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스러움을 너무 많이 타서..연말 모임에서 시낭송을 하려고 준비하는거라고 사실대로 말했으면 안따라갔을 딸(해인 초2)
남앞에서 나서는 거 두려워하지 않고 개성팍팍 날리는 스타일이지만, 시낭송을 굳이 해야하냐며 10대 기를 팍팍 보낸 아들(다인 초5)
앞서 있었던 한차례 시낭송교육과 지난 여름의 과학캠프의 분위기 덕분에 아마도 더 이상의 'NO'를 안하고 따라나선 듯.
교장선생님은 아들이 따라와준 걸 보시며 저를 칭찬해주셨지만, 저보다는 아들이 과학캠프때 만났던 어른들에 대한 감동(?)덕분인 거 같아요. 웬만해서는 그런 얘길 잘 안하는 편인데, 지난 여름 과학캠프때 도와주셨던 선생님들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너무 좋은 분들 같아. 엄마."라고 했었거든요. 그것도 어디에서 감동을 받은 게 분명한 듯, 차분하고 조용히 얘기했거든요.
탄핵집회 때 내가 널 아기띠에 업고 나갔었는데, 그 종로쪽 길가에 앉아있을 때 무대에서 사회보던 멋진 분이 가르친단다고 했던 말도 효과가 있었고요.
생각보다 신청자가 적어서 좀 안타까웠지만, 소리 내기 연습과 더불어 암튼 재미나고 유익하게 가르쳐주셨을 강의를 다 듣고, 저희 아이들은 미소를 띄며 나타났습니다.
그날의 시낭송 교육은 일정조율하느라 개별적으로 전화까지 돌리시며 바쁘게 달려오신 최광기 선생님이, 교육은 어른 두명 아이 네명이었죠. 어른은 전동열 선생님과 영채아빠(리더십상담에 참여하느라 시낭송 교육을 못받으심), 아이들은 영채, 윤서랑 누나 은서(?), 저희 집 아이 둘이었습니다.
저는 시를 잘 낭송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서 데려간 것은 아니었고요. 어떻게 마음을 담아서 진정성있게 표현하느냐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였고요. 아이들이 오가면서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느낄 거라고 믿고요. 제가 주고자 하는 것보다 훨 많은 것들을 받는 감사한 시간들이 되는 것 같습니다.
조기숙 교장선생님을 비롯해서 어른들이 들려주실 시도 무척이나 기대가 됩니다.
따스함과 눈물이 함께 하는 귀한 시간이 벌써 그려집니다.



(마지막 사진엔 윤서랑 정은이가 빠졌네요. 바쁜 엄마따라 휘리릭 먼저 퇴장, 남은 친구들과 최광기 선생님만 찰칵^^)
카페에서는 부모리더십 상담 시간을 가졌습니다. 교장선생님과 윤서정은엄마, 영채다움아빠, 다인해인엄마(저)..이렇게요. (별칭몰라 생략)
느림보학교는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과정을 거치면서 변화된 것은, 현재 안풀리는 문제는 무엇인지를 돌아가면서 나누었습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준 그날의 엄마,아빠...
이야기에 감동도 받고, 같이 맘이 아프기도 했고, 교장선생님의 따스한 말씀에 힘도 얻고요.
참 이래서 혼자가 아닌, 좋은 거울 이웃을 두고 사는게 정말 맞는거다 그런 생각을 또 했네요.
나누었던 얘기를 짧게만 정리를 하자면,
-결핍은 스승이다. 물을 너무 많이 흠뻑 주어도 식물이 웃자라듯이 사람도 마찬가지, 땅이 좀 말랐을 때 물을 주어야 충분히 흡수를..
-감정컨트롤의 문제는 대한민국 대다수의 남성이 갖는 공통적인 문제, 그런데 이 문제를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자기 남편만의 문제로 생각하고 힘들게 고민한다고....감정을 표현하고 풀어가는 훈련을 거의 받아본 적이 없는 남성집단의 특성에 대해서 좀 더 현실적인 인식을 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대화에서 칭찬과 아부(?), 굉장히 중요하다. (너무나 당연해서 칭찬을 안하고 인색하게 굴었던 제 자신 반성ㅎㅎ)
-형제들 간의 다툼과 갈등에서 부모가 어떻게 중간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 원칙을 정해서 최대한 부모가 개입하지 말고 자기들끼리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기, 부모의 시선으로 공정하다고 하는 것이 아이에겐 절대로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 큰 아이의 권위를 살려주면서 동생과의 우애가 자연스럽게 깊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음.
행복한 주말 저녁이었습니다.
그날 제 딸에게 추천했던 시 (하지만 아이는 다른 시를 선택했는데) 한편 옮기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번 가을에 저희 딸이 다니고 있는 성미산마을어린이합창단에서 동시에 곡을 붙인 여러 곡들을 공연합니다.
그 중에서 시를 고른 것이구요. 노래를 직접 들어봐도 너무 좋지만, 시낭송도 간신히 하는 저희 딸, 노래하라면 울거라서 ㅎㅎ
그냥 시낭송으로 들으시는 걸로 상상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호숫물
성명진 시
뒤에 처지는 이 없이
혼자 먼저 가는 이 없이
뽐내어 솟아나는 이 없이
넘어져 밟히는 이 없이
맑고 따스하게 우리는 모여서
맑고 따스하게 우리는 모여서
첫댓글 조용하면서도 따뜻한 시간이 되었을것 같아요.
요런 기회를 놓쳐서 더없이 아쉽네요ㅠ
참가하진 못했지만
바쁜시간 내어서 애써주신
조교수님과 광기쌤 넘 감사드립니다.
별이님 몇번 쓰다 날라갔다고 들었는데 제가 더 안타깝더라구요. 너무 가슴 따뜻한 후기 감사드려요.^^
남매간의 관계에서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어제 바로 적용했습니다.
밖에서 밥을 먹을 때면 누구는 이 식당, 누구는 저 식당으로 가자고 싸울 때가 많은데, 제가 거기서 항상 적당한 선이 이게 아닐까를 제시를 했었거든요. 그러면 아이 한쪽이 기분이 안좋아져서 저는 그 아이를 달래고..
근데 이번엔 둘이서 의논해서 정해보라고 해보았는데, 오빠가 양보를 해서 동생이 가자는 식당으로 가기로 했더라구요. 그래서 동생에게..오빠 참 고맙다 그치? 했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밥 먹고 나와서 돌아다니는 시간엔 손도 잡고 다니고, 평소보다 훨씬 친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지속적으로 열심을 내보려고 합니다. ^^
별이님, 참 좋은 엄마에요.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네요.ㅎㅎ 인간은 애나 어른이나 권한을 주는만큼 책임을 지더라구요.^^
윤서와 누나 정은 입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곧~~^^
교장샘과 광기샘의 수고로움으로 이렇게 큰 감동과 사랑이 전달되다니 ㅠㅠ 후기 너무 감사해요 별이님 사랑합니다^^
별이님 훈훈한 글 좋아요^^ 함께 못해서 아쉬웠지만 후기로 달래봅니다. 다인 해인 영채 윤서..다 기억나네요. 사진에 누군가 했는데 윤서 누나였군요^^
윤서 누나 정은이 아주 듬직하고 사랑스러운 처녀(?) 아니고 소녀입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