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민(전병기) 시평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박성진 시인 문학평론가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전 민 (전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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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번개 칠 수 있는 말
간지럼 타는 속삭임
시대 따라 사람 쫓아
구분해 쓸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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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은 하늘 끝까지
깃발 되어 펄럭여도
코밑부터는 마른땅에
깃대로 꽂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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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다툼해야 할 때에는
손과 발도 함께해야 하고
요란 떨고 다닐만한 곳에
속속들이 종종걸음 쳐
단단하게 다져 놓아야 한다
자네 머리에 쓰고 있는
빨간색 고깔모자가
한 손에 끼고 있는 흰 장갑이
반쯤 벗어버린 고무신축이
나와 세상과 친구의
숨바꼭질놀이를 어렵게 하며
담벼락으로 가로막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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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민 시인의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는 언뜻 보면 친구 사이의 충고처럼 읽히지만, 그 속에는 인간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태도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이 시는 특정한 한 사람을 향한 말처럼 보이면서도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삶의 조언이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균형을 잃어버린 현대인을 향한 따뜻한 경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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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에서 시인은 말의 성격을 이야기한다. "천둥 번개 칠 수 있는 말"과 "간지럼 타는 속삭임"은 언어가 가진 두 얼굴을 상징한다. 때로는 세상을 흔드는 강한 목소리가 필요하고, 때로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말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만이 아니라 상황과 시대, 그리고 사람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아는 지혜이다. 이는 언어의 힘을 강조하는 동시에 말하는 사람의 책임을 이야기한다. 언어는 무기가 될 수도 있고 위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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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연은 이 시의 핵심이라 할 만하다. "머릿속은 하늘 끝까지 깃발 되어 펄럭여도"라는 구절은 인간의 이상과 꿈을 상징한다. 사람은 누구나 높은 이상을 품고 미래를 향해 날아오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시인은 곧이어 "코밑부터는 마른땅에 깃대로 꽂혀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아무리 큰 꿈을 꾸더라도 현실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깃발은 바람을 타고 흔들리지만 깃대는 땅속 깊이 박혀 있어야 한다. 이 비유는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조화를 절묘하게 보여 준다. 꿈만 꾸는 사람도 위험하고 현실만 바라보는 사람도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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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연에서는 행동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시인은 삶이 단순한 사유나 주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귀다툼해야 할 때에는 손과 발도 함께해야 하고"라는 구절은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져야 함을 보여 준다. 세상은 머리로만 움직이는 곳이 아니다. 발로 걸어가야 하고 손으로 부딪쳐야 한다. 또한 "속속들이 종종걸음 쳐 단단하게 다져 놓아야 한다"는 표현은 눈에 띄는 성과보다 보이지 않는 준비와 노력의 가치를 말한다. 큰 건물도 기초공사가 먼저이듯 삶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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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은 시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의 세계가 펼쳐진다. 빨간색 고깔모자, 흰 장갑, 반쯤 벗어버린 고무신축은 모두 어떤 역할이나 가면을 상징하는 것으로 읽힌다. 사람은 종종 자신이 가진 이념, 신념, 직함, 체면, 편견 속에 숨어 살아간다. 그런데 시인은 그러한 것들이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한다. 친구를 만나고 세상을 이해해야 할 자리에 고깔모자와 장갑이 대신 서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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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나와 세상과 친구의 숨바꼭질놀이를 어렵게 하며 담벼락으로 가로막고 있다네"라는 마지막 구절은 매우 인상적이다. 인간은 서로를 찾으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러나 고정관념과 아집, 허영과 위선은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담장을 만든다. 결국 우리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자기 생각 속에 갇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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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미덕은 훈계조로 흐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인은 친구를 꾸짖지 않는다.
대신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제목처럼 누군가의 조용한 충고 형식을 빌려 삶의 진실을 들려준다. 그래서 독자는 저항감 없이 시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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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는 꿈을 품되 현실을 잊지 말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며, 이념과 체면이라는 가면을 벗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짧은 시이지만 언어와 현실, 행동과 관계, 이상과 실천이라는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압축하여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읽고 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지금 내 머리 위의 고깔모자는 무엇이며, 내가 세상과 친구 사이에 세워 놓은 담벼락은 무엇인가의 실천과 이상의 온기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