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부분 성별이나 역할, 직업, 혹은 성향을 말하곤 해요. 누군가의 기대가 부여되거나 나의 기대, 내가 원하는 모습이 투영된 나를 진짜 나라고 인지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스스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심지어 요즘 자기소개에 빠질 수 없는 MBTI조차 자기가 되고 싶은 어떤 상을 염두에 두고 검사하기 때문에 자신을 오래 봐온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가 대신 검사해주는 것이 훨씬 정확하다고 해요. 그러니 내가 누구인지는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과 사건, 오직 ‘만남’을 통해 드러납니다.</p><p> </p><p>내가 인식하는 ‘나’와 남이 인식하는 ‘나’의 괴리는 서로를 밝히 비춰주는 관계를 통해 좁혀가요. 이 비춤에는 방향과 물음이 중요하지요. 서로가 정말로 살기를 바라는 삶을 질문하고, 일관되게 살아가는지 살펴주는 관계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더불어 살아가는 장에서 촘촘히 일상을 채우는 살림에 시선과 마음을 두는 것이 생명의 약동이며 생성의 태동이겠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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