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산의 추억일기 28
-대학찰옥수수-
요즘 집에서 하루 세 끼 식사를 하다 보니 점심 식사가 좀 그렇다.
아침과 저녁 그 중간을 간단히 점으로 때운다는 ‘점심(點心)’이니
옥수수 한 통에 감자나 햇고구마 두 개면 족한 식사가 된다.
고향의 형님께서 감자와 옥수수를 보내 주신 것이
요새 요긴한 메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옥수수는 우리 고향의 특산물인 대학찰옥수수다.
근래 들어 유명세가 한창 뜨고 있는 대학찰옥수수-
옥수수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그 명성이 이미 익숙해진 이름으로
찰기가 뛰어나 감칠맛과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옥수수다.
껍질이 얇은 까닭에 먹고 난 후에도 치아 사이에 끼는 것이 없고
또한 입 안이 깔끔하고 개운하다는 점이 가장 뛰어난 특징이다.
하필이면 왜 그 이름이 ‘대학옥수수’인가.
품종의 명칭은 대학교수가 개발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괴산군 장연면 출신의 최봉호 박사(당시 충남대 교수)가 1991년부터
12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에 성공한 신품종이다.
한 때 뉴스의 촛점에서 각광을 받았던 김순권 박사(경북대 교수)가
슈퍼 옥수수를 개발하여 제3세계의 식량난 해결에 크게 공헌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최봉호 교수는 옥수수의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에 몰두하여
2002년 ‘연농 1호’라는 이름으로 그의 고향인 괴산군 장연면에서
대학옥수수를 처음 재배하게 된 것이다.
김순권 박사나 최봉호 박사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 육종학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최봉호 교수의 연구 결과는 국내에서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 같다.
지방대학 무명교수라는 타이틀 탓이 아니었던 가 싶다.
국내에서 시선을 받지 못했으나 미국의 연구기관에서 그의 존재를
먼저 인정하고 연구원으로 모셔 가면서 특허권까지 차지해 버렸다.
인물을 알아보지 못한 우리의 우매한 눈과 귀를 탓해야 할까?
가난한 고향 사람들을 위해 그는 대학옥수수의 종자를 장연면에 처음 보내다가
괴산군 일원으로 확대하고 그 일부를 처가가 있는 전북 무주에도 보냈다.
따라서 대학옥수수의 산지는 전국에서 괴산과 무주 두 곳으로 한정된다.
대학옥수수는 특성상 그 이듬해 심으면 열성인자가 되어 잡종 옥수수가 되기에
매년 일정 양의 씨앗을 미국으로부터 새로이 제공받아야 한다.
다른 곳에서 대학찰옥수수의 종자를 구해서 심는다고 해도
꽃가루받이를 할 때 근처에 잡종 옥수수가 있으면
수정 능력이 강해 고유의 제 맛을 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괴산대학찰옥수수는 집단적으로 이것들만 대단위로 심어
대학찰옥수수의 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반 옥수수가 한 포기에서 3~4개를 수확하는 데 반해
대학찰옥수수는 포기당 하나밖에 열리지 않는다.
따라서 생산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출하시기가 7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이어지는 것은
날짜의 간격을 두고 파종을 하기 때문이지
한 포기에서 두고두고 따내는 것은 아니다.
대학찰옥수수엔 이같은 사연과 특성을 알고 먹으면
그 맛이 한결 소중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