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산토를 아십니까?
영화 <인터스텔라>의 처음 부분에 나오는 옥수수 밭은 그 거대함으로 관객을 압도합니다. 불특정한 미래, 오염된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는 대부분 농사를 짓습니다. 영화가 종말의 위기를 말하면서 인류의 마지막 생업으로 옥수수 농사를 등장시키는 것은 참 뜻 깊습니다. 먹을거리야말로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임을 짚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영화에서 스토리 전개를 위해서이긴 하지만, 생존의 터전인 거대한 옥수수 농장이 불에 타버리고 맙니다.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타오르는 옥수수 밭은 묵시록의 한 장면 같은 괴이함을 느끼게 합니다.
옥수수 하면 세계 최대 다국적 종자회사인 ‘몬산토’(Monsanto)를 떠올리게 됩니다. 몬산토는 전 세계 ‘GMO’(유전자 조작 생물체) 특허의 90%를 갖고 있습니다. 몬산토는 원래 고엽제를 생산하던 화학회사였습니다. ‘에이전트 오렌지’라는 고엽제로 베트남 전쟁에서 한창 주가를 날렸지요. 전쟁이 끝나고 새로운 활로를 찾던 몬산토는 1990년대 세계 각국의 종자회사들을 인수하면서 전 세계 농업기술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회사로 변신했습니다. 몬산토의 2013년 연 매출액은 약 16조3500억여 원에 달합니다. 2013년 미국에서 생산된 콩의 93%, 옥수수의 80%가 몬산토에서 만든 GMO 농산물입니다. 몬산토는 GMO의 대표 상표가 되었습니다.
몬산토가 이렇듯 GMO(유전자 조작 생물체)의 독점적 지배권을 갖게 된 데는 제초제가 큰 몫을 했습니다. 1974년에 개발한 초강력 제초제 ‘라운드업’(Roundup)이 그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제초제의 해로움 정도만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다음에 개발된 ‘라운드업 레디’(Roundup Ready)로 가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라운드업 레디’는 ‘유전자 조작 콩’ 종자입니다. 초강력 제초제 ‘라운드업’에도 저항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개발되었지요. 라운드업 레디의 특징은 상표명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라운드업을 견뎌낼 준비가 되어 있어요!’ 얼마나 섬뜩합니까. 실제로 ‘라운드업 레디’ 종자를 심어놓고 제초제 ‘라운드업’만 두세 차례 뿌려주면 ‘라운드업 레디’ 이외에는 모든 식물들이 죽어버립니다.
몬산토의 전략은 매우 간결합니다. 초강력 제초제 라운드업과, 그 제초제에 견딜 수 있는 콩 종자 라운드업 레디를 세트 판매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엄청난 이익을 남겼습니다. 게다가 GMO의 독점적 지배권까지 챙겼으니 꿩먹고 알먹고인 셈입니다. 몬산토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터미네이터 종자를 개발했습니다. 몬산토 종자로 수확한 후에 그 씨앗을 재 파종 하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했습니다. 이제 몬산토에서 생산한 종자가 아니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GMO 농산물의 안전성 문제입니다. GMO가 안전하다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입니다. 검증이 안 되었습니다. 오히려 2012년 프랑스의 세랄리니 교수가 몬산토의 GMO 옥수수를 장기 섭취(2년) 했을 때 생기는 유해성을 발표함으로 GMO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사전 <미리엄 웹스터>에는 GMO식품을 괴물 ‘프랑켄슈타인’에 빗대어 ‘프랑켄푸드’라고 등재했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GMO 농산물 재배가 법적으로 허가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명확하게 GMO 재배가 금지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매우 유동적인 셈이지요. 분명한 것은 한국의 종자 시장을 이미 장악한 몬산토가 GMO의 양성화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GMO 농산물은 교회 일각에서 말하는 베리칩의 위협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인류의 종말을 재촉하는 큰 위협일 수 있습니다.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교회가 몬산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광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