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인 조호식(趙顥植)의 천주가사(天主歌辭) 『금침가(金鍼歌)』> 고영화(高永和)
천주가사(天主歌辭)는 조선후기 천주교의 교리와 신앙의 교훈을 전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사이다. 형식은 조선 후기의 일반가사형식인 4·4조로 되어 있으며, 후기에 와서는 드물게 7·5조와 8·5조도 나타난다. 그리고 대중교화를 목적으로 하였기 때문에 평이한 한글로 작성된 것이 특징이다. 거제인 조호식(趙顥植)의 천주가사 『금침가』는 약130년 전부터 90년 전까지 거제도 천주교도 사이에서 불리어진 가사이다.
○ 1897년 거제도 선비이자 거제가사문학의 아버지 ‘조호식(趙顥植, 1840~1899년)’은 거제도민이 부당하게 상납하던 정조정미세를 없애기 위해, 여러 거제선비들과 함께 서울로 상경해서 청원 하던 중, 서울선비들과 접촉하며 <금침가(金鍼歌)> 150수 가사문학을 창작했다. 이때에도 동료들은 거제 섬놈 출신임을 수치로 여기고, 수인사할 때 통영출신이라고 했으나, 조호식(趙顥植) 선생만큼 거제출신임을 당당하게 밝혔다고 한다. 서울선비들이 “거제도에도 저런 학식과 인간됨을 갖춘 양반이 있느냐?”고 탄복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거제도 지식인이 조선후기 서울로 상경하여 통영출신으로 살았겠는가? 조선후기부터 50년 전까지, 우리 거제도의 실상이었다.
천주가사 <금침가(金鍼歌)>는 거제도 교우들이 고적을 물리치는 유일한 빛으로 삼아 외우고 권면할 때 항용 쓰는 격언으로 사용되었다. 1890년대에 거제도에서 불린 이 가사를 ‘천당노래’·‘천당강론’·‘사주구령가(事主救靈歌)’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천당노래’란 하늘나라를 향하여 영생을 꿈꾸며 사는 순례자들이 자기네 고향인 천당 길을 닦는 노래라는 뜻이며, ‘강론’이라는 명칭은 가사의 내용이 교훈과 교화를 주로 하고 있으므로 붙인 것이다. 천주가사를 곡조에 맞추어 노래한 것은 1900년대부터이고, 전례의식의 성가로 사용된 것은 1920년경부터이다.
잠드런니 잠드런니 世俗 사람 잠드련네
잠을 깨소 잠을 깨소 世俗 사람 잠을 깨소
白日淸天 발근 날에 어인 잠을 져리 자노
설푸다~ 世俗 사람 비방 시비 어인일고
어화 우리 벗님네야 우리 본향(천당) 찾아가세
동서남북 사해팔방 어느 곳이 본향인고
복지(福地)로 가자 하니 그 사람들 못듣는다
○ 일반적인 천주가사는 자기 인격에 책임을 지고, 자기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에서 분별력 있게 행동하기를 호소하고 있다. 유교와 다른 점은 유교가 현실에 주목하여 윤리적인 행동에 관심을 두는 반면 천주가사는 현재의 행동을 종말의 천상축복과 직결시키고 있다. 천주가사가 본격적으로 작성된 1850년대는 사회의 가치체계와 그 종말을 허무하게 표현한다. 그러나 1890년대의 작품인 조호식의 『금침가』(金鍼歌)는 원죄와의 투쟁을 더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십계로 장대(將臺)뫃아 칠극(七克)으로 호령하니
군령(軍令)도 엄숙하고 기개(氣槪)도 좋을시고
칠대팔장(七隊八將) 불러드려 군오(軍伍)약속 판정한다
겸양장(謙讓將)아 너는나가 교오적(驕傲賊)을 당적하고
함인장(含忍將)아 너는나가 분노적을 당적하고
인애장(仁愛將)아 너는나가 질투적을 당적하고
담박장(淡泊將)아 너는나가 탐도적을 당적하고
정결장(貞潔將)아 너는나가 사음적을 당적하고
시사장(施捨將)아 너는나가 간린적을 당적하고
흔근장(忻勤將)아 너는나가 해태적을 당적하고
그남은 서절구투(鼠竊狗偸) 기의장(嗜義將)이 소청(掃淸)하라
약속을 정한 후에 진문(陳門)을 크게 열어
일편영대(一片靈臺) 밝은 등촉(燈燭) 주야로 높이 달고
지성으로 지휘하여 시시각각 독전(督戰)하니
제아무리 강적인들 우리병세(兵勢) 당할소냐
○ <금침가> 안에서 일곱 개의 방어대[七臺]와 여덟 가지 장수[八將]라는 용어로 정립되었다. 교오적(驕傲賊), 간린적(慳吝賊, 인색함), 사음적(邪淫賊 음란함), 분노적(忿怒賊), 탐도적(貪盜賊), 질투적(嫉妬賊), 해태적(懈怠賊, 게으름)을 방어하기 위해 겸양, 자선, 정결, 인내(含忍), 마음의 깨끗함(淡泊), 자애, 근면의 덕을 쌓는다. 이토록 치밀한 논리 전개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칠극(七克)]의 내용을 묵상한 결과로 보여 진다. 겸손과 자선, 정결과 인내, 절제와 사랑 그리고 근면의 덕행을 쌓아 죄의 일곱 가지 근원을 극복하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일곱 가지의 덕행은 완덕에 이르는 길에서 한 길로 빠지지 않는 방어벽이 된다.
○ 칠극(七克)은 인간의 자아완성이나 구원에 있어서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하였고, 윤리생활에서 특별히 강조되어 왔다. 그리고 1960대년에 한국천주교의 새로운 교리서(敎理書)가 발간되기 이전《天主敎要理問答》시대의 신도들에게 《칠극》은 끊임없이 노래로 불리어 왔다. 칠극의 생활은 곧 매일 매 순간의 순교였다. 금욕주의와 고행주의는 그리스도교의 정신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종교가 금욕과 고행을 권장하듯 그리스도교에서도 강인한 정신력을 기르고, 절제된 생활을 위해서 일정한 금욕과 고행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다. 극기의 생활은 자학이 아니라 욕망과 이기심에서의 해방, 이 세상 근심으로부터 해방되어 새처럼 자유롭기 위한 것이다. 옛 천주교도들은 칠극으로 몸과 마음을 닦으며 노래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