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에서 신시까지
마고 나해철
영롱한 물방울 거품에서 훗날에는 마고라고 불렀다
수없이 많은 다른 이름으로도 사모하였던 여신이 탄생하였다
여신은 못 하는 것이 없었고 빛이면서 박동이고 소리이면서 고요이고 말이면서 노래이다
그리고 생각이면서 의지이고 자비이면서 은총이었다
본래 그 무엇에서 솟구친 청이슬, 흑이슬이 지닌 강력한 생명의 힘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생명의 탄생과 보살핌에 대한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위대한 자비로움을 지니고 있었다.
그 무엇의 물방울 거품이 지닌 신비함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麻姑神市 羅海哲吟 眞虛飜作
麻姑滴泡遠中昌 마녀가 떨어트린 거품은 멀리 퍼져 번영한다.
多不同名人敬綱 다양한 유명 인물들이 강렬함을 존경한다.
光亮舞跳聲響靜 빛나는 춤은 소리를 내지만 정적이다.
語歌唱思志都剛 언어와 노래는 사상과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다.
慈悲實體恩能典 자비는 실체이며 은혜는 가장 좋은 것이다.
生命源來澈暗康 생명의 근원은 맑고 어둡고 평온하다.
偉大母親産子護 위대한 어머니는 자식을 낳고 지켰다.
壽仙神祕力量匡 마고는 신비한 힘으로 세상을 교정한다.
해설:
각 문장은 다른 주제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시 전체에서는 자연, 예술, 사랑, 인간의 가치 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문장에서는 마고가 떨어트린 거품이 번영한다는 것을 말하며, 이는 예상치 못한 일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 문장에서는 다양한 유명 인물들이 존경할 만한 가치를 지닌 사람들을 찾아서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 번째 문장은 빛나는 춤이 소리는 내지만 정적이라는 것을 말하며, 이는 예술이나 표현이 소음이나 소란에서 벗어나 조용한 공간에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네 번째 문장에서는 언어와 노래가 사상과 의지를 표현하는 강력한 도구라는 것을 말합니다.
다섯 번째 문장은 자비와 은혜가 실체적인 힘이고, 가장 좋은 행동의 예라는 것을 전달합니다.
여섯 번째 문장은 생명의 근원이 맑고 어둡고 평온하다는 것을 나타내며, 이는 생명의 다양성과 그 안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상태를 이야기합니다.
일곱 번째 문장에서는 위대한 어머니가 자신의 자식을 보호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여덟 번째 문장에서는 수선 선인이 신비한 힘을 가지고 세상을 교정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선인들이 신비로운 능력을 가지고 세상을 개선하거나 인류에 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입니다.
이 시는 각 문장이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시 전체로 보았을 때 예술, 사랑, 자연, 가치 등 다양한 주제들을 통해 인간의 존재와 삶에 대한 깊은 의미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해철 시인의 물방울에서 신시까지]“삶, 지금 여기 ‘너’에게 도착한 태초로부터의 전언”
(기사 복제)
나 해철 시인의 시의 언어로 길어 올린 신화적 상상력은 현재를 낯설게 비추는 근원의 세계이다. 이번 시집은 나해철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으로 도서출판 (솔)에서 추간했다. 시인은 동북아시아에 편재遍在한 신화소들을 엮어 시의 언어로 재구성하고 다시 직조해냄으로써 닫힌 텍스트로서의 신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시인에 의해 다시 쓰인 한국 신화는 지금 여기, 우리의 일상을 낯설게 비추어 새로운 감각으로 마주하게 한다. 나해철 시인은 신화라는 텍스트를 활짝 열어젖혀 거대한 ‘신화’의 상징과 서사가 현재적인 장소와 삶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자리잡도록 한다.
오늘 밤하늘에 피어난 별빛이 오래전 과거에서 출발하여 이제 막 우리의 눈앞에 도달한 메시지이듯, 신화의 전언 또한 이전의 ‘너’들로부터 부쳐져 지금 ‘너’의 앞에 도착한 편지이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층위를 건너오느라 잔뜩 낡고 닳은 편지봉투를 열어보면 그 안엔 두려움과 오욕, 뿔, 욕심, 좋지 않은 생각, 눈물, 실패, 생로병사가 있다. 우리가 살려내지 못한 ‘너’들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껏 살아갈 것이 분명한, 지금을 살아내고 있는 ‘너’가 있다.
시인은 맨 처음에 있었던 그 ‘무엇’의 이름을 찾아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그것은 혼돈으로도 침묵으로도 빛으로도 어둠으로도 보이는, 규정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흩어져 있는 ‘있음’의 충만한 ‘무엇’은 자연 안에서 생명과 탄생을 예비하고 있는 존재들이다. 태초의 충만함과 혼돈으로 가득한 신화적 공간 안에서, 시인이 맨 처음 호명하는 존재는 놀랍게도 신이 아니라 ‘너’라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이 ‘너’는 누구인가? 마고나 환인, 환웅, 단군과 같은 신적 존재이면서 이 신화서사시를 접하는 당신을 비롯해 생명을 지닌 존재들 낱낱이기도 한 복수複數의 ‘너’들이다. 한 세계가 만들어져가는 신화적 공간 안에서 부르는 ‘너’는, 세계의 탄생과 형성 과정 내내 시의 공간 안에 자리한다. 여신 마고의 손길 안에서 생명과 신이 탄생하고, 세계가 만들어지고, 인간과 만물이 태어나고, 전쟁의 불과 찢김을 지나 마침내 거주지에 도착하기까지의 긴 여정에 ‘너’는 함께 있다.
이처럼 시인은 신화로부터 ‘신’이라는 거대한 존재의 위대함보다는 그 “무궁한 이야기 속에 네가 있”(「30 샛별 여신과 해맞이 매 별신」)음을 노래한다. 시인은 왜 지금 신화를 노래하는가. 왜 이 신화적 공간에서 ‘너’에게 말을 건네는가. 나해철 시인이 우리 앞에 불러낸 이 신화적 공간은, 우리가 기억하고 되살려내고 기려야 하는, 우리가 지켜내지 못한 ‘너’들, 우리의 아이들, 우리의 역사에 대한 추모의 공간이자 잉태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마고에서 아침 새 빛의 나라까지 창세신화와 건국신화의 접점을 상상하다. 창세신화는 세계의 시작과 인간의 기원을 둘러싼 질문에 대한 응답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은 어느 순간부터 우리에게 잊힌 ‘마고’를 이야기의 장으로 다시 불러옴으로써 그에 답한다. 세계의 시작에 있던 “노래이기도 하고/말이기도 하고/이야기이기도 하고/생각이기도 한 것을” “진즉 잉태”한 “물방울 거품”(「3 물방울 거품」)은 곧 거대한 몸집을 가진 ‘마고신’이 되고, “모든 것의 전부인 여신 마고”로부터 “새로운 것들이 태어”(「6 하늘과 신들의 탄생」)나 세계가 지어진다. 세계는 ‘마고신’의 몸과 몸짓으로, 의도와 우연 속에서 창조와 분화를 거듭해가며 확장된다. 한 존재로부터 다른 존재가 파생되고 새로운 존재들이 자꾸만 생겨나는 것은, 세계를 좀 더 다종다양하고 다채롭게 하는 것인 동시에 복잡하고 모순적인 국면에 이르도록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잘 보여주는 존재가 ‘괴물 여신’이다. ‘괴물 여신’은 ‘마고신’의 딸이자 자매인 ‘아랫몸신’의 잠을 깨우기 위해 빚어졌는데, 그처럼 하찮은 일을 해야만 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점차 변심을 하여”(「16 괴물 여신」) 세계를 어지럽히고 존재들에게 해를 끼치는 ‘악신’이 된다.
시인이 우리 앞에 불러낸 이 신화적 공간은, 우리가 기억하고 되살려내고 기려야 하는, 우리가 지켜내지 못한 ‘너’들, 우리의 아이들, 우리의 역사에 대한 추모의 공간이자 잉태의 공간이다. 동시에 이는 잃어버린 ‘너’들을 마음에 지닌 채 살아가는 ‘너’, 지금 여기의 당신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기도 하다. 시인은 신화를 빌어 생명을 지켜주고 싶은 의지를 드러낸다. 마음속에서 어지럽게 일렁거리는 감정들, 나쁜 상황들, ‘너’의 힘과 의지만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에 맞서 “견디어”(「31 아홉 번째 전쟁 시작 전」)낼 때, “걷고 뛰고 날고 기어서” “삶 가운데 있”고자 애쓸 때 시의 화자는 다정한 목소리로 “그 순간 네가 바로 마고”(「15 마고의 동아시아 평야와 백두대간 창조」)이자 “위대한 환웅천황”(「67 환웅천황의 홍익인간」)이라고 넌지시 속삭인다. 신의 이야기로부터 뻗어 나간 ‘삶’이 ‘너’에게 가닿는 바로 그 순간, ‘삶’은 곧 이야기가 된다.
“너야/너의 삶이/이야기가 되어야 한다”(「39 마지막 전쟁의 승리」). ‘너’라는 존재가 슬픔에 망가지지 않고 계속해서 살아나가기 위해 삶이 발화發話되어야 한다는 것, 그 이야기는 긴 생명의 공간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 그것이 시인이 신화로부터 발견한 자명하고도 단순한 세계의 진리이자, 지금 열린 신화의 공간으로 우리를 부른 이유이다. 시인이 열어젖힌 신화의 세계가 ‘너’의 삶, 바로 이곳에 하나의 시로 놓여 있다.
나해철 시인은 1956년 전남 나주 영산포에서 태어났으며 전남대 의대 의학과 졸업하고 피부과 의사가 되었다. 1976년 천마문학상 시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한국작가회의 이사를 역임했으며, ‘5월시’ 동인이다. 시집으로 『무등에 올라』, 『동해일기』, 『그대를 부르는 순간만 꽃이 되는』, 『아름다운 손』, 『긴 사랑』, 『꽃길 삼만리』, 『위로』가 있으며, 2014년 4월 29일부터 페이스북에 하루에 한 편씩 올린 304편의 연작시를 묶어 『영원한 죄 영원한 슬픔』을 펴냈다.
나해철(羅海哲.1956.6.4∼ )
시인⋅의사. 전남 나주 영산포 출생. 광주 제일고등학교를 거쳐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의학박사(전남대).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영산포>외 1편이 당선되어 시단에 데뷔했다. [5월시] 동인. 현재 서울 나해철성형외과 원장.
【작품세계】
나해철의 첫 시집 <무등에 올라>는 가계사적 슬픔이 민중의 서정으로 승화된 빼어난 서정시 <영산포> 연작을 비롯하여 <무등에 올라> <대성동> <광주천> 연작 등 69편을 수록. 그의 따뜻하고 정직한 가슴과 한 시대의 고통이 던져주는 고요하면서도 우직한 음악은 진정한 화해의 의미를 일깨우고 있다.
시집 <아름다운 손>은 고향의 산천과 어머니, 고단한 이웃들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담뿍 담긴 의사 시인의 네번째 시집. 자신의 서 있는 자리에 대한 고뇌가 스며든 작품들과 ‘한줌의 동해물’처럼 맑고 투명하며 매우 정제된 세계를 보여주는 <주문진> 등 67편을 수록하였다.
시집 <긴 사랑>은 언어라는 물에 잠겨 있는 시인의 맑은 감성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시집이다. 햇빛과 가을과 별과 꽃은 시인의 감성에 가장 가까이 있는 단어들인데, 이 시집에 자주 등장하여 시인의 감각의 민감한 현을 건드린다. 이시집이 만들어내는 음의 공간은 교향악 같은 것이라기보다 독주곡으로 동화 같은 순진함과 단음이 뿜어내는 청명함이 청량음료처럼 읽는 이의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시】<영산포>(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1982.1.1) <봉황 방실이>(창작과비평 71.1991 봄호) <내 마음 속의 도둑고양이>(창작과비평 71.1991 봄호) <별>(현대문학 461.1993.5) <솔잎혹파리>(실천문학.1995.5) <한데를 바라보며>(학술교육원.2001.6)
【수필】<고향의 강을 위하여>(현대문학 442.1991.10) <마흔살에 대하여>(현대문학 468.1993.12)
【시집】<무등에 올라>(창작과비평사.1984) <동해일기>(청사.1986) <그대를 부르는 순간만 꽃이 되는>(동광출판사.1988) <아름다운 손>(창작과비평사.1993) <긴 사랑>(문학과자성사.1995) <꽃길 삼만리>(솔.2011) <위로>(지식을만드는지식.2013) <영원한 죄 영원한 슬픔>(문학과행동사.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