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한국수필 7월호
심영희
한국수필(발행인 : 최원현) 7월호가 도착했습니다. 이번 호에는 전 강원한국수필가협회 회원이었던 작가와 박영희. 이응철 수필가까지 13명의 회원 수필을 특집으로 수록했습니다. 좋은 작품을 보내주신 회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청탁 기일을 한 명도 어기지 않아서 마음이 흡족했습니다.
또 유혜자 고문의 권두 에세이와 은종일 부이사장의 권두 칼럼도 읽어 볼 수 있으며, 박원명화 수필가와 이은희 수필가의 문학상 작품도 실렸습니다. 수상자 두 분 축하드립니다.
백담사를 찾아서
심 영 희
지난주에는 오랜만에 백담사로 가을나들이를 갔다. 인제 용대리 꽃 축제장을 갈까 하다가 2주전에 철원 고석정 꽃밭에 가서 꽃구경을 마음껏 하고 왔으니 꽃 축제장을 지나 만해 마을로 갔다. 차를 타고 가면서 꽃 축제장을 보니 역시 휴일이라 주차장이 포화상태다.
만해 마을 주차장도 여전히 초만원인데 오후 늦은 시간이라 백담사에 올라가는 버스에는 별로 손님이 없다. 아슬아슬한 좁은 길을 마을버스는 잘도 오르고 내려오지만 난 언제나 불안한 마음으로 목적지까지 간다.
냇물이 아주 맑아 그 맑은 물에 반해 백담사를 오를 때 고운 단풍보다는 바닥까지 들여다보이는 맑은 물 쪽을 보면서 다니는데 올라갈 때 보다 내려올 때가 더 무섭다 혹시 낭떠러지로 떨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길은 좁은데 가드레일도 없으니 위험하다 인도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지만 등산객들이 가끔씩 걸어서 오르내린다.
지난해인가 외지에서 온 고등학생들이 맑은 물이 바닥까지 보이니 물이 얕은 줄 알고 다이빙을 하였다가 깊은 물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쓰리게 했을 것이다.
백담사에 도착해 넓은 강과 백담사경내를 보면 언제 그런 걱정이 있었나 싶게 마음이 확 트인다. 백담사 마당에서 승하차장까지 내려가려는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단풍잎을 닮은 노란색과 빨간색이 섞인 등산복은 따로 사 입었겠지만 모두 단체복이 되어 한 팀으로 보인다.
문학단체에서 문학기행을 왔을 때 어느 작가는 백담사는 원래 유명하지도 않던 곳인데 전두환 전 대통령이 칩거하면서 유명해 졌다고 말했던 것처럼 그래서인지 백담사를 찾는 전국의 관광객이 참으로 많다.
한나라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수많은 죄를 짓고 백담사에 숨어 살다가 결국 사후에 국립묘지에 안장되지 못하였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를 떠나 한 인간으로 본다면 처량하고 불쌍하기 짝이 없지만 지은 죄는 달게 받아야 하는 게 또한 국민이며 우리 사회이니 한 생을 제대로 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 당시는 강원도 사람 무시해서 죄지은 대통령이 강원도에 왔다고 엄청 시끄러웠지만 그 덕분에 백담사가 유명한 사찰이 되어 관광객이 줄을 서서 찾아온다면 강원도도 손해 본 일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오래전 내가 춘천문인협회 사무국장을 할 때 강원문인협회 행사를 백담사에서 1박 2일로 하게 되었다. 당시 강원문인협회 회장과 입적한 조오현 스님이 친분이 있어 필히 백담사로 오라고 청하신 것이다. 게다가 각 지부대항 장기자랑을 한다고 하여 춘천문인협회 사무국장이던 나는 급히 회원 8명을 불러 댄스스포츠로 장기자랑을 하기로 하고 춘천예총 사무실 옆 공간에서 맹연습을 했다. 결국 중도에 두 명이 탈락하고 여섯 명이 끝까지 연습하여 춘천문인협회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런데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참가한 팀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땀 흘리며 연습한 결과로 춘천문인협회가 우승을 하였고 나는 그날의 그랑프리가 되었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오현 스님과 고은 시인. 전상국 소설가의 요청으로 앙코르 공연까지 하며 추억을 쌓았는데 오현 스님이 입적하고 나니 강원문인협회와 백담사도 인연의 끈이 멀어졌다.
이런저런 추억을 회상하며 우리 일행은 백담사경내를 구경하고 시원한 물도 한 모금씩 마시고 사진도 찍고는 경내에 있는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한 뒤 밖으로 나왔는데 백담사 마당에 구급차가 있는 게 아닌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관광객이 산행 온 사람이 발목을 접질러서 걸을 수 없어 구급차가 왔다고 하는 소리에 의문이 풀렸다.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은 승강장에서 백담사 마당까지 몇 줄씩 겹쳐 서 있다. 밀리고 밀리는 다리 위에서 나는 빨간 단풍나무 사진 찍기에 바빴다. 아직 단풍철이 아니라 새빨갛게 물든 한 그루 단풍나무가 유난히 붉게 발악을 한다. 저녁노을 빛보다 붉은 단풍 잎을 카메라에 담아가지고 내 차례가 되어 버스에 올랐다. 한 사람만 더 타고 나는 다음 차 맨 앞 좌석에 앉기를 바랐는데 나는 맨 뒷자리로 밀려들어갔다.
어둑어둑해지는 날씨에 맑은 시냇물도 볼 수 없다. 더구나 일행들이 걸어간다고 먼저 내려갔기에 차를 타고 가면서 어디쯤 왔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어두워진 날씨에 맨 뒤에 앉아 일행을 찾아보려 하였으나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버스보다 조금 늦게 일행들이 도착했다.
전깃불이 마중하는 주차장에 내려 우리 일행은 더 밝은 불빛을 따라 식당으로 들어갔다. 황태구이, 황태해장국, 산채비빔밥, 해물파전을 주문하여 먹으며 오래전에 강원문인협회에서 1박 2일 동안 백담사에서 머물렀던 추억을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