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 슈이(周書毅) 안무의『삶이란』
초우 텅옌(周東彦) 감독의『텅빈 기억』
2013년 5월 12일(일) 오후 2시, 6시, 두리춤터 블랙 박스에서 대만 무용계의 라이징 스타 조우 슈이(周書毅,Chou Shu-Yi) 안무의『삶이란, About Living』과 그가 출연한 초우 텅옌(周東彦,Chou Tung Yen) 감독의 영상 『텅빈 기억, Emptied Memories』가 공연되었다.
비주얼 아티스트 왕충건(Wang Chung Kun),조명 디자이너 린 칭주의 빛(조명)의 분할과 같은 디테일은 집중과 신비감을 낳으면서 ‘삶’의 독창적 해석에 일조했다.
조우 슈이는 2009년 영국 새들러 웰스 글로벌 댄스 콘테스트(Sadler's Wells Global Dance Contest) 우승자로 전 세계에 알려졌지만 한국에서는 미지의 춤꾼 이었다. 그의 첫 내한 공연은 대만에서의 자연친화적 삶과 현대 사이의 갈등이거나 긴장이라는 ‘삶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 점에 있어서 그 의의를 둘 수 있다. 집중과 몰입을 유도하는 젊은 춤 철학자 조우 슈이의 역무(力舞)는 기교와 움직임만을 강조하는 춤 풍토에 경종을 울린다.
정교하며 새벽 울림 같은 옅은 핸드벨 소리, 움직임은 빛의 영역과 어둠의 영역으로 양분된다. ‘빛’이란 화두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현실과 가상공간을 창조해내기 위해 두 개의 무대용 전구가 설치된다. 조우 슈이는 삶과 빛의 관계를 잘 알고 있으며, 이것을 표현해 내기위해 이 세상의 추상적인 부분과 구체적 부분처럼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을 회전하게 만든다. 해, 달, 인생자체가 도는 것처럼 말이다.
사내(조우 슈이)는 정면을 향해 의자에 앉은 채 분필로 뒤쪽 면에 낙서를 한다. 그 앞에 다가올 세상에 대한 불확실성, 삶에 대한 두려움, 옅은 종소리 말고는 침묵이 지속된다. 암전, 빛을 상징하는 대형 전구 서 있는 사내, 흔들고 떠는 다양한 손 움직임, 조명의 편각 미묘한 심리를 잡아낸다. 복합적 현대음(音), 사선을 감싸 안으며 영어 대사가 흐른다. 지속적 손 움직임, 빛은 일렁이고 사운드가 갑자기 중단되고 서서히 전구 밑에 앉는다.
“죽음과 비교했을 때 삶이란 나에게 더 무거운 짐이다.” 2003년에 데뷔한 대만의 대표 젊은 안무가가 삶에 대해 고민하며 부닥치는 현실이다. 나라와 지역을 떠나 춤꾼, 아티스트로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다. 『삶이란』은 빛과 삶의 공존을 통한 삶의 진실을 보여준다. 빛을 삶의 존재로 여기는 것, 특히 내안의 빛을 성찰하는 것이야말로 살아가는 진정한 가치로 여기는 안무자의 생각이야말로 건강한 삶의 방식이다.
인물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작은 개울소리, 구르기, 조명의 느린 움직임 ,역광으로 다가오는 빛 아래 손만 부각되고, 전개되는 느림의 미학, 의미심기, 두 개의 전구 , 빛이 잇는 부분에서의 연기, 역삼각형으로 들어오는 조명, 이윽고 전체조명, 모든 잡상에서 벗어나 살아있고 바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린다.
가벼운 피아노 소리, 움직임은 물고기로 기며, 원숭이로 돈다. 진지하게 산다는 것의 중요성이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빛의 확장과 전이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사유의 춤은 미정(未定)의 삶의 아둔함을 보였던 낙서를 다시 보여준다.
무용수의 움직임과 빛을 이용한 설치미술로 이미 잘 알려진 조우 슈이는 기존 장르와 다원 및 실험 장르를 창조하는 안무가이자 춤꾼이다. 2010년에는 덴마크 크로스커넥션 발레 안무 대회에서도 동상을 탄 바 있다. 그의 대표작 『몸으로 출발, Start with the Body,2008』,『1875 Ravel and Bolero, 1875 라벨의 볼레로, 2010』,『삶이란, About Living, 2012』는 번갈아 런던, 뒤셀도르프, 베를린, 파리, 아비뇽, 뉴욕, 덴마크, 도쿄, 북경, 싱가포르 등지에서 공연된 바 있다.
누운 자세에서 가볍게 흐르는 음악, 다리를 꼰 상태에서 조명 다시 들어오고, 꺼진 두 개의 전구, 미래를 향해 전진하겠다는 뜻의 떨림, 오감으로 향유하는 인간들은 생의 종말까지 자신의 이승에서의 마감일(반성과 성찰)을 알지 못한다.
조우 슈이는 독무『삶이란』을 통해 삶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을 살펴보는 방법으로 자신의 몸을 의문의 대상으로 설정한다. 그는 세대가 점점 바뀌어 왔으며, 문화와 전통이라는 것도 우리의 몸과 결부되어 섞인다는 것을 인식한다. 독무로 자신의 사고를 표현, 경계와 제한 없이 의문점을 탐구하면서 소통의 장을 열어둔다.
『몸으로 출발』(2008)은 홍콩에서 초연된 17분짜리 작품이다. 일 년 반 이상을 방황한 뒤 조우 슈이는 60분짜리 솔로 작품 『부닥침없는, Faceless』를 발표하면서 환경(사회)과 자신(춤) 사이의 흥미로운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자신의 문화적 자양분 축적과 신체로서의 몸을 재천명하고 춤과 삶에 대한 입장을 표현해내었다. 우리가 보지 못할 때조차 필요한 빛, 인간이라면 최소한 있어야 할 그 빛의 도덕률은 논어를 닮아있다.
조우 슈이와 영상작업을 해온 초우 텅옌 감독의『텅빈 기억』은 움직임과 공간의 실험적 여정을 보여준다. “비어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기억 속에서 무엇을 기억하는가?”라고 철학적 명제 던진 이 작품은 의식의 흐름을 추적, 3년간의 댄스 비디오작업을 보여준다.
파노라마 뷰의 다양한 도시 모습 속 안에서 무용수의 흔적들이 왜곡된 렌즈를 통해 담겨진다. 춤과 영상의 만남은 꿈으로부터 시작된 현실과 환상 그 사이의 여정이 마지막 기억의 빈 곳 까지를 호기심으로 가득 채운다.
초록 웨이브의 영상, 플로로그처럼 다가오는 공적(空寂) 기억, 풀 샷으로 잡힌 들판과 나무, 풀, 차창에 잡힌 바닷가, 차창의 얼굴, ‘초록을 기억하라!’는 가벼운 메시지, 서정적 비주얼은 수평의 속도감과 가벼운 움직임으로 거대한 초록과 코발트를 삼킨 바다를 이상향으로 삼는다. 뒷모습, 일상의 도시로 진입한다. 조형감을 실은 실내의 이미지 왜곡, 그 사이로 등장하는 사내(조우 슈이), 가벼운 뒤틀림 원(圓)의 의미가 부각된다.
대만적 특징으로 장착된 초우 텅옌 감독의 왜곡의 틈새에 놓인 바다, 방, 산하를 두고 벌이는 공간적 이미지 확대와 이식은 심연의 신비감을 창출한다. 혼돈과 혼재의 대만과 나 자신과의 동질 혹은 이질 들추어내기를 통해 연상과 합일을 꿈꾼다.
디지털 이미지 작업으로 만들어진 세 개의 통로, 그 속에 춤은 가볍게 만나다. 세 갈래 길은 세 개의 빌딩과 만난다. 이질로 염색한 도시의 남자가 복도에 쓰러져 있고, 신서사이즈는 막대한 공간감을 창출한다. 다시 그 시점에서 열차의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초록, 대만의 미래가 보인다.
기차 안, 밖의 풍경과 실내 안 밖의 광경의 대비, 사내 다시 일어나는 가벼운 움직임, 한 발을 든 상황,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에서 오는 바닥의 스크래치, 인물은 보이지 않고 움직임과 이미지만 부각된다. 마야 데렌의 의식의 흐름을 쫓아가는 ‘정오의 올가미’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세 개의 독립된 영역에 동장하는 동일인, 거대한 왜곡의 틈새를 걸어가는 사네, 다시 기차와 연결되고 어지러운 전선, 다시 바람소리를 그리워한다. 꿈의 여정, 그것은 자신을 비우는 것으로 종결된다. 스페인 시에 기초한 이 작품은 대만의 뉴 웨이브 영화감독과 컨템포러리 춤이 의기투합, 영상작업을 격상시킨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조우 슈이의 존재감을 부각시킨 춤과 영상은 대만의 지성이 감내하고 진행해나가는 현재를 보여주었다. 국가에서 해야 할 작업을 개인 단체에서 치러낸 소중한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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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용 댄스칼럼니스트/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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