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은 '공포 체험' 장소? 더 유명한 게 이렇게 많습니다[경기 별곡 광주 5편] 곤지암읍의 맛있는 먹거리와 흥미로운 명소들
곤지암은 '공포 체험' 장소? 더 유명한 게 이렇게 많습니다
[경기 별곡 광주 5편] 곤지암읍의 맛있는 먹거리와 흥미로운 명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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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길었던 남한산성에서의 하루를 지나 본격적으로 광주의 속살을 파헤치는 여행을 해보려고 한다.
광주의 면적이 경기도에서 꽤 넓은 편이고, 산골짜기 속에 숨어있는 명소도 많기에 꽤 난항이 예상되지만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새로운 도시의 탐험은 늘 두근거리는 일이다.
서울 근처의 도시인 성남, 하남과 경계를 맞닿고 있지만 광주에는 유난히 산지의 비율이 높다.
북쪽의 검단산 서쪽의 남한산 동쪽의 무갑산 등 500~600미터 높이의 산들이 사방을 에워싸고
산자락의 좁은 분지에 시가지들이 모여 있는 인상을 준다.
성남에서 광주로 넘어가는 3번 국도는 출퇴근 시간에 자주 막히기로 악명이 높다. 하필이면 출근 시간에 걸리는
바람에 꽤 오랜 시간을 도로에서 머물러야만 했다. 광주 시가지를 지나 곤지암으로 내려가서야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여기에 있었던 곤지암 정신병원(현재는 철거)이 CNN 선정 7대 괴기 장소로 선정되고, 동명의 영화로 꽤 화제가 되었다.
그래서 이 지역의 본질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지만 나에게는 곤지암 하면 '소머리 국밥'이 먼저 떠오를 정도로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을 때마다 꼭 들리는 집이 있다.
뽀오얀 원조 소머리국밥 한 그릇 먹어볼까
곤지암 지역은 쌀이 유명한 이천, 여주 지역과 가깝고 질 좋은 소고기를 공급받기 좋은 위치이기도 하지만 근처에
화물터미널이 많고 중부고속도로로 들어가기 좋은 위치라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머리
국밥으로 곤지암이 유명하게 된 이유는 바로 최미자 소머리국밥이 전국구로 명성을 떨치게 돼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사실 소머리 국밥을 먹어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소의 머리를 오래 삶아야 하고, 잡내를 제거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수십 년 동안 가게를
유지하며 곤지암 소머리 국밥의 명성을 유지하는 최미자 소머리 국밥은 곤지암의 상징이자 자랑거리로 봐도 될 듯하다.
아침 시간부터 꽤 많은 사람들로 가게는 이미 북적였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허겁지겁 국밥을 먹고 있었다. 주문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내 앞에도 뽀얀 소머리국밥이 들어왔다.
일단 소금과 후추는 넣지 않은 채 한 숟가락을 떠먹어보니 사골 국물의 진한 육수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살코기와 소 머릿살의 야들야들하면서 쫀쫀한 식감이 재미있었다. 국물은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어느새 리필을 외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인생 소머리국밥과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곤지암 명칭의 유래가 되는 곤지바위로 향한다.
곤지암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곤지바위는 읍내 곤지암 초등학교의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으며 큰 바위와 작은
바위가 1미터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다.
그런데 큰 바위 상부에 수명이 오래돼 보이는 향나무가 위태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 참 기묘해 보인다.
옛날부터 영험해 보이는 이 바위에 이야기를 붙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 곤지암이라는 지명이 생기기
전에는 바위 모양이 고양이를 닮았다고 해서 '묘 바위'라는 명칭으로 불렀다고 한다.
그러다가 임진왜란 때 탄금대 전투에서 패하고 전사한 신립 장군의 시신을 여기로 이장한 이후
이 바위를 말을 타고 지나갈 때마다 말굽이 땅에 붙어 움직이지 않아서 말에서 내려 걸어가야만 했다고 한다.
어느 날 선비 한 명이 신립장군의 묘를 찾아가 오가는 사람에게 심술을 부리지 말라고 핀잔을 주니 갑자기
천둥소리와 함께 벼락이 바위를 내리쳐 바위는 두쪽으로 갈라지고, 그 옆에는 연못이 생겼다. 그날부터 기이한
일들은 멈추게 되었고, 묘 바위를 가리켜 연못이 있는 바위라고 해서 곤지(昆池) 바위라고 이름이 불러졌단다.
현재는 연못도 보이지 않고, 다소 황당하게 느껴지는 일화가 진실이 아니라도 나는 상관이 없다. 곤지바위로 인해서
곤지암이라는 명칭이 생겨났고, 그 모습 자체가 유니크하기 때문이다.
곤지암에는 이 말고도 도자기의 역사와 광주 지역의 도예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경기 도자박물관이
있다. 도자기 하면 물론 이천이나 여주도 유명하지만 원래 경기도 광주에 집중적으로 도요지가 분포되어 있었고,
왕실용 도자기 백자와 철사자 등을 만든 분원도 존재했었다.
도자 문화와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곳
현재도 광주 일대에는 도예공예를 하시는 분이 많고, 미슐랭 3스타의 '가온'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기업의 명칭도
'광주요'다(본사는 경기도 이천이지만). 그만큼 광주라는 명칭 자체의 상징성이 만만치 않은 것임을 알 수 있다.
광주 곤지암 도자공원 한복판에 자리한 경기 도자박물관은 1층 도자문화실에선 도자의 개념과 역사, 제작기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유익한 도자 관련 지식을 익힐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고려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소장품을 통해 한국 도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아름다운 도자기의 모습도 참 좋았지만 내게 지금도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것은 현대의 장인들이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게 만든 도자기였다. 청자의 은은한 빛과 현대의 세련된 디자인을 만나니 일반 가정집에서 나만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며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생활용품으로 가치가 있어 보였다.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만 몰두하지 않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나라의 도자 문화는 대량생산을 무기로 한 일제 자기들에게 밀리고 이후 우리 생활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한동안
맥이 끊길 뻔한 위기도 있었다. 사실 세계여행을 할 때마다 박물관을 가게 되면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중국, 일본
도자기들을 보면서 부러움도 있었지만 왜 우리의 도자기는 없는 걸까 하는 막연한 궁금증이 있었다.
그건 우리의 도자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단지 적극적이지 않았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국력과 문화도 점점 세계로
뻗어 나가는 만큼 우리의 도자문화도 인정받는 날이 올지 모르는 일이다.
곤지암 도자공원에는 박물관 말고도 가볼 만한 포인트가 몇 개 더 있다. 박물관 앞 좌우에는 전통공예원과 도자체험관이
있어 좋은 품질의 자기들을 직접 구입하거나 만드는 걸 체험할 수 있으며 뒤편에는 아름다운 한국정원과 조선 백자의
가마터가 이전 복원되어 있어서 답사의 여운을 즐길 수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단지 공포체험의 장소로만 알려졌던 곤지암의 색다른 매력을 알아봤다.
미처 다 소개하지 못했지만 신립 장군 묘와 백인 대도 함께 돌아보면 더욱 이야깃거리가 풍성할지도 모른다.
이제 근방의 화담숲과 경인천 생태공원으로 떠나며 광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느껴보려 한다. 함께 떠나보도록 하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일주일 후 작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ugzm87와 블로그 https://wonmin87.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강연, 취재, 출판 등 문의 사항이 있으시면 ugzm@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글을 쓴 작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시면 탁피디의 여행수다 또는 캡틴플레닛과 세계여행 팟캐스트에서도 찾아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별곡 시리즈는 http://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general_list.aspx?SRS_CD=0000013244에서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