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테의 돈으로 세상 읽기 70
작곡가를 찾습니다
조상님께 차례는 드렸는지요. 송기떡으로 명절을 보낸 선조만이라도 극락의 꿀떡에 배가 든든해지시길 빕니다. 하지만 육도윤회를 들춰보니 귀천 길은 공덕에 따라 패가 갈리는가 봅니다. 저 같은 무지렁이는 아수라조차 언감생심이라 죽는 게 두렵습니다. 이러다가 식육견이나 양돈장 돼지로 다시 태어나면 어쩌나 싶어 개고기는 끊었는데 삼겹살 지글거리는 소리가 목탁 소리보다 크게 들려 고민입니다.
위안이 되는 것도 있습니다. 2027년부터 개고기 식용이 금지된다고 합니다. 죽어서 똥개가 되더라도 이승에서 몇 년만 버티다 가면 한고비 넘게 되지요. 어찌하든 죄를 짓고 염라대왕 앞에 포승줄로 묶이더라도 줄을 잘 서야 합니다. 그렇다고 굳이 강도나 살인을 저지른 개와 자리싸움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개들은 이빨이 사납습니다. 그냥 산돼지들이 진흙탕에서 뒹구는 데로만 가지 않으면 됩니다.
이제 산짐승 대신 애완동물 되는 요령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염라대왕이 전생을 물을 때 정신 줄을 놓으면 안 됩니다. 어진 사람들 눈이 헐도록 등쳐먹었더라도, 개와 고양이를 키웠다고 해야 합니다. 축생계라고 얕보지 마세요. 병든 부모 기저귀 갈아준 적은 없어도 열두 달 털 짐승 똥 받아내며 침 발랐던 삼겹살까지 입에 물려줬다고 말하면 만사형통입니다. 믿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했습니다. 틀림없이 털이 복슬복슬한 개나 수염이 간드러진 고양이로 다시 태어날 겁니다.
내친김에 축생계의 족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아직도 개나 고양이가 우리와 같은 종족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돌도끼를 든 원시인지요. 억지가 아닙니다. 사람을 물면 훈방이지만 개를 건드렸다가는 콩밥을 주문해야 합니다. 기르던 동물이 죽었다고 나뒹구는 펫미(petme)족은 흔해 빠졌습니다. 피붙이가 따로 없습니다. 자식 대신 개를 키우며 사는 딩펫(Dinkpet)족이 자꾸 늘어납니다. 개 족보 따진답시고 펫팸(Petfam)족 신조어 사전을 찾아보려니 골이 흔들려 그만두겠습니다.
펫셔리(Petxury)가 광풍입니다. 꼬리부터 발톱까지 호화롭게 치장한 개를 보고 음색이 고운 장구 채편을 상상했다간 큰코다칩니다. 수제 간식을 먹는 귀족 개는 동물 카페와 호텔의 VVIP입니다. 죽어서도 꽃상여 한번 올라타기 틀려버린 우리에 비할 바 아니지요. 귀족 견 가족들은 자랑질이 대단해서 SNS에 사진과 동영상을 다퉈 올리는데, 유치원 딸아이 그림상장이 개똥 쓰레받기로 쓰입니다.
무슨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산돼지 잡겠다고 돌도끼 휘두르는 저도 사실은 동물애호가입니다. 추위에 떨고 있는 유기견을 보면 가족을 내다 버린 비정함에 분노가 머리털까지 뻗칩니다. 요즘 들고 다니는 돌도끼에도 TYDWD(Take Your Dog to Work Day)라는 로고를 새겼습니다.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구글 선생도 까막눈인데 아무튼, 직장에 애완견 놀이터가 있는 모양입니다. 출근할 때 키우는 개를 데리고 가는 날이 TYDWD랍니다. 유독 그날에 업무 생산성이 높다고 하니 젖먹이를 회사 보육원에 데리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지금까지는 코로나 후유증으로 늘어놓은 도깨비 소리였습니다. 다만 개 팔자가 부러운 건 진심입니다. 목구멍 풀칠에 지치고 사람들과 지지고 볶는데 이골이 나서 시샘하는 게 아닙니다. 여기저기 ‘축생법당’이 생기면서 개는 죽어서도 만복을 누립니다. 벽에 영정사진을 걸어두고 위패를 두는 영단에는 즐겨 먹던 사료를 수북이 쌓아놓습니다. 평생 혓바닥 날름거리며 꼬리 춤이나 췄던 백수치곤 천도재를 거하게 받는 한량이지요. ‘나무극락도사아미타불’이란 제문도 붙어있다고 합니다. 아미타부처님께 귀의하여 극락왕생한 복덩이들의 인증샷에 눈이 돌아갑니다.
화낼 일이 아닙니다. 길거리에 똥오줌 내갈기는 한량을 보고 펫티켓(pettiquette)이 없다며 눈을 부라려 봤자 혈압만 올라갑니다.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팔린다고 한탄한들 소용없습니다. 사람이 먼저라는 말은 유통기한이 지났습니다. 핏대를 세워도 개모차 바퀴는 굴러갑니다. 애완동물사육이 출산율을 낮춘다고 하지만 연구논문 한 줄이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이 키우기가 지옥이라 무자식 상팔자라는 TV프로와 뉴스는 넘쳐납니다. 독신이 독립운동가 된 지도 오랩니다. 갓난아이 우는소리 듣자며 수조 원씩 쏟아붓는 애완동물 공화국의 현실입니다.
이러다간 나라가 없어진다고 떠드니 이민 가야겠습니다. 출산율이 높은 소말리아가 눈에 꽂힙니다. 노잣돈은 음반을 만들어 팔면 됩니다. 강아지들에게 어울리는‘잘 자라 우리 똥강아지’, 도둑에게 꼬리치는 엄마 개를 위해 ‘모두 다 사랑하리’, 유모차 타고 다니는 개들에게는‘개모차가 나갑니다 길을 비켜라’가 대박 날 듯합니다. 생쥐 보고 도망치는 고양이들을 위한 노래는 클래시컬하게 만들어볼 참입니다. 앙증맞은 고양이가 개선 행진곡을 들으면 조금은 씩씩해질 것 같습니다.
개 풀 뜯는 소리라고 욕하지 마세요. 풀빵값도 안 되는 연금통장에 목 뺄 때가 아닙니다. 펫뮤직(Petmusic)이야말로 음악계의 블루 오션입니다. 조만간 음반 시장을 쓸지 못하면 장을 지지겠습니다. 아뿔싸, 한발 늦었습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더니 벌써 노래를 만들어 유튜브에 깔아놓은 작자가 있군요. 그렇다면 개님들에게 바치는 헌사의 음악을 뮤지컬로 만들어야겠습니다. 캣츠의 엘리엇은 아니지만 제가 쓴 노랫말도 감칠맛이 날 겁니다.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빛나는 개가 천상에 오르는 장면을 연출하면 임영웅 공연 암표는 조족지혈입니다.
이제 신사임당 얼굴 보는 일만 남았습니다. ‘개들의 천국’ 뮤지컬에 영재 작곡가를 모십니다. AI에 부탁했더니 개 발마사지기 주문설계에 정신이 없답니다. 다만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방 사장님 곡은 사양합니다. 캣츠의 메모리를 초라하게 하려면 감성의 끝판왕이어야 합니다. 이왕이면 개모차 밀고 다니는 신혼부부가 작곡해주시면 좋을 것 같군요. 수익 배분은 원하는 대로 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