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마부작침(磨斧作針)’의 유래
하나
마부작침은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이니,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도 끈기 있게 매달리면 마침내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인데, 그 유래는 중국의 시선(詩仙) 이백(李白)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백(李白)은 중국 당나라 때의 대표적 시인이며, 자는 태백(太白)으로, 5살 때 아버지를 따라 촉 땅에 가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10살에 시와 글씨에서 어른을 능가할 정도의 특출한 재능을 보였지만, 정작 공부는 재능에 어울릴 정도의 열성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그에게 훌륭한 스승을 붙여 주어 상의산(象宜山)에 들어가 학문에 정진하게 했지만, 그는 따분한 산 생활과 끝도 없는 글 읽기가 진력이 나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이미 다 아는 글을 더 이상 읽어서 뭘 해.’
이렇게 생각한 이백은 스승 몰래 산을 내려가기로 결심했는데, 아버지한테 야단을 맞고 말고는 다음의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집을 향해 한참 가는데 어느 냇가에 이르러 보니 한 노파가 물가에 앉아 바윗돌에다 도끼를 갈고 있기에, 이백은 호기심이 생겨 물어 보았습니다.
“할머니, 지금 뭘 하고 계세요?”
“바늘을 만들고 있단다.”
“아니, 그 ‘도끼로 바늘을 만들어요?’”
“그래, 돌에다 갈고 또 갈아 가늘게 만들면 바늘이 되지 않겠니.”
그 말을 듣고 이백은 깔깔 웃었습니다.
“참 할머니도, 그 도끼를 도대체 언제까지 갈아야 바늘처럼 가늘게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웃긴 왜 웃느냐. 열심히 갈다 보면 도낀들 바늘로 만들지 못할 리가 어디 있어. 도중에 그만두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순간, 이백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 노력해서 안 될 일이 어디 있는가. 처음부터 시도하지 않는 것이 문제일 뿐이고, 더욱 나쁜 것은 하다가 끝장을 보지도 않고 그만두는 짓이다.’
이렇게 깨달은 이백은 집으로 가려던 마음을 돌이켜 산으로 도로 올라갔으며, 그 후 마음이 해이해질 때마다 노파를 떠올리며 분발하곤 했다고 합니다.
둘
“이백아! 이백이 이놈 어디 있느냐?”
이백(李白)의 아버지가 대문을 들어서며 불호령을 내렸어요.
“영감, 무슨 일이십니까? 백이는 아까 서당에 가지 않았습니까?”
“내가 지금 서당에서 오는 길인데 이 녀석이 벌써 삼 일째 서당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하오!”
“예? 아이고, 이 녀석이 또.”
이백의 어머니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주저앉았어요.
“지난번 서당에서도 말썽만 피워 쫓겨나더니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람.”
부부는 아들 이백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어요. 그런 사정도 모르고 이백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어요. 친구들과 신 나게 놀다가 늦었던 거예요.
“방으로 들어오너라.”
부모님의 부름을 받고 안방에 들어온 이백은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어요.
“서당에는 왜 안 갔느냐?”
“그것이······. 공부는 지루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그러니 서당에도 가기 싫습니다.”
이백은 아버지께 변명하기보다 솔직한 마음을 말씀드렸어요. 하지만 그 말이 아버지를 더 화나게 하였어요.
“끝까지 해 보기나 하고 그런 말을 하느냐? 내일 당장 짐을 싸서 상의산(象宜山)으로 가거라. 거기서 공부를 다 마칠 때까지 내려오지 마라!”
다음 날 아침, 이백은 쫓겨나듯 상의산으로 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며칠 동안은 조용히 공부에 집중하는 듯 보였어요. 하지만 이내 숲에서 냇가에서 노는 것이 더 즐거워졌어요.
“친구들이 있으면 재미있을 텐데······. 옳지, 잠시 내려가서 친구들을 데려와야겠다.”
이백은 당장 친구들을 부르러 가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렇게 산에서 거의 다 내려왔을 무렵, 웬 할머니가 물가에서 도끼를 갈고 있는 것이 보였어요.
“할머니, 도끼날을 세우려면 날카로운 쪽만 갈아야죠. 이렇게 다 눕혀서 갈면 어떡해요?”
이백이 할머니를 도와 드리려고 나섰어요.
“아니야. 이렇게 다 갈아야 해. 그래야 바늘을 만들지.”
“네?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드신다고요? 으하하! 농담이시죠?”
이백은 할머니의 엉뚱한 소리에 배꼽이 빠져라 웃었어요. 하지만 할머니는 진지하게 말했어요.
“농담이라니. 이렇게 계속 갈다 보면 언젠가는 도끼도 바늘이 되지 않겠니?”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면 어떠냐? 중간에 포기하지만 않으면 도끼로 바늘을 만들고말고, 암~.”
이백은 웃음을 뚝 그쳤어요.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할머니의 마지막 한마디가 이백의 머리를 꽝 하고 울리는 듯했어요.
이백은 그 길로 다시 산으로 올라갔어요. 그리고는 할머니의 말을 가슴 깊이 새기며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지요. 마침내 이백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이 되었어요.
이렇듯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 정도로 끊임없이 노력해서 성공하는 것을 두고 ‘마부작침’이라고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