 나이의 여자인데다 그녀의 직업이 호스테스인 줄 알았을 때는 더욱 놀라웠다.
나는 내심 J가 잠시 육체적으로 즐기는 상대일 것이라고 위안을 삼았지만 그 만남은 그렇게 보기에는 무척 오래 가는 것이었다. 도대체 J는 아내의 어떤 모습 때문에 그런 여자를 만날까? 나중에야 알았지만 아내가 너무 냉철하고 이지적이기 때문이었다. 결혼해서 10년이 되도록 큰 소리 한번 안내고 차근차근 이치를 따져가며 논리적으로 얘기하는 아내에게 숨이 막혔던 것이다.
실제로 행동은 못하면서 지적인 척만 하는 꼴불견인 아내와는 정반대 성향의 여자와 바람을 피웠던 것이다. 한번이라도 아내가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감정에 충실하게 행동하여 준다면 J는 돌아갈 것 같았다. 그렇다고 J는 아내의 관심을 끌려고 의도적으로 외도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진심으로 그 천방지축인 어린 여자에게 마음을 주는 눈치였다. 이럴 때 J의 아내는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까? 마릴린 먼로의 천치같은 웃음을 배우러 학원이라도 다녀야 할 입장이다.
센스 없고 애교 없어 밖으로 나돈 K
중매결혼을 한 친구 K가 있었다. 결혼 전에 사귀던 여자도 몇 명 있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깊은 사랑으로 이어진 관계는 없었다. 5살 연하의 착하고 예쁜 여자와 결혼하게 된 K를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양쪽 집안이 부유한 덕에 그들은 또래에 비해 좋은 조건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였다. 신혼초에 그들은 늘 같이 다니며 재미있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결혼한 지 반년도 채 안되어 K가 늘 술에 취해 혼자 다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늦은 시간까지 귀가하기 싫어서 이 친구, 저 친구를 술좌석에서 붙잡고 늘어지는 K에게는 불만의 모습이 잔뜩 그늘져 있었다. 중매결혼이었지만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며 자랑하던 K였기 때문에 원인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하였다.
"왜 그렇게 둔한지 모르겠어. 매사에 센스가 없고 어리광만 부려, 아내가 아니라 마치 딸을 키우는 기분이야."
어느날 K는 나에게 자기 심정을 얘기하였다,
"그렇게 안보이던데. 옷도 잘 입고, ,,."
나는 느낀대로 얘기하였다.
"내가 말하는 센스는 멋을 잘 부리는 것하고는 틀린 거야. 너무 답답해. 가르치려 해도 남자인 내가 일일이 잔소리할 수도 없잖아."
그의 말인즉 그녀는 시키는 것만 하는 로봇같은 여자라는 것이었다. 가령 만원의 돈으로 선물을 준비할 때 그녀의 머릿속에는 제과점 케이크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단돈 몇 천원만 주고도 근사한 샴페인을 살 수 있는 것을 전혀 모르는 여자였다. 집안 살림도 여지껏 신혼 첫날 친정어머니가 배치한 그대로 지내며 좀 더 낫게 해보려고 시도도 안 해본다는 것이다. K의 얘기를 들으며 결혼 후 가졌던 술좌석에서의 그녀 행동이 떠올랐다. 모두들 재미있게 떠들 때 그녀는 멍청하게 앉아 있었다. 쑥스러워서 그러려니 했던 나는 K의 말을 듣고 그의 답답함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K가 여자친구인 나에게 차마 말 못하는 침실에서의 문제도 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갔다. 아마 매일 밤 막대기와 함께 잠자리에 드는 기분일 것이었다. 집에 일찍 들어가면, 심하게 잔소리를 해댈 자신이 싫어서 될 수 있으면 술에 취해 들어간다고 하였다. 나는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K가 혹시라도 룸살롱 같은 곳에서 남자의 가려운 곳을 기가 막히게 긁어주는 호스테스에게 빠질까봐 내심 걱정이 되었다. 사람들하고 어울릴 때 같이 나가기가 창피한 아내, 어쩌다 말이라도 하면 분위기 안 맞는 소리만 내뱉는 그런 아내 때문에 그는 점점 초라해져갔다.
아내의 지나친 독선과 오만으로 귀가 거부한 Y
40대 초반의 화가인 Y는 아내와의 갈등의 골이 무척 깊었다. 아예 작업실에서 그림을 핑계로 집에 들어가기를 철저히 거부하는 Y. 어느 날 나에게 서슴지 않고 아내와의 문제를 하소연하였다. 다시 태어나면 절대로 결혼은 안하겠다고 거듭 말하는 Y는 동정심마저 불러 일으켰다.
결혼 초기에는 미처 몰랐던 Y는 시간이 갈수록 아내의 탐욕스러운 기질을 발견하게 되었다. 시댁식구들에게도 수입이 일정치 않은 화가 남편과 산다는 이유로 위세를 부리고, 손아랫동서가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에 대해서도 손톱 만큼의 감사함도 못 느낀다는 것이다. 그런 것이야 빠듯한 가계사정으로 인한 자격지심이라고 쳐도. 매사에 지나친 욕심과 독선을 부린다고 하였다. 자기만 옳다고 우겨대어 대화가 단절될 때면 죽이고 싶을 정도로 혐오스럽다는 과격한 표현도 하였다. 모임이나 잔칫집에 가서 하다못해 먹는 음식에서도 욕심을 부릴 때면 Y씨는 민망함을 견딜 수 없었다. 다른 여자들의 옷과 액세서리를 눈을 번뜩이며 살펴보고, 집에 돌아와서는 중얼중얼 그 돈 주고 그런 것을 산다고 그들의 흉을 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남에게 베풀 줄 모르고. 자기 것만 소중한 줄 아는 그런 아내에게 과연 자식을 잘 키울 소양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었다. 차마 이혼을 입에 못 올리는 심약한 Y가 무척 외로워 보였다. Y는 덧붙여 그림을 가르쳐오면서 접한 많은 중년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점을 얘기해 주었다. 여자들은 점점 나이가 들수록 수치심을 잃어간다고 하였다. 살찌고 주름이 많아지는 등의 외모의 변화는 세월의 흔적이라 그다지 거부반응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중성이 된 듯한 행동의 변화는 무척 보기 흉한 것이다. 소녀다운 조금의 수줍음이라도 간직하고 있는 여자가 보기 좋다고 하였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수다스럽고. 거친 말투와 저돌적으로 변해가는 중년의 여자들은 같은 여자라도 정말 싫어질 것 같았다.
그런 것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편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거창한 노력보다는, 아주 일상적이고 쉼게 넘어갈 수 있는 작은 행동부터 조심해야 될 것이다. 나에게 6년 후배이고 위에서 언급한 Y와는 15년의 차이가 나는 H의 얘기가 생각난다.
"누나, 나는 밥 많이 먹는 여자하고는 절대 결혼 안할 거예요. 저희 어머니도 밥 많이 먹는 여자가 싫대요."
나는 그때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무척 감각적인 모자지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을 살아온 H의 어머니의 말에는 많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들이 표현하는 "밥"에는 여자들이 갖는 무모한 탐욕스러움이란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아내의 의부증 때문에 방황한 L
연애결혼이며, 속도위반으로 서둘러 결혼한 L이 있다. 젊은 나이에 건설업으로 많은 돈을 번 L은 늘 표정이 밝지 못하였다. 반면에 그의 주변에는 여자들이 많이 맴돌았다. 젊고 능력 있는 남자 주변에는 독버섯처럼 여자들이 꼬이는 것을 익히 보아온 나는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의 고질적인 바람둥이, 유부녀이건 어떤 사람이건 마음에 드는 상대라면 무조건 만나는 젊은 남자들. L도 그런 부류 정도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L의 가까운 측근에게서 들은 얘기는 나의 추측과 틀린 것이었다.
의부증. 그런 단어를 L의 아내에게 들이대면 펄쩍 뛰며 부인할 것이다. 부부간이건, 연인사이건 믿음이 없어지고 자기만의 상상이 가미된 조그만 의심이라도 의부증은 의부증인 것이다. L은 20대 초부터 30대 중반까지 한눈 한번 팔지 않고 열심히 일만 하며 오늘의 사업체를 이루었다. 일에 미친 남자, 그리고 술은 입에도 못대는 남자가 맨 정신에 늦게 들어올 때면 그의 아내는 그가 필시 바람을 피우고 오는 것이라고 상상을 하였다. 점점 늦을 때마다 닦달의 도가 심해져 L은 같이 야근했던 직원들을 통해 확인시켜주기도 하였다. 직원들 보기가 창피하고 억울하였지만 일 때문에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것을 인정하여 모든 것을 감수하였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아내와의 성관계도 뜸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피곤에 지쳐 잠든 L은 새벽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때 자기 몸 위에 발가벗고 올라와 있는 아내를 발견한 이후로는 그는 일이 없어도 집에 일찍 들어가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어린아이를 시켜 회사로 전화하고, L앞에서 일부러 아이들을 호되게 다루곤 하였다. 그때부터 L은 여자를 사귀기 시작하였다. 자기의 일을 성취시켰다는 만족감 뒤에 돌이킬 수 없는 허무와 공허감을 느낀 것이다. 그 아내가 의심하던대로 그는 여자들을 만났던 것이다. 그녀의 의심은 점점 깊어지고 남편에게 폭력도 행사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L은 편안한 여자를 찾아 헤맸다 순진한데다 일만 아는 남자를 참고 못 기다린 그녀는 남편을 집밖으로 내모는데 완벽하게 성공하였다.
위의 사례 이외에도 뛰어난 미인을 아내로 둔 남자들의 방황을 많이 보았다, 남자들 간에 떠도는 야한 농담이 하나 있다. "미인은 잠자리에서 별 볼 일 없다." 농담이라고 하기에는 뜻깊은 얘기다. 사랑을 많이 받고 싶으면 더 많은 사랑을 듬뿍 줘야 하는 것이 이치다. 자기의 아름다움을 무기로 오만한 태도로 대접받으려고만 하는 여성들을 남성들은 원치 않는다. 그리고 남자들은 아내에게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제일 못견뎌한다. 그래서 그들은 술을 마시고 완력을 행사하기도 하며, 폭언을 함으로써 자기의 존재를 확인하려 한다. 남자들은, 여자들이라면 참고 살아오는 일에도 크게 상처받고 술과 여자 등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어 자신의 불만족을 해소한다. 방황하는 남자들의 사연을 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 남자들의 반란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이 없다. 점점 멀어져가는 남자를 가까이 오게 하는 방법은 단하나 그것은 남자를 변화시키기 전에 여성 자신이 탈바꿈을 하는 것. 내 남자라는 지나친 소유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애정은 짧은 순간에 끝나기도 하지만. 우정은 그보다 영원하다. 왜냐하면 친구에겐 원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늘 있어만 주어도 감사한 존재이기도 하다.
남자건, 여자건 결혼 후 몇 년이 지나면 매너리즘에 빠져 편한 신발처럼 타성에 젖어서 살게 된다. 그런 현상이 부부관계의 파괴라고 생각하여 조바심하고 안달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편한 열정에서 벗어나 영원한 동반자로서 남편을 받아들이는 시기로 생각하는 것이 현명하다.
애틋함, 참신함은 소유하게 됨으로써 소멸되어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유지하고 싶으면 남편이 자기의 생각대로 움직여야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분명히 타인임을 인정하면 된다. 포르트 자르텔(스타킹을 고정시키는 속옷)을 입고 와인과 음악을 준비하고 은은한 조명으로 남편을 기다리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남편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갖추는 일이다. 늘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남편을 도와줄 때 남편들은 더 이상 술잔에서, 다른 여자의 품에서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으려하지 않을 것이다.
또 남편에게 영원히 매력적인 여자로 남으려고 기를 쓰기보다는 고향같이 편안한 여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차피 남자들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아내에게 여자로서의 호기심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자기 아내가 패션모델처럼 멋진 여자이기를 바라기 전에 현모양처로 영원히 남아주기 바란다. 그것이 진실이고 보편적인 것이라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무리가 없지 않을까. 남자들이 갖고 있는 모순들을 상식적으로 해석하여 거부할 때 어쩌면 당신은 영원히 타인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