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인문학]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아내와 저승 탈출하다 "뒤돌아보지 말라" 경고 어겨 실패
입력 : 2021.09.27 03:30 조선일보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 1862년 에드워드 포인터가 그린‘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작은 사진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뮤지컬‘하데스타운’의 한 장면. /위키피디아·에스엔코
서울 엘지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그리스신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이에요. 201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어 토니상 뮤지컬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8개 부문을 휩쓴 화제작이기도 합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는 수많은 예술가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뮤지컬뿐 아니라 시와 소설, 그림을 비롯해 오페라, 영화, 연극 등으로 태어났습니다. 많은 그리스 신화가 다양한 공연 작품으로 각색됐지만, 특히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는 매우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온 이야기입니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
오르페우스는 빛과 태양, 그리고 시와 음악을 관장하는 아폴론과 예술을 담당하는 무사이 여신 9명 중 서사시를 관장하는 칼리오페의 아들로 태어났어요. '무사이'의 영어식 표현이 바로 '뮤즈(muse)'예요.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지요. 이런 부모에게서 태어난 오르페우스는 그리스 최고의 노래 실력을 갖춘 리라 악기 연주가로 자라났어요. 오르페우스의 노래가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동물뿐 아니라 나무와 바위들까지 춤을 출 정도였다고 해요.
그는 숲의 요정 에우리디케와 결혼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에우리디케가 뱀에 물려 죽어버립니다. 절망에 빠져 있던 오르페우스는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찾아 저승에 도착했어요. 그는 아름다운 연주와 노래로 신들을 감동시키고 마침내 지옥의 왕 하데스의 마음까지 움직입니다. 하데스는 오르페우스에게 에우리디케의 삶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하죠.
단 조건을 하나 내걸어요. 두 사람은 나란히 걸을 수 없고 오르페우스가 앞서면 에우리디케가 뒤쫓아 걸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저승의 동굴 밖으로 나갈 때까지 절대로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고 했지요.
두 사람은 그 어둡고 험난한 지옥의 길을 지나 생명과 빛의 세상인 이승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앞서 가던 오르페우스는 뒤에서 아내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자 참지 못하고 마지막에 결국 뒤를 돌아봅니다. 그 순간 아내는 다시 지하 세계로 빨려 들어갔어요. 이후 오르페우스는 어떤 여인의 사랑도 거부하고 혼자 살다가 그를 흠모했던 여인들의 손에 살해당해요. 이를 가엽게 여긴 무사이 여신들이 오르페우스의 시신을 거둬 장례를 치러줍니다. 오르페우스의 리라는 하늘의 별이 됐는데, 이 별자리가 바로 거문고자리예요.
수천 년 전 신화의 변신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신화를 그대로 옮겨오는 대신 이승과 저승 세계를 새롭게 설정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대공황이 휩쓸고 지난 뒤 추위와 가난만 남은 황폐한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가 배경이에요. 가난한 작곡가 오르페우스와 외로운 소녀 에우리디케는 재즈가 흐르는 어느 허름한 술집에서 만나 사랑을 싹틔우지요. 하지만 굶주림에 지친 에우리디케는 하데스가 지배하는 탐욕과 착취로 가득한 지하 세계의 광산(鑛山)으로 가요.
신화에서 그렇듯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찾아 지하 세계로 험난한 여정을 떠나죠. 가난한 이들이 살아가는 이승과 가혹한 지하 세계가 대비되면서도, 겨울이 지나 봄이 오듯 혼돈의 세계도 치유될 것이라는 메시지의 노래가 코로나로 지친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최초의 오페라로 만들어져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를 담은 유명한 오페라가 세 편 있어요.
첫째는 1600년에 공연된 야코포 페리 작곡의 '에우리디체'입니다. 이 작품은 최초의 오페라로 기록에 남아 있어요. 15명 이내의 소규모 악단이 단조로운 멜로디에 시를 맞춰 읊는 형식이었어요. 이와 달리 1607년 이탈리아 만토바 공작의 궁전에서 초연한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는 40명 이상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아리아(독창), 합창, 레치타티보(대사를 말하듯 노래하는 창법)가 결합된 5막의 파격적인 오페라 형식을 선보입니다. 이 작품부터 비로소 제대로 된 오페라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어요.
176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한 크리스토프 글루크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역시 오페라 역사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꼽혀요. 오랫동안 성악가의 기교에 중점을 두었던 오페라가 글루크에 의해 음악과 드라마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대본과 음악이 생동감 있고 깊은 감동을 주는 글루크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장자못 설화]
한국에도 오르페우스 신화처럼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금기 관련 설화가 전해져요. 바로 '장자못 설화'입니다.
옛날에 인색한 부자 영감 장자가 동냥 온 스님에게 쌀 대신 쇠똥 한 바가지를 줍니다. 이를 본 장자의 며느리가 몰래 따라 나와 스님에게 쌀을 시주해요. 그러자 스님이 "당신이 살려면 지금 나를 따라오되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합니다.
며느리는 아이를 업고 스님을 따라 산을 오르는데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어요. 몇 번이나 돌아보고 싶은 유혹을 참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큰 소리에 결국 뒤를 돌아봤더니 자기가 살던 집이 커다란 못이 되어 버린 거예요. 깜짝 놀란 며느리는 그 자리에서 돌로 변해버렸죠. 지금도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에 '장자못' 설화가 깃든 못과 돌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최여정 '이럴 때 연극' 저자 기획·구성=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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