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구도(鷄鳴狗盜) -닭의 울음소리와 개 도둑, 천한 능력을 소유한 자라도 때로는 쓸모가 있다.
이상호(소소감리더십연구소 소장) --------------------------------------------------------------------------------------------------------------- 계명구도(鷄鳴狗盜) : 鷄(닭 계), 鳴(울 명, 날짐승이 소리를 내다), 狗(개 구) 盜(훔칠 도)
사마천의 『사기』 맹상군 열전에 전하는 것으로 글자 그대로의 뜻은 닭의 울음소리와 개 도둑을 의미한다. 맹상군은 많은 식객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그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닭의 울음소리를 내는 자와 개 도둑의 재치로 그 상황을 모면한 고사를 들어 유래되었다. 닭 울음소리를 내는 자와 개 도둑은 본래 비열하게 남을 속이는 하찮은 재주를 가진 자들이다. 따라서 그런 재주를 가진 사람을 뜻하지만, 그 전체적은 맥락에서 보면 천한 능력을 소유한 자라도 때로는 쓸모가 있다는 의미로 더욱 쓰인다. -------------------------------------------------------------------------------------------------------------------------------------
1. 재주 그 자체는 다 쓸모 있지만 세상에 재주를 가진 자들은 너무나 많고 다양하다. 그 재주가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재주는 쓸모 있는 재주가 되고 나쁜 재주가 된다. 전쟁 시에 도둑의 재주를 가진 자가 적군에 들어가 정보를 수집해 와서 아군을 살려낼 수 있고 전쟁에 승리를 가져오게 한다면 그 재주는 쓸모 있는 재주가 된다. 그러나 그가 그 재주를 타인의 재물을 훔치는 일에만 활용한다면 그 재주는 아무 쓸모 없는 재주가 된다. 언변이 뛰어난 자가 타인을 설득하고 외교에서 상대국을 설득하여 국익에 도움을 가져온다면 그의 재주는 매우 쓸모 있는 것이 된다. 그러나 그 뛰어난 언변으로 사람들을 농락하고 유언비어를 날조하여 세상을 어지럽히고 남을 속여 이득을 취한다면 그 재주는 쓸모없는 것이 된다. 모든 문제는 재주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재주를 가진 자가 재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와 관계된다. 재주의 활용 문제는 바로 그 재주를 가진 자의 도덕성과 가치관의 문제 즉 인덕(人德)의 문제이다. 그 어떤 재주든 그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진다. 재주를 세상과 사람에게 유익하게 활용하고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게 사용한다면 상을 줄 일이지만 그 재주를 남을 속이고 남을 유린하며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게 사용한다면 처벌과 지탄(指彈)의 대상이 된다. 국내의 중요 산업 기술을 돈을 받고 다른 나라에 팔아넘기는 연구원(지식인)은 나쁜 재주꾼이다. 재주 그 자체는 따지고 보면 가치 중립적이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재주는 가치 중립적이지 않다. 그런데 모든 재주는 상황이라는 현실에 부딪쳐 사용되게 되어 있는데 그 상황이 어떤 것이냐의 문제는 달라진다. 재주를 사용하는 자가 상황을 잘 판단하여 유익하고 바람직하게 상황에 적용한다면 그 재주는 늘 쓸모 있고 가치 있는 것이 된다. 그러나 상황에 적용할 때 사리사욕이나 사악한 마음으로 적용한다면 그 재주는 가치 없는 것이 된다. 따라서 정치인이건 일반인이건 재주 즉 능력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능력을 사용하는 당사자의 인격적 문제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재주는 능력이라는 말로 대치할 수 있다. 그런데 사회가 진화하고 문명화되면서 재주(능력)는 많이 거론하고 따지는데, 그 사람이 가진 도덕성(인격)은 거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동안 우리 사회에서 정치인들 사이에 능력과 도덕성의 우위 문제를 놓고 논란이 있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 논란은 진행형이다. 그러면서 늘 능력을 우위에 두려 한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틀린 말이기도 하다. 도덕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능력은 도적이든 명검(名劍)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어떤 지도자는 능력 위주의 인사를 부르짖으며 도덕성에 흠결을 가진 사람을 기용하려 한다. 이처럼 어쩌면 현대 문명사회는 도덕성(인격)보다는 능력 위주의 사회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그 여파는 참으로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권력과 자본 만능의 천민자본주의하에서 더욱 많이 나타난다. 우리 사회를 돌아볼 일이다. 문제는 재주 자체는 다 쓸모가 있지만, 재주를 사용하는 자의 인격에 따라 그 재주는 가치를 달리한다. 2. 다양한 인재의 세상 옛날에 비해 오늘날은 다양성의 사회다. 그 다양성만큼 사람들의 재주도 다양하다. 사람들의 재주가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인재가 다양하고 많다는 말이 된다. 단지 그 다양한 인재의 인격과 가치관의 문제만 도사린다. 그런데 많은 정치 지도자들, 정치에선 인재가 다양하지 못하고 인재난을 겪는다. 이는 정치에서의 지도자들이 마음을 열고 다양한 인재를 맞아들일 마음과 행동의 여유를 갖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이유는 당리당략과 아집과 독선과 독점주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와 결을 조금만 달리하는 사람은 기용하지 않고 오히려 배척한다. 결과는 자기들만의 인재 무덤에 묻히게 된다. 특히 한 나라를 통치하는 데는 능력 있는 인재가 많고 다양할수록 좋다. 나라의 일은 하나의 직선상에 있지 아니하며 다양한 결에서 다양한 삶과 사건과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다양한 인재가 등용되어야 정치적 오류를 줄이고 올바른 의사결정과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다. 효율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인재가 획일적일 때가 좋다. 의사결정도 빠르고 지도자의 철학과 신념에 복종심도 강하여 추진력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결정에 있어 중대한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그러나 인재가 다양할 때 지도자의 신념에 복종심이 다소 약하여 의사결정이 늦고 비효율적인 측면이 나타날지라도 충분한 논의와 심사숙고를 할 수 있기에 결과는 오히려 좋아진다. 그리고 문제 해결 또한 획일적이지 않고 상황에 맞게 해결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래서 예로부터 인재의 다양성은 통치자의 기본덕목이라 하였다. 지금의 세상은 정말 인재가 다양하다. 나이별로도 특정 나이에 국한되지 않으며 계층별로도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인재를 영입하고 활용하는 사람인 나라의 지도자들이 얼마나 다양한 인재를 어떻게 기용하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뿐이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과 케네디는 그런 인재 활용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지금까지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다. 3. 맹산군과 인재 활용, 그리고 계명구도(鷄鳴狗盜) 사마천의 『사기』 <맹상군 열전>에 의하면, 진(秦), 초(楚), 제(齊), 한(韓), 위(魏), 조(趙) 등 여러 나라들이 각축전을 벌이던 전국시대의 중엽 맹산군은 제나라 사람으로 많은 식객(食客)을 거느린 것으로 유명하다. 식객(食客)은 학문과 재주를 가진 선비들로서 권세가의 집에서 살면서 숙식을 해결하고 권세가에게 지혜와 지략을 제공하며 때로는 목숨까지 바쳐 충성하는 자들의 통칭이다. 그들은 때로 군주에게 천거되어 나라의 중요한 자리에서 정치의 뜻을 펴는 자들도 많았다. 맹상군은 왕족이었다. 설(薛) 땅에 제(齊)나라의 재상을 지낸 정곽군(靖郭君) 전영(田嬰)이란 대부가 살고 있었다. 그에게는 40여 명이 넘는 자녀가 있었다. 맹상군 전문(田文)은 그의 지체가 낮은 첩의 몸에서 태어난 서자였다. 그는 5월 5일에 태어났는데 당시의 속설로 ‘5월 5일에 태어난 자식은 부모에게 해를 끼친다’하여 정곽군은 아이의 탄생을 기뻐하기는커녕 아주 못마땅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아이가 보통의 아이가 아니었다. 맹상군 전문(田文)은 그 많은 자제 중에서도 어릴 적부터 특출한 재주를 보였기에 정곽군(靖郭君)은 맹상군을 자신의 후계자로 삼았다. 이를테면 능력으로 자기의 자리를 확고히 한 사람이었다. 그런 맹상군은 능력만 아니라 사람을 포용하는 인덕이 높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덕으로 선정을 베풀었으며, 자신이 가진 막대한 재산을 아낌없이 쓰면서 인덕을 베풀었다. 그래서 맹상군 휘하에 식객(인재)들이 몰려들었는데 그 수가 무려 3,000여 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 세력이 얼마나 컷는가를 알 수 있다. 맹상군 휘하의 식객들은 하나같인 천하의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를 자랑하는 호걸들이었다. 그중에는 계명구도(鷄鳴狗盜)의 주인공이 된 구도(狗盜-개도둑-좀도둑)와 성대묘사의 천재적인 소질을 가진 자도 있었다. 그들은 맹상군 휘하의 동료들로부터 조롱받기도 했으나 자기의 자리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맹상군은 그들도 무시하지 않고 거느리고 다니기도 했다. 이런 맹상군의 인물됨과 명성은 천하에 알려지게 되었다. 마침 진(秦)나라의 소양왕은 널리 인재를 구하고 있었는데 맹상군의 이러한 소문을 듣고 진나라의 재상으로 초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러한 소식을 전해 들은 맹상군은 진나라 재상의 자리를 승낙하는 것이 옳은지를 두고 고뇌하고 있었다. 그런데 휘하의 사람들은 재상을 승낙하지 말 것을 극구 간언했다. 한참을 고뇌하고 있던 맹상군은 드디어 자신이 진나라의 재상으로 가는 것이 모국(母國)인 제나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겨 진나라 재상의 자리를 승낙하였다. 맹상군이 진나라로 떠날 때 식객 중에서 재주 있는 자를 고르고 골라 몇 명만 데리고 갔다. 진나라로 갈 때 그는 아주 값이 비싼 호백구(狐白裘-흰 여우가죽으로 만든 털옷)를 선물로 가져가 소양왕에게 바치며 상면(相面)했다. 이에 소양왕은 약속대로 맹상군을 재상에 임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신하들이 “맹상군은 제나라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진나라의 재상으로 임명하면 훗날 진나라에 이득이 되지 못합니다.”라며 극구 반대하는 바람에 소양왕은 맹상군을 재상에 임명하는 일을 잠시 보류하였다. 맹상군은 진나라에서 때(재상이냐. 돌아가야 하느냐)를 기다리며 잠시 머물고 있었다. 이때 진나라 소양왕은 맹상군을 그대로 돌려보내면 약속을 어긴 졸렬한 군구가 될 것이고 또 약속을 어겼기에 맹상군의 보복이 있을 것이라 여겼다. 이때 산하들은 맹상군을 그대로 돌려보내면 뒷날 보복이 있을 것이라며 맹상군을 몰래 죽이기를 주청하였다. 소양왕도 그 의견에 동의하여 맹상군을 몰래 죽이기로 했다. 이런 분위기를 눈치챈 맹상군은 살아서 돌아가기 위하여 궁리 끝에 소양왕의 총희(寵姬-총애하는 비)를 찾아가 돌아가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자 총희는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그야 내가 왕께 여쭙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오. 그러나 나에게 무슨 보답을 해야 내가 일을 할 수 있지 않겠소?” “무엇으로 보답을 하면 되겠습니까?” “내게도 왕께 진상한 것과 똑같은 호백구를 주시오. 다른 것은 싫소.” 어디서 왕께 진상한 것과 똑같은 호백구를 구한단 말인가? 맹상군은 난처한 처지에 빠졌다. 이때 그 사실을 안 식객 중의 한 사내가 맹상군의 앞에 나왔다. 그는 바로 구도(狗盜-개도둑)였다. 그날 밤 그는 귀신도 모르게 궁중에 잠입하여 호백구를 훔쳐냈다. 그리고 맹상군은 그 호백구를 총희에게 바쳤다. 영문도 모르는 총희는 입이 함지박만큼이나 벌어져 좋아하면서 바로 소양왕에게 가서 온갖 애교와 응석으로 조르며 맹상군은 두어야 쓸모가 없으니 돌려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소양왕은 곧바로 맹상군의 귀국을 승낙하였다. 맹상군 일행은 지체할 겨를이 없었다. 만약 총희에게 바친 호백구가 궁중에서 훔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혹시 왕의 마음이 변하여 귀국을 철회할지도 모르는 판국이었다. 그들은 서둘러 짐을 챙겨 진나라 서울인 함양을 떠나 국경지대인 함곡관(函谷關)으로 향했다. 그들이 떠난 후 소양왕은 아무리 생각해도 맹상군의 귀국을 얼떨결에 허락한 것 같아 후회하다가 군사들을 시켜 맹상군 일행을 죽이라고 명령했다. 왕의 명령을 받은 진나라 군사들은 급히 맹상군을 추격했다. 맹상군 일행이 함곡관에 도착하였을 때는 먼동이 트기 전의 한밤중이었다. 당시 이 나라의 법으로는 첫닭이 울기 전에는 관문(關門)을 열지 않는 것이었다. 위기가 닥쳤다. 맹상군은 중얼거렸다. “큰일 났구나, 여기서 지체하다간 추격병들에게 목이 달아날 수 있을텐데...” 때는 한밤중이라 새벽이 되어 닭이 울려면 까마득히 남아 있었다. 모두 해결책을 찾느라 고민하고 있을 때 한 사내가 불쑥 나타났다. 그 사내는 어둠 속에서 아주 자신만만한 자세로 나와 거침없이 인가(人家) 쪽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 “꼬끼오.....” 하고 닭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사내가 내는 닭 우는 소리가 실제 닭들과 얼마나 같은지 주변의 모든 닭이 덩달아 울어대었다. 관문을 지키는 병졸들은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모든 닭이 울어대는 바람에 새벽이 왔다고 여기고 관문을 활짝 열었다. 맹상군 일행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서둘러 관문을 통과했다. 그리고 말에 채찍을 가하여 거침없이 도망을 쳤다. 소양왕이 보낸 추격군이 도착하였을 때는 그들이 떠나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이었다. 그러나 국경을 넘었기에 더 이상 추격할 수 없어 포기하고 돌아갔다. 그렇게 맹상군 일행은 목숨을 건지고 무사히 고향인 제나라고 돌아갈 수 있었다. 맹상군 일행을 위기에서 구한 것은 공부를 많이 한 지식인이 아니라 평소에 하찮은 인물로 조롱받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 하찮은 인물을 자신의 몇 안 되는 행렬에 동참하게 한 것도 맹상군의 인재 활용의 다양성에 있었다. 4. 지도자들이여, 그대들은 어떤 인재를 모으고 있는가? 러시아의 푸틴 주변 인물 특히 푸틴을 보좌하는 중요 인물들 80% 이상은 KGB 출신들이라 한다. 그리고 그들은 푸틴과 같은 사고와 철학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 이를테면 철저한 KGB 적인 사고로 뭉친 푸틴의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푸틴은 일사불란(一絲不亂)한 정치적 행보를 할 수 있으며 영구 집권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침공도 서슴치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초기에는 승산이 있는 것 같으나 지금은 구렁텅이에 빠진 발을 빼기도 힘든 상황이 되었다. 전쟁을 종식하자니 체면이 말이 아니고 계속하자니 문제가 많다. 그들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유럽과 서방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애국심만 고취시켰다. 자국에선 전쟁 반대의 목소리만 높혔다. 장기전으로 갈 때 체면만 구기고 장기 집권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도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일들은 푸틴의 인재 등용이 획일적으로 자기와 결을 같이 하는 사람들로만 둘러쌓여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의사결정의 합리성보다는 효율성에만 빠지고 말았다. 푸틴은 주변 인물들 대부분을 자기에게 충성하는 자기와 동일계열의 KGB 출신으로 채웠기에 권력의 자아도취에 쉽게 푹 빠졌다. 권력이 자아도취에 푹 빠져버리면 결말은 위태롭다. 의사결정이론에서 최상의 의사결정을 하려면 지도자는 ‘악마의 대변인’을 심어야 한다고 한다. 악마의 대변인은 건강하게 ‘아니오(NO)’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심 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지도자의 의중보다는 오로지 합리적 결정을 위한 견해에 집중하는 사람들이다. 현명한 지도자는 그들이 말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하거나 말을 막지 않고 존중한다. 케네디 대통령이 그랬고 링컨도 그랬다. 그렇게 하려면 인재를 다양하게 등용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인재들이 모이게 하는 덕(德)이 있어야 한다. 지도자와 그 주변의 핵심 인물들이 지도자의 능력과 덕망을 아무리 선전해도 인재를 다양하게 구하고 존중하며 소통하는 것만 못하다. 인재를 다양하게 구하고 존중하고 소통하면 능력과 인덕은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다. 맹상군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맹상군은 진나라로 갈 때 불과 몇 명의 인재를 데리고 가는데 3,000여 명이 넘는 인재 중에서 하찮은 개 도둑과 닭 우는 소리의 명수를 데리고 갈 수 있었던 것도 맹상군의 인재관이 다양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은 체면이 서는 선비와 학자 등을 중심으로 데리고 갔을 것이지만 맹상군은 달랐다. 그랬기에 그는 살아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능력 있고 다양한 인재는 지도자의 능력만 보고 모이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의 덕망을 보고 모인다. 그래서 덕(德) 있는 지도자는 인재를 모으고, 간사(奸詐)한 지도자는 인재를 떠나보낸다. 덕 있는 지도자에게는 덕 있는 인재가 모이고 간사한 지도자에게는 간사한 인재가 모인다. 덕 있는 지도자에게는 의리 있고 충성스런 인재가 모이지만 간사한 지도자에게는 간사한 인재가 모이기에 그들은 이익이 다하면 거침없이 떠나버린다. 따라서 지도자를 평가하려면 주변에 어떤 인재가 모이는가를 보고 평가해야 한다. 국민은 덕과 재능이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런 지도자를 뽑으려면 그의 주변에 어떤 인물이 모이는가를 보아야 한다. 재주를 가진 자가 모두 쓸모 있는 것은 아니다. 재주를 가진 자가 그 재주를 올바른 마음으로 올바르게 활용할 줄 알 때 그 재주는 빛이 난다. 거짓과 기만을 일삼고 말과 행위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재주는 흉기가 될 수 있다. 거짓과 기만을 일삼는 자가 모이는 지도자 역시 거짓과 기만으로 뭉친 자라 할 수 있다. 강도에게는 강도의 능력이 있는 자가 모이며 사기꾼에게는 사기꾼의 능력이 있는 자가 모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국의 지도자들이여! 지도자를 자처하는 자들이여!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서서 국민 앞에 유세하는 자들이여! 그대들은 정말 덕과 재주가 있는 인재인가? 그리고 그대는 정말 덕과 재주가 있는 인재를 다양하게 모으고 있는가?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당장 지도자의 꿈을 버려라. 그것이 진정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애국의 길이다. 오늘 맹상군의 고사에서 다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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