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일 7월6일(수) 오따->롬->게이랑에르->피얼란드 ->뵈이야->라르달->포데
* 노르웨이 게이랑에르 피오르드, 뵈이야 빙하 및 빙하 박물관
아침 05:30 모닝콜, 06:30 조식, 07:30 출발이다. 오따의 날씨는 바람도 불고 쌀쌀했다. 얇은 패딩 점프를 꺼내 입고 아침 산책을 나갔다. 호텔 주변을 잠시 둘러보니 풍광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그러나 이 마을의 풍광과는 달리 오따라는 이름은 슬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중세 시대 전 유럽에 만연했던 흑사병으로 인해 마을 주민이 8명만이 살아남아 노르웨이어로 8을 나타내는 오따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 일정은 이번 북유럽 여행의 하이라이트 가운데 하나인 피오르드를 보러 가는 것이다. 피오르드(Fjord), 나는 이번 여행 전까지는 이 단어를 알지 못했다. 사전을 찾아보니 “내륙 깊이 들어 온 만” 인데 노르웨이어로 “피오르드” 라고 한다고 되어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찾아보니 “100만 년 전 빙하기에 내륙의 산맥을 뒤덮고 있던 거대한 빙하들이 간빙기를 거치며 중량을 이기지 못해 바다로 밀려 내려가면서 깊은 계곡을 만들고, 이 깊이 패여 형성된 계곡에 바닷물이 차오른 것” 이라고 한다.
이 독특한 자연 현상은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그린랜드,앨라스카, 칠레 등지에서도 찾아 볼 수 있으나 노르웨이에 가장 많고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오늘 우리는 노르웨이 서부 피오르드 중 절경을 자랑하는 게이랑에르 피오르드를 보러 가는 길이다.
오따에서 게이랑에르 피오르드로 가는 길은 좁은 산길이었다. 오따를 떠난지 약 1시간 반 후에 우리는 롬(Rom)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에 정차하여 잠시 쉬었다. 롬은 12세기 초 바이킹들이 영국 침략 전투에서 루터교를 받아들인 이후 교회를 세우고 신앙생활을 시작했다는 작은 촌락이다. 마을 어귀의 스타브 교회( Stave Church) 앞에서 정차했는데 이 교회가 바이킹 시대에 만들어진 전국의 교회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20여개의 교회중 하나라고 한다. 건립당시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짜 맞추어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바이킹들은 용을 자신들의 수호신으로 믿었는데 기독교를 받아들인 이후에도 교회의 지붕 끝마다 작은 용두 조각들을 만들어 용이 악마로부터 교회를 지켜주길 바랐다고 한다. 민족 고유의 토속 신앙과 외래 종교의 결합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의 하나인 것 같다.
롬을 지나 버스는 게이랑에르 피오르드를 향해 달렸다. 좁고 경사를 오르는 산길이었지만 운전기사는 능숙하게 차를 몰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고용된 기사가 아니라 차주였다. 그는 이 같은 대형 관광버스를 10대나 운영하는 사장님이라고 한다. 사장인 자신이 이렇게 직접 운전대를 잡고 나섰으니 손님들에게도 친절하고, 손수 짐 가방을 정리하거나 챙겨 주는 등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는 우리 모두에게 오너와 직원의 차이가 어떻게 다르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버스가 고지대로 오를수록 풍경이 변했다. 차창으로 보이는 산맥의 중턱은 안개 속에 잠겨 있고 안개위의 산정에는 만년설과 빙하가 뒤덮고 있다. 여름철이면 빙하는 녹아 물을 흘려보내 호수를 채우고, 고지대의 호수들은 평지로 떨어지며 거대한 폭포를 만들어 낸다. 신비롭고 황홀한 자연 현상이다. 우리는 빙하가 남아 있다는 해발 1,016m의 한 호수( 지도상에는 Djupvanter 호수 )에서 잠시 정차했다. 5분간의 포토타임이 주어졌다. 우리는 서둘러 사진을 찍었다. 두 손을 번쩍 쳐들어 만세를 부르는 자세를 취했다. 우리 일행들은 빙하를 이고 있는 산과 잔잔한 호수, 호수 면에 비치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어린 아이들처럼 즐거워했다. 자연의 신비로움 앞에서 기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내가 대 자연 속으로 자연이 내 속으로 들어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북유럽 여행의 가장 큰 보람인 것 같다.
정상 부근에서 안개 속을 뚫고 하산하는 길은 매우 좁고 꼬불꼬불했다. 산길을 오르는 차를 겨우 비켜 갈 수 있는 좁은 길을 내려가는 동안 버스는 천상에서 구름을 뚫고 지상으로 내려가는 듯 했다. 한참 동안의 곡예운전 끝에 우리는 게이랑에르 피오르드의 선착장에 도착했다. 차내에서는 모두들 사진 찍기에 바뻤다.
눈앞에 펼쳐진 게이랑에르 피오르드는 여행사의 홍보 광고에서 사진으로 본 것 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사진이 더 아름다운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그 반대다. 나는 버스가 유람선( 버스도 싣고 가는 페리 )을 타자마자 갑판으로 올라갔다. 갑판에는 먼저 온 승객들이 많았다. 유람선은 수심이 깊은 피요르드 물위로 잔물결을 만들며 협곡 속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배가 속도를 내자 협곡에서 찬바람이 불어왔다. 선미에 꽂혀 있는 적색바탕에 청색 십자가를 그린 노르웨이 국기가 펄럭였다. 국기 위로 일단의 갈매기들이 날개 짓을 하며 날아들었다. 갈매기들이 풍경에 운치를 더했다. 한참을 달리자 협곡의 왼쪽 산정에서 큰 물줄기의 웅장한 총각폭포가 나타나고 이어서 왼쪽에 깎아지른 듯한 높은 낭떠러지 바위틈으로 일곱 가닥의 물줄기를 이룬 칠 자매 폭포가 나타났다. 총각은 칠 자매에게 차례로 청혼했으나 모두에게 거절당해 술로 세월을 보내다 마침내 폭포가 되어 마주보고 있다는 전설을 만들어 낸 폭포들이다. 이곳의 웅장한 폭포와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연간 60-70척의 유람선이 이 협곡을 운항한다고 한다. 우리는 총 16km의 이 피요르드 구간 중 헬레쉴트까지 유람했다.
헬레쉴트에서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피얼란드 터널을 지나 뵈이야 빙하에 도착했다. 뵈이야 빙하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빙원이라고 하는 요스텔담 빙원의 한 자락이라고 한다. 빙하는 산정에서 경사진 계곡 아래로 걸쳐 있어 관광객이 접근하기도 어렵고 크기도 생각보다 작아 실망스러웠다.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유여행이었다면 빙원이 있다는 산정에 올라가보고 싶었다. 빙하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고여 강이 시작되는 지점까지 걸어갔다. 길섶에는 노란 야생화들이 한들거리고 숲 속에서 맑은 개울물이 세차게 흘러 나왔다.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얼음 조각들이 강물에 밀려 떠내려간다. 짧은 여름동안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일 것 같다.
빙하에서 조금 내려오니 빙하 박물관이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빙하의 생성과정 등을 보여주는 3채널 영상을 관람하고, 박물관 정문 앞에 설치된 거대한 맘모스 상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빙하 박물관을 떠나 버스를 달려 송네피오르드의 뱃길(10분)을 거쳐 차창 밖으로 비치는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며 포데로 이동했다. 포데 Grandane Hotel 로비에는 긴 코와 우스꽝 스러운 모습을 한 "토르" 신이 마법의 벨트를 걸치고 야구 방망이 처럼 생긴 철퇴를 어깨에 걸치고 우리를 맞이했다.
첨부 동영상 : 노르웨이 게이랑에르 피오르드와 뵈이야 빙하(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