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설이다. 4.3 제주 학살을 다룬 소설이다.
책 말미에 짧게 요약한 대로, '이 섬에 사는 삼십만 명을 죽여서라도 공산화를 막으라는 미군정의 명령이 있었고, 그걸 실현할 의지와 원한이 장전된 이북 출신 극우 청년단원들이 이 주간의 훈련을 마친 뒤 경찰복과 군복을 입고 섬으로 들어왔고, 해안이 봉쇄되었고, 언론이 통제되었고, 갓난아기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광기가 허락되었고, 오히려 포상되었고, 그렇게 죽은 열 살 미만 아이들이 천오백 명이었고, 그 전례에 피가 마르기 전에 전쟁이 터졌고, 이 섬에서 했던 그대로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추려낸 이십만 명이 트락으로 운반되었고, 수용되고, 총살돼 암매장되었고, 누구도 유해를 수습하는게 허락되지 않았어. 전쟁은 끝난 게 아니라 휴전된 것뿐이었으니까.‘
제주 4.3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고 그 아픔은 치유되지 않았다. 그 시절을 겪지 않은 작가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마흔둥이로 태어난 화자의 친구 어머니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을 취했다. 역시 절절했다. 아픔을 온몸으로 끌어안는 등장인물들 덕분에 더욱 가슴 무거워지는 소설이다.
2023년. 제주 4.3을 체감하기에는 너무 긴 세월이 흘러버린 건 아닐까. 이미 우리는 6.35 전쟁 전후로 억울하게 학살당한 사람들을 나치에게 학살당한 유대인을 바라보듯 무심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게 꺼려졌던 거다.
세월은 흘렀고, 홍범도 장군의 흉상마저 공산당 입당 이력을 문제 삼아 육군사관학교에서 철거하겠다고 난리를 치는 이 시점에 그 당시 수 많았던 민간인들의 피해가 과연 진상규명이 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래도 읽고 나니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긴 했다. 잊어서는 안 될 과거가 있는 거다. 기억하고 그 분들을 기리는 마음을 잊지 않은 한 강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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