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여성폭력 피해자 신변 보호에 대한 경찰의 안일한 판단과 늑장 대응을 규탄한다.
지난 6월 19일, 부평구에서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가해 남편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었다.
지난해 12월, 피해 여성은 가해 남편이 흉기를 들고 위협하자 경찰에 신고하고 재범을 우려하여 분리 조치를 호소하였다. 그러나 경찰은 가해 남편의 특수협박이 반복된 것이 아니라며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대신 6개월 접근금지 명령만 내리고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경인일보 2025. 6. 20).
가해 남편은 접근금지 명령이 종료된 지 1주일만에 피해 여성을 살해했다. 그러나 경찰은 위험징후를 감지하고도 남편의 보복이 두려워 살해되기 전날까지 긴급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 여성에게 보호조치는커녕 접근금지가 끝났으니 남편이 집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회유하거나, 생활고를 겪고 있는 피해 여성에게 남편이 달라는 돈을 주고 이혼할 때까지 살라고 종용했다(경인일보 2025. 6. 29).
사건이 터지고 경찰을 질책하는 여론이 일자 경찰은 가해 남편의 특수협박이 반복된 것이 아니라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고, 지난해 입건 전에는 신고 이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6개월 전에 구속을 하지 않아 이 사건(살인)에 이르게 되었다는 내용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항변하고 있다(경인일보 2025. 6. 20).
가정폭력 사건은 다양하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이 사건은 가정폭력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피해자는 6개월 전에 처음 가정폭력을 당한 것이 아닐 것이다. 피해자는 결혼생활 내내 폭력에 시달렸을 것이며 자식을 위해서, 그래도 가정을 지켜야지, 남 보기에 창피해서 하는 심정으로 참고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6개월 전 “이러다가 내가 죽겠구나” 하는 위기감 때문에 견디다 못해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
1998년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된 지 27년이나 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여전히 수많은 여성이 가정폭력과 스토킹 범죄로 살해당해 왔다. 실질적인 대처 시스템을 마련할 시간은 충분했고, 기회는 수도 없이 주어졌다. 그런데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경찰의 대응과 변명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전히 여성폭력 사건을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치부하고, ‘부부 사이의 사소한 다툼’쯤으로 여기며 피해자의 절박한 호소는 외면하고 가해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축소하거나 정당화하는 태도가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이러한 경찰 조직의 무책임한 관행은 피해자를 더욱 고립시키고, 결국 죽음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았다.
이 사건은 경찰의 무능과 태만, 젠더 감수성 부족이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명백한 국가폭력이며, 그 책임은 경찰과 정부 모두에게 있다.
이에 인천여성연대는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1. 삼산경찰서는 관련 사건에 관하여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
2. 인천경찰청은 피해자의 신고부터 사건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진상조사하라.
3. 인천경찰청은 가정폭력 피해자 신변 보호를 위한 적극적 조치를 마련하라.
4. 인천경찰청은 경찰들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즉각 시행하라.
2025. 7. 01
인천여성연대
인천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민우회, 인천여성회, 인권희망강강술래, 전국여성노조인천지부, 한국여성인권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