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는 Suspended Coffee라는 제도가 있다고 한다. 이태리에서 처음 시작된 나눔운동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보류된 커피”라는 뜻인데 우리 형편에 맞게 번역하면 “기부 커피” 또는 “나눔 커피”라고 하면 그럴듯해 보인다. 커피 가게에서 두 잔 값을 치르고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Suspended Coffee 쿠폰으로 창문이나 적당한 장소에 붙여 두면 돈은 없고 커피는 마시고 싶은 길손들이 이 쿠폰을 이용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제도라고 한다. 이들의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아둔한 소견으로는 돈이 없으면 그까짓 커피쯤은 안 마시면 그만일 텐데 차라리 국밥을 한 그릇 사준다면 또 모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나 남의 문화를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이웃을 배려하는 좋은 뜻의 나눔의 문화라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우리 교회의 젊은 여자 집사님이 아침저녁으로 들러서 헌신적으로 노력한 결과 아담하고 예쁜 카페가 문을 열었다. 동화책에 나올법한 앙증맞고 예쁜 카페가 교회 한쪽을 지키고 있으니 교회가 한결 젊어진 느낌이다. 그동안 수고하신 집사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찻값은 무료라고 하니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겠다 싶으나 한편 생각해 보면 커피를 달랑 받아들고 고개만 한 번 꿉뻑하고 돌아서려면 아무래도 하나님 눈치도 보이고 뒤통수도 약간 따끔거릴 것 같다. (옹졸한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그런데 찻값은 무료이나 좋은 뜻의 헌금은 받는다고 하니 마음 가는 대로 찻값 정도의 헌금을 하는 것도 마음의 부담을 더는 길이 될 듯하다. 입구에 놓여있는 헌금함을 슬쩍 보니 입구는 열려 있는데 출구는 통제되어 있다. 어차피 거스름돈은 받을 수 없는 구조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 드리는 헌금을 거슬러 달라는 것도 웃기지 않는가? 이럴 때 뒤통수 따끔거리는 성도들을 배려해 Suspended Coffee 쿠폰을 이용해 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봤다. 혹시 카페 운영하시는 분이 이 글을 읽더라도 헌금 부분은 온전히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완전 무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해가는 교회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서 혼자서 궁시렁거려 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