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2021 팀 결산] '내년엔 꼭 함께' LA 에인절스|작성자 최새결
오타니 쇼헤이 & 마이크 트라웃 /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코리아
2021시즌 에인절스는 오타니로 시작해서 오타니로 끝났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엄청난 시즌을 보냈지만 오타니를 제외한 나머지 에인절스 선수들은 별다른 활약이 없던 한 해였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 트라웃이 있고 매년 투자를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확장 플레이오프를 포함해 2014년 이후 7년째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더불어 6년 연속 5할 승률에도 실패. 올 시즌도 에인절스는 오타니와 트라웃의 전성기를 낭비했다.
최근 5년간 승률
2017 - 0.494 (AL 서부 2위)
2018 - 0.494 (AL 서부 4위)
2019 - 0.444 (AL 서부 4위)
2020 - 0.433 (AL 서부 4위)
2021 - 0.475 (AL 서부 4위)
2021시즌 성적
승률 : 77승 85패 (AL 10위)
득점 : 723 (AL 8위)
홈런 : 190 (AL 11위)
타율 : 0.245 (AL 6위)
OPS : 0.717 (AL 9위)
선발 ERA : 4.78 (AL 10위)
불펜 ERA : 4.59 (AL 14위)
에인절스의 개막전 라인업은 리드오프 데이빗 플레처, 2번 오타니 쇼헤이, 3번 마이크 트라웃, 4번 앤서니 렌돈, 5번 저스틴 업튼으로 팬들 역시 '올해는 다를 거야'라는 기대감으로 시즌을 맞이했다. 실제로 4월의 트라웃(.425 .523 .781)은 상상 그 이상이었고, 오타니 역시 4월 팀 내 최다 홈런(8개)를 기록했으며 1루수 왈시 역시 타율 .329 OPS .947의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렌돈이 내전근 부상으로 12경기를 결장했고, 업튼 역시 기대만큼의 타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심각했던 건 선발진. 투타겸업을 한 오타니를 제외하고 번디, 히니, 콥, 퀸타나, 캐닝은 4월 합계 평균자책점 6.39으로 누구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때문에 타선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12승 12패 5할 승률로 4월을 마감했다.
에인절스에게 5월은 더 가혹했다. 또 한 번의 역대급 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던 트라웃이 종아리 염좌 부상으로 5월 중순 이탈. 당초 8월쯤 복귀가 예상됐지만 5월 18일 클리블랜드전 출장이 올 시즌 트라웃의 마지막 경기가 되었다. 이로써 오타니, 트라웃, 렌돈이 올 시즌 함께 뛴 경기는 18경기에 불과. 이 셋의 시너지는 올해도 볼 수 없었다. 출전 시간에 불만을 품고 있던 푸홀스는 5월 방출 후 다저스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5월을 12승 18패로 마감한 에인절스는 6월 반등에 성공. 오타니는 13홈런 OPS 1.312를 기록하며 6월 이달의 선수로 선정됐고 렌돈, 플레처, 업튼 등 전체적으로 타선이 살아나 6월 팀 OPS ML 2위에 올랐다(0.826).
6월 15승 11패 호성적을 거둔 에인절스는 전반기를 45승 44패 5할 승률을 넘기며 마쳤다. 하지만 렌돈마저 엉덩이와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됐으며 6선발로 운영되던 선발진 역시 큰 기대가 되지 않았다. 지구 1위 휴스턴과는 9경기 이상 차이 나던 상황. 결국 앤드류 히니를 양키스로, 토니 왓슨을 샌프란시스코로 보내며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별다른 보강 없이 마무리 지었다.
아무리 역대급 시즌을 보냈다 하더라도 오타니 한 명이 팀 성적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전반기(33홈런 OPS 1.062)에 비해 후반기(13홈런 OPS .839) 타격감도 많이 떨어졌다. 결국 에인절스는 8월 14승 15패, 9월 이후 11승 19패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6년 연속 5할 승률 이하, 4년 연속 지구 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올 시즌 페이롤이 약 1억 8000만 달러로 AL 4위, 거기에 MVP 오타니에게는 300만 달러 밖에 지급하지 않은 시즌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시즌이었다.
Bad : 만약 트라웃과 렌돈이 정상적으로 시즌을 치렀다면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했을까? 물론 올 시즌 거둔 성적보다는 훨씬 좋았겠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이유는 투수진 때문. 투수와의 장기 계약을 극도로 꺼리는 모레노 구단주 때문에 올해도 선발 FA 영입은 호세 퀸타나(1년 800만 달러) 하나에 그쳤고 결과는 알다시피 대참사로 끝났다(3패 6.75). 선발 단기 계약으로 대성공을 거둔 샌프란시스코를 보면 그냥 에인절스는 투수 보는 눈이 없는 것 같다. 투타 겸업을 펼친 오타니(130.1이닝)를 제외하고 개막전 선발을 맡은 딜런 번디(2승 9패 6.06)를 포함해 단 한 명도 100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그렇다면 투자를 아끼지 않은 타선이 더 힘을 내줬어야 하는데 7년 계약을 맺은 렌돈(.240 .329 .382)은 2년간 110경기 밖에 소화하지 못했고 5년 계약의 업튼(.211 .296 .409) 역시 연봉값을 전혀 못해줬다. 길고 길었던 푸홀스의 10년 계약 마지막 해는 배드 엔딩으로 마무리. 참다못해 5월에 방출한 푸홀스는 다저스와 계약했고 다저스에서 부활에 성공해(좌완 상대 10홈런 OPS .953) 속이 더 쓰렸다.
팀 내 최고 유망주 조 아델의 성장은 여전히 더뎠다. 마이너리그를 폭격하고 지난 시즌 당당히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몸 개그만 보여주고 성적은 최악이었던 아델은 올 시즌 8월에 콜업. 하지만 한 달간 타율 .216 OPS .589에 그쳤다. 그래도 마지막 8경기에서 3홈런 OPS 1.140를 기록하며 팬들의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팀 내 투수 유망주 1위인 리드 뎃머스 역시 올해 데뷔했지만 5경기 1승 3패 7.40으로 빠른 메이저리그 적응에는 실패했다.
Good : 부상 중인 트라웃도 올 시즌 오타니를 바라보고 내년을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오타니는 4년의 도전 끝에 드디어 투타 겸업의 완성판을 보여줬다. 레퍼런스 승리기여도 타자(4.9)와 투수(4.1) 부문 둘 다 팀 내 1위를 기록했고, 에인절스 역대 6번째 MVP이자 2015년 하퍼에 이어 6년 만에 만장일치 수상에 성공했다. 오타니의 올스타전 유니폼이 1억 5천만원에 낙찰되는 등 에인절스의 성적은 바닥이었지만 오타니의 마케팅 효과는 실로 어마어마했다(올 시즌 평균 관중 수 AL 6위). 오타니 한 명의 활약을 보는 것만으로 올 시즌 에인절스 팬들은 성적에 관계없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동안 속 썩였던 에인절스의 마무리 고민도 드디어 해결됐다. 올 시즌에 앞서 트레이드를 통해 에인절스로 온 라이젤 이글레시아스는 34세이브 5블론 2.83을 기록하며 에인절스의 뒷문을 책임졌다. 전반기 평균자책점은 3.46에 그쳤지만 후반기는 1.27로 더 압도적이었다. 신시내티 시절부터 멀티이닝 세이브에 특화됐던 이글레시아스는 올해도 8번의 4아웃 이상 세이브를 기록했으며 32명의 주자를 물려받아 5명밖에 들여보내지 않았을 정도로 승계주자 상황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FA가 된 이글레시아스는 4년 5800만 달러 재계약에 성공했다.
부상 이전 가능성을 보여준 패트릭 산도발(3승 6패 3.62)과 불펜에서 선발 전환에 성공한 호세 수아레스(8승 8패 3.75)의 발견도 컸다. 오타니로 인해 6인 로테이션을 써야 하기 때문에 선발 자원 하나하나가 소중한 상황. 신더가드의 영입으로 내년시즌 에인절스의 로테이션은 오타니-신더가드-산도발-로렌젠-수아레스-바리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타자 쪽에서는 유망주 브랜든 마쉬가 마지막 46경기 타율 .297 OPS .761을 기록하며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에인절스 팬들은 매년 속지만 그래도 내년 시즌 기대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올 시즌보다 발전한 오타니, 건강한 트라웃과 렌돈, 부활에 성공한 업튼과 신더가드 등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이 모든 게 충족된다면 8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넘어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는 전력이다. 더이상 트라웃과 오타니의 전성기를 낭비하는 건 보고 싶지 않다. 내년 가을에는 필라델피아 이글스 경기장이 아닌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뛰고 있는 트라웃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