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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입니다. 토요일 오전, 유난히 조용한 주말 아침을 맞이합니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이사를 가야 하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아
다시 이곳에 머물면서 편지를 올립니다. 그 사이 두해가 훌쩍 넘어갔습니다.
만 7년의 세월을 보냈고
또 다시 처음인양 강화로 넘어온 날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모든 것은 제 길이 있어서 갈 곳으로 가게 된거겠지요. 물길이 가는 곳은 바다일 거고
새들이 날아가는 곳은 제 집일거니, 무엇이든 길이 있고 방향이 있는 거고요.
'정착'이라는 화두를 붙잡고 살아온 시간입니다.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뿌리내리기라는 주제를 잡고서 여럿이 함께 도모해온 시간들,
이제 보니 애쓰고 수고한 일들이 하나하나 자리가 잡혀가는 듯 합니다.
이곳에 함께 지내는 일곱청년 소개를 간략하게 남깁니다.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어, 청년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1. 상일은 모든 것들이 질서있게 자리잡힌 세상을 원합니다. 갑자기 일정이 바뀌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계획된 일들이 그대로 이루어져야 하고, 앞날도 미리미리 이해할 만한 선에서
질서있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누구는 이를 강박이라 하고 자폐적 성향이라 하는데, 저는 이것을
자기만의 세상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세상이 있고
자기만의 world를 구축하며 살아가고 있지요.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을 정도의 자기세상이라고 하면 괜찮은게 아닐까요?
실은 내가 원하는 세상과 타인이 사는 세상이 어긋나 부딪히는 경우가 있어서 이게 문제가 되고 있지요.
상일은 그 부딪힘을 조금씩 넘어서고 있습니다.
적절한 루틴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부딪힘에 대해서는 협상의 부드러움을 좀더 요구하면서
풀어가도록 하지요.
안정감 있는 세상을 원할 겁니다. 원하는대로 놓여있어야 세상은 안전하고, 그 안전함에서
그래 살만하구나, 하면서 행복을 느낄거고요.
오랜 시간을 같이 오면서 세상, 질서, 안정을 보게 됩니다.
2. 승현은 있어야 할 것과 있지 말아할 물건이 분명합니다.
있어야 할 것은 상관없지만 특히 없어야 할 것들은 과감하게 없애버립니다.
그래서 깨고 자릅니다.
병도 깨고 그릇도 깨고 접시도 깹니다.
승현이 깨는 것들은 자기가 보았을때 못쓰는 거나 안쓰는 물건입니다.
어찌보면 지구를 위하고 환경을 돌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미니멀라이프의 모델입니다.
필요없는 것들은 과감하게 없애야 하기에 승현하우스에 있는 물건은 딱 있어야 할 것들만 놓여있습니다.
그래서 정갈합니다.
아주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필요없는 것들은 버리고 꼭 있어야 할 것들은 있도록 하고.
실은 필요없는 것들을 욕망의 부채질로 덕지덕지 갖고 사는 우리들에게
아주 선명한 세계를 보여줍니다.
상대에게 필요한 것과 승현씨 필요한 사물의 기준이 달라서 오는 부딪힘은
그래서 어쩔 수 없습니다.
꼭 필요한 거라 말하고 치워놓든지, 아니면 보이지 않게 미리 조치를 취하든지 합니다.
그리고 약속을 하지요. 이것만은 안된다고, 이것은 꼭 있어야 한다고, 그래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자기한데 불이익이 올 수도 있다고 하면서 약속이행의 강도를 연습합니다.
개성은 뚜렷해야 제맛이고
갈등은 조정하라고 있는 것이지요.
승현은 깨고 없애는 청년이지만 실은 치우고 정리하고 청소하는 청년입니다.
자기만의 세상질서는 아주 clean하고 simple합니다. 빨래를 해서 말리고 개고 넣고,
생활공간을 쓸고 닦고 치우고, 해서 주변이 엄청 깨끗해집니다.
모두다 개성을 갖고 살지요. 자기만의 개성이 있어서 매력이 있고요.
거세시키는 교육, 말살의 교육은 개성을 싫어합니다. 천편일률로 인간을 자기방식으로 제련하지요.
야생의 교육은 살아있어서 한명한명의 캐릭터가 드러나 꽃피우는 교육이지요.
3. 영주는 좋아하는 물건이 정확합니다. 평생에 걸쳐 손끝에 종이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갖고 온 세계가 다 달라서 좋아하는 그 무엇이 얼마든지 다를 수 있지요. 그리고 그 좋아함의
강도도 다를 수 있고. 영주는 많이 좋아합니다.
좋아한아는 것이 세면 집착이 되기도 하지요. 집착은 불안을 깔고 있고요.
누구나 다 살아가는 세상은 흔들리는 버스안과 같아서 균형을 잡고 싶어해요.
넘어지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손잡이를 잡고 의자 모퉁이를 잡으면서
흔들리는 차안에서 잘 서있으려 하지요. 나도 모르는 깊은 끌림은 단순히 쾌의 문제만은 아닐겁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안정을 원하는 무엇으로, 또는 균형을 맞추기 위한 그 무엇으로 사용되지요.
세게 흔들리면 더 세게 부여잡지요. 그래서 안정감을 더해 주면서, 그 흔들림을 감소시키는 무엇인가를
제공하면서 강도를 줄여나가기도 하고요.
그래도 스물아홉 본인이 갖는 선택에 대해서는 존중을 하는 것이 맞을 거고요.
이렇게 종이를 좋아하는 영주는 할 수 있음과 할 수 없음 사이에 놓여진 간격을
보게 합니다. 농장활동중에 어느날 갑자기 외발수레를 끌어서 우리를 놀라게 만들었지요.
할수 없음에 가려진 미개발능력에 대해, 그 교육선상에 놓여있을 것들에 대해
영주는 끊임없이 사인을 보낸답니다.
4. 동준이의 세계는 바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정확한 질서, 잘했다는 피드백,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것들을 얻기 위한 방법에 대해
누구보다 분명한 세계를 갖고 있습니다.
오랜기간 수영을 통해서 얻어진 신체적 건강함도 있지만
수영을 해내는 동안에 얻어진 생활습관과 성향이 건강합니다.
선수로 지내는 동안 그 몇 초에 등수가 갈리는 경쟁의 구도에서 실력을 키워내느라
받았을 여러 어려움들을 감내하면서 얻어진 습관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참아내야 하고 , 한 번 더 힘을 내야 하고, 반복해서 힘을 써야 하는 일들이
실은 누구도 쉽지 않은 일일건데 긴 시간동안 해 낸것을 보면 참 대단합니다.
그래서 얻어진 세계일겁니다. 바르게 하고, 잘 하고, 해내고, 하는 활동에 대하여
많은 에너지를 발휘합니다. 실제로 동준이는 무엇을 해도 잘 합니다.
피드백으로 만들어진 행동형성은 동물의 세계에서 이루어진 학습논리여서
기계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인간은 그리 단순하지 않은 것이 A에게 B를 하면 C가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으면서도 한참 모자란 말이 됩니다. C가 되기도 하지만 D,E,F... 수도 없는 결과를
보게 되지요. 학습은 본인의 선택이지요. 주입의 결과가 아니고. 누가 누구를 만들어냈을까요? 그럴리가 없습니다.
모든 지금의 모습은 자기 스스로의 선택이었어요.
바름을 위하여 노력하고, 일을 잘하려고 애쓰고, 더 해내는 동준의 모습은
자기가 겪고 듣고 받았던 것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인 거지요.
청소를 잘 하고, 쌀을 씻어서 밥을 잘 짓고, 닭장에 계란을 잘 꺼내 왔고, 제빵일도 잘 하는 동준이는
바르게 자신을 세워나가는 청년입니다.
5. 윤수는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놓고, 그 영역안에서
즐거움을 찾아갑니다. 옷에 관심이 많아 깔맞춤 패션을 항상 유지합니다. 주말의 일정은
나름의 방식으로 계획이 있어서 읍내투어가 이루어집니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다가갈 사람과 그렇지 않을 사람에 대한 적정한 간격을 구분합니다. 상대의 제안이나
요구에 대해서는 자기가 받아들일 만큼만 상대합니다. 대화는 기본적으로 열려있어야 하고
열릴 의도가 있는 대상에게 열어주기도 합니다. 자기만의 공간, 자기의 영역, 자기가 추구하는
세상, 내가 열어놓은 대상.. 분명한거지요.
그래서 일관성이 있지 않아보입니다.
누군가에게는 피아노를 쳐주고 누구에게는 꿈쩍도 안합니다.
누군가에게는 파이파이브가 가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자기만의 방식이 분명하고 계획적입니다.
강하면 튕겨나갑니다. 일률적인 잣대는 그 깊이를 못봅니다. 밀당의 기술도 없이
상대를 내편으로 만든다는 것은 군대에서나 가능할겁니다.
대화를 위해서는 상대의 기분을 알고
때로는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파악을 해야합니다.
이건 이런거니깐 이래야지, 라고 말을 던지면
누군가는 문을 닫고, 귀를 닫기도 하지요. 대화를 위한, 또는 관계를 열어가기 위한,
나아가서는 닫힌 문을 열기위한 노력이 필요하지요.
깊은 윤수청년은 오늘 주말에 어디에 있을까요?
원하는 옷을 사려고 읍내 옷가게에 갔는지.
그의 세상을 응원합니다.
6. 두현씨는 평화주의자입니다.
평화로운 세상을 원하는 만큼 안과 밖의 경계가 얇아요.
바깥에서 오는 것들이 민달팽이처럼 안으로 잘 스며듭니다.
분위기, 감정, 뒷꼭지에서 흘러나오는 것들이 여지없이 전달되고 있지요. 그래서 그에게는 평화가 필요하지요.
우리는 속은 검은데 겉이 환할 때가 있어요. 그냥 환한 것처럼 이야기하면 되는 걸로 보는데,
실은 전달은 속이 건너가지요.
깊은 곳에 놓인 감정들은 해소되지 않은채 어딘가에 모여있고,
그래서 말을 타고, 공기를 타고 건너가지요. 두현씨는 평화롭고 따뜻한 나라를 원합니다.
어찌 세상을 그렇게만 살수 있나요? 라고 묻게 됩니다.
거친 것도 감내하고, 싫은 것도 받아들이면서(소화하면서) 살아야지요, 라고 말합니다.
그러게요. 내 맘대로 놓이지 않을 거니
적당히 소화할 수 있으면 좋겠고, 적절히 차단도 하면 좋을 건데.
갑각류가 성장하고 발달하는 시기는 외피를 벗을 때이지요. 껍데기가 벗겨진 상태는 가장 연약한 상태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성장하고 발전할 시기라는 거지요.
조심히 기다려주고 다음으로 넘어갈 세계를 위해서 좀더 참아주면 자기만의 외피를 두르게 되겠지요.
그 적절한 시기, 감내할 수 있는 만큼의 정도를 찾아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것이 두현씨 옆에있는 사람들이 찾아야 하는 몫이라 보입니다. 그 평화를 유지하면서도
다음으로 넘어가 성장을 이루어 낼수 있는 선택과 결정을 잘 보는 거지요
우리는 너무 일방적이예요. 이론을 마구 상대한테 덮어 씌우기도 하고
내 감정과 생각을 무차별 쏟아 붓고요. 나 하나도 제대로 어쩌지 못해서
상대의 그 얇은 막을 못볼 때가 있지요. 나같은 줄 알고서.
두현씨는 오늘 그 평화를 위하여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자기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자기 지정 소파에 누워 있을까요.
7. 해솔씨가 큰나무에 들어온지 1년이 넘었네요. 있어야 할 자리에 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말하면 될까요? 어느 자리에 있어야 할 건지가 문제인데
실은 환대받는 곳이 주변에 얼마나 있는지 찾아보면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지요.
학령기 학교과정을 보내고 성인기로 들어서는 마당에
긴 시간 원하고 바라는 곳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것이 그리 쉬운건 아니지요.
해솔씨는 큰나무라는 울타리에 들어 왔고
이제 자리를 잡아서 뿌리를 내리고 있네요.
친한 친구가 생겨서 손을 잡고 다니고
자기가 좋아하는 들판과 양봉장과 친구들 속에서
그 특유의 해맑은 웃음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누군가에게 왜 거기 있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뭐라고 할까요?
먹을게 많아서. 돈을 주니깐. 어쩔수 없으니깐... 그러게요.
같은 물음이지요. 이 청년들은 왜 여기에 있냐는 거지요.
해솔씨가 여기에 있어야 할 이유, 이 자리가 해솔씨에게 바람직한 곳이라는 것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까요?
해솔씨의 세계는 맑은 꿈같네요.
둥실둥실 천공의 구름같기도 하고요.
속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겠지요. 어쩌면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고. 많은 애를 쓰면서
속을 진정시키고 있겠지요. 누구나 다 자기만큼의 과거를 갖고 살고
어디 한 구석엔 꾹꾹 눌러놓은 세계도 있고요. 어느날 갑자기 터지기도 하고
조금씩 내놓기도 하고요. 가끔씩 하는 말속에 담긴 거친 표현들은
그 애씀의 흔적일거예요. 드러난 것들은 표현된 것들이고
표현은 속의 것들이 담겨있고요. 그래서 행동이든
말이든 다 그 사람의 표현이되지요. 둥실둥실
해솔이가 갑니다. 오늘도 어딘가를 가겠지요. 맑은 꿈꾸듯이.
8.
일곱명의 청년과 일곱 가족들, 그리고 일곱 교사들이 있습니다.
한명의 청년이 새로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고요.
일곱 청년의 가족들 모두 강화 인근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캠프힐의 모습이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없이 자체 수익구조를 만들어내고
협동조합과 같은 운영방식을 갖고
가족이 마을울타리를 이루면서
청년들이 보다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길을 찾아나선 일들이
지금의 모습으로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이합니다.
행복한 한해가 되기를 빕니다.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내딛으며 또 한해를 가고자 합니다.
잘 지켜봐주세요.
첫댓글 감사합니다. 김용택의 시에' 말로 글로 다할수 없는 내 가슴속의 인정' 그런 시구절이 생각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