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걷는다고! 마음은 벌써 제주로 가고 관장님을 한 번 더 보고 싶은 바람은 있었지만 나의 주황불을 보느라 쉬이 참가를 결정하지 못했었다. 여주 갈등의 숲에서 본 최혜진작가의 응원에 '가자' 작정하고 내 숙제를 하나 더 얹었다. 출발 전 들어가 확인한 카페의 댓글에서 안면있는 님들의 이름을 보고 반가왔다. 그리고 그만큼 이렇게나 많이? 하고 신청인원 규모에 놀랐다. 그렇게 시작했다. 제주의 그림책걷기는.
환상숲 곶자왈은 그야말로 환상숲이었다. 그 곳 자체도 독특한 보물이었고, 지영씨라는 처자는 숲의 보배였다. 그녀의 나이를 알 수 없지만, 마음도 이야기도 그만큼의 세월을 숲에서 나고 자란 지킴이다웠다. 괴물나무라면서 그를 그리도 이쁘고 멀쩡하게 얘기할 수 있는 이는 지영씨 뿐일거다. 실제, 이쁘고 멀쩡하며 아름답고 슬프고 고마운 나무였다. 술술술술 지영씨의 이야기를 통해 제주의 환상숲 곶자왈은 내게로 왔다. 자연은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다 그러그러한 이유가 있고, 인간은 그걸 건드리지 못한다는 소리와 함께.
따뜻한 날씨 덕에 숲에서 그림책 나눔을 할 수 있었다. 제주의 그림책 걷기는 "꿈" 주제였다. 많은 인원에 가위바위보로 4모둠을 만들고 조금씩 떨어져 앉았다. 마치 우리더러 앉으라고 준비해둔 듯 누워있는 통나무들에 자리 잡은 우리 모둠 3조는 누가 뭐라할 거 없이 산수국이 데리고온 [나무도장]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4분이 제주에 살고 계셨고, 2분은 연고가 있으셨고, 그 중 2분은 제주가 고향이셨다. 밥님의 [잘자요, 달님], 써니님의 [나무집], 예리예리님의 [씩씩한 마들린느], 여산님의 [뒷집 준범이], 나의 오른쪽 동무가 가져오셨던 [?], 나의 왼쪽 동무가 가져오셨던 [~ 분홍돌고래], 그 옆 동무의 [?], 나의 [고래가 보고 싶거든]. 죄송해요, 일주일 탓인지 우리 샘들의 이야기는 기억이 나는데, 닉네임과 책이름이 모두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댓글로 채워주세요.
낮은 섬. 제주를 찾아 둥지를 트는 뭍의 사람들은 권력에 눌리지 않아도 되는 땅에서 하늘을 머리에, 바다를 곁에 두어 위로받고 싶은 모양이다. 섬의 숨에 호흡을 고르고 마음을 만져 쉼을 이루나보다. 휴지기를 통과하면 싹이 다시 트고 줄기가 나서 잎을 피우고 숲을 만들리라. 새로운 보금자리를 발견하고, 친구를 만나고 정을 담고, 지나는 이들을 품고 함께 살며, 눈을 낚고 달을 바라보며 살아감, 살아냄. "생명.평화.자연을 노래하는 글 없는 그림책' [나무집]도 제주와 닮았다. 함께 온 친구가 [나무집]을 동행한 이유도 이와 멀지 않다.
그저 내 땅에서 먹고 살 수 있었으면 하는 희망에 다시 찾은 조국. 고향 제주의 땅에 돌아온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바람도 같았으리라. 어쩌면 잊혀지고 있는 제주를 빚은 할망의 마음도 그랬을 것이다. 틀어막혀온 소리까지 삼키는 강정과 관광특별도로 인간의 손을 타는 안타까움도 생명을 평화를 자연을 꿈꾸고 있으리라. 그럼에도 제주에서 만난 [나무집]은 그 여러가지를 가만히 품어 준다. 나는 그 땅에서 고래가 보고 싶으면 견뎌야 하는 금기들과 고래를 보러 가려면 만나야 하는 즐거움들을 기꺼이 내 꿈으로 나누었다. 우리는 그 곳에서, 참지 않아도 되고, 평화로와주길, 누군가 내 방문은 열고 들어와 주기 바라고, 와글바글 아이들을 만나길 꿈꾸고, 새로운 꿈을 찾길, 나의 짐이 조금 더 가벼워지길 바라는 우리의 꿈들을 내보였다.
첫댓글 글을 읽으며 감동을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씩씩이님 글을 읽으니
참지 않아도 되고
평화롭게
와글바글 꿈꾸는
가벼움은
마치 제주도에서 보았던 날개짓없이 날아오르던 검은 까마귀와 닮아서
저도 덩달아
버릴 건 버리고
추릴 건 추려서
같이
함께 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고 소망하게 만드네요.
알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