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을 읽다
골목시장 노점상 할머니 앞
우묵한 다라이 안은
꾸불텅꾸불텅 미꾸라지들 온몸으로 쓰는 肉筆이
선연하다.
물 맑은 어느 水路에서 미끄러지듯 길을 만들며
물향기를 들이키던 족속이
지금은 그늘진 고무 다라이 안 얕은 수심에 갇혀
아수라로 한판 뒤엉켜
죽기 아니면 살기! 서로 먼저 대가리를 밀어 넣으려고
한사코 안으로 안으로 파고든다, 부글거리는 거품을 말아 올리면.
이미 할머니는 남아 있는 미꾸라지를 떨이로 팔아
오늘 하루치 장사를 접으려는 참인데
죽음의 예약이 임박한 줄을 모르는 저 硬骨魚類들은
해 그림자 떨어지는 시간의 경계 밖으로
펄떡펄떡 달아나려 한다.
할머니,
당신도 누군가의 손에서
지금 일몰의 떨이로 나와 있지는 않은가요?
첫댓글 잘.... *.* / 애 05-11-09 12:18
애
할머니,
당신도 누군가의 손에서
지금 일몰의 떨이로 나와 있지는 않은가요?'
이 연이 참 가슴 서늘하네요.
님이 올리는 시를 또 기다릴게요.
가슴 서늘한 두려움 / 카라 05-11-09 12:36
카라
애님께서 가슴 서늘하게 느끼셨던 부분 때문에
카타르를 위한 시로 어울리지 않아
답글로 달 수가 없었어요.
이수익 시인은 절대자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고 싶었을까요.
애님처럼 저도 마지막 연에서는
지금 나 또한 그럴 수 있겠다 싶어
두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