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니 고참이 된 내가 별로 할 일이 없었다.
내것은 아니지만 창고에 주,부식이 가득하니 안먹어도 배가 불렀다.
가끔 동원 예비군훈련 때 L.M.G 교육 조교로 나가 심심치가 않았다.
부대에서 약간 벗어나면 골짜기에 아주 작은 개울이 있고 그물을 막아 논을 만들은 곳이 있었다.
일도 없고 해서 돌아다니다 그곳엘 가 보니 커다란 메뚜기, 방아개비가 아주 많았다.
하나씩 잡아 "강아지풀"에 등을 꿰어 가지고 왔다.
이것을 쇼팅에 튀기면 기가 막히게 맛이 있다.
취사장 구석에서 중,상사들과 막걸리에 안주삼아 먹었다.
그런데 아주 나이 많으신 김상사분이 말씀하신다.
"너 이거 하나씩 잡았지?" 당연하지 어떻게 잡는가.
"창고에 가면 옛날 누런 모포가 있을거야. 그걸 양지 바른데 펴 놔봐.,,,,"
아하,,,,, 이런 노하우가 있었었나?
나는 저녁에 창고로 가서 누런 담요 중 되도록 새것을 찾아 놨다.
군대 담요는 옛 것이 아니면 모두 소위 '국방색'이다.
누런 담요중에 조금 새것은 새로 나온 것 못지않게 털이 북실북실하다.
다음 날 낮에 논가로가서 양지 바른 곳에 펼쳐놓고 큰 돌로 사방을 지질러 놓았다.
펼쳐 놓는 중에도 메뚜기가 날아와 앉는다.
메뚜기가 여기에 앉으면 발에 있는 가시같은 것이 털에 걸려 도망을 못간다.
몇 시간이 지난 후 가보니 엄청났다.
담요 하나 가득 메뚜기 떼가 붙어 있는 것이다.
그냥 둘둘 말아가지고 부대로 돌아왔다.
보급관이 그걸 보고 한마디 한다.
"이 병장은 군대에 있는거냐? 놀러 다니는 거냐?"
그날 저녁 보급관과 내가 맥주를 한 박스씩 내어 장교,중상사, 사병들이 모두 멋진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