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공은 지극히 둥글다. 바닥과 쿠션은 매끈하지만 얼음이나 유리와는 달리 마찰력이 꽤 크다. 이 두가지만 잘 생각해도 테이블위에 구르는 공의 성질은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즉 가장 기본적인 성질은 바닥의 마찰력으로 인해 많은 부분이 앞으로 굴러가는 것이다. 테이블위에 쿠션이라는 고무 성분의 벽이 없거나 최초 큐에 의해 움직임이 시작되는 시점아니면 앞으로만 굴려가려는 성질로만 힘이 없어질 때까지 굴러갈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쿠션이라는 벽이 있다. 고무쿠션의 높이는 공의 중간 높이가 아니라 약간 윗 부분에 닿게 해놓았다. 그 이유는 중간높이로 해놓으면 아마 공이 테이블위를 날라 다닐 것이다. 굴러가는 공을 정면 또는 옆에서 공의 윗 부분을 부드럽지만 탄력있는 성질의 고무벽으로 탁 치는 것이다. 즉 공의 에너지방향 전환이 이루어진다. 공이 앞으로 굴러가려는 힘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부딪치는 고무의 각도가 직각(정면)에 가까우면 가까울 수록 방향전환의 충격이 크다. 충격이라 함은 순하게 굴러가던 공이 잠깐 어쩔줄 모르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테이블 위에서 공을 세게치면 칠 수록 쿠션에서 방향전환의 충격으로 인해 '팅'하는 소리와 함께 공의 속도가 잠깐 동안 빨라지다가 이내 또 바닥의 마찰력으로 인해 제정신을 차리고 굴러간다. 약간의 힘에너지를 뺏겨가면서.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살펴본다. 직사각형의 테이블에서 공이 굴러가면 수직 방향으로만 충격을 받는다면 짧은 쿠션끼리 또는 긴쿠션끼리로만 왔다 갔다 하다가 금방 멈춰버린다. 수직방향의 충격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45도 처럼 비스듬히 긴 쿠션으로 앞으로 굴려보면 처음에는 충격이 크다가 점점 충격이 작아지는 것은 위와 동일하지만, 공의 옆면을 마찰이 있는 고무쿠션 나사지에 부딪쳐서 마찰저항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회전을 먹게 된다. 이 회전으로 인해 굴러가면서 방향전환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하면서 무회전으로 같은 쿠션을 왔다 갔다하는 거리보다 훨씬 더 멀리 굴러간다. 그런데 큐의 팁 마찰력으로 공을 치면서 공의 중간 부분이 아니라 좌우 옆을 쳐서 순방향으로 위 처럼 굴리면 처음부터 방향전환충격이 적게 출발할 수 있어 더 멀리 공을 굴려보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원천적으로 공은 자연스럽게 회전을 먹고 굴러가게 되어있다'는 뜻이다. 이 때 자연스럽게 굴러가는 공에는 앞으로 구르려는 성질과 옆으로 회전하려는 성질이 적절히 섞여있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큐로 공의 하단을 쳤을 때도 약하게 치면 칠수록 하단으로 친 역회전의 영향으로 인해 굴러가지 않고 미끄러져가거나 역회전을 먹고 앞으로 가는 구간이 짧다. 바닥의 마찰력이 역회전의 힘을 이겨내는 순간부터 앞으로 굴러가려는 성질로 바뀌는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멀리 있는 공을 하단 당점으로 끌어치거나 짤라치기 할 때 힘 부족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이 현상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부드럽게 공을 굴리면서 치고 싶을 때 중간 당점보다 상단을 주고 많이 치는 이유이다. 여기서 앞으로 굴러가려는 성질과 앞으로 가려는 성질은 다르다. 처음에는 한 쪽이 많다가 굴러가면 갈수록 자연스럽게 섞여서 함께 줄어든다.
정리해 보면 이렇다. 공이 굴러가는 성질에는 '앞으로 구르려는 성질', '앞으로 가려는 성질', '옆으로 회전하려는 성질', '뒤로 굴러 오려는 성질', '방향전환으로 튕기는 성질'이 있다. 앞으로 구르려는 성질은 앞에서 말했듯이 자연스럽게 나중에 나오지만 제1적구를 맞고 난 뒤에 수구의 공의 변화를 위해 그 힘이 빨리 필요할 때나 더 필요할 때 상단을 주고 치는 데 활용된다. 그리고 앞으로 가려는 성질은 기본적으로 큐로 공을 맞춘 시점에서의 큐스피드와 큐와 팔의 근력힘으로 내미는 거리와 강도에 따라 좌우된다. 옆으로 회전하려는 성질은 공의 중심에서 좌우로 거리가 멀면 멀수록 많이 생기며, 부드러우면 부드러울수록 더 많이 생성된다. 뒤로 굴러 오려는 성질은 공의 하단으로 가면 갈수록 부드러우면 부드러울수록 더 많이 생성된다. 방향전환으로 튕기는 성질은 앞에서 말했듯이 쿠션에 입사하는 공의 각도가 90도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공의 스피드가 크면 클수록 많이 생긴다.
추가하면, 굴러가는 공의 회전으로 생기는 변화는 쿠션의 각도가 크면 클수록 즉 수직에 가까우면 가까울 수록 심해진다. 회전의 영향은 공의 속도와 반비례한다. 즉 회전을 아무리 많이 주고 쳐도 속도가 크면 많이 준 회전만큼 크게 꺽이지 않는다. 응용하면 제1적구를 두껍게 맞을수록 수구의 공은 앞으로 가려는 성질 즉 속도가 작아져서 회전의 영향을 더 받는다.
왜 이렇게 공의 성질을 거론하느냐 하면 향후 배치된 공을 이해하고 물리적 성질을 이용하여 샷을 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자주 언급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성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섬세하고 아름다운 당구세상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