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이타마현 와라비시 명물 나가사키 짬뽕집 카도만(かどまん)을 소개합니다.
1990년대 초반에 문을 연 와라비 동네 구석 나가사키 짬뽕집으로
이곳 마스터는 이와테였나 어딘가 나가사키 출신도 아닌데 짬뽕집에서 수업을 받은 후 독립했다고 합니다.
매 주 수요일인가는 휴일이고 그 외에는 늘 오후 두 시 쯤이면 출근하여
짬뽕용 닭뼈를 푹 고으면서 저녁에 찾아올 손님맞이 준비를 합니다.
지난 번에 Shadowed님께서 '불맛'이란 말을 하셨는데 가만 떠올리자니
실제로 과거에는 불에 살짝 탄 야채들이 있었네요.
근데 언젠가부터 전혀 안 보이네요.
라면집에서도 전에는 불에 탄 맛이 분명 있었는데...
교자도 불에 탄 숯 검댕이가 묻어나오곤 했었지만 요즘은 정말 거짓말처럼
불에 탄 숯검댕이가 사라진 듯 합니다.
아래 사진이 카도만 나가사키 짬뽕입니다.
양이 엄청나고 1990년대부터 950엔을 고집했는데
소비세가 5퍼센트에서 8퍼센트로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현재 가격은 과거보다 싼 910엔입니다.
검붉은 봉처럼 생긴 이물질은 오랜만에 왔다고 특별 서비스로 추가해 준 소세지입니다.
처음 만난 것이 15년 전인데 그 때는 카도만 오야지도 머리칼이 까맸고
안경도 안 썼습니다.
근데 이미 그 때부터 짬뽕 먹으러 와서 휴대폰만 쳐다본다고 잔소리하더니
지금은 오히려 이 오야지가 손님이 앞에 있어도 스마트폰만 보고 있네요
저 위 휴대폰 들여다 보는 뒷편으로 양은 통에 고아내고 있는 것이 닭뼈 국물입니다.
이 사진은 아마도 2014년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인 듯..
수요일 빼고 매 요일 입는 옷 색깔이 다릅니다.
목에는 미상가를 매고 허리에는 앞치마를 하고 오늘도 여유있는 웃음을 웃네요
그러다가도 갑자기 좁은 주방 안에서 이리저리 뛰기도 합니다.
카도만 오야지는 이 근처 주객들의 파수꾼입니다.
누군가 아프면 대신 가서 들여다 보기도 하고 때론 손님한테 자기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하기도 합니다.
야쿠자처럼 누군가를 혼내기도 할 때가 있네요.
언젠가 술 먹고 야쿠자같은 놈을 만나 치고받고 싸우다가
길 위에서 엎어져 자던 나를 깨워준 것도 이 카도만 오야지였네요.
나가사키 짬뽕집 카도만의 특징은 외국인 단골이 많다는 겁니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은 북한 출신들입니다.
와라비는 과거부터 외국인이 많은 곳이고 그 중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조선인이었습니다.
지금은 중국인과 중앙아시아, 중동인들의 동네가 되어버렸다고 합니다만...
중국인이나 중동인,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카도만에 오는 건 못 봤네요.
정작 나가사키 짬뽕은 중국인이 만들어낸 음식이긴 합니다.
카도만 오야지는 일본인이고 딱히 북한이나 한국과 과거의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답니다.
예전에 와라비에 살 때 밤늦게 돌아오는 길에 집에서 가까웠던 카도만에 가서 950엔 내고
배가 터지도록 저 짬뽕을 먹고 옆에 앉은 조선학교 출신 회사원들과
일본말과 한국말을 섞어 이야기하며 '훌륭해', '장하다' 와작대며 술을 마시던 때가 생각납니다.
이번에 갔을 때도 '강쨩'이라는 전직 조선은행 행원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잘 나가던 시절에는 은행원으로 잘먹고 잘살았는데
북한 세력이 일본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지금은 조선은행도 이미 수년 전에 문을 닫았고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에 나오는 조선인처럼 강쨩은 택시 운전을 한다고 합니다.
위 사진은 나가사키 짬뽕 체인점 '링가핫또' 짬뽕입니다.
왜그런지 링거헛도 짬뽕값이 싸졌네요.
게다가 이날은 면 두 배까지 무료 추가랍니다.
두 배로 해달라고 하니 그릇도 두 배로 큰 게 나왔네요.
카도만 나가사키 짬뽕의 특징은 뼈 국물 맛에서 뼈 맛이 진하다는 겁니다.
카도만 오야지의 자기류 짬뽕 만들기가 그런 특징으로 흘러간 것인가 봅니다.
도쿄 도시 문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동네 한 켠에 주로 혼자 오는 고객들을 위해 식사와 술을 내는 선술집 비슷한 곳이 있습니다.
손님들 넋두리를 들어주기도 하고 오히려 손님을 혼내기도 하고...
때로는 손님한테 한 턱 내기도 하고, 손님이 카도만 오야지한테 한 턱 내기도 하고...
뒤죽박죽입니다.
아래 동영상은 짬뽕 조리하는 장면 찍은 겁니다.
느긋이 만드는 듯 하지만 대략 7-8분 쯤 인 것 같습니다.
미리 여러 시간 우려낸 국물에 면을 삶아 짬뽕 한 그릇을 조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말입니다.
15년 전 처럼 이번에도 내게 가장 먼저 '어서 와'라고 말을 해 준 카도만 오야지입니다.
이번에 카도만 나가사키 짬뽕 네 그릇 먹었습니다.
첫댓글 나가사키 짬뽕은 칼칼하고 시원해서 저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오야지란 말을 참 오랜만에 듣네요.
무엇보다도 저 오야지가 이 계절에 반팔옷을 입고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
늘 펄펄 끓는 탕 옆에 있어서 겨울에도 더운가 봅니다.
카도만 나가사키 짬뽕은 칼칼한 맛이 덜하고 담백하고 뼛국물이 진한 게 특징입니다.
짬뽕 사진이랑 글 잘 보고 잘 읽었습니다. ^^ ㅎㅎ 사장님 인상이 오지랖이 넓어 보입니다. ^^ 그만큼 인심도 좋아 보이십니다. 근데 짬뽕은 왠지 정이 안 가유... ㅋㅋ. ^^
사장님 인심도 좋고 넉살도 좋고 유머 감각도 좋습니다.
생긴 것도 문어나 타이 사람처럼 생겨서 손님들하고 그런 얘기하면서 자주 웃습니다.
짬뽕 정이 안 가게 생겼어도 다음에 일본 가시게 되거든 한 번 드셔 보셔요.
의외로 마음에 드실지도 몰라요
빨간 짬봉에 익숙한 우리에게 좀 싱겁게 보일 수는 있겠지만, 뼈를 우려낸 국물이라면 맛이 좋은 것 같군요.
저기에 사케 한 잔 딱 곁들이면 딱일 듯하네요.
네. 사케가 어울리기도 하는데, 주로 술 다 마신 다음에 마지막에 먹곤 하네요.
아오 증말. 일본 기고 싶자나요... 저도 아쉬운대로 오늘 밤에 나가사키 짬뽕에 히야자케나 한잔 해야게씀다 ㅜㅜ
맛있게 드십시오
@뽀뽀뽀 결국. ㅡ.,ㅡ
@shadowed 오!
이건 비주얼이 정말 크리에이티브하네요
@뽀뽀뽀 동네 이자카얀데 별롭니다. ㅡ.,ㅡ 불맛도 없고 면도 라멘 면빨이고. 에잉... 뽀뽀뽀님 드신거 먹고 싶다는.. ㅜㅜ
@shadowed Shadowed님이 만든 건 줄 알았는데...
암튼 모양 참 예쁘네요.
@뽀뽀뽀 헐 ㅡㅇㅡ 그럴리가요... 비주얼은 좋은데 기본기가 약했어요. 쩝.
일본은 저렇게 식당 주인과 얘기도 나누면서 먹을 수 있는 집들이 많아서 좋더군요.
나가사키 우동 땡기네요.
이번에 사와야 될 책을 그만 술먹느라 시간 다 뺐겨서 못 산 채로 왔는데
그 책을 통신판매로 살지... 아니면 후쿠오카나 오사카로 직접 가서 살지 고민중입니다만
무비자 협정에 더해 저가 항공 출현과 함께... 일본의 장기 디플레이션 덕분에, 혹은 한국의 버블 덕분에
일본에 쉽게 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였으니
지금 가서 일본의 명물들을 맛보고 마시고 사람들 및 문물을 교류해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지난 번에 미야자키현 사람을 새로 만났고, 가고시마현에 가려던 계획이 취소된 적이 있기도 해서
겸사겸사 규슈 후쿠오카로 가서 가고시마, 미야자키를 돌아 귀국해 보는 걸 고려 중입니다.
가게 되면 당연히 나가사키도 가야죠.
홀몸이면 몰라도 주부는 맘대로 떠나기 힘들답니다. ㅋ 아 그리고 나가사키 짬뽕인데 우동이라고 써놓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