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월매가
(談時調 月梅歌)
심완 박전상환
1.
춘향아
우지마라
옥중 위로 하고 오던
월매는 월매 월매
월매나 울었쓰까
광한루 다리 건널제
다리 힘이
풀렸네
2.
넋 놓고 땅을 치며
대성통곡 하다보니
하늘이 원망스러
푸른 하늘 보았는디
광한루 허공 중천에
텅빈 그네 있더라
3.
저 놈의 원수같은
오월 단오 악연 그네
거그에 걸린 그네
고 것이 있는거라
은장도 꺼내어 들고
싹둑 싹툭 써는디
4.
아무리 썰어내도
끊기지가 않는거라
아이쿠 무슨 인연
요로코롬 질기당가
지쳐서 잠들었는디
꿈 한바탕 꾼거라
5.
돼지 꿈 꾸엇더냐
고 것이 아니지라
조상님 은덕이냐
고 것 또한 아니지라
도대체 무슨 꿈이요
재차 다시 물으니
6.
꿈 값을 내실라요
그만 듣고 가실라요
춘향이 살릴려면
돈이 많이 필요허요
내 딸 좀 살려 달랑게
제발 부탁 헌당께
7.
눈물로 애원하는
월매 월매 우리 월매
월매나 원통헌고
월매나 애절헌고
옥중의 내 딸 춘향아
귀신형용 춘향아
8.
울다가 웃다 울다
정신을 못 차리니
광한루 연못에서
산신령이 나오는디
간절한 너의 소원을
말해 보라 하시니
9.
월매가 닭똥 같은
눈물만 흘리더라
금도끼 은도끼로
그네 줄을 꽝꽝 찍어
춘향과 이도령 인연
끊어줄까 물으니
10.
고 것은 아니지라
고런 것은 아니지라
월매가 하는 말이
더욱 더 가관이라
금도끼 은도끼 모두
꿈 값으로 나 주소
11.
춘향이 살릴려면
돈이 많이 필요허요
제발 좀 살려주소
내 딸 좀 살려주소
월매가 잠 속에서도
대성통곡 하는디
12.
지나던 기러기가
물똥을 싼 퐁당 소리
알았소 알았응게
꿈 애기나 빨리하소.
월매는 고렇게 듣고
꿈 야그를 허는디
13.
이러쿵 저렇 쿵쿵
요렇쿵 쿵 쿵 쿵 쿵
쿵하고 하늘 끝에
닿아서 부딛히고
땅 끝에 바다 끝에도
부모의 맘 전했소
14.
그래도 묵묵부답
원통하고 애통하야
광한루 신령님께
하소연을 드립니다
그 말이 끝나기 전예
물 속으로 휘리릭
15.
도망도 가기전에
백발의 머리 잡혀
물 밖에 끌려 나와
곤혹을 치루는디
그 모습 가관이로다
안 웃을 수 없더라
16.
뽄세를 그려보면
바로 이런 형편이다
쇠도끼 필요 없소
은도끼가 내꺼랑게
금도끼 주인도 나요
어서 빨리 달란께
17.
머리통 쥐어 뜯고
흰 수염도 뽑아가며
땡깡을 부리는디
월매 월매 우리 월매
장허고 대단하구나
악다구니 장군감
18.
그런디 바로 그 때
비몽사몽 바로 그때
지나던 향단이가
광한루 그네 아래
잠자는 월매를 보고
냉큼 달려 갔더라
19.
가까이 다가가서
마님을 부르는디
아무리 불러봐도
미동도 않는거라
향단이 화들짝 놀라
방자놈을 부른다
20.
아이쿠 큰 일 났네
이노릇을 어쩐당가
마님을 모시잔게
집으로 모시장게
잠들은 월매의 몸을
가마 속에 태웠네
21.
가마꾼 걷는 것이
이리 뒤뚱 저리 뒤뚱
가마 속 동서남북
모서리에 사지육신
쿵 쿵 쿵 부딛히는디
꿈이 살짝 깬거라
22.
광한루 연못 신령
그 틈을 안 놓치고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을 치는거라
금도끼 은도끼 놓고
쇠도끼도 다 놓고
23.
금도끼
은도끼를
꽉 부둥켜 꼭 붙잡고
월매가 버티더니
금도끼를 깨무는디
생시에 들리는 소리
암행어사
출두야
24.
월매가 버선발로
득달같이 뛰어 나가
머리를 조아리고
어사 앞에 무릎 꿆고
내 딸 좀 살려주소서
꺼이 꺼이 울더라
25.
어사가 그 모습을
부채 뒤로 넌짓보며
알았네 그대 사연
다음 날 다시 오소
희망이 섞인 위로에
콧 노래를 부른다
26.
어깨춤 덩실 덩실
월매 월매 우리 월매
월매나 좋은지고
뭘매나 기쁜지고
옥중의 내 딸 춘향아
귀신형용 춘향아
27.
살았다 살았구나
내 딸 춘향 살았구나
변사또 손아귀를
이제 벗어 나는도다
큰소리 고함을 치며
넙죽 넙죽 절하고
28.
월매는 월매 월매
월매나 기뻤는지
한걸음 달려간다
옥중으로 달려 간다
춘향아 내 딸 춘향아
우지마라 춘향아
29.
이도령 그 못된 놈
없어도 구해주마
월매가 구해주마
이 어미가 구해주마
두 모녀 손을 맞잡고
대성통곡 하는디
30.
방자도 향단이도
누구 누구 할 것 없이
옥중의 나졸까지
눈시울을 붉히는디
동헌에 좌정한 어사
제일 먼저 울더라
31.
다음날 동헌에서
재판이 열리는디
변사또 악독 토호
사지육신 벌벌떠네
그 모습 만백성들도
지켜보고 있더라
32.
천벌을 받는구나
하늘 알고 땅도 아네
변사또 이 나뿐 놈
월매가 소리친다
모두들 혓끝을 차며
손가락질 허는디
33.
갑자기 바로 그 때
월매가 뛰쳐 나와
변사또 빰을 친다
철썩 철썩 이리 철썩
오른 빰 피할라 치면
왼쪽 빰을 철 철썩
34.
그래도 원 안풀린
월매 월매 우리 월매
꼬집고 할퀴는디
고놈의 손 맵고 맵다
변사또 하늘이 캄캄
끝내 실신 하더라
35.
깨었다 실신허고
실신했다 깨어나고
몇 번을 반복혀도
끝날 줄을 모르더라
끝내는 변사또란 놈
오줌 질 질 싸더라
36.
장허다 우리 월매
기특허다 우리 월매
사람이 죄 지으면
인과응보 꼭 받는다
몸으로 가르쳐 주는
춘향 마더 월매여
37.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인허고
자식을 보살피는
어머니 더 강허며
마더는 초초 울트라
액션 영웅 히어로
38.
히어로 나가신다
춘향 마더 나가신다
월매나 눈부신가
월매가 나가신다
모두가 길을 비켜라
워매 워매 월매님
39.
언젠가 어디선가
남원고을 누구에게
무슨 일 생긴다면
싸게 싸게 불러주소
한바탕 어깨를 으쓱
똥폼 개폼 잡는디
40.
동헌의 어사또가
이제 그만 하라신다
지엄한 그 맗씀에
한 걸음 물러서니
춘향이 하얀 소복에
목 칼 쓰고 나온다
41.
그 모습 귀신형용
머리털은 산발이요
자세히 살펴보니
얼골은 창백하고
피골이 상접하여도
어찌 저리 이쁜고
42.
만백성 넋을 잃고
춘향 자태 살피는디
동헌의 어사 눈엔
눈물 그렁 맺혔더라.
아무도 눈치 못 채고
모르더라 그 사실
43.
네 이름 무엇이냐
춘향이라 하옵니다
옥구슬 또르르르
어사 귀로 굴러든다
짜르르 가슴 한 켠이
찢어질듯 아픈디
44.
그 마음 살짝 접고
부채로 얼굴 가려
지은 죄 무엇이냐
이방에게 물으시니
변사또 수청 거부한
양반님네 모욕죄
45.
그 때야 한발 성큼
월매가 나서더니
서방이 있는 여자
수청이 웬말이요
아이고 큰일 날 소리
억지 쓰지 마시요
46.
한양에 천리 먼 길
떨어져 산다해도
이몽룡 거지가 된
서방이란 놈 있거늘
열녀문 못 내릴 망정
이부종사 하리오
47.
눈물로 애원하는
월매 월매 우리 월매
월매나 원통헌고
월매나 애절헌고
내 딸 좀 살려 달랑게
닭똥 눈물 뚝 뚝 뚝
48.
알겠다 내 알았다
어사가 일어서며
성춘향 무죄방면
판결을 내리는디
그 모습 자세히 보니
낯설지가 않더라
49.
춘향이 고개들어
동헌 위를 바라보니
꿈에도 그리웠던
이몽룡이 있는거라
월매도 두눈을 씻고
천번 만번 보는디
50.
아이고 우리 사위
이도령 왜 거그 있소
웃다가 울다 웃다
제 볼을 꼬집는디
아이고 겁나 아파라
생시인 줄 알더라
51.
어허라 경사났네
남원고을 경사났네
월매나 좋은지고
월매 월매 우리 월매
복덩이 내 딸 춘향아
쑥대머리 춘향아
52.
살았다 살았구나
내 딸 춘향 살았구나
양반이 거지되고
거지가 어사됐네
인간사 새옹지마라
모르더라 내일 일
53.
얼씨구 저절씨구
지화자 좋을시고
어깨춤 덩실 덩실
월매 월매 우리 월매
춘향을 부축하더니
어서 앉소 여그로
54.
동헌을 쩡쩡울려
큰소리로 외치는디
어사님 내 사위요
이몽룡이 내 사위요
춘향이 내 딸서방님
바로 여그 이 사람
55.
궁딩이 실룩샐룩
요리 삐쭉 조리 삐쭉
자랑질 늘어졌네
함박꽃이 활짝폈네
월매나 우리 월매는
그 월매나 좋을꼬
56.
월매의 이야기는
이제 그만 각설허고
그날밤 목욕재계
성춘향과 이도령이
금침에 원앙 수 놓은
잠자리를 폈더라
57.
그 동안 쌓였던 정
한 꺼번에 다 푸는디
주안상 슬쩍 밀어
다정 몸정 다푸는디
합환주 따르는 소리
콸콸콸콸 콸 콸 콸
58.
그 날밤
이야기를
후대의 사람들이
춘향과 이도령의
애절한 사랑 야그
떡방아 찧고 또 찧는
전설이라
카더라.
ㅡ 마음그릇 心椀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