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人安民(지인안민)
‘사람을 알아보면(知人) 백성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安民)’
라는 뜻의 이 말은
고대 중국의 정치를 기록한 유교 경전의 하나인 상경(尙書, 書經) 중
요순시대(堯舜時代)에 관련된 내용이 기록된 우서(虞書)에서 유래한다.
고대 중국의 순(舜)임금이 고요(皐陶)라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나라를 바르게 다스릴 수 있는가’라고 묻자
고요는
‘사람을 올바르게 알아보고 쓰는 슬기로움이 있어야 백성들이 편안해집니다
(在知人 在安民)’라고 대답했다.
고대 중국의 왕이나 황제들은 대부분 충성스런 신하의 간언보다는
]듣기에 달콤한 말만 골라하는 간신들의 말을 따르고
자신의 부귀영화와 향락 만을 추구함으로써 백성을 끝없는 전란과 불안,
빈곤 등 고통으로 내몰고 끝내 자신도 비참한 말로를 맞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중국 역사에서 태평성대라 할 만큼
나라를 잘 다스린 왕은 많지 않고 그러한 기간도 대부분 짧았다.
18세기 청(淸)나라 황제 건륭제(乾隆帝, 1711-1799)는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잘살 수 있게 할까 진심으로 고민하고 나라를 잘 다스린 몇 안 되는
중국의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왕이 인재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나 올바른 사람을 알아보기가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건륭잠언(乾隆箴言)이라는 어록집에
‘자식을 잘못 알면 그 해(害)가 그 집안에 그치지만,
왕이 신하를 잘못 알아보면 그 해가 나라와 천하에 미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그가 훌륭한 인재와 함께 나라를 통치하는 것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훌륭한 인재의 조건으로 ‘예의 바름, 게으르지 않음, 공정함, 사사로움이 없음,
태연하나 교만하지 않음, 부지런하면서도 조급하지 않음’ 등을 들었다.
송(宋)나라 여본중(呂本中)이라는 사람이 어린이들을 위해 쓴 책인 동몽훈(童蒙訓)에도
‘관리된 자가 지켜야 할 법은 오직 세 가지가 있으니 청렴과 신중함과 근면이다’라는
내용이 있어 사람의 이러한 덕목은 어렸을 때 부터 가르쳐야 함을 보여준다.
정조대왕(正祖大王)과 청나라 건륭제(乾隆帝)
우리나라 조선시대 정조(正祖, 1752-1800) 또한 학문을 사랑하고
나라를 잘 다스리려 노력한 세종대왕 이후의 가장 훌륭한 왕이었다.
그는 학문에 뛰어나 신하들과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토론을 좋아했는데
그 내용이 경사강의(經史講義)라는 책에 잘 기록되어 있다.
그 중 정조가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과의 대화에서 ‘관직에 있는 사람의 자질이야말로
백성을 편안하게 해주는 정치를 펼치는 기본이 된다’라고 강조한 것도
지인안민(知人安民)을 실천하려는 그의 의지를 보여준다.
과거 고대 중국의 군주나 우리나라의 왕과 현대의 지도자들도 인재를 잘못 기용하여 난세
를 자초한 적이 많았던 것은 올바른 인재를 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보여준다.
지금 시대에도 위정자들과 고위 공직에 있는 사람들 중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과오로
인해 지탄받는 경우의 대부분은 공인으로서 갖추어야할 위와 같은 기본적인 덕목(德目)에
어긋나는 말이나 행동, 집안을 잘 다스리지 못한 부족함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
현대는 옛날과 달리 국민이 직접 투표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시대이므로 국민이
올바른 지도자를 알아보는 것 역시 나라의 지도자가 올바른 인재를 알아보는 일만큼
중요한 시대이다.
이념과 도덕관, 바른 국가관 및 인성을 상세히 보지 않고 단지
사람좋아 보이는 인상에 속아 선출하는 우(愚)를 택해서는 안되니
지인안민(知人安民)이라는 말은
이제 국가의 지도자와 국민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