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8[마을탐험] 노월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
여 백
도종환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며칠 전 고흥의 시골마을을 지나다가 차를 세울 수 밖에 없었어요.
아, 놀라워서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어쩌면 저 나무들한테는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면서 삶, 그 자체일지도 몰라요.
허나 어디 인간사 그렇습니까?
함께 어울려 산다, 산다 하지만 저 나무들, 발뒷꿈치라도 따라 갈 수 있을까요?
괜히 제 사는 꼴을 돌아보게 되었지요.
오늘은 일명, '두더지나무'라고 어린동무들이 부르는 노월마을회관앞에서 살고 있는 큰 나무를 만나러 갑니다.
우리가 아침명상길을 오가며 만난 지도 10년을 훌쩍 넘겼으니, 분명 10살은 넘었을 거고.
누구는 200살, 누구는 300살이라지만 알 수 없어요. ㅎㅎ
몇년 전 우리들 마음을 아프게 한 일이 생겼지요. 걷기명상길에 만난 나무는 아주 달라져 있었어요.
무성하던 가지가 아주 싹둑, 싹둑... 세상에, 어쩜 저렇게까지 잘랐을까 싶었지요.
화조차도 나지 않고 마음만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그 나무가 지난 여름에는 뭉턱한 가지끝에 이파리를 틔우고, 기둥의 껍질도 쩍쩍 벌려서 새살을 보입니다.
사랑어린연금술사들이 마음모읍니다.
저마다 빛을 보냅니다. 그리고 나무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가만히 정한 자리에 앉아 바라보고, 말걸고, 그리고, 씁니다.
관율
나는 너가 조타고 생각해.
근대 너는 장난으로 친구를 각끔 때이기도 해?
내가 여기서 젤 소중하는 거는 할머니.
할머니같은 마을사람들이 나를 키워 줘.
하진
노월마을에 있는 나무는 몇 개였을까?
근데 이 나무의 이름은 뭘까? 우리가 맨날 보는 나무.
나무는 몇 년 살았을까? 이렇게 많이 자랐으면 할머니겠다.
오랫동안 살았으니까 얼마나 행복했을까?
사람들이 오래 전에 심었던 나무가 이렇게 자라서 할머니가 되었다.
사람들이 심어 줬을 때부터 행복했을까?
사람들이 만져 주고 안아 줬으니까 나는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서준
나무가 이 마을에서 소중하다고 여겼던 것은
사람, 할아버지, 할머니.
회관하고 가까우니까.
민유
“나무할아버지가 200년쯤 살면서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은 무엇인가요?”
논밭이다. 왜냐하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돈을 많이 안쓰고,
쌀을 심고 벼베기까지 하면 쌀이 나오고 또 그 쌀을 할아버지, 할머니, 아줌마, 아저씨들이 잘 드시니까.
가장 소중한 보물은 논밭이다.
혜민
<나무와의 대화>
심심한 나무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대화를 듣는다. “나도 껴 줘” 나무가 자기도 이야기에 끼고 싶다고 흔들흔들한다. 그치만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그만 가 버렸다. ‘나도 대화에 끼고 싶다.’ 나무는 슬프기라도 한 듯 풀이 죽어 있다. 나무는 혼자 있는 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나뭇잎도 떨어뜨려 보고 몸도 흔들흔들한다. 나무는 참 심심할 것 같다.
사랑
이 나무는 몇 살일까?
그리고 내가 나무에게 선물을 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이 나무가 나에게 나무는 나의 행복이고 기쁨이다.
관옥나무도서관은 마을숲이야
우리는 사랑어린연금술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