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점
시점이란 말 그대로 서술자가 작품을 바라보는 각도, 즉 지점을 의미한다. Point of view를 번역한 용어인 셈이다.
흔히 소설에서 서술자가 작품 안에 존재하는 인물 중의 한 사람인 ‘나’로 나타나면 1인칭 시점이라고 한다. 작품 안에 존재한다는 것은 ‘나’도 소설 속의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란 뜻이다. 이 때 자기의 내면까지 표현하는 지점에 있으면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 하고, 반면에 타인의 행동이나 대화 등을 관찰하는 입장에서 서술하면 1인칭 관찰자 시점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이상의 <날개>에 나오는 나는 무기력한 생활을 영위하면서 아내의 매매춘 행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자기의 내면을 표현하는 사람이므로 전자에 해당하고, <사랑 손님과 어머니>의 옥희는 어머니와 아저씨의 관계를 옆에서 바라보며 주로 자기가 관찰한 '어머니'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으므로 후자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서술자가 작품 밖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을 일컬어 3인칭 시점이라고 한다. 사건 밖에 있다는 것은 서술자가 직∙간접적으로 사건을 체험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소나기>는 ‘소년은 소녀를 보자 그가 공 윤초시네 증손녀딸이란 걸 알 수 있었다’라고 시작된다. 이런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 주는 서술자는 소년이거나 소녀가 아니다. 그는 사건 밖에 있는 존재이다. 작품 밖에 있는 존재가 등장인물의 생각, 감정 등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서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까지도 표현해내는 것을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고 하고, 등장인물의 외면만을 관찰하고 묘사하여 내면 심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작가 관찰자 시점이라고 한다.
(참고로, 3인칭 제한 시점이라는 것도 있다. 작중의 모든 인물을 3인칭으로 서술하되, 그 중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춰 그 인물이 다른 인물들을 보고 듣고 생각하는 관점에서 서술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1인칭 관찰자 시점과 내용이 유사하지만, ‘나’가 아니라 ‘그’로 표현되는 인물의 관점에서 다른 인물의 행동이나 대화 등을 관찰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2. 시점의 거리
** 서술자 - 독자 - 인물 사이의 ‘거리’와 관련된 문제는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문제이다. 사실 문학작품(주로 소설)에서 논해지는 ‘거리’라는 것은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거리를 말하는 것이고, 따라서 무슨 수학공식처럼 이 시점에서는 거리가 멀고, 저 시점에서는 가깝다고 무조건적으로 단정짓기는 사실 곤란하다. 거리감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거리감,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것들이 있어 소개하는 것이니, 이 점 유의해서 다음 내용을 읽어주기 바란다.
⑴ 서술자 - 인물의 거리
1. (1,3인칭)관찰자 시점
서술자는 인물의 심리를 독자에게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없다. 그래서 거리가 멀다.
2. 주인공과 전지적시점
서술자가 인물의 심리를 독자에게 자세히 설명해 준다. 그래서 가깝다.
⑵ 서술자 - 독자의 거리
1. 관찰자 시점
서술자는 독자에게 관찰한 내용을 설명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거리가 멀다.
2. 주인공과 전지적 시점
서술자는 독자의 속마음까지 몽땅 알고 있다. 그리고 설명해 준다. 때문에 거리가 가깝다.
⑶ 인물 - 독자의 거리
1. 관찰자 시점
독자 기준으로 인물의 심리를 전혀 알 수 없는 독자는 가까이 가서 의도적으로 자세히 따져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가까이 가서 꼬치꼬치 따져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거리가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2. 주인공, 전지적 시점
독자를 기준으로 독자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된다. 왜냐하면 주인공이나 전지적 서술자가 모든 것을 다 알려주므로 굳이 고민할 것도, 생각할 것도 없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그래서 멀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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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리하면
1. 시점과 거리
거리는 '서술자와 인물과의 거리', '인물과 독자와의 거리', ‘독자와 서술자와의 거리’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면 이 세 종류의 ‘거리’에 대한 이해를 ‘시점’과 관련지어 설명해 보면.
1인칭 주인공 시점이나 전지적 작가 시점은 서술자가 등장인물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무엇이든지 이야기할 수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서술자가 인물과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서술자 입장에서 보면 '내가 속마음까지 전부다 알고 있는 친구'가 등장인물인 셈이다. 심지어 1인칭 주인공 시점은 서술자가 곧 등장인물인 주인공 ‘나’가 된다. 그러니 매우 가까울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런 경우 독자는 등장인물에 대해 멀다고 느끼게 된다. 서술자가 인물의 마음속 이야기까지 모든 이야기를 독자에게 친절히 다 해주니, 독자로서는 등장인물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이해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듣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독자와 인물간의 거리는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자와 서술자의 관계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이 수필과 같이 '나'의 이야기를 서술자가 독자에게 직접 들려주기 때문에, 독자와 서술자의 거리는 가까워진다. 전지적 작가 시점의 경우도 서술자가 등장인물의 성격과 생각을 속속들이 독자에게 친절히 알려주기 때문에 독자는 서술자를 가깝게 느끼게 된다. 독자와 서술자의 거리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전지적 작가 시점보다 좀더 가깝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에서는 서술자가 자신(‘나’)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직접 들려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1인칭 관찰자 시점이나 3인칭 관찰자 시점(작가 관찰자 시점)에서는 서술자도 등장인물의 속마음을 잘 모르니까, 등장인물을 잘 관찰하여 그들의 말이나 행동을 표현하는 데 주력한다. 따라서 서술자와 인물 사이의 거리는 멀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반면에 독자는 서술자의 관찰에 의해 보여진 외부 행동이나 말을 통해, 등장인물의 내면을 추리하고. 상상하고. 판단해야 하므로, 노력을 한껏 기울여 집중해야 한다. 따라서, 인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그래서 독자와 인물간의 거리는 가까워지게 된다. 관찰자 시점은 주로 ‘보여주기 방식(showing)’을 많이 취하기 때문에, 서술자와 독자 사이의 거리는 멀게 느껴진다. 서술자가 독자에게 이야기를 직접 전달해주는 것이 아니라, 서술자도 등장인물들의 내면이 아닌 외부만을 관찰하여 우리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2. 인물제시방법과 거리
그리고 시점 외에도 인물제시방법에 의해 서술자-독자-인물 간의 거리가 달라지기도 한다. 주로 보여주기 기법(showing)이 사용되면, 서술자가 등장인물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관찰하는 입장에 놓이므로, 서술자와 등장인물 사이에는 거리가 다소 멀게 느껴진다. 반면 말하기 기법(telling)이 사용되면, 서술자가 등장인물의 심리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그대로 드러낼 수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과의 거리가 거의 없게(가깝게) 된다.
** 참고로, 등장인물과 독자 사이의 거리를 이렇게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나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서술자는 인물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러면 인물은 서술자와 친한 존재가 된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나(독자)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즉 그 인물은, 서술자가 알고 있는, 서술자 머리 속에 있는 인물일 뿐, 독자는 그 인물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가 없다. 따라서 독자와 인물의 관계는 멀다고 할 수 있다. 반면, 1인칭 관찰자 시점이나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독자는 “서술자가 익히 알고 있는, 서술자의 머리 속에 있는 인물”이 아니라 “그냥 객관적으로 보여지는(관찰되는) 인물”을 접하게 되니, 1인칭 주인공 시점이나 전지적 작가 시점과 비교해볼 때 등장인물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깝다고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남자(여자)를 내 여자친구(남자친구)의 남자(여자)로 알게 되는 경우와, 소개팅 자리에서나 거리에서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를 비교해 보자. 전자의 경우에는 그 남자(여자)가 ‘친구의 사람’으로 인식되어 확실히 거리감이 느껴지겠지만, 상대적으로 후자의 경우에는 그런 인식이 없으니 거리가 좀더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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