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7월 LG전자와 지능형 로봇 서비스 도입 제휴 협약을 체결한데 이어 한달 후인 8월에는 국내 로봇업체인 미니로봇, YSTT, 원익로보틱스와 로봇 도입에 관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 따라 LG전자는 인천국제공항 내에서 자율주행하는 공항안내 로봇 및 환경미화(청소) 로봇을 공급하게 된다. 또 미니로봇은 엔터테인먼트 로봇을, YSTT는 인천공항 CIP 라운지 이용 고객들에게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접객 로봇을 제공하며 원익로보틱스는 면세점 개인서비스 로봇을 공급할 예정이다.
인천공항, 평창올림픽 전까지 로봇 서비스 도입
인천공항의 이 같은 ‘로봇’ 행보는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 1위라는 명성과 스마트 공항으로서의 첨단 이미지를 이어나갈 수 있는 핵심 전략이 로봇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루 최대 20만명이 이용하는 인천공항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까지 공항 내 로봇 서비스 도입을 활성화하고 2020년경에는 최첨단 로보틱스 공항으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세계 최고 IT기업 가운데 하나인 LG전자와 국내 기업들과의 로봇 파트너십을 통해 인천공항을 세계 최고의 스마트 공항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주요 공항에서 로봇을 도입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산호세공항에 배치된 로봇. ⓒ 퓨처로봇
인천공항 뿐 아니다.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미국 미네타 산호세공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 등 세계 주요 공항들이 앞다퉈 로봇 도입에 나서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된 공항의 로봇 도입 흐름은 지난해부터 뚜렷해지고 있으며 적용 분야도 고객 서비스를 비롯해 수하물 처리, 보안 검색, 공항 청소, 발레파킹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미래형 공항 업무의 핵심 키워드를 ‘로봇’으로 보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대부분 테스트 단계이며 참여한 공항도 10개 안팎이다. 국제공항협회(ACI)에 가입한 공항이 179개국, 1600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미미하다. 그러나 공항 산업은 특성상 자동화 및 첨단 시스템 도입이 매우 빨리 파급되는 분야기 때문에 고객 반응과 테스트 효과가 검증될 경우 공항의 로봇화는 빠른 진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항들이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분야는 승객 서비스. 공항은 각 나라, 각 도시의 관문이자 얼굴인만큼 서비스 경쟁이 그 어떤 분야보다 치열하다.
게이트를 못찾아 우왕좌왕하는 사람, 체크인 하기 위해 긴 줄에 서있는 사람, 면세점 위치가 궁금한 사람…
탑승 시간을 앞두고 마음이 바쁘거나 혹은 달리 할 것이 없어 어쩌면 무료한 고객들에게 자율주행하며 다가가는 공항 내 서비스 로봇은 아주 매력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고 같이 셀카를 찍자고 하며 노래하고 춤까지 춘다면 공항에서의 경험은 매우 특별한 기억이자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
글래스고 공항이 지난해 12월 도입한 서비스 로봇 글래디스 ⓒ 글래스고공항
미국 산호세공항은 지난해 퓨처로봇사의 서비스 로봇을 도입해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산호세국제공항은 공항 게이트 3곳에 각각 노마, 파이어, 아멜리아 등의 서비스 로봇을 투입했다. 이들 로봇은 게이트 근처를 이동하면서 승객들에게 공항 및 탑승 정보와 식당, 게이트 등의 안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6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
영국의 글래스고 공항은 지난해 12월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인 글래디스를 공항에 투입했다. 120cm의 키를 갖고 있는 글래디스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페퍼로봇을 특성에 맞게 바꾸고 공항 코드인 GLA를 따서 이름을 붙인 것이다.
홀리데이 시즌에 등장한 글래디스는 산타 복장을 입고 크리스마스 노래를 불러주며 고객들과 셀카를 찍기도 해 인기 만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금은 고객들과의 소셜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글래스고 공항의 ‘디지털 고객경험’ 프로젝트에 따라 로봇의 업무 범위는 점점 확대될 것이라고 공항 측은 밝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은 한발 더 빨랐다. 2015년 11월 스펜서라는 로봇을 투입해 지난해 3월에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스펜서는 승객의 보딩패스를 스캔해 탑승구까지 직접 안내하는 로봇으로 KLM네덜란드 항공의 승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테스트 과정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반영해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고 있으며 완료되는대로 실전 배치될 것으로 알려진다.
LG전자가 최근 CES 2017에서 선보인 공항 안내 로봇. ⓒ LG전자
LG전자가 최근 CES 2017에 선보인 공항 안내 로봇 역시 스펜서와 유사하다. 탑승권을 스캔해 탑승 시각, 게이트 정보, 도착지 날씨 등을 알려주고 길을 잃은 여행객을 안내하거나 빠른 이동경로를 제시해준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국어로 대화할 수 있다.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은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주요 로봇기업의 로봇 제품 17종에 대해 대대적인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2월 13일까지 두달간 진행되는 이 테스트는 하네다공항 제2터미널 주변 일대에서 이뤄지며 청소로봇, 이동지원 로봇, 안내 로봇 등 3종이 그 대상이다.
로봇 자체의 안전성과 공공시설 내 대인 안전성, 업무 활용 도입 효과 등을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유리창 청소로봇 기업인 알에프도 윈도우메이트로 이 테스트에 참여하고 있다. 하네다공항은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터미널1의 남쪽 윙 보안검색대에 로봇 나오(NAO)를 배치했다. 나오는 일본항공(JAL)과 노무라리서치연구소(NRI)가 공동으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고객과 응대하며 이착륙 정보와 날씨, 도시 정보 등을 제공한다.
중국 휴양지인 하이난성 하이커우 메이란 국제공항에서도 지난해 접객 로봇인 메이메이, 란란을 VIP와 1등석 라운지에 투입해 테스트한 바 있다.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이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17대의 로봇에 대해 2개월간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 하네다공항
수하물 체크 로봇도 공항에 등장했다. 스위스 제네바 공항은 지난해 6월 탑승객의 가방을 자동으로 체크인해주는 로봇 레오를 선보였다. 테스트 단계지만 레오의 터치스크린 버튼을 눌러 탑승권을 스캔하면 자동으로 탑승객의 짐을 접수하고 짐표를 출력해준다. 최대 32kg까지 접수 가능하며 복잡한 공항에서 장애물을 피하며 다닐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 공항은 발레파킹 로봇을 투입해 승객들의 편의를 높이고 있다. 승객들은 정해진 장소까지 차를 몰고가면 로봇은 다가와 차를 포크리프트 형태의 시스템으로 들어올려 주차장으로 옮겨놓는다. 발레파킹 이외에도 차량의 이상 유무도 판단해주며 차주인이 언제 공항에 다시 돌아오는지를 알고 있어 미리 대기한다.
이외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은 대형 수하물 처리 로봇 팔을 도입했으며 하네다공항, 인천공항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공항 바닥 청소를 위해 청소 로봇을 도입할 예정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의 스펜서. ⓒ 스키폴공항
1911년 라이트형제가 미국 메릴랜드주에 칼리지파크 공항을 처음 건설한 이후 공항은 100여년만에 수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엄청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공항의 변화는 늘 기술과 함께 이뤄졌다. 1930년대 고광도 전구기술의 발전이 활주로 운영에 개선을 가져온 것이나 1960년대 금속탐지기 도입, 1990년대 무빙워크 첫 운영 등은 대표적인 변화로 기록되고 있다. 이후 컴퓨터와 IT의 발전은 공항운영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와 종이티켓이 사라지고 모든 처리가 네트워크화, 연계처리되면서 비약적인 발전의 계기가 됐다.
수많은 비행기 이착륙을 컨트롤해야 하고 승객의 출입국과 수하물의 처리 등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곳, 세계 주요 공항들이 서비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로봇을 선택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귀결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