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카타 원구자료관에 소장된 몽골갑옷과 일본 오오요로이(大鎧)의 비교사진)
일본갑옷은 상당히 화려하고 장식물이 많아 강한 인상으로 다가오고 다른 문화권의 무엇과도 다른 개성을 풍긴다. 그것 때문에 대부분 일본갑옷은 갑옷들의 종류 중에 어떤 것으로 분류해야 할지 애매해진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털가죽으로 만들었다고도 볼 만큼 외양이 화려하고 끈이 많이 나와 있는 형태가 오히려 이 갑옷이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 혼란시키기 때문이다.
일본갑옷이라고 해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헤이안 중기 이후(10세기)~ 무로마치 시대 후반(1400년대 중반)에까지 성행했던 위 사진의 오오요로이를 비롯해 우리를 비롯해 일본갑옷의 이미지로 가장 크게 인식된 그 갑옷들은 근본적으로 러멜러 아머, 즉 작은 철판들에 구멍을 뚫어 철판들을 끈으로 엮어 무수하게 연결한 이른바 찰갑(札甲)이라 불리는 것들이며, 기본적으로는 한반도를 통해 전파된 괘갑(掛甲)의 연장선상에 있는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즉 사진의 몽골갑옷과 근본적으로는 같은 물건이다. 원리도 다르지 않다. 다만 장식적 요소를 위해 무수하게 뚫린 구멍들과 그곳을 통해 철판을 빽빽하게 매우는 형형색색의 끈들, 이렇게 해서 철판을 연결하고 늘어트리는 <오도시>라는 개념, 그리고 화려한 장식물들에 의해 달라 보일 뿐이다. 투구 또한 개개의 작은 철판들을 옆으로 주욱 늘어세워서 끈으로 엮던 과거의 개념은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다만 고정물이 가죽끈에서 호시(星)라 불리는 무수한 리벳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을 호시가부토(星頭)라고 하는데, 오오요로이 등장 때부터 막부 말까지 만들어진 일본투구의 스탠다드이다.
(삼국 시대의 몽고발형 투구와 거의 흡사한 아바르족의 투구)
(호시가부토의 철판 연결 개념)
(일본의 소찰과 케비시 오도시 엮기법)
따라서 전국시대 이전의 전통적인 일본의 갑옷을 볼 때에는 기본적으로 러멜러 아머(찰갑)의 일종이라고 보면 된다. 과장도 과신도 또 혹평도 필요없다. 전국시대 이후 당세구족이라는 스타일이 등장하면서 철판 리벳 조립식, 플레이트 아머 모방품 등이 등장하는 등 스타일에서 일대 혁신과 다양화가 되어 많은 종류가 등장하며 특성과 방식도 많이 변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형형색색의 일본 갑옷이란 기본적으로 다른 러멜러 아머들과 동일한 계열의 존재이며 그럼으로써 보다 그 본질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