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의 도입부는 산뜻한 맛을 주어야 한다. 독자들의 시선을, 몇 줄을 읽어내려 갈 동안 잡아두어야 한다. 흔히, 마케팅 현장에서는 ‘MOT(Moments of Truth ; 진실의 순간)’이란 말을 쓴다. ‘투우사가 투우의 덜미에 창을 꽂는 순간’에서 나온 말이다. 고객이 창구(窓口)에 들어섰을 때 고객접점부서의 직원과 ‘첫눈을 마주치는 순간’을 일컫기도 한다. 수필의 도입부도 MOT다. 여기서 글의 성패가 모두 결정난다. ‘이 글은 실패했다.’, ‘밋밋하다.’, ‘남이 다 아는 평범한 이야기다.’, ‘끝마무리도 뻔하다.’ 등으로 말이다. 물론, 끝마무리는 두말 할 것 없다. 어쨌든, 자기다운 글을 자기답게 즉, ‘성실하게’ 적어야 할 것이다. 또 알차게 밀도있게 즉, ‘충실하게’ 적어야 할 것이다. 이는 와트(William W. Watt)가 ‘좋은 글 척도 12개’에 이미 적시(摘示)한 사항이다. 다시 한 번 밝힌다. 설익고 안일하게 적은 글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말 아니 할 수 없다. 시쳇말로, 뭐 삼빡한 게 없을까 여기며 시작했다가 매번 실망한다. 대한민국의 문인협회 기관지라는 《월간문학》에 매월 실린 수필들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한 마디로 고루(固陋)한 글 일색이다. 다들 왜 그러할까? 대체로, 탁상맡에서 글을 적기 때문이리라. 그러니 그 바탕에 독특한 체험이 깔리지 않았을 게 뻔하다. 물론, 여타 문학잡지에 실린 글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그러나 그 잡지들은 사운(社運)과 발행인의 생계가 걸린 점도 없지 않을 테니, 함부로 다루기가 뭣하다. 수필작가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권유한다. 글이 풀리지 않거들랑, 삶의 현장으로 가시라. 날품팔이꾼들과 어울려 시장 선술집에 가서 소위, ‘다찌노미(선술집에서 허름한 안주로 단잔으로 마시는 술)’도 마셔 봄이 어떠하실는지? 흙 묻은 손으로 김치조각을 안주로 집어보심이 어떠하실는지? 이 말을 듣는 순간, 속으로 그러시겠지? ‘지는 제대로 글 적는가?’ 물론, 나도 엉터리다. 그러기에 몸부림치며 사반세기 동안 공부하고 있다. 사설(辭說) 접어두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이번에도 《월간문학》2012년 1월호를 텍스트로 삼았음을 밝혀둔다.
(1) 초록 숲 속에서는 장기의 힘찬 울음소리가 솟아오르고, 뻐꾸기의 유장한 울음소리가 ①흘러나오고, 까악, 까악 ②좇고 좇기는 까치들의 어르는 소리가 정겹다. ③작은 새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도 흥을 돋운다. ④ 추레한 나무는 그런 소리들에도 귀를 먹은 건가, 죽은 듯 고요하다. ⑤하기야 그럴 것이다. 정수리가 헤싱헤싱한 주제에 ⑥장끼의 용력이 어디서 솟을 것이며, 뻐꾸기들의 단숨결이 또 어디에 숨어 있을까. 서로 좇고 좇기는 까치들의 어름이야 감히 시늉인들 할 수 있겠는가. 눈 감고, 귀 막고, 옴짝 않고 기우뚱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판인 것을… . 저 초록이 짙어져 녹음을 이루면 꿩은 어느 은밀한 곳에 둥지를 틀고⑦ 노란 알을 낳아 품을 것이다. 꺼벙이들을 이끌고 온 숲을 헤집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까치들은 부지런히 먹이를 잡아 노란 부리 쩍쩍 멀리는 새끼들이 기다리는 둥지에 들락거리느라 분주하겠지. 상상만으로도 가슴에 생기가 돈다. (中略) ⑧ 길 쪽으로 벋어 있는 검누런 가지 끝에 원통형의 보라색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 훈기를 뿜어내고 있다. 가슴이 훈훈하다. 가슴에서 퍼져 나가는 훈기가 온몸에 퍼져 나감을 느낀다. 헤싱헤싱한 정수리가 뜨거워지는 듯도 싶다.(末尾) (김ㅇㅇ의 ‘오동꽃’에서)
ㅇ주제 내지 중심사상이 모호함 : 제목을 ‘오동꽃’으로 설정한 걸 보아, 오동나무꽃은 봄이 왔음에도 산새들과 달리, 늑장을 부리고 화려하게 피어났다는 것 같다. 그렇다면, 좀 더 화려한 보라색 꽃을 피우기 위해 오동나무는 그렇게도 긴 시간 준비했다거나 산고(産苦)을 겪었다거나 적어야 옳다. 이런 경우, 글을 왜 쓰는지를 모르겠다. 작의(作意)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 ⑧ 말미(末尾)를 살찌워야 한다. 글쓴이는 심장이란 용광로에 녹여, 뭔가 새롭고 쓸만한 연장을 만들어내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연장이란, 주제를 말한다. ㅇ 요령 없는 쉼표사용 : 쉼표의 기능은 누차 강조했지만, 15개로 규정되어 있다. 의성어, 의태어를 주변 어휘와 구별하여 두드러지게 표현 할 적에는 작은따옴표로 대처하면 된다. 첩어(疊語)는 붙여쓰게 되어 있다. ①흘러나오고, 까악, 까악 ☞ 흘러나오고, ‘까악까악’ * 첩어(疊語)에 관해 : 같은 음이나 비슷한 음을 가진 단어의 연속적 결합으로 이루어진 복합어. 뜻을 강조하고 깊게 하여 사물의 집합체를 가리키거나 동작의 연속을 나타내며, 흔히 부사적으로 쓰임. ‘울며불며’, ‘틈틈이’, ‘개골개골’, ‘때대로’, ‘쌔근쌔근’ 따위와 같은 것. * 첩용부사(疊用副詞) :부사의 한 갈래. 사물의 소리나 모양을 그대로 본뜬 부사 가운데서, 같은 말을 겹으로 쓰는 부사. ‘펄럭펄럭’, ‘달랑달랑’ 따위. ㅇ 어의(語義)를 정확히 알고 쓰자. -쫓다 : 뒤를 따라서 황급히 가다. 있던 자리에서 떠나도록 억지로 몰아내다. -좇다 : 뒤를 따르다. 남의 뜻을 따라 그대로 하다. 대세(大勢)에 따르다. ②좇고 좇기는 ☞쫓고 쫓기는 ㅇ 열거시 그 구조는 같아야 한다. - a는 ~하고, b는 ~하고, c는 ~하다. [대등절(對等節)로 이루어진 열거] - ~한 a, ~한 b, ~한 c [대등구(對等句)로 이루어진 열거] 초록 숲 속에서는 장기의 힘찬 울음소리가 솟아오르고, 뻐꾸기의 유장한 울음소리가 흘러나오고, 까악, 까악 좇고 좇기는 까치들의 어르는 소리가 정겹다. ☞a가 솟아오르고, b가 흘러나오고, 까치들의 ‘까악까악’ 어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까치들은 자웅(雌雄)이 쫓고 쫓기며 다정히 사랑놀이를 한다. *이렇게 쓸 경우, 위에 제시한 ‘열거시 그 구조는 같아야 한다.’를 준수하며, 동시에 문장의 변화를 주는 효과까지 거두게 된다. ☞a가 솟아오르고, b가 흘러나온다. 까치 자웅(雌雄)도 서로 쫓고 쫓기며 ‘까악까악’ 노래한다. * 이렇게 쓸 경우, 위에 제시한 ‘열거시 그 구조는 같아야 한다.’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ㅇ 문장에 변화를 주라 : 이미 위에 이런저런 새들의 울음소리 적었음에도 사족(蛇足)인양 한 줄을 더 보탰다. 그러면 약간의 변화만 주어도 문장이 살아난다. ③작은 새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도 흥을 돋운다. ☞이들 노래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작은 새들도 ‘재잘재잘’ 관악(管樂)을 연주한다. 이야말로 봄의 교향악이다. ☞여기에다 작은 새들이 높고 가는 소리로 ‘짹짹’ 거들어 봄의 교향악을 만들어낸다.
ㅇ 잘못된 단락짓기 : 단락의 원리 가운데 통일성과 일관성을 해친 경우. * 통일성(unity) : 한 단락 안에서 다루어지는 화제(topic)는 하나(oneness)여야 한다. * 일관성(coherence): 단락을 이루는 여러 문장들이 긴밀한 결합력을 보이는 기본 성질. 문장의 무의미한 혼집(混集)이 아니라 문장의 일관성 있는 집합일 것. ④ 추레한 나무는 그런 소리들에도 귀를 먹은 건가, 죽은 듯 고요하다. ☞ 단락을 바꾸어 새로운 단락을 만들어야 한다. 즉, ‘⑤하기야 그럴 것이다.’ 앞에 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 이 문장이 속한 현재 단락에서는 이질적(異質的) 요소라는 이야기다. ㅇ 비교 대상이 적합한지의 문제 : 오동나무가 여느 야생조류들과 달리, 봄을 맞을 준비가 아니 되어있음을 표현하려는 모양인데, 적합한지가 의문이다. ④ 추레한 나무는 그런 소리들에도 귀를 먹은 건가, 죽은 듯 고요하다. 하기야 그럴 것이다. 정수리가 헤싱헤싱한 주제에 장끼의 용력이 어디서 솟을 것이며, 뻐꾸기들의 단숨결이 또 어디에 숨어 있을까. 서로 좇고 좇기는 까치들의 어름이야 감히 시늉인들 할 수 있겠는가. 눈 감고, 귀 막고, 옴짝 않고 기우뚱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판인 것을… . ☞ 오동나무, 그녀는 여태 봄을 꿈도 꾸지 않는 듯 보인다. 노구(老軀)로 인하여 몸은 휠대로 휘어졌고, 지팡이를 짚은 듯 기우뚱하고, ~ ~ 하다. 아무리 보아도 장기의 그 용력도 생겨날 것 같지가 않다. 뻐꾸기의 우렁찬 목소리도 못 듣는 듯하다. 저렇듯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 까치들과 달리 정열도 없어 보인다. 고목(古木)인 오동나무가 꽃피우기를 바란다는 것은, ‘없는 손자 환갑 바라기’격이다. 내가 이렇듯 그녀를 괄시 아닌 괄시를 하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다. *위와 같이 적음으로써 ‘보라색 꽃(보라색이면 신비로운 색상이니까)을 피우는 걸 보면서 감탄하게 되었다.’로 주제 쪽으로 몰아가야 제대로 글이 된다는 이야기다. * ‘오동나무, 그녀는’으로 표현했을 적에 얻는 효과 : ‘오동나무,’는 제시어가 되어 독자들 눈을 사로잡게 된다(제시어 다음에는 쉼표 찍는다는 걸 잊지 말 것.). ‘그녀는’으로 표현하면 불임기에 놓인 여성을 연상케 함. 고목(고목)에 꽃 피는 걸 보면서 경탄해야지 글이 맛이 나지 않을까? 이 글 전체에 이런 장치가 없었음을 지적한다. ㅇ 허위 진술(陳述)에 관해 : 이따금씩 탁상맡에서 글을 쓰는 이들이 허위진술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 없으면 백과사전이라도 펼쳐보아야 한다. 인터넷에서 신속한 정보를 취득할 수도 있다. ⑦ 노란 알 ☞ 파르스름하고 앙징스런 알 * 꿩알의 색깔은 파르스름하다.
(2)①언제부턴가 기쁘거나 슬픈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수시로 눈물이 나왔다. 동네 안과에서는 눈물길이 막혔다고 치료와 함께 약을 넣어주었지만 그건 며칠에 불과했고, 이젠 아예 시도 대도 없이 흘러내리는 날이 많아졌다.(도입부) (중략) ②눈에도 샘이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눈물이 고여 있는 상태를 ③눈물샘이라 하는데, 나는 아픈 중에도 자꾸만 엉뚱한 샘물이 떠올랐다. ④샘이 주는 어감 때문에 그런가 했는데, 들여다보니 샘물과 눈물샘은 일맥상통한 점이 있었다. 눈물이 감정의 발원에서 우러나온다고 볼 때, 샘물 또한 깊은 곳에서 솟아나오니 상관관계가 전혀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눈물이 솟구친다는 표현도 쓰지 않았을까. ⑤그런데 요즘엔 이 고귀한 눈물이 샘물 마르듯 우리 주변에서 점점 메말라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⑥내가 어렸을 때는 지금의 수돗물이 아닌 땅속 깊숙이에서 나오는 맑은 샘물를 마셨다. 집 안에 우물이 없는 집은 동네 한가운데 있는 샘물을 길러다 밥도 짓고 설거지를 했다. 무엇보다 깊은 고에서 길어 올린 물 한 잔은 갈증과 허기를 잊게 해 주는 청량제였다.(하략) ㅇ 도입부는 산뜻한 맛을 주어야 한다.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둘 수가 있어야 한다. 마케팅 현장에서는 ‘MOT(Moments of Truth ; 진실의 순간)’이란 말을 쓴다. ‘투우사가 투우의 덜미에 창을 꽂는 순간’에서 나온 말이다. ‘고객이 창구(窓口)에 들어섰을 때 고객접점부서의 직원이 첫 대면하는 걸’ 일컫기도 한다. 수필의 도입부란 MOT다. 여기서 글의 성패가 결정 난다. 요컨대, 이 글은 실패했다. 밋밋하다. 남이 다 아는 평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①언제부턴가 기쁘거나 슬픈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수시로 눈물이 나왔다. 동네 안과에서는 눈물길이 막혔다고 치료와 함께 약을 넣어주었지만 그건 며칠에 불과했고, 이젠 아예 시도 대도 없이 흘러내리는 날이 많아졌다.(도입부) ☞ 안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그냥 두면 큰일 날 거라고 엄포를 놓았다. 더럭 겁이 났다. 급한 대로 안약을 줄 테니, 예약을 하고 날 잡아 곧 수술에 들어가잔다. 병명은 ‘눈물의 수로(水路)가 막힌’, 즉 ‘누천폐쇄(淚泉閉鎖?) 의학적용어가 좋겠다.)’라는 것이다. * 다소 박진감 넘치게 적어, 심각성을 암시하면 효과가 있을 듯. * 의학적 용어를 씀으로써 글쓴이가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효과도 거두어볼만함. ㅇ 문예문은 말 그대로 문예문답게 적어야 한다. 친구한테 말하듯 주절주절 적어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압축과 생략, 묘사 등으로 문장을 꾸며야 한다. ②눈에도 샘이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눈물이 고여 있는 상태를 ③눈물샘이라 하는데, 나는 아픈 중에도 자꾸만 엉뚱한 샘물이 떠올랐다. ④샘이 주는 어감 때문에 그런가 했는데, 들여다보니 샘물과 눈물샘은 일맥상통한 점이 있었다. 눈물이 감정의 발원에서 우러나온다고 볼 때, 샘물 또한 깊은 곳에서 솟아나오니 상관관계가 전혀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눈물이 솟구친다는 표현도 쓰지 않았을까. ⑤그런데 요즘엔 이 고귀한 눈물이 샘물 마르듯 우리 주변에서 점점 메말라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 눈에도, 아니 눈물에도 샘이 있다니 참으로 신기하다.(알고 있었지만 모르고 지낸 듯 능청을 떨면 된다.) 의사선생님은, 눈물이 고여 있는 곳을 ‘눈물샘’이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서, 나는 아픈 중에도 자꾸만 엉뚱한 ‘샘물’이 떠올랐다. ‘샘’이 주는 어감도 어감이려니와 ‘눈물샘’ 과 우리가 자주 마시던 ‘샘물’이 일맥상통한 점이 많음을 깨닫게 되었다. 우선, 둘 다 발원(發源)이 있다. 눈물은 감정의 발원에서, 샘물은 우물 안 심저(心底))에서 솟아나오지 않는가. 특히, 우리는 ‘눈물이 솟구친다.’는 표현을 곧잘 쓰지 않는가. 그 말은 ‘발원’을 상정(想定)한 표현이기기도 하다. 아무튼, 둘은 이래저래 비슷하다. 우리가 마을마다 정겹던 우물을 폐쇄하고 집집이 따로 수도꼭지를 달아갈 즈음, 우리의 눈에서도 눈물샘이 차츰 말라갔던 건 아닌지. 우물가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때와는 달리, 자기네 집 수도꼭지만 여닫다 보니 이웃의 애환을 까맣게 모른 체 살아가게 된 게 사실이다. ‘한솥밥’이 아닌, ‘한 우물물’울 먹었을 때 정이 났던 것 같다. * 이처럼 적으면 논리적이며, 사뭇 사색이 얹힌 글로 비친다. 비교와 대비,연관을 통해 좀 더 많은 이야기 꾸려가야 한다. * 이렇게 간추려 적으면, ‘⑥내가 어렸을 때는~’ 는 불필요하게 된다. 즉,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3) ①밤나무 밭 진입로 양편에는 논밭이 있는데, 때마침 밭주인 내외가 밭작물을 보살피고 있다. 나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내가 밭고랑에서 몇 발자국을 옮기는 순간, 주인은 거기를 밟으면 안 된다며 저지했다. 놀라서 발밑을 바라보니 콩 싹이 막 솟아오르고 있었다. 떡잎이 흙덩이를 밀고 올라오며 새 생명을 탄생시킨 승리감에 젖어 양팔을 벌리고 만세를 부르는 것 같았다. 동글동글했던 한 알의 콩, 그 자그맣고 딱딱한 콩 속에 무엇이 깃들어 있었으며, 그 생명력은 누가 주었단 말인가? 신비스러운 것이 생명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중략) ②나는 그 전에도 밤꽃 냄새가 여인의 마음을 흥분케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 ③하지만 오늘처럼 과부가 바람난다는 밭주인의 실감나는 밤꽃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④밤 꽃 하면 고향 집 뒤란의 밤나무 밭이 떠오른다. 고향 옛집엔 밤나무 대여섯 그루가 있었다. 그 중에 두 그루는 정자나무처럼 ⑤울창하여 가을이면 상당량의 알밤을 ⑥수확했었다. 어릴 적 칭얼대면 어머님은 알밤을 구워주시면서 달랬었다. ⑧그 시절은 식량과 간식거리도 귀한 때라 맛있게 먹었던 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중략) ⑧밤나무[栗木]는 이름도 많고 특이한 점도 많다. 밤나무, 약밤나무, 메밀잣밤나무, 산밤나무, ⑨나도밤나무, 너도밤나무 등 다양하다. 늦은 봄 암꽃과 수꽃이 한 그루에 같이 피는 특이한 꽃이다. 아주 짙은 향을 풍기는 특이한 꽃이다. ⑩어제 본 부안 운암마을의 밤나무 꽃이 부디 튼실하고 푸짐한 열매를 매달기 바란다. 내년 이맘때도 다시 찾아가 밤꽃 향을 맘껏 마시고 싶다.(말미임.) ㅇ문장의 충실성, 성실성에 관한 문제 : 작의(作意)가 궁금하다. 글쓴이는 ‘밤꽃 향기를 찾아서’라는 제목을 붙여두었지만, 백화점식으로 이야기를 진열하다 보니, 이야기의 줄거리가 형성되지 않는다. * 와트(William W. Watt)의 좋은 글 척도 12개 가운데 충실성과 성실성 - 충실성 : 글의 내용이 알차서 밀도가 있는 걸 말한다. - 성실성 : 자기다운 글을 정성되이 쓰는 걸 말한다. ☞ 충실성, 성실성을 갖추어 다시 적어야 할 것이다. ㅇ 주제와 관련 없는 단락 : 독자들은 실황중계를 원치 않는다. 주제와 관련 없는 단락은 빼는 게 옳다. ①밤나무 밭 진입로 양편에는 논밭이 있는데, 때마침 밭주인 내외가 밭작물을 보살피고 있다. 나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내가 밭고랑에서 몇 발자국을 옮기는 순간, 주인은 거기를 밟으면 안 된다며 저지했다. 놀라서 발밑을 바라보니 콩 싹이 막 솟아오르고 있었다. 떡잎이 흙덩이를 밀고 올라오며 새 생명을 탄생시킨 승리감에 젖어 양팔을 벌리고 만세를 부르는 것 같았다. 동글동글했던 한 알의 콩, 그 자그맣고 딱딱한 콩 속에 무엇이 깃들어 있었으며, 그 생명력은 누가 주었단 말인가? 신비스러운 것이 생명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 삭제함이 바람직함. ㅇ 안일한 단락짓기 : 위 ‘(1)’에서 밝혔듯, 단락의 원리는 통일성, 일관성, 완결성, 강조성이다. 이따금씩 짧은 단락 즉, ‘분립(分立)’을 통해 강조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단락은 그런 기능을 하지 않는다. ②나는 그 전에도 밤꽃 냄새가 여인의 마음을 흥분케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 하지만 오늘처럼 과부가 바람난다는 밭주인의 실감나는 밤꽃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 단락을 길게 지어, 밤꽃 냄새가 남성의 정액(精液) 내음과 같아, 청상(靑孀)들이 밤꽃이 필 적이면 밤잠을 못 이룬다는 이야기를 소개해도 좋을 것이다. ‘그 슬픈 밤에 소쩍새도 함께 울어주었다.’ 등의 글쓴이 맘이 전해지는 내용을 삽입하면 더욱 돋보일 것임. 밤꽃이 피는 계절은 아마 5월, 6월일 것이고, 그 때 야경(夜景)도 그려 넣으면 좋을 것이다. 이 글 제목에 비추어볼 때 이러한 내용이 든 단락이 필요할 듯. ㅇ 정확한 어휘 선택 문제 : 글을 쓸 적에는 어의(語義)에 유의해야 함. ⑤울창하여 - 울창(鬱蒼) : 수 많은 나무들이 빽빽 들어선 상태를 일컫는다. * 글쓴이는 이 어휘 앞에 ‘두 그루는’을 선행(先行)시켰기에, 논리에 맞지 않은 어휘가 된다. ☞ 정자나무처럼 가지가 어우러져 ㅇ 우리말에는 대과거 시제가 없다. (이오덕 선생 주장, 영어식 표현.) ⑥수확했었다. ☞ 수확하곤 했다. 달랬었다. ☞ 달래곤 했다. ㅇ 문장은 가지런해야 한다. ⑧그 시절은 식량과 간식거리도 귀한 때라 맛있게 먹었던 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 그 시절은 주전부리가 마땅찮아 맛있게 먹곤 했다. 아니, 군밤은 이제나 그제나 맛나는 간식거리라 맛있게 먹곤 했다. * 사실대로 진술(陳述)해야 한다. ㅇ 한자(漢字) 병기(倂記)의 문제 : 동일어 ‘밤나무’를 둘째 단락 첫 어휘로 썼음에도, 그때는 병기를 않고, 뒤늦게 사용한 것은 순서상 틀렸다. 즉, 꼭 병기를 해야 한다면, 최초로 동일어를 쓸 적에 쓰라는 뜻이다. 그리고 익히 아는 낱말에 병기까지 할 필요는 없다. * 병기 요령: 괄호 밖과 독음(讀音)이 같으면 ( ), 다르면 [ ]다. 이 점은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 ⑧밤나무[栗木]는 ☞ 밤나무는 ㅇ 개념 가운데 동위(同位) 개념의 문제 : 사실, ‘나도밤나무’, ‘너도밤나무’는 나무와 과(科)가 다르다. 하이야, 일반인들은 이렇게 적어도 큰 무리는 없지만. - 산에는 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자란다.(X) ‘참나무’라는 나무는 없다. ‘참나무류’ 내지 ‘참나무과(科)’로 쓰여, 총칭하는 말이 된다. 상위 개념이다. - 그는 예술과 문학과 음악과 미술을 사랑한다.(X) 이 때 ‘예술’은 상위 개념이기 때문에. - 그는 문학과 음악과 미술 등 여러 예술을 사랑한다.(O) ☞ 개념에 관해 따로 익힐 만하다. ㅇ 메시지가 빠진 말미(末尾) : 한 편의 수필을 적을 때, 우리는 독자들에게 뭔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원고지 12매를 채우지 않는가. ⑩어제 본 부안 운암마을의 밤나무 꽃이 부디 튼실하고 푸짐한 열매를 매달기 바란다. 내년 이맘때도 다시 찾아가 밤꽃 향을 맘껏 마시고 싶다.. ☞ 메시지를 담아 마무리하면 좋겠다. (4) 어느 날 이 찜집을 지나다 보니, 빨간 비닐 끈에 묶인 토종닭 몇 마리가 하수구 뚜껑에 연결된 나무토막에 묶여 있었다. 제법 살이 오른 중치였다. 그 중에는 붉은 빛깔의 볏을 단 수탉도 한 마리가 보였다. 주인 아주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손님이 떨어지다 보니 삼계탕도 팔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두 마리는 일주일 뒤에 없어졌지만, 세 마리는 며칠이고 그 자리에서 졸고 있었다. 토종닭 하니 생각나는 일이 있다. 한 십 년 전인가 보다. 서울 사는 장남을 따라 처제 가족과 수락산 골짜기로 토종닭을 먹으러 간 일이 있다. 맑은 물속에서 오리 너덧 마리가 동동 떠다니고 있고, 언덕 위에는 닭장이 보였다. 우리는 그 옛날 시골에서 먹어 본 토종닭을 맛볼 수 있겠구나 하며 침을 꿀꺽 삼키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큰 고무통에서 냉동 닭을 끄집어 내었다. 저 언덕에 있는 닭을 잡지 않고 웬 냉동 닭이냐고 했더니, 지금 잡으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아침에 미리 장만해 놓은 것이라 했다. ㅇ문장의 충실성, 성실성에 관한 문제 : 작의(作意)가 궁금하다. 글쓴이는 ‘밤꽃 향기를 찾아서’라는 제목을 붙여두었지만, 백화점식으로 이야기를 진열하다 보니, 이야기의 줄거리가 형성되지 않는다. ㅇ문장의 충실성, 성실성에 관한 문제 : 작의(作意)가 궁금하다. 글쓴이는 ‘토종닭’이란 제목을 붙여두었지만, 횡설수설이다. 요령 있는 문장쓰기가 아쉽다. 극적(劇的) 전개도 필요하고, 실감나는 표현도 곁들여야 한다. 그리고 불필요하게 꾸미는 말도 과감히 빼야 한다. * 와트(William W. Watt)의 좋은 글 척도 12개 가운데 충실성과 성실성 - 충실성 : 글의 내용이 알차서 밀도가 있는 걸 말한다. - 성실성 : 자기다운 글을 정성되이 쓰는 걸 말한다. ☞ 어느 날 그 ‘찜집’을 지나다 보니, 몇 마리의 닭들이 비닐끈에 묶여 있었다. 제법 살이 오른 중치였다. 붉은 볏을 단 수탉도 보였다. 특히 고놈은 덩치가 크고 오지기에 입맛이 돌았다. 그 안주인은 하루가 다르게 ‘해물찜’ 손님이 떨어지자, 삼계탕도 팔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문득, 낭패를 당했던 일이 떠올라 헛웃음을 짓는다. 수락산 골짜기였다. 서울 사는 큰아들녀석은 그곳에 토종닭이 유명하다며, 이 애비와 자기 이모 내외까지 청해서 그곳으로 이끈 것이다. 맑은 물속에 너덧 마리 오리가 떠다니고, 언덕 위 닭장에는 닭들이 노닐었다. 나는 옛날 시골에서 즐겼던 토종닭 맛을 그리기에 족했다. 그런데 그런데 내가 어쩌려고 그 광경을 목도하게 되었더란 말인가. 안주인은 커다란 고무통에서 냉동 닭을 ‘쑥’ 끄집어내는 게 아닌가. 그 순간, 입맛이 싹 달아나 버렸다. 안주인의 대꾸가 가관이었다. “ 어르신, 아침에 잡은 거에요. 이 많은 손님 그때그때 어떻게 잡아 드려요?” * 이렇게 간추려 적으면 된다. 특히, 그 안주인의 입을 빌리면(“ ” 안) 생략과 압축이 된다. 생략과 압축이 잘된 작품에 관해서는 이미 이 강의 전반부에서 밝힌 바 있다. 본인의 수필 ‘유품’을 예로 들었음을 상기해주기 바란다. 다시 밝히지만, 그 작품은 디딤돌 출판사, 중1-1 교과서에 실려 있다. (5)요즘 며칠째 열대야 때문에 잠 못 이룬다고들 한다. 33~34도의 땡볕 아래서 밭일로 사망하는 노인들도 생겨나고, 빙과류는 날개 돋친 듯 ①팔리고, 이렇게 더울 때는 성급한 사람은 덩달아 급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에어컨보다 더 ②시원한, ③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그게 보람 있는 ④일상을 살아가는 지혜니까. ㅇ 쉼표 사용이 잘된 곳, 못된 곳 : - 잘된 곳 : ②시원한, * 바로 뒤의 말을 수식하지 않을 때 쓴 쉼표(,)임. 문장을 리드미컬하게 함. - 잘못 된 곳 : ①팔리고, * ‘a하고, b하고… .’로 하여 병렬문을 만들든지 ‘a하고, b하고, c하고… .’로 하여 병렬문으로 만들든지 해야 옳다. 후자(後者)로 쓰는 것이 상례(常例)다. 전자(前者)는 왠지 위태롭다. 그리고 ‘이렇게 더울 때는 성급한 사람은 덩달아 급해질 수도 있다.’는 이 병렬과 이질적(異質的) 요소다. 그러니 쉼표를 ‘말없음표’로 바꾸어야 한다는 뜻이다. ㅇ 어휘간 호응문제 : 이는 어의(語義)와 관련되는 사항이다. ④일상을 살아가는 ☞나날을 살아가는 * 일상(日常) : 날마다, 평소에, 늘, 항상. * 일상생활 : 나날의 생활, 평소의 생활.
(다음호 계속)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네이버>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 강의실)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아울러, 이 연재물은 계간《自由文學》에 지난 2011년 가을호부터 ‘한국 수필계에 비상을 건다’ 제하(題下)에, 뒤따라오면서 전재(轉載)되고 있음을 밝힙니다. * 수필작가 김학 선생님네 블로그, ‘마로니에샘터’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지구상에서 최초로 올려지는 블로그지요.
수필의 도입부는 산뜻한 맛을 주어야 한다. 독자들의 시선을, 몇 줄을 읽어내려 갈 동안 잡아두어야 한다. 흔히, 마케팅 현장에서는 ‘MOT(Moments of Truth ; 진실의 순간)’이란 말을 쓴다. ‘투우사가 투우의 덜미에 창을 꽂는 순간’에서 나온 말이다. 고객이 창구(窓口)에 들어섰을 때 고객접점부서의 직원과 ‘첫눈을 마주치는 순간’을 일컫기도 한다. 수필의 도입부도 MOT다. 여기서 글의 성패가 모두 결정난다. ‘이 글은 실패했다.’, ‘밋밋하다.’, ‘남이 다 아는 평범한 이야기다.’, ‘끝마무리도 뻔하다.’ 등으로 말이다. 물론, 끝마무리는 두말 할 것 없다. 어쨌든, 자기다운 글을 자기답게 즉, ‘성실하게’ 적어야 할 것이다. 또 알차게 밀도있게 즉, ‘충실하게’ 적어야 할 것이다. 이는 와트(William W. Watt)가 ‘좋은 글 척도 12개’에 이미 적시(摘示)한 사항이다. 다시 한 번 밝힌다. 설익고 안일하게 적은 글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말 아니 할 수 없다. 시쳇말로, 뭐 삼빡한 게 없을까 여기며 시작했다가 매번 실망한다. 대한민국의 문인협회 기관지라는 《월간문학》에 매월 실린 수필들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한 마디로 고루(固陋)한 글 일색이다. 다들 왜 그러할까? 대체로, 탁상맡에서 글을 적기 때문이리라. 그러니 그 바탕에 독특한 체험이 깔리지 않았을 게 뻔하다. 물론, 여타 문학잡지에 실린 글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그러나 그 잡지들은 사운(社運)과 발행인의 생계가 걸린 점도 없지 않을 테니, 함부로 다루기가 뭣하다. 수필작가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권유한다. 글이 풀리지 않거들랑, 삶의 현장으로 가시라. 날품팔이꾼들과 어울려 시장 선술집에 가서 소위, ‘다찌노미(선술집에서 허름한 안주로 단잔으로 마시는 술)’도 마셔 봄이 어떠하실는지? 흙 묻은 손으로 김치조각을 안주로 집어보심이 어떠하실는지? 이 말을 듣는 순간, 속으로 그러시겠지? ‘지는 제대로 글 적는가?’ 물론, 나도 엉터리다. 그러기에 몸부림치며 사반세기 동안 공부하고 있다. 사설(辭說) 접어두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이번에도 《월간문학》2012년 1월호를 텍스트로 삼았음을 밝혀둔다.
(1) 초록 숲 속에서는 장기의 힘찬 울음소리가 솟아오르고, 뻐꾸기의 유장한 울음소리가 ①흘러나오고, 까악, 까악 ②좇고 좇기는 까치들의 어르는 소리가 정겹다. ③작은 새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도 흥을 돋운다. ④ 추레한 나무는 그런 소리들에도 귀를 먹은 건가, 죽은 듯 고요하다. ⑤하기야 그럴 것이다. 정수리가 헤싱헤싱한 주제에 ⑥장끼의 용력이 어디서 솟을 것이며, 뻐꾸기들의 단숨결이 또 어디에 숨어 있을까. 서로 좇고 좇기는 까치들의 어름이야 감히 시늉인들 할 수 있겠는가. 눈 감고, 귀 막고, 옴짝 않고 기우뚱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판인 것을… . 저 초록이 짙어져 녹음을 이루면 꿩은 어느 은밀한 곳에 둥지를 틀고⑦ 노란 알을 낳아 품을 것이다. 꺼벙이들을 이끌고 온 숲을 헤집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까치들은 부지런히 먹이를 잡아 노란 부리 쩍쩍 멀리는 새끼들이 기다리는 둥지에 들락거리느라 분주하겠지. 상상만으로도 가슴에 생기가 돈다. (中略) ⑧ 길 쪽으로 벋어 있는 검누런 가지 끝에 원통형의 보라색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 훈기를 뿜어내고 있다. 가슴이 훈훈하다. 가슴에서 퍼져 나가는 훈기가 온몸에 퍼져 나감을 느낀다. 헤싱헤싱한 정수리가 뜨거워지는 듯도 싶다.(末尾) (김ㅇㅇ의 ‘오동꽃’에서)
ㅇ주제 내지 중심사상이 모호함 : 제목을 ‘오동꽃’으로 설정한 걸 보아, 오동나무꽃은 봄이 왔음에도 산새들과 달리, 늑장을 부리고 화려하게 피어났다는 것 같다. 그렇다면, 좀 더 화려한 보라색 꽃을 피우기 위해 오동나무는 그렇게도 긴 시간 준비했다거나 산고(産苦)을 겪었다거나 적어야 옳다. 이런 경우, 글을 왜 쓰는지를 모르겠다. 작의(作意)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 ⑧ 말미(末尾)를 살찌워야 한다. 글쓴이는 심장이란 용광로에 녹여, 뭔가 새롭고 쓸만한 연장을 만들어내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연장이란, 주제를 말한다. ㅇ 요령 없는 쉼표사용 : 쉼표의 기능은 누차 강조했지만, 15개로 규정되어 있다. 의성어, 의태어를 주변 어휘와 구별하여 두드러지게 표현 할 적에는 작은따옴표로 대처하면 된다. 첩어(疊語)는 붙여쓰게 되어 있다. ①흘러나오고, 까악, 까악 ☞ 흘러나오고, ‘까악까악’ * 첩어(疊語)에 관해 : 같은 음이나 비슷한 음을 가진 단어의 연속적 결합으로 이루어진 복합어. 뜻을 강조하고 깊게 하여 사물의 집합체를 가리키거나 동작의 연속을 나타내며, 흔히 부사적으로 쓰임. ‘울며불며’, ‘틈틈이’, ‘개골개골’, ‘때대로’, ‘쌔근쌔근’ 따위와 같은 것. * 첩용부사(疊用副詞) :부사의 한 갈래. 사물의 소리나 모양을 그대로 본뜬 부사 가운데서, 같은 말을 겹으로 쓰는 부사. ‘펄럭펄럭’, ‘달랑달랑’ 따위. ㅇ 어의(語義)를 정확히 알고 쓰자. -쫓다 : 뒤를 따라서 황급히 가다. 있던 자리에서 떠나도록 억지로 몰아내다. -좇다 : 뒤를 따르다. 남의 뜻을 따라 그대로 하다. 대세(大勢)에 따르다. ②좇고 좇기는 ☞쫓고 쫓기는 ㅇ 열거시 그 구조는 같아야 한다. - a는 ~하고, b는 ~하고, c는 ~하다. [대등절(對等節)로 이루어진 열거] - ~한 a, ~한 b, ~한 c [대등구(對等句)로 이루어진 열거] 초록 숲 속에서는 장기의 힘찬 울음소리가 솟아오르고, 뻐꾸기의 유장한 울음소리가 흘러나오고, 까악, 까악 좇고 좇기는 까치들의 어르는 소리가 정겹다. ☞a가 솟아오르고, b가 흘러나오고, 까치들의 ‘까악까악’ 어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까치들은 자웅(雌雄)이 쫓고 쫓기며 다정히 사랑놀이를 한다. *이렇게 쓸 경우, 위에 제시한 ‘열거시 그 구조는 같아야 한다.’를 준수하며, 동시에 문장의 변화를 주는 효과까지 거두게 된다. ☞a가 솟아오르고, b가 흘러나온다. 까치 자웅(雌雄)도 서로 쫓고 쫓기며 ‘까악까악’ 노래한다. * 이렇게 쓸 경우, 위에 제시한 ‘열거시 그 구조는 같아야 한다.’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ㅇ 문장에 변화를 주라 : 이미 위에 이런저런 새들의 울음소리 적었음에도 사족(蛇足)인양 한 줄을 더 보탰다. 그러면 약간의 변화만 주어도 문장이 살아난다. ③작은 새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도 흥을 돋운다. ☞이들 노래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작은 새들도 ‘재잘재잘’ 관악(管樂)을 연주한다. 이야말로 봄의 교향악이다. ☞여기에다 작은 새들이 높고 가는 소리로 ‘짹짹’ 거들어 봄의 교향악을 만들어낸다.
ㅇ 잘못된 단락짓기 : 단락의 원리 가운데 통일성과 일관성을 해친 경우. * 통일성(unity) : 한 단락 안에서 다루어지는 화제(topic)는 하나(oneness)여야 한다. * 일관성(coherence): 단락을 이루는 여러 문장들이 긴밀한 결합력을 보이는 기본 성질. 문장의 무의미한 혼집(混集)이 아니라 문장의 일관성 있는 집합일 것. ④ 추레한 나무는 그런 소리들에도 귀를 먹은 건가, 죽은 듯 고요하다. ☞ 단락을 바꾸어 새로운 단락을 만들어야 한다. 즉, ‘⑤하기야 그럴 것이다.’ 앞에 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 이 문장이 속한 현재 단락에서는 이질적(異質的) 요소라는 이야기다. ㅇ 비교 대상이 적합한지의 문제 : 오동나무가 여느 야생조류들과 달리, 봄을 맞을 준비가 아니 되어있음을 표현하려는 모양인데, 적합한지가 의문이다. ④ 추레한 나무는 그런 소리들에도 귀를 먹은 건가, 죽은 듯 고요하다. 하기야 그럴 것이다. 정수리가 헤싱헤싱한 주제에 장끼의 용력이 어디서 솟을 것이며, 뻐꾸기들의 단숨결이 또 어디에 숨어 있을까. 서로 좇고 좇기는 까치들의 어름이야 감히 시늉인들 할 수 있겠는가. 눈 감고, 귀 막고, 옴짝 않고 기우뚱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판인 것을… . ☞ 오동나무, 그녀는 여태 봄을 꿈도 꾸지 않는 듯 보인다. 노구(老軀)로 인하여 몸은 휠대로 휘어졌고, 지팡이를 짚은 듯 기우뚱하고, ~ ~ 하다. 아무리 보아도 장기의 그 용력도 생겨날 것 같지가 않다. 뻐꾸기의 우렁찬 목소리도 못 듣는 듯하다. 저렇듯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 까치들과 달리 정열도 없어 보인다. 고목(古木)인 오동나무가 꽃피우기를 바란다는 것은, ‘없는 손자 환갑 바라기’격이다. 내가 이렇듯 그녀를 괄시 아닌 괄시를 하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다. *위와 같이 적음으로써 ‘보라색 꽃(보라색이면 신비로운 색상이니까)을 피우는 걸 보면서 감탄하게 되었다.’로 주제 쪽으로 몰아가야 제대로 글이 된다는 이야기다. * ‘오동나무, 그녀는’으로 표현했을 적에 얻는 효과 : ‘오동나무,’는 제시어가 되어 독자들 눈을 사로잡게 된다(제시어 다음에는 쉼표 찍는다는 걸 잊지 말 것.). ‘그녀는’으로 표현하면 불임기에 놓인 여성을 연상케 함. 고목(고목)에 꽃 피는 걸 보면서 경탄해야지 글이 맛이 나지 않을까? 이 글 전체에 이런 장치가 없었음을 지적한다. ㅇ 허위 진술(陳述)에 관해 : 이따금씩 탁상맡에서 글을 쓰는 이들이 허위진술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 없으면 백과사전이라도 펼쳐보아야 한다. 인터넷에서 신속한 정보를 취득할 수도 있다. ⑦ 노란 알 ☞ 파르스름하고 앙징스런 알 * 꿩알의 색깔은 파르스름하다.
(2)①언제부턴가 기쁘거나 슬픈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수시로 눈물이 나왔다. 동네 안과에서는 눈물길이 막혔다고 치료와 함께 약을 넣어주었지만 그건 며칠에 불과했고, 이젠 아예 시도 대도 없이 흘러내리는 날이 많아졌다.(도입부) (중략) ②눈에도 샘이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눈물이 고여 있는 상태를 ③눈물샘이라 하는데, 나는 아픈 중에도 자꾸만 엉뚱한 샘물이 떠올랐다. ④샘이 주는 어감 때문에 그런가 했는데, 들여다보니 샘물과 눈물샘은 일맥상통한 점이 있었다. 눈물이 감정의 발원에서 우러나온다고 볼 때, 샘물 또한 깊은 곳에서 솟아나오니 상관관계가 전혀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눈물이 솟구친다는 표현도 쓰지 않았을까. ⑤그런데 요즘엔 이 고귀한 눈물이 샘물 마르듯 우리 주변에서 점점 메말라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⑥내가 어렸을 때는 지금의 수돗물이 아닌 땅속 깊숙이에서 나오는 맑은 샘물를 마셨다. 집 안에 우물이 없는 집은 동네 한가운데 있는 샘물을 길러다 밥도 짓고 설거지를 했다. 무엇보다 깊은 고에서 길어 올린 물 한 잔은 갈증과 허기를 잊게 해 주는 청량제였다.(하략) ㅇ 도입부는 산뜻한 맛을 주어야 한다.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둘 수가 있어야 한다. 마케팅 현장에서는 ‘MOT(Moments of Truth ; 진실의 순간)’이란 말을 쓴다. ‘투우사가 투우의 덜미에 창을 꽂는 순간’에서 나온 말이다. ‘고객이 창구(窓口)에 들어섰을 때 고객접점부서의 직원이 첫 대면하는 걸’ 일컫기도 한다. 수필의 도입부란 MOT다. 여기서 글의 성패가 결정 난다. 요컨대, 이 글은 실패했다. 밋밋하다. 남이 다 아는 평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①언제부턴가 기쁘거나 슬픈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수시로 눈물이 나왔다. 동네 안과에서는 눈물길이 막혔다고 치료와 함께 약을 넣어주었지만 그건 며칠에 불과했고, 이젠 아예 시도 대도 없이 흘러내리는 날이 많아졌다.(도입부) ☞ 안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그냥 두면 큰일 날 거라고 엄포를 놓았다. 더럭 겁이 났다. 급한 대로 안약을 줄 테니, 예약을 하고 날 잡아 곧 수술에 들어가잔다. 병명은 ‘눈물의 수로(水路)가 막힌’, 즉 ‘누천폐쇄(淚泉閉鎖?) 의학적용어가 좋겠다.)’라는 것이다. * 다소 박진감 넘치게 적어, 심각성을 암시하면 효과가 있을 듯. * 의학적 용어를 씀으로써 글쓴이가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효과도 거두어볼만함. ㅇ 문예문은 말 그대로 문예문답게 적어야 한다. 친구한테 말하듯 주절주절 적어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압축과 생략, 묘사 등으로 문장을 꾸며야 한다. ②눈에도 샘이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눈물이 고여 있는 상태를 ③눈물샘이라 하는데, 나는 아픈 중에도 자꾸만 엉뚱한 샘물이 떠올랐다. ④샘이 주는 어감 때문에 그런가 했는데, 들여다보니 샘물과 눈물샘은 일맥상통한 점이 있었다. 눈물이 감정의 발원에서 우러나온다고 볼 때, 샘물 또한 깊은 곳에서 솟아나오니 상관관계가 전혀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눈물이 솟구친다는 표현도 쓰지 않았을까. ⑤그런데 요즘엔 이 고귀한 눈물이 샘물 마르듯 우리 주변에서 점점 메말라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 눈에도, 아니 눈물에도 샘이 있다니 참으로 신기하다.(알고 있었지만 모르고 지낸 듯 능청을 떨면 된다.) 의사선생님은, 눈물이 고여 있는 곳을 ‘눈물샘’이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서, 나는 아픈 중에도 자꾸만 엉뚱한 ‘샘물’이 떠올랐다. ‘샘’이 주는 어감도 어감이려니와 ‘눈물샘’ 과 우리가 자주 마시던 ‘샘물’이 일맥상통한 점이 많음을 깨닫게 되었다. 우선, 둘 다 발원(發源)이 있다. 눈물은 감정의 발원에서, 샘물은 우물 안 심저(心底))에서 솟아나오지 않는가. 특히, 우리는 ‘눈물이 솟구친다.’는 표현을 곧잘 쓰지 않는가. 그 말은 ‘발원’을 상정(想定)한 표현이기기도 하다. 아무튼, 둘은 이래저래 비슷하다. 우리가 마을마다 정겹던 우물을 폐쇄하고 집집이 따로 수도꼭지를 달아갈 즈음, 우리의 눈에서도 눈물샘이 차츰 말라갔던 건 아닌지. 우물가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때와는 달리, 자기네 집 수도꼭지만 여닫다 보니 이웃의 애환을 까맣게 모른 체 살아가게 된 게 사실이다. ‘한솥밥’이 아닌, ‘한 우물물’울 먹었을 때 정이 났던 것 같다. * 이처럼 적으면 논리적이며, 사뭇 사색이 얹힌 글로 비친다. 비교와 대비,연관을 통해 좀 더 많은 이야기 꾸려가야 한다. * 이렇게 간추려 적으면, ‘⑥내가 어렸을 때는~’ 는 불필요하게 된다. 즉,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3) ①밤나무 밭 진입로 양편에는 논밭이 있는데, 때마침 밭주인 내외가 밭작물을 보살피고 있다. 나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내가 밭고랑에서 몇 발자국을 옮기는 순간, 주인은 거기를 밟으면 안 된다며 저지했다. 놀라서 발밑을 바라보니 콩 싹이 막 솟아오르고 있었다. 떡잎이 흙덩이를 밀고 올라오며 새 생명을 탄생시킨 승리감에 젖어 양팔을 벌리고 만세를 부르는 것 같았다. 동글동글했던 한 알의 콩, 그 자그맣고 딱딱한 콩 속에 무엇이 깃들어 있었으며, 그 생명력은 누가 주었단 말인가? 신비스러운 것이 생명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중략) ②나는 그 전에도 밤꽃 냄새가 여인의 마음을 흥분케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 ③하지만 오늘처럼 과부가 바람난다는 밭주인의 실감나는 밤꽃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④밤 꽃 하면 고향 집 뒤란의 밤나무 밭이 떠오른다. 고향 옛집엔 밤나무 대여섯 그루가 있었다. 그 중에 두 그루는 정자나무처럼 ⑤울창하여 가을이면 상당량의 알밤을 ⑥수확했었다. 어릴 적 칭얼대면 어머님은 알밤을 구워주시면서 달랬었다. ⑧그 시절은 식량과 간식거리도 귀한 때라 맛있게 먹었던 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중략) ⑧밤나무[栗木]는 이름도 많고 특이한 점도 많다. 밤나무, 약밤나무, 메밀잣밤나무, 산밤나무, ⑨나도밤나무, 너도밤나무 등 다양하다. 늦은 봄 암꽃과 수꽃이 한 그루에 같이 피는 특이한 꽃이다. 아주 짙은 향을 풍기는 특이한 꽃이다. ⑩어제 본 부안 운암마을의 밤나무 꽃이 부디 튼실하고 푸짐한 열매를 매달기 바란다. 내년 이맘때도 다시 찾아가 밤꽃 향을 맘껏 마시고 싶다.(말미임.) ㅇ문장의 충실성, 성실성에 관한 문제 : 작의(作意)가 궁금하다. 글쓴이는 ‘밤꽃 향기를 찾아서’라는 제목을 붙여두었지만, 백화점식으로 이야기를 진열하다 보니, 이야기의 줄거리가 형성되지 않는다. * 와트(William W. Watt)의 좋은 글 척도 12개 가운데 충실성과 성실성 - 충실성 : 글의 내용이 알차서 밀도가 있는 걸 말한다. - 성실성 : 자기다운 글을 정성되이 쓰는 걸 말한다. ☞ 충실성, 성실성을 갖추어 다시 적어야 할 것이다. ㅇ 주제와 관련 없는 단락 : 독자들은 실황중계를 원치 않는다. 주제와 관련 없는 단락은 빼는 게 옳다. ①밤나무 밭 진입로 양편에는 논밭이 있는데, 때마침 밭주인 내외가 밭작물을 보살피고 있다. 나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내가 밭고랑에서 몇 발자국을 옮기는 순간, 주인은 거기를 밟으면 안 된다며 저지했다. 놀라서 발밑을 바라보니 콩 싹이 막 솟아오르고 있었다. 떡잎이 흙덩이를 밀고 올라오며 새 생명을 탄생시킨 승리감에 젖어 양팔을 벌리고 만세를 부르는 것 같았다. 동글동글했던 한 알의 콩, 그 자그맣고 딱딱한 콩 속에 무엇이 깃들어 있었으며, 그 생명력은 누가 주었단 말인가? 신비스러운 것이 생명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 삭제함이 바람직함. ㅇ 안일한 단락짓기 : 위 ‘(1)’에서 밝혔듯, 단락의 원리는 통일성, 일관성, 완결성, 강조성이다. 이따금씩 짧은 단락 즉, ‘분립(分立)’을 통해 강조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단락은 그런 기능을 하지 않는다. ②나는 그 전에도 밤꽃 냄새가 여인의 마음을 흥분케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 하지만 오늘처럼 과부가 바람난다는 밭주인의 실감나는 밤꽃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 단락을 길게 지어, 밤꽃 냄새가 남성의 정액(精液) 내음과 같아, 청상(靑孀)들이 밤꽃이 필 적이면 밤잠을 못 이룬다는 이야기를 소개해도 좋을 것이다. ‘그 슬픈 밤에 소쩍새도 함께 울어주었다.’ 등의 글쓴이 맘이 전해지는 내용을 삽입하면 더욱 돋보일 것임. 밤꽃이 피는 계절은 아마 5월, 6월일 것이고, 그 때 야경(夜景)도 그려 넣으면 좋을 것이다. 이 글 제목에 비추어볼 때 이러한 내용이 든 단락이 필요할 듯. ㅇ 정확한 어휘 선택 문제 : 글을 쓸 적에는 어의(語義)에 유의해야 함. ⑤울창하여 - 울창(鬱蒼) : 수 많은 나무들이 빽빽 들어선 상태를 일컫는다. * 글쓴이는 이 어휘 앞에 ‘두 그루는’을 선행(先行)시켰기에, 논리에 맞지 않은 어휘가 된다. ☞ 정자나무처럼 가지가 어우러져 ㅇ 우리말에는 대과거 시제가 없다. (이오덕 선생 주장, 영어식 표현.) ⑥수확했었다. ☞ 수확하곤 했다. 달랬었다. ☞ 달래곤 했다. ㅇ 문장은 가지런해야 한다. ⑧그 시절은 식량과 간식거리도 귀한 때라 맛있게 먹었던 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 그 시절은 주전부리가 마땅찮아 맛있게 먹곤 했다. 아니, 군밤은 이제나 그제나 맛나는 간식거리라 맛있게 먹곤 했다. * 사실대로 진술(陳述)해야 한다. ㅇ 한자(漢字) 병기(倂記)의 문제 : 동일어 ‘밤나무’를 둘째 단락 첫 어휘로 썼음에도, 그때는 병기를 않고, 뒤늦게 사용한 것은 순서상 틀렸다. 즉, 꼭 병기를 해야 한다면, 최초로 동일어를 쓸 적에 쓰라는 뜻이다. 그리고 익히 아는 낱말에 병기까지 할 필요는 없다. * 병기 요령: 괄호 밖과 독음(讀音)이 같으면 ( ), 다르면 [ ]다. 이 점은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 ⑧밤나무[栗木]는 ☞ 밤나무는 ㅇ 개념 가운데 동위(同位) 개념의 문제 : 사실, ‘나도밤나무’, ‘너도밤나무’는 나무와 과(科)가 다르다. 하이야, 일반인들은 이렇게 적어도 큰 무리는 없지만. - 산에는 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자란다.(X) ‘참나무’라는 나무는 없다. ‘참나무류’ 내지 ‘참나무과(科)’로 쓰여, 총칭하는 말이 된다. 상위 개념이다. - 그는 예술과 문학과 음악과 미술을 사랑한다.(X) 이 때 ‘예술’은 상위 개념이기 때문에. - 그는 문학과 음악과 미술 등 여러 예술을 사랑한다.(O) ☞ 개념에 관해 따로 익힐 만하다. ㅇ 메시지가 빠진 말미(末尾) : 한 편의 수필을 적을 때, 우리는 독자들에게 뭔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원고지 12매를 채우지 않는가. ⑩어제 본 부안 운암마을의 밤나무 꽃이 부디 튼실하고 푸짐한 열매를 매달기 바란다. 내년 이맘때도 다시 찾아가 밤꽃 향을 맘껏 마시고 싶다.. ☞ 메시지를 담아 마무리하면 좋겠다. (4) 어느 날 이 찜집을 지나다 보니, 빨간 비닐 끈에 묶인 토종닭 몇 마리가 하수구 뚜껑에 연결된 나무토막에 묶여 있었다. 제법 살이 오른 중치였다. 그 중에는 붉은 빛깔의 볏을 단 수탉도 한 마리가 보였다. 주인 아주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손님이 떨어지다 보니 삼계탕도 팔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두 마리는 일주일 뒤에 없어졌지만, 세 마리는 며칠이고 그 자리에서 졸고 있었다. 토종닭 하니 생각나는 일이 있다. 한 십 년 전인가 보다. 서울 사는 장남을 따라 처제 가족과 수락산 골짜기로 토종닭을 먹으러 간 일이 있다. 맑은 물속에서 오리 너덧 마리가 동동 떠다니고 있고, 언덕 위에는 닭장이 보였다. 우리는 그 옛날 시골에서 먹어 본 토종닭을 맛볼 수 있겠구나 하며 침을 꿀꺽 삼키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큰 고무통에서 냉동 닭을 끄집어 내었다. 저 언덕에 있는 닭을 잡지 않고 웬 냉동 닭이냐고 했더니, 지금 잡으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아침에 미리 장만해 놓은 것이라 했다. ㅇ문장의 충실성, 성실성에 관한 문제 : 작의(作意)가 궁금하다. 글쓴이는 ‘밤꽃 향기를 찾아서’라는 제목을 붙여두었지만, 백화점식으로 이야기를 진열하다 보니, 이야기의 줄거리가 형성되지 않는다. ㅇ문장의 충실성, 성실성에 관한 문제 : 작의(作意)가 궁금하다. 글쓴이는 ‘토종닭’이란 제목을 붙여두었지만, 횡설수설이다. 요령 있는 문장쓰기가 아쉽다. 극적(劇的) 전개도 필요하고, 실감나는 표현도 곁들여야 한다. 그리고 불필요하게 꾸미는 말도 과감히 빼야 한다. * 와트(William W. Watt)의 좋은 글 척도 12개 가운데 충실성과 성실성 - 충실성 : 글의 내용이 알차서 밀도가 있는 걸 말한다. - 성실성 : 자기다운 글을 정성되이 쓰는 걸 말한다. ☞ 어느 날 그 ‘찜집’을 지나다 보니, 몇 마리의 닭들이 비닐끈에 묶여 있었다. 제법 살이 오른 중치였다. 붉은 볏을 단 수탉도 보였다. 특히 고놈은 덩치가 크고 오지기에 입맛이 돌았다. 그 안주인은 하루가 다르게 ‘해물찜’ 손님이 떨어지자, 삼계탕도 팔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문득, 낭패를 당했던 일이 떠올라 헛웃음을 짓는다. 수락산 골짜기였다. 서울 사는 큰아들녀석은 그곳에 토종닭이 유명하다며, 이 애비와 자기 이모 내외까지 청해서 그곳으로 이끈 것이다. 맑은 물속에 너덧 마리 오리가 떠다니고, 언덕 위 닭장에는 닭들이 노닐었다. 나는 옛날 시골에서 즐겼던 토종닭 맛을 그리기에 족했다. 그런데 그런데 내가 어쩌려고 그 광경을 목도하게 되었더란 말인가. 안주인은 커다란 고무통에서 냉동 닭을 ‘쑥’ 끄집어내는 게 아닌가. 그 순간, 입맛이 싹 달아나 버렸다. 안주인의 대꾸가 가관이었다. “ 어르신, 아침에 잡은 거에요. 이 많은 손님 그때그때 어떻게 잡아 드려요?” * 이렇게 간추려 적으면 된다. 특히, 그 안주인의 입을 빌리면(“ ” 안) 생략과 압축이 된다. 생략과 압축이 잘된 작품에 관해서는 이미 이 강의 전반부에서 밝힌 바 있다. 본인의 수필 ‘유품’을 예로 들었음을 상기해주기 바란다. 다시 밝히지만, 그 작품은 디딤돌 출판사, 중1-1 교과서에 실려 있다. (5)요즘 며칠째 열대야 때문에 잠 못 이룬다고들 한다. 33~34도의 땡볕 아래서 밭일로 사망하는 노인들도 생겨나고, 빙과류는 날개 돋친 듯 ①팔리고, 이렇게 더울 때는 성급한 사람은 덩달아 급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에어컨보다 더 ②시원한, ③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그게 보람 있는 ④일상을 살아가는 지혜니까. ㅇ 쉼표 사용이 잘된 곳, 못된 곳 : - 잘된 곳 : ②시원한, * 바로 뒤의 말을 수식하지 않을 때 쓴 쉼표(,)임. 문장을 리드미컬하게 함. - 잘못 된 곳 : ①팔리고, * ‘a하고, b하고… .’로 하여 병렬문을 만들든지 ‘a하고, b하고, c하고… .’로 하여 병렬문으로 만들든지 해야 옳다. 후자(後者)로 쓰는 것이 상례(常例)다. 전자(前者)는 왠지 위태롭다. 그리고 ‘이렇게 더울 때는 성급한 사람은 덩달아 급해질 수도 있다.’는 이 병렬과 이질적(異質的) 요소다. 그러니 쉼표를 ‘말없음표’로 바꾸어야 한다는 뜻이다. ㅇ 어휘간 호응문제 : 이는 어의(語義)와 관련되는 사항이다. ④일상을 살아가는 ☞나날을 살아가는 * 일상(日常) : 날마다, 평소에, 늘, 항상. * 일상생활 : 나날의 생활, 평소의 생활.
(다음호 계속)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네이버>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 강의실)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아울러, 이 연재물은 계간《自由文學》에 지난 2011년 가을호부터 ‘한국 수필계에 비상을 건다’ 제하(題下)에, 뒤따라오면서 전재(轉載)되고 있음을 밝힙니다. * 수필작가 김학 선생님네 블로그, ‘마로니에샘터’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지구상에서 최초로 올려지는 블로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