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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The End of Poverty : 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Time (2005) |
28000원 양장본 | 575쪽 | 231*159mm |
2006-07-05 |
[98호] 2009년 07월 25일 (토) | 채지윤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 |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저소득층 빈곤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이 계층의 소득 활동이나 교육 참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물론 논란이 많다. 혹자는 빈곤층 학생들의 출석률과 성적이 향상될 때 현금으로 보상하는 방식에 도덕성 시비를 제기한다. 이런 정책을 사용한다고 해서 빈곤의 악순환이 제거되겠느냐는 비아냥도 많다.
그러나 문제는 블룸버그 시장의 정책이 현실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버렸다’는 것이다. 빈곤층 학생들의 학력평가 성적이 뚜렷한 상향선을 그렸고 범죄율은 감소했다. 치안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줄고 관광객은 증가함에 따라 뉴욕 시 재정이 흑자로 전환되는 긍정적 결과가 나타났다.
빈곤층 아닌 극빈층에 주목
블룸버그 시장의 빈곤 퇴치 정책은 ‘자유시장의 전범’인 미국의 사상계와 정치권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움직임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경향의 ‘배후’에 있는 이데올로그 중 하나가 제프리 삭스이고, 그의 저서 중 대표작이 <빈곤의 종말>이다.
제프리 삭스는 <빈곤의 종말>에서 ‘전 세계의 빈곤층을 없애자’는 ‘단순 과격’한 주장을 펼치지는 않는다. 그가 관심 있어하는 계층은 빈곤층이 아니라 극빈층이다. 이들의 수를 줄여야 빈곤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제프리 삭스는 자문위원 따위 신분으로 볼리비아·폴란드·러시아·중국·인도·케냐 등 빈곤국과 신흥개발국에서 경제 개발 정책 및 이와 관련한 연구를 20여 년 동안 수행해왔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제프리 삭스는 지리·질병·인프라·부패·종교·민족 문제 등이 해당 국가의 경제·사회적 빈곤을 어떻게 일으키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글로벌 차원의 노력과 정책을 제시한다. 특히 미국 같은 선진국들의 지원과 협조 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하는데, 이른바 ‘시장 만능주의’로는 빈곤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이 책에서 상세히 소개한 아프리카 사례가 대표적이다. 보수 논객들은 아프리카에서 나타나는 절대 빈곤의 원인을 질병과 부패, 빈약한 시장 등으로 축약한다. 나아가 이런 빈곤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적자생존’의 시장법칙을 원용하면서 ‘원조는 불필요한 낭비이며 시장의 발전과 개혁을 지연하는 위험한 자선’이라고 주장한다. 보수 논객에게 유일한 해법은 아프리카에 시장과 경제적 자유를 빨리 정착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프리 삭스의 분석은 이들과 매우 다르다. 그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부패는 주변 지역에 비해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그보다는 아프리카의 지리적 요인과 인프라 미비 때문에 성장 속도가 느릴 뿐이라고 제프리 삭스는 주장한다.
또한 그는 ‘경제자유 지수’라는 지표를 인용하면서 경제적 자유도와 경제성장이 언제나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한다. 예컨대 중국은 경제적 자유도는 낮지만 경제성장률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에 반해 우루과이는 경제자유 지수는 높지만 경제성장률은 매우 낮다.
<빈곤의 종말>에서 저자는 실증적인 연구 방법을 통해 좀 더 현실적으로 빈곤 문제에 접근하려 노력한다. 그가 서술한 사례들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다. 더욱이 이 책을 단지 빈곤 문제에 대한 자료로 읽을 필요는 없다. 슬기로운 독자는 경제적 빈곤의 퇴치와 해결이라는 이 책의 거시적 관점을 열독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미국 경제학계의 패러다임들을 큰 틀에서 정리하는 계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욱 많은 독자가 전 인류적 빈곤층 타파를 위한 고민을 안고 이 책을 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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