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사시존치때문에 시끌벅적해서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법저 들어왔다가 로스쿨 변호사께서 쓰신 글을 봤어요. 글에 진솔함이 담겨 있어서 저도 읽고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이메일을 드리고 싶었는데 부득이 게시판에 글 남깁니다. 댓글로 평생 무병장수하실 정도로 많은 욕을 들으셨는데요, 그만큼 수험생들이 예민해져있구나 하는 취지로 선해해서 받아들이셨길 바랍니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진지하게 토론해볼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반론해보겠습니다.
1.
일단 변호사님의 주장을 요약해보자면 '비용,실력,취지면에서 사법시험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현재 법조시장에 부응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고 많은 고시낭인과 기수문화를 양산하는 폐해가 있으니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로 일원화하는것이 바람직하다' 입니다. 그런데 변호사님께서 지적하고 계신 사법시험의 단점과 폐해, 그리고 로스쿨의 장점은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로 일원화하자"는 주장의 논거가 되질 못합니다. 변호사님께서 들고 있는 논거와 주장이 제대로 연결되려면 "법조인력양성창구는 사법시험과 로스쿨 둘 중에 어느 하나로 일원화되어야만 한다"는 점이 선결적인 전제로 깔려야 됩니다. 즉 변호사님의 주장은 " 법조인력 양성제도를 로스쿨이든 사법시험이든 어느 하나로 일원화한다고 전제했을때 어느쪽이 더 바람직한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될수 있지만, "왜 반드시 법조인력양성을 로스쿨로만 일원화해야하는가? 로스쿨과 사법시험을 함께 병행하면 왜 안되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될 수가 없습니다. 변호사님은 글에서 사법시험만 시행하고 있을 때의 단점과 폐해만을 지적하고 있을 뿐 양자를 병행했을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내용, 즉 사법시험과 로스쿨을 병행하자는 주장을 반박하는 논거는 찾아 볼 수가 없네요?
2. 비용면에서
고정비용과 유동비용으로 나눠서 비교해봅시다. 고정비용 즉 변호사가 되는데 있어서 반드시 들어가야하는 비용, 개인이 임의로 줄일수 없는 비용끼리 비교해보죠. 일단 사법시험은 사법시험 응시료 5만원, 토익 응시료 4만2천원, 법학과목 35학점 이수비용(법학과 출신은 이마저도 안들죠)이 듭니다. 그럼 로스쿨은요? 리트응시료 27만원, 토익 응시료 4만2천원, 로스쿨 입학 전형 비용은 제가 구체적으론 잘 모르겠는데 듣기론 제일 비싼 학교는 10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고 하더군요. 두 군데 지원할수 있으니 최대 200만원 정도 들어갈겁니다. 그리고 로스쿨 학비 4000~6000만원, 법조윤리시험 응시료 5만원, 변호사시험 20만원. 자 비교해보죠. 어느쪽이 더 많이 드는지는 덧셈만 할 줄 알면 금방 나옵니다. 아니 잡다한거 다 빼고 사법시험은 인지대 5만원만 있으면 누구나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변호사시험은 학비로 6000만원을 내지 않으면 시험장에 아예 못 들어갑니다. 장학금으로 충당하든, 학자금대출로 충당하든 무조건 대학에 6000만원은 갖다 바쳐야 시험장 구경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6000만원이면 1200명이 사법시험 1차,2차를 한 회씩 볼 수 있는 금액이군요. 게다가 대학 중퇴이거나 고졸인 사람은 대학을 졸업하는데 드는 학비까지 추가로 들어가니 비용은 로스쿨 학비에서 끝이 아니겠죠?
그 다음 유동비용. 즉 본인이 임의로 늘였다 줄였다할 수 있는 비용입니다. 아마 시험을 준비하는데 들어가는 수험비용이 이에 해당할겁니다. 사법시험이든 변호사시험이든 책값, 생활비는 공통적으로 들어가고, 학원비는 본인의 여건에 따라 0원으로 될 수도 있고 무한대로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수험 비용은 사람에 따라 다 다른지라 일반화할 수 도 없고 일반화해봐야 의미도 없는 겁니다. 지난 고시계에서 합격수기만 뒤져봐도 법학을 전공한 것도 아닌데도 학원을 단 한번도 다니지 않은 합격자들 종종 있습니다.(고로 대학이나 학원의 도움없이 독학으로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일부 수험생의 케이스를 일반화할수 없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변호사님의 케이스도 일반화할 수 없는 이치이지요. 수험비용은 사람에 따라 다다르거든요.
물론 변호사님처럼 모든 비용을 장학금으로 충당할 수 있죠. 그런데 장학금은 법전원측의 일방적인 배려로 주어지는 혜택이지 원하는 사람 누구나 필요한 금액만큼 청구할 수 있는 보장된 권리가 아닙니다. 생계곤란 전액장학금의 커버리지안에 들기도 쉽지않구요. 최대 6000만원에 달하는 학비에 3년간의 기회비용이 부담스럽지 않은 가구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게다가 장학금은 학교 재정형편과 교육 당국의 정책에 따라 유동적인 겁니다. 향후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단 거죠. 이는 얼마 전에 건국대가 장학금 지급율을 낮추자 거기 재학생들이 집회를 한 케이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학금은 받는 입장에서나 공짜이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돈이 아닙니다. 국민 세금이 됐든 그 대학의 타단과대 학부생이 됐든 누군가는 대신 지불해야만 나오는 돈이에요. 현재 로스쿨 상황을 봅시다. 아마 거의 대부분의 로스쿨들이 재정 적자 상태이거나 근근히 버티고 있는 정도일 겁니다. 이 점은 간단한 산수만 할 줄 알아도 쉽게 추론할 수 있으니 굳이 줄줄히 쓰지는 않겠습니다. 정 궁금하시면 고려대법전원장님의 인터뷰기사를 찾아보세요. 재정 문제에 대해 나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재 장학금 지급율이 40프로에 육박한다고 로스쿨측에서 얘기하고 있는데, 그럼 그 장학금은 국가 보조금(결국 국민 세금)에서 나오거나 다른 단과대학의 재정에서 나온다는 얘기겠죠. 그래서 그런지 간간히 로스쿨측에서 종전 사법연수원에 들어가던 예산을 자기들에게 넘겨달라는 목소리도 있던데, 변호사를 왜 국민세금으로 양성해야하는지의 측면에서 보면 반박할 가치도 없는 얘깁니다. 그래서 그간 로스쿨측에서도 이 부분을 줄기차게 비판해왔구요. 그런데 그 비용을 로스쿨에 쓰자구요? 이런 걸 보고 적반하장이라고하죠.
그럼 결국 재정적자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수입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여야하는데 수입을 늘리는 방법으로 로스쿨 정원을 확대하는 방법은 법조시장의 상황과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서 쉽지 않고,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론 교수인원을 줄이는 방법이 있지만 로스쿨이 제 식구들 짜르면서까지 제 살 파먹는 방법으로 비용을 줄이려고 들지는 않을 겁니다. 결국 이도 쉽지 않단거죠. 그럼 제일 손쉬운 방법은 학비를 올리거나 장학금을 줄이는 거일 겁니다. 그래서 로스쿨측에서 사법시험만 폐지시켜주면 앞으로 장학금 지급율을 더 높이겠다고 그러는데 현재 로스쿨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놓고 봤을때 그 말을 그냥 덮어놓고 믿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제 아무리 장학금을 늘린다한들 형편이 어려운 모든 사람들을 커버할 수도 없구요. 이런 면에서 보면 장학금은 비용에 의한 진입장벽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겁니다.
그 다음 학자금대출. 제 아무리 저리의 장기 상환이라고 해도 이자부 소비대차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몸집이 불어나는 빚이란 거지요. 그런데 현재 법조 시장의 상황을 놓고 보면 이 역시 경제적 능력에 의한 진입장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희망적인 제도가 아니예요. 현재 변호사 시장은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숫자에 비해 쏟아져 나오는 변호사 숫자는 해가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요. 변호사들은 점점 넘쳐나고 경쟁은 치열해져가고, 법조시장의 파이라는게 급작스레 커지는게 아니라서 변호사들이 맞닥뜨리는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요근래 들어 변호사들의 양극화 현상도 엄청나게 빨리 진행되고 있어요. 결국 수입이나 안정성 면에서 열악한 일자리들은 이렇다할 인맥도, 업무 영역도 구축하지 못한 청년 변호사들로 채워질 겁니다. 지금 사시존치와 관련해서 수험생도 아닌 청년 변호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들고 일어나는 형국이 된 것도 그 만큼 청년 변호사들이 코너에 몰려있다는 걸 반증하는 겁니다. 시장 상황과 업무 영역에 대해 그만큼 예민해져 있는 거예요. 요새 한달에 집에 가져가는 금액이 2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심지어 사무실 유지하기도 벅찬 변호사들 널렸습니다. 앞으로 더 많아질거에요. 게다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기도 힘들구요. 그나마 변호사님은 세후7000이나 받는 좋은 직장에 자리를 잡으셔서 그렇지, 만약에 뜻대로 잘풀리지 않아서 딱 저런 상황에 처해 있다면 그때도 후배들에게 대출받아서 로스쿨 가라고 권하시겠습니까? 이미 학자금대출로 대학 학비를 조달한 사람은 그 대출금 다 갚기도 전에 또 대출받아서 로스쿨 가라는 겁니까? 낙방 인원 누적으로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점점 낮아질건 뻔하고 기껏 힘들게 시험을 통과했다쳐도 앞으로 어떻게 풀릴지 모르는데두요? 만약에 그렇게 대출받아서 로스쿨 나왔는데 시험에 계속 떨어져서 5회 응시제한 걸리면 그때는 무슨 돈으로 대출금 갚습니까? 결국 학자금대출은 현재 변호사 시장을 놓고 봤을때도 그리 안정적이지도 희망적이지도 않은 제돕니다.
3. 실력면에서
로스쿨변호사들의 실무능력에 대해 저도 직접 겪은 바도 있고, 여기저기 통해서 들은 사례들도 있지만 여기다 구구절절 쓰지는 않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해서 로스쿨변호사들이 이렇다 저렇다 품평할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봐야 큰 의미가 있는것도 아니니. 딴거 다 집어치우고 딱 두가지만 얘기할게요.
(1)
변호사님은 "수험 지식이 실무 능력과 반드시 연관되는 것은 아니기 떄문에, 시험성적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변호사인 것은 아니다" 라고 하셨는데,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맞는 얘기도 아닌 것이 변호사님은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계시네요. 뭐냐면 "수험지식과 실무 능력이 반드시 연관되는 관계에 있지 않다는 주장"을 들어서 양자가 마치 무관한 관계인 것처럼 호도하고 계신 겁니다. 즉 시험 성적이 높다고 해서 꼭 형편없는 변호사로 연결되는 것이 아님에도 마치 그런 것인 양 이른바 '은폐된 주장'을 하고 있는 겁니다. 오히려 변호사님께서 들고 계신 사례(수험지식은 형편없지만 좋은 실무능력을 보여는 경우)보다 성적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기초가 탄탄하게 다져져 있기 때문에 꼼꼼하고 실수 안하는 좋은 변호사가 되는 반대의 사례가 훨씬 더 많다는 점을 간과하시면 안되죠.
(2)
실제 소송에서 판례 법리가 어떤게 적용이 되고 증거싸움이 되고 다 좋습니다. 그러나 판례니 증거니 이전에 변호사로써 반드시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능력은 법령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능력입니다. 우리나라는 방대한 성문법전을 가지고 있는 대륙법 체계를 따르고 있는데다가 판례에는 법원성이 없어요. 즉 미국이라면 몰라도 우리나라에선, 권리의 근거로 가져다 대야하는것은 것은 법령이지 판례가 아니예요. 그래서 변호사가 쓰는 서면에 반드시 들어가야 될 내용은 권리근거규정인 법령이고, 절대 빠뜨리지 말아야 할 내용은 주장입니다. 물론 실무에서 판례가 중요한 기준으로 다뤄지는 건 사실이지만, 증거니 판례니 하는 것도 선결적으로 맞는 법령을 찾아서 해석하고 적용한 다음에나 나오는겁니다. 이 단계에서 핀트 어긋나면 주소도 못찾고 엉뚱한데서 헤매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서면이 산으로 가 있기 십상입니다. 관련 판례 제대로 찾지도 못하고 증거정리도 제대로 되질 않아요. 뭐 굳이 이렇게까지 얘기안해도 잘 아시겠지만 변호사님의 발언은 자칫 잘못하면 제일 중요한 기본기가 실무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인 양 오해되기 딱 좋습니다. 증거도 주요사실이 확정되야 정리할 수 있는 것이고, 제일 골치아프고 힘든게 사실관계에 맞는 법령을 찾아서 요건사실 뽑는 작업입니다. 여기서 실력차 많이 나구요.
물론 로스쿨은 외국어, 건축, 회계,보험, 지재법 등 특정 전문분야에 대한 접근성이 뛰어난 변호사들을 안정적으로 배출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 분야에 특화된 변호사만 필요한게 아닙니다. 저도 법조계 전반을 어우를 만한 식견은 없는지라 단언할 수 는 없지만 오히려 기본법과 소송법 지식을 탄탄하게 갖춘, 바로 송무에 투입할 수 있는 변호사 수요가 더 많을 겁니다. 현재 법조 시장의 현실이 아직 로스쿨을 받춰줄 만큼 분화되어 있질 않아요. 미국과는 달리 공인중개사,법무사, 노무사, 손해사정인 등등 법조유사직역이 많다보니 부띠크펌이 자리잡기 힘든 구조적인 차이도 간과할 수 없구요. 기초적인 법적 지식보다는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이 요구되는 그런 자리 이를테면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가진 로펌의 자문팀 혹은 사내변호사 자리가 전체 변호사 시장에서 몇 프로나 될꺼 같아요? 애시당초 로스쿨측이 내세웠던 국민에 대한 사법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로스쿨의 도입 취지에 비추어 보면 특정 전문분야에 치중한 변호사보다는 법적 지식을 탄탄하게 갖추고 있는 생활속의 변호사가 더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4.. 취지면에서
하아......취지 관련해선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한국형 로스쿨의 문제점들을 적고 나서 고시낭인과 기수문화에 대해 쓸게요.
(1) 한국형 로스쿨의 문제점
가. 전문대학원의 태생적 한계
로스쿨은 전문대학원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학력에 의한 진입장벽, 경제력에 의한 진입장벽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일본에서 BABYBAR나 예비시험을 둬서 이를 보완하고 있는 거구요. 즉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만 놓고 봐도 '교육을 통한 법조인력양성'이 로스쿨에게 법조인력양성에 있어서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일본 모두다 로스쿨과는 별도의 시험을 통한 보완적인 배출 창구를 열어두고 있죠. 2009년 로스쿨 관련법안이 통과될 당시에도 '예비시험'을 둘지 말지 둔다면 어떤 형태로 둘지는 향후 2013년에 재논의하기로 하고 전제가 된 거였습니다. 사시존치 주장은 갑자기 튀어나온게 아닙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사시존치 법안만 5개에 달하는 걸 보면 09년 이래로 꾸준히 제기된 것임을 알수 있습니다. 다만 내후년에 사법시험이 폐지된다는 시의성 떄문에 요근래 들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 뿐이죠. 발의된 사시존치 법안들을 보면 로스쿨 폐지 (혹은 점진 축소 폐지)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즉 로스쿨과 사법시험을 병행하자는건데 이 얘기는 로스쿨의 보완창구로써 시험제도를 운영하되, 새로이 '예비시험'을 만드느니 기존에 있던 사법시험을 일종의 예비시험으로 운영하자는 취지일 겁니다.
나. 인가제가 아닌 허가제 로스쿨의 맹점
25개 학교에만 로스쿨 설치 허가를 내줬죠. 그 결과 전문대학원이라는 체제만으로도 이미 학력과 경제력에 의한 진입장벽이 놓여 있는데 그것도 모자라서 허가제로 하는 바람에 인가제 로스쿨에 비해 국민들의 접근성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학사학위를 갖추고 경제적 능력이 된다고 해도 받아주는 학교가 없는 한 로스쿨에 진입할 수 있는게 아니란 소립니다. 정원이 엄격히 제한된 허가제 로스쿨하에서 사법시험을 무작정 폐지하자는 소리는 로스쿨 설치 허가를 받은 특정 대학들이 법조인 배출 창구를 독점하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집니다. 방통대 로스쿨, 온라인 로스쿨도 엄연히 로스쿨입니다. 여전히 학력에 의한 진입장벽이 존재하는데다가 또 다시 허가제로 하고 정원을 제한하는한 접근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집니다. 그리고 3년만에 모두 소화해내기 힘든 방대한 학습량, 대학 순위에 따라 서열화되서 정착해버린 로스쿨의 현실에 비추어 봤을때 실효성도 의심스러운, 땜질식 처방에 불과합니다.이게 로스쿨의 보완적 통로로 논의될 거였으면 진작에 나왔어야하는 얘기죠. 사법시험 존치 주장이 힘을 얻어가자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모양새로 보이는 건 어쩔수가 없네요. 안그래도 로스쿨도 애시당초 졸속으로 도입해서 문제가 많은데 보완책도 경솔하게 내놓으면 차후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이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뒤에서 자세히 쓰겠습니다..배도 고프고 점심 시간도 끝나가고 ㅠㅠ)
다. 직업의 자유와 공무담임권의 침해 문제
이대로 사법시험이 폐지된다면 로스쿨을 통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변호사가 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로스쿨 진학에 필요한 형식적 자격요건을 다 갖췄어도 로스쿨에 다 진학할수 있는게 아니죠. 2000여명 남짓한 정원에 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변호사를 직업으로 선택할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됩니다. 고등교육을 받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계층에게는 아무런 진입장벽이 되지않는 반면에 ,로스쿨에 진학할 만한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 -고등교육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 사람, 경제적으로 넉넉치 못한 사람, (현재 로스쿨이 운영되는 실태를 보건대) 중고등학교때 성적이 나빠 속칭 '지잡대'에 진학한 사람들, 4년제 대학에 다니다가 중퇴한 사람들 --- 수없이 많은 사람들은 '허가제','로스쿨'로 인해서 이중,삼중의 진입장벽을 넘어야만 합니다. 그래도 사법시험의 진입 장벽은 어마어마한 공부량과 엄격한 법지식이었기에 법조인의 자격으로 직접 연결되는 것이라 정당성이라도 있었지 현재의 로스쿨이 가져온 진입장벽들은 법조인의 직무 능력과는 무관한 사회경제적 차원의 각종 스펙들이라 그 정당성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공익을 위해서 주관적 사유에 의한 제한도 아니고 객관적 사유에 의한 제한도 아니고 법조인의 직무능력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자의적인 기준으로 직업의 자유를 사실상 박탈하는 것나 마찬가집니다.
이 뿐만이 아니죠. 로스쿨에 진학하지 못하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것은 물론이고 현행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판사나 검사가 될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만약 이대로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분명히 "판검사 임용에 변호사 자격을 요구하는 현행법 조항"은 백프로 헌법소원 걸릴 겁니다. 종래 사법시험체제에서는 판검사임용시험인 사법시험을 통과하면 판검사임용에 부수해서 자동으로 변호사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이었기때문에 "판검사임용에 변호사자격을 요구하는 법조항"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학력,경제력의 제한없이 누구나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기에 직업선택의 자유든 공무담임권이든 문제될 게 없었던거죠. 그런데 변호사가 되는데 로스쿨 졸업을 필수적 요건으로 해놓은 이상 위 법조항은 공무담임권 측면에서 문제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제 아무리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서 로클럭과 경력직 판사, 검사를 선발하면 뭐합니까. 2000여명의 남짓한 로스쿨생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공무담임권은 전혀 보장되지 않는데요.
라. 평등권 침해 문제
애시당초 로스쿨은 법학 비전공자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습니다. 이는 로스쿨이 설치된 대학의 법대학부를 모두 폐지한 점, 로스쿨 입학 전형에 법학 지식을 측정하지 못하도록 한 점만 보더라도 자명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로스쿨을 특정 대학에만 설치 허가를 발급해주면서 나머지 대학들의 법학과는 남겨놨다는 점입니다. 로스쿨은 3년제 전문대학원과정이고 법학과는 4년제 학사과정이라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양자 모두 공인된 박사학위를 가진 교수에게서 배웁니다. 로스쿨이 제 아무리 전문대학원이라고 해도 법학 비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상 기초이론부터 가르켜야 할 겁니다. 3년간 적은 학점을 이수한 사람은 변호사,판사,검사가 될 수 있는데도 4년간 더 많은 학점을 이수한 사람은 판사,검사 임용은 물론이고 변호사 시험장에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같은 집단을 합리적 이유없이 다르게 취급함으로써 평등권이 침해될 소지 다분합니다. 결국 4년 동안 똑같이 박사학위를 가진 교수에게 제 아무리 열심히 배웠어도, 그래서 법학 지식을 상당 수준으로 갖추고 있더라도 로스쿨에 진학해서 비전공자들과 함께 기초과정부터 다시 배우지 않는 이상 법조인이 되는 길은 불가능하다는 얘긴데, '로스쿨'이라는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함으로써 직업의 선택의 자유는 물론 공무담임권이 침해될 소지도 다분 합니다. 법학을 더 적게 배운 사람은 변호사가 될 자유, 판검사로 임용 될 자유가 고도로 보장이 되는데 법학을 더 많이 배운 사람은 변호사가 될 자유는 커녕 판검사로 임용될 자유도 사실상 박탈되는 결과인 셈이니까요. 뭐 실무가를 교수로 영입해서 실무를 가르친다고는 하지만 실무교육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많다보니 로스쿨측에서도 별도의 실무 교육기관이 필요하다든가, 심지어 사법연수원에 위탁교육을 시키자는 소리도 나오고 있죠? 그리고 소크라테스 교수법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미국법과 한국법은 case method 자체가 달라요. 미국은 common law를 기반으로 귀납적 방법을 택하고 있기에 저 교수법이 효과가 있다지만 대륙법을 따라 편제된 한국에선 연역적인 접근법을 취할 수 밖에 없기에 법령의 해석 적용을 삼단논법의 대전제로 놓고 시작하는 겁니다. 대륙법계에서는 기초이론과 법규정 모르면 case 건들지도 못합니다. 아무것도 못해요.
(2) 로클럭과 검사 임용 방식의 문제
현재 로스쿨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나름의 절차를 거쳐 로클럭과 검사를 임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로스쿨 졸업생들 중에서만 임용하게 되면 공무담임권의 보장에 있어서 큰 공백을 초래한다는 문제점은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습니다. 졸업하자마자 바로 임용하는 현재의 방식은 로스쿨의 도입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겁니다. 임용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기 떄문에 임용 절차가 제 아무리 투명하고 공정하더라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가. 로스쿨의 도입 취지
고 노무현 대통령이 로스쿨을 도입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이 절실히 필요해서? 아니면 고시낭인과 기수문화를 양산하는 사법시험의 후진성이 극에 달해서? 아니면 노무현의 개인적인 열등감 때문에? 변호사숫자를 늘리기 위해서? 로스쿨도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분명 있기 마련인데 ,도입했을때 나타날수 있는 부작용과 문제를 노무현이 정말로 몰랐을까요? 부작용과 폐해가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사학법과의 빅딜이라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이렇게 전격적으로 도입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검찰'개혁 때문이라고 봅니다. 현재 검찰은 수사지휘권에서부터 형집행권까지 아우르는 전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데다가 조직을 상명하달식 피라미드 구조로 만들어버린 검사동일체 원칙의 남용, 폐쇄적인 엘리트주의, 관료 특유의 경직성 등이 여러 국면에서 문제를 터뜨리고 있죠. 강금실 전법무부장관 임명사건 때도 보았듯이 정치적 압력을 넣어봤자 근원적인 개혁은 불가능하다는게 고 노무현 대통령의 판단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검찰을 포함한 법조계의 판 전체를 뒤흔드는 정도는 되어야 검찰이 바뀔꺼라고 본 것이죠. 그래서 '법조일원화'라는 밑그림을 그리고 그 선두주자로 내보낸 게 로스쿨입니다. 당시 노무현의 인터뷰에도 나오듯이 이런저런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로스쿨이 사법 개혁의 견인차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하고 있었을 겁니다.
종래 사법시험체제는 "관료적 법조인 모델"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제돕니다. 판검사임용시험인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사법연수원에서 판검사 실무 위주의 교육을 받고 성적에 따라 판사, 검사로 임용되죠. 판사가 될 사람은 아예 처음부터 새끼판사로, 검사가 될 사람은 처음부터 새끼검사로 각각 법원조직과 검찰조직 내에서 법조생활을 하면서 크는 구조인지라 사법부와 검찰이 관료적인 판검사로 구성되는 모델입니다. 그리고 임용권에 들지 못한 나머지 사람들은 변호사로 각기 다른 길을 갑니다. 판사는 판사대로 검사는 검사대로 자기 조직내에서 관료적인 틀에 맞춰 사법부와 검찰을 구성하다보니 조직이 폐쇄적이라는 점과 그리고 판검사로 있다가 퇴직하고 변호사로 나가는 구조가 합쳐져서 항상 '전관예우' 문제를 일으켰던거죠.
이에 반해 '법조일원화'는 철저히 변호사가 중심이 되는 제돕니다. 판사든 검사든 모든 법조인은 변호사부터 시작합니다.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변호사들을 판검사로 임용함으로써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효과적으로 보호하자는게 법조일원화의 취지라는건 잘 아실겁니다. 로스쿨이 도입되기 이전의 변호사는 관료적인 판검사 집단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독립적인 집단이었지만, 로스쿨이 도입된 이후의 변호사는 ---그게 로스쿨 출신이든 사법시험 출신이든간에---견제,감시하는 역할에 더해서 장차 판검사로 임용될 인재풀을 구성하는 역할도 합니다. 법조일원화제도가 도입된 이상 변호사의 위상이 과거때와는 달라진 겁니다. 변호사로 있다가 경력직 판검사로 가는 구조이기 떄문에 전관예우의 문제도 해소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 특히 조직의 경직성과 폐쇄성에서 오는 국민의 사법불신 등 여러가지 폐해를 방지할 수 있게 됩니다. 로스쿨이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됐다는 점을 보면 로스쿨의 궁극적 목표는 '로스쿨의 존속'이 아니라 '법조일원화체제의 정착'입니다. 그런데 현재 로클럭과 검사가 임용되는 방식을 보면 종전 사법시험체제때와 다를게 없습니다. 똑같아요.
나. 검사임용의 문제점
로스쿨을 졸업하자마자 검사로 임용하는 시스템은 "관료적 법조인 모델"에나 어울리지 법조일원화에는 맞지 않는 오히려 정면으로 배치되는 방식입니다. 사법시험체제떄와 달라진게 하나도 없어요. 로스쿨을 졸업하자마자 검사로써 법조인생을 시작해서 그 관료조직안에서 크다가 퇴직후에 변호사가 되는 똑같은 구조입니다. 다만 달라진게 있다면 사법연수원이 로스쿨로 바뀌었단 차이뿐이죠. 검찰 특유의 폐쇄적 엘리트 문화와 피라미드식 조직에서 오는 경직성의 문제는 로스쿨이 도입된 이후에도 여전히 건재합니다. 그마나 사법시험체제에서는 공무담임권이 전국민에게 폭넓게 보장되기라도 했지, 현행 방식은 로스쿨에 재학중인 2000여명에게만 공무담임권을 보장해주는 꼴이니 기본권 보장 측면에선 더 안좋아진거죠. 심지어 전엔 사법시험으로 공정하게 뽑기라도 했지 로스쿨은 학교 간판, 외국어, 특이 경력, 면접 등 법학 지식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공정성이 의심되는 불투명한 방식으로 뽑고 있다는 점에서 더 안좋아진 겁니다. 검찰조직에 몸담고 있다가 변호사로 나오면 전관예우의 문제도 똑같이 나올겁니다. 구조가 똑같으니까요. 경력직 검사를 별도로 뽑는다고 해봐야 과거 사법시험체제였을때 변호사 출신의 경력직 검사가 검찰 조직 내에서 왕따당하던 현상도 별반 개선되지 않을 겁니다.
다. 로클럭 임용의 문제점
그나마 판사직군에서는 법조일원화가 도입되긴 했지만 로클럭 제도는 이런 법조일원화의 취지를 잠탈하는 꼼수에 불과합니다. 로클럭은 계약직 공무원이지 판사는 아닙니다. 그러나 얼마전 로클럭으로 근무했던 대다수가 경력직 판사로 임용된 바 있죠. 일정 경력이 쌓인 변호사를 경력직 판사로 임용하는 형태를 띠긴 했지만 '로클럭'을 사실상 '예비판사'처럼 점 찍어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보니 "후관예우"라는 기상천외한 방식의 폐해도 새로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법원이 대형로펌에게 로클럭들의 취업자리를 알선하려다가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있죠. 이런 일이 거듭되다가 관행처럼 굳어져서 경력직 판사 임용에 대형 로펌이 이른바 '회전문'역할을 하게 된다면 법원과 대형 로펌간의 유착 의혹이 불거질 것이고 이는 필시 국민들의 사법 불신으로 연결될 겁니다.
라. 결어
종래 사법시험은 판검사임용시험까지 겸하는 것인데 반해서 변호사시험은 순수하게 변호사자격시험의 성격만 가지고 있습니다. 시험의 성격도 다르고 기초로 하는 '법조인 모델'(추구하는 이념형)도 다르다보니 과거 사법시험체제에서는 사법연수원을 졸업하는 그 시점에 교육이 끝난 것으로 의제됩니다(실제로 끝난다는 것이 아니라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시점을 기준으로 성적순에 따라 각각 완성된 형태의 새끼 판사로, 완성된 형태의 새끼 검사로, 그리고 이들 집단을 견제할 변호사로 나가는 구조였습니다. 이에 반해 법조일원화 제도가 도입된 지금은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을 통과했다는 것은 변호사로 경력을 쌓아서 향후 판검사로 임용될 자격을 가진 집단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에 그칠 뿐이지, 시험을 통과했다는 점만으로 그 즉시 판검사로 임용될 자격이 생기는게 아닙니다. 법조일원화 취지상 변호사 자격에 일정기간의 경력까지 채워져야 비로소 판검사로 임용될 자격이 생기는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을 갓 졸업한, 이렇다 할 경력을 가진 것도 아닌 변호사들을 곧바로 '검사'로 '예비판사'로 임용하고 있는데 이는 법조일원화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겁니다. 심지어 이렇게 검사로 임용된 사람들은 검찰내에서 또 8개월에 걸쳐 교육을 받고 있죠? 이것만 놓고 보더라도 현재 검사 임용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반증하는 겁니다. 법조일원화 취지상 검사로 임용될 사람들은 변호사로 경력을 쌓는 과정에서 검사로서의 직무 수행 능력이 있다는 검증을 이미 마친 상태여야하는 겁니다. 현재 경력직 판사로 임용된 사람들도 법원내에서 별도로 실무교육을 받고 있고 얼마 전에는 교육을 담당했던 30대 판사가 과로사하기도 했죠. 각각 검찰과 법원내에서 그렇게 장기간 교육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판검사로 임용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임용했단 뜻입니다. 일정기간 변호사로써 경력이 쌓여서 판검사로서의 직무수행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임명하는게 법조일원화의 취지임을 생각하면 자명합니다.
(3)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에 대해
로스쿨은 이른바 기득권층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진입 장벽, 불투명한 입학 전형, 취업에 있어서의 불투명성 때문에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혹을 받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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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불투명한 입학 전형
로스쿨 입학 전형 자체에 객관화할 수 없는 여러가지 정성적 요소들을 도입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전형 과정이 불투명해졌습니다. 안그래도 고액의 학비 부담 문제도 있는데 전형에서 요구하는 것들은 학사 학위, 외국어 능력, 특이 경력, 자기소개서, 면접 등 부유층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것들 입니다. 특히 전형 과정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학교 간판, 자기소개서,면접 같은 정성 요소들은 항상 남용의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남용의 위험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어요. 그래서 언론 보도를 통해 연이어 터져나오는 공정성을 의심케 할 만한 여러 사례들에 "혹시 빙산의 일각아니야?" 라는 객관적 의혹의 옷이 덧입혀지고 결국 '돈스쿨'이니 뭐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뭐 한두개가 아니죠? 부자가 사제지간이 된 케이스도 있고,,,,뉴스에 '로스쿨 입학'이라고 검색해 보세요. 일일히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몇 페이지에 걸쳐서 주르르륵 뜰 겁니다. 이렇게 많은 언론들이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도 않고 그저 로스쿨을 흠집낼 의도로 근거없는 낭설을 기사화하진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나. 대학순위에 따라 서열화된 로스쿨들
특히 로스쿨 입시에 있어서 '명문대 간판'이 얼마 만큼의 비중으로 평가되고 있는지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오죽하면 로스쿨 수험생 카페에서는 "학교 간판"도 스펙이고 능력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더군요? 학교 간판, 학벌은 그냥 그 사람의 과거에 대해 설명해 주는 지표일뿐 입니다,. 그게 그 사람의 잠재력과 미래를 결정짓는 가늠자까지 되버리면 우리 사회는 점점더 닫힌 구조로 가게 될 거고 종국적으론 개인으로 노력으로는 올라갈 수 없는 신분사회처럼 되버릴겁니다. 그런데 로스쿨 입학 전형에 관련된 각종 통계들을 보면 어리고, 학습능력 좋아 보이는,명문대 간판순으로 뽑은게 아닐까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당장 서울대 로스쿨만 놓고 보더라도 30대 이상의 고령자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입학자들의 연령 분포를 보면 대다수가 20대 초중반, 즉 갓 학부를 졸업한 사람들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을 법조인으로 양성하겠다는 당초 취지는 날아가버린지 오랩니다. (뭐 이 점에 대해선 저는 생각이 다르긴 합니다. 이런 비판은 당초 로스쿨의 도입 취지를 잘못 이해한데서 나온겁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로스쿨 입시에서 불리하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그리고 자교 이상의 로스쿨은 진학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도 돕니다. 무슨 말인가하면 예를 들어 성균관대를 나온 사람이 진학할 수 있는 로스쿨은 성균관대 로스쿨이 최대치라는 얘깁니다. 한마디로 로스쿨도 각 대학의 배치표 순으로 서열화된 바탕 위에서 정착됐다는 겁니다. 일부 특정 학교들을 보면 과연 입학 전형이 공정하게 이루어진 것인지 더 의심스럽습니다. 자교출신들은 쿼터를 꽉꽉 채워서 선발하고 그 나머지는 자신보다 배치표상 위에 있는 학교 이를 테면 sky출신으로 채웁니다. 자신보다 아래에 있다고 여겨지는 학교 출신들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자기 학교출신들로 최대한 채우려는 대학 이기주의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나름 공정한 절차와 방식으로 선발했지만 우연히 결과물이 이렇게 나온 것인지 아니면 모종의 의도를 가지고 선발한 것인지는 알 방법이 없죠. 전형과정이 불투명하니까요. 그저 우리도 최선을 다해서 공정하게 뽑고 있으니 믿어달라는 말 뿐입니다. 이렇게 불투명한 전형 과정이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들을 생각해보면 사법시험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명쾌합니다. 학력, 학교간판, 경제력에 상관없이 같은 기회를 동일한 정도로 제공받으니까요. 로스쿨에서 sky학교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사법시험체제때보다 낮아졌다면서 로스쿨이 더 열려있는 제도라고 하는데 그다지 설득력 있는 주장이 아닙니다. 사법시험은 기회의 형식적 평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제도라서 'sky학교 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사법시험에 응시한 비율과 로스쿨에서 sky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입학한 비율'을 비교해야 맞는 겁니다. 왜냐하면 사법시험은 응시원서를 접수하는 것으로 기본권이 보장되는 형태이지만 로스쿨에선 로스쿨에 입학하는 방식으로 기본권이 보장되는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다. 취업에 있어서의 불투명성
취업은 로스쿨 졸업 이후의 일이니 로스쿨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로스쿨의 도입 취지에 비춰보면 오히려 이게 학력,경제력에 의한 진입장벽보다 더 문젭니다.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은 다릅니다. 로스쿨은 변호사시험을 통과하는 시점에서 '완성된 변호사'가 되서 나오는게 아니에요. 사시출신과 로스쿨 출신 중 누가 더 실력이 뛰어나냐의 얘기가 아닙니다. 사법시험은 연수원과정이 끝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일종의 완성된 판사,검사,변호사가 나온다고 의제하고 설계가 된 제도지만 로스쿨은 변호사시험을 통과하고 판검사 임용에 요구되는 변호사 경력을 채웠을 시점에 완성된 판사,검사,변호사가 나온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제돕니다. 그래서 사법연수원을 갓 졸업한 변호사와 로스쿨을 갓 졸업한 변호사를 같은 평면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거구요. 설사 시작점은 연수원 출신이 앞설 가능성이 크겠지만 앞으로 10년뒤에 누가 앞서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오히려 연수원 출신들은 특화된 자신만의 업무 영역을 구축해놓지 않으면 계속 정체되어 있을 가능성이 더 크기 떄문에 연수원 출신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구요.
전문 분야에 대한 접근성이 뛰어난, 앞으로 전문성을 갖출 잠재력이 있는 변호사를 키워내야 할 책임은 로스쿨에 있지만 그 잠재력과 성장가능성을 현실화시켜 비로소 제 몫을 하는 "전문 변호사"로 만들어낼 책임은 로펌, 더 나아가서 법조계 전체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로스쿨 변호사들의 첫 직장은 단순한 일자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겁니다. 많은 로스쿨생들이 대형 로펌을 선호하는 이유도 비단 고액 연봉과 안정성, 영업에 내몰리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때문만이 아닐거라 봅니다. 규모가 큰 로펌일수록 신참변호사에게 필요한 교육,훈련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 더 크겠죠. 물론 꼭 대형 로펌만 로펌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요합니다. 다양한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변호사들이 얼마나 나올 수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일종의 지표가 되기 떄문입니다. 결국 대형 로펌에 취직했단 얘기는 앞으로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변호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우선적으로 제공받았다는 뜻이 되는 겁니다. 대형로펌에서 체계적으로 훈련받으면서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들이 판검사로 임용될 가능성이 크겠죠. 그리고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변호사가 판검사로 임용되어야 국민들에게도 더 이익이될테구요. 취업 과정에서 부모의 지위, 집안 배경, 부정한 청탁이 게재됐다는 의혹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사법시험 시절에는 연수원 성적이라는 투명한 기준이 있었기에 문제 되는 경우가 많지도 않았고 설사 백번 양보해서 그 시절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고 해도 지금이랑 같게 볼 수 가 없는 겁니다. 그때 시절엔 그냥 민간 회사에 부정한 청탁으로 취업했다는 것에 그치지만, 지금은 향후 판검사의 인적 구성의 문제까지 연결될 수 있는 중요성을 갖기 떄문입니다.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난을 듣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전 경찰청장의 자녀가 국내 최고 로펌에 채용되었지만 변호사시험에 떨어져서 구설수에 오른 일도 있고, 모 국회의원의 자녀가 청탁을 통해 정부법무공단에 취업했다는 의혹, 모 국회의원의 자녀가 대기업 사내변호사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 국립대 총장 자녀, 전 헌법재판관의 자녀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등 취업 과정에 있어서 공정성을 의심케하는 사례들이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로스쿨'로 검색해보면 몇 페이지에 걸쳐 주르륵 뜹니다. 일일히 다 열거 할수 없을 정도입니다. 드러난 사례만 해도 이렇게나 많은데 이쯤되면 취업과정이 불공정하다는 것은 주관적 의혹을 넘어선 합리적 의심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라. 보론 : 성적 공개의 문제
위에서 설명한 이유 때문에 애시당초 변호사시험을 만들때 성적 공개를 넣지 않은겁니다. 즉 종래 사법시험에서는 연수원 졸업 당시가 중요한 기준 시점이 되지만 로스쿨에서는 변호사시험을 통과할 당시의 시점은 그다지 중요한 기준이 아니거든요. 장차 어떤 법조인으로 성장할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사법시험에서는 연수원 성적이었지만, 로스쿨에선 변호사시험 성적보다는 어떤 분야에서 어떤 경력을 쌓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게 되는 거죠. 어떤 일자리에 취업하느냐가 중요하단 점도 이런 면에서 살펴봐야하는 겁니다. 단순히 로스쿨 취업 이후의 일이다, 민간회사가 제 맘대로 뽑는게 위법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특히 취업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만연해 있는 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이지 로스쿨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태도는 법조양성기관으로서 책임있는 태도가 아닙니다. 설사 그 핑게가 사실이라고해도 로스쿨에 면죄부가 주어질 수도 없는 문젭니다. 오히려 이 얘기를 반대로 뒤집어보면 로스쿨을 졸속으로 도입했다는 걸 자인하는 셈입니다. 각종 청탁과 불공정 경쟁이 만연해있는 사회에 무리하게 로스쿨제도를 이식했다는 말 밖엔 안되니까요. 이런 사회적 배경에서 사법시험을 폐지시킨다고해서 로스쿨이 제대로 안착이나 하겠습니까? 국민들의 사법 불신을 더 키우고 결국 그 비용은 국민들이 치뤄야할 겁니다.
만약 변호사시험성적을 석차까지 전면 공개해서 과거 사법연수원 성적처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게 되면 공정성과 투명성은 확보될지 몰라도 전문변호사를 키워낸다는 로스쿨의 전반적인 취지가 퇴색해버리게 될 겁니다. 성적순대로 취업하는거라면 로스쿨은 그냥 6천만원짜리 사법연수원이 되는 거예요. 그것도 법과 무관한 요소들로 입학시킨 사법연수원이 되는거죠.
(4) 기수문화와 전관예우
가. 전관예우과 발생하는 과정
기수문화. 전관예우를 중심으로 얘기해보죠.. 전관예우는 '전관' 과 '예우'입니다. '전관'은 판검사로 재직하던 사람이 변호사가 되었단 뜻이고 '예우'는 청탁을 주고받는 로비의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을 종전에 몸담았던 법원이나 검찰조직에서 모종의 관행으로 인정해준다는거죠. 앞서 말했듯이 전관은 판검사가 퇴직해서 변호사가 되는 구조에다 법원,검찰의 관료적인 조직 문화가 작용하면서 발생하는 겁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죠. "아~ 00검사는 내가 부장 시절에 밑에 데리고 있던 얜데~" 하면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청탁을 받아서 자기 밑에 있었던 현직 검사에게 이런 저런 편의를 부탁하면 현직 검사는 그 부탁을 손쉽게 거절할 수 없는 그런 조직 문화 때문에 생기는 겁니다.
그런데 앞서 얘기했듯이 지금 로스쿨생을 대상으로 한 검사 임용 방식도 예전과 똑같이 갓 졸업한 변호사를 뽑아서 조직 속에서 관료적인 방식으로 키우는 구조입니다. 그냥 사법시험때랑 똑같은 거에요. 검사가 변호사가 되는 구조도 똑같고 검찰의 폐쇄적인 조직문화도 여전히 그대론데 뭐가 달라졌나요? 검찰 같은 경우는 자기보다 밑의 기수가 윗 직급으로 승진하면 알아서 옷 벗고 나가는 관행처럼 꽤나 정치한 위계질서를 형성해놓고 있어서 그게 마치 연수원 기수 문화처럼 드러나 보이는 것 뿐입니다. 전관예우를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은 "검사가 변호사로 나가서 로비 창구가 되는 구조"와 "검찰의 폐쇄적인 조직문화" 때문인것이고, 인사이동이 연수원 기수에 맞춰 이뤄지고 하는 현상은 그저 겉표면에 불과한 겁니다. 사법연수원이 사라져도 이런 구조와 검찰의 문화가 여전히 건재하는 한도에서는 전관예우 안없어져요. 고 노무현 대통령이 법조일원화를 통해서 깨려고 한 것도 이런 검찰의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문홥니다. 선발방식이 사법시험, 로스쿨 중 어떤 것이냐에 따라 전관예우를 비롯한 기수문화가 있기도하고 없어지고 하는게 아닙니다. 이런 구조적 원인이 시정되지 않으면 로스쿨 할애비가 와도 기수문화 해결 안되요. 변호사 숫자를 늘리는게 목적이었으면 차라리 사법시험 정원을 2000명으로 늘리는게 낫지 않았겠느냐는 얘기도 있는데, 우려와 걱정 속에 로스쿨을 구태여 도입한 이유도 이런 점에 있다고 봐요. 이건 구조의 문제이기 떄문에 변호사 숫자가 늘어난다해서 해결될 수 있는게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거죠. 김창록 교수님의 [불멸의 신성가족]이라는 책을 보시면 이런 문제 의식과 고민들이 적나라하게 잘나옵니다. 변호사님께 일독을 권합니다.
나. 전관예우가 비난받은 진짜 이유
변호사님이 글에서 그러셨죠? " 정치한 법리나 법적 지식은 어차피 전관 출신들에게 맡기면 되니 법공부 열심히 해봐야 그 분들에 비하면 어설플 뿐 비교우위가 없다구요" 국민들이 전관예우가 문제라고 비판하는 진짜 이유를 아예 모르시는 것 같네요. 기수문화로 대변되는 전관예우의 폐해를 비판하시면서 로펌에 전관들이 있는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은 앞뒤가 맞지 않는군요.
변호사님께 묻겠습니다. 전관들이 사기업인 로펌에 들어가는게 당연한 겁니까? 만약 전관들이 퇴임후에 전관예우없이 변호사로써 "정당하게" 사건을 수임해서 "정당한 방법으로" 큰 돈을 벌면 그건 본인의 능력으로 정당하게 번 것이니 아무 문제 안되는 건가요?
전관들이 다양한 사건을 다루면서 정치한 법적 지식과 경륜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는 공복으로서 국민들의 녹을 받아먹으면서 훈련받은 결과물인 것이지 전관들의 개인적인 능력 때문만은 아닌 겁니다. 국민들 덕분에 갖춘 전문성과 경력은 국민들 전체가 공유해야 할 공동의 자산이라는 거죠. 그런 자산을 개인의 돈벌이를 위해 쓰는 것은 국민 전체의 자산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용하는 것이라면 측면에서 전관예우가 비판받는 겁니다. 법조일원화를 철저하게 정착시킨다면 판검사에서 변호사로 가는 구조를 그 반대로 뒤집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스스로의 비용과 노력으로 경력을 쌓은 유능한 변호사가 판검사가 되서 자신의 능력을 국민들을 위해 쓸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다. 보론 : 전관예우의 기원
전관예우가 마치 사법시험의 고유한 문제인것 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 '사법고시'시절의 전력 떄문일겁니다. 사실 전관예우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지만 사회문제로 주목받게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에요. 300명씩 뽑던 사법고시 시절의 변호사 모델은 "전관"이었습니다. 사법고시를 합격하면 거의 대부분 판검사로 임용됐고 처음부터 변호사로 나가는 케이스는 어디나까지 예외적인 현상이었기에 그떄 당시의 변호사는 당연히 전관일 수 밖에 없었죠. 그러다보니 전관예우는 따로 문제삼고 자시고 할 거리가 아니었어요. 너무나 당연한 거니까. 그래서 사법고시를 경험했던 기성세대일수록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죽하면 어른들은 "변호사를 산다"고 표현하자나요? 그나마 전관예우가 사회문제로 조명 받아서 도마위에 오른 건 2000년대 이후 법조계에 등장한 새로운 계층 "연변"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전관이 가지고 있는 무형의 자산인 인맥과 조직장악력이 로비나 청탁용으로 남용되는게 너무 당연한 현상이다보니 사법제도는 원래 그런 것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었는데, 전관이 아닌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게 당연하지 않게 된 거고 결국 비판의 도마위에 오르게 된 거죠.
(5) 고시낭인과 로퀴
어느 누구도 타인의 인생에 대해 고시 낭인이니 로퀴니 하는 낙인을 찍으면서 경멸할 권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라고 고시생의 입장을 방어하고 로스쿨측을 공격해보겠습니다. 어디까지나 구석에 몰려있는 절박한 고시생과 (사시출신) 청년 변호사들의 입장을 대변해보기 위해서이지 로퀴라고 부르면서 깔보는 행태를 정당화하려는건 아닙니다.
가, 고시낭인
응시인원이 많을수록 , 합격자수가 적을수록 시험 실패자는 많아지게 되있습니다. 상대평가시험의 어쩔수 없는 현상인거죠. 사실 따지고보면 사법시험보다 9급 공무원 시험이 시험실패자가 훨씬 더 많을 겁니다. 그럼에도 사시 실패자를 특별히 '고시낭인'이라는 부르는 이유는 수험기간이 길고 시험 사이클도 긴데다 고등고시 중 나이 제한이 없다보니(행시도 나이제한 풀린지 얼마 안됬습니다) 장수생들이 계속 쌓여서 그런 걸 겁니다. 두 가지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첫째, 합격자보다 불합격자가 더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시험 제도를 폐지시키는 것이 옳다"는 주장의 논거가 될 수 없습니다. 로스쿨측에서는 불합격자가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사법시험을 들어 고시낭인을 만들어내는 제도라고 비판을 합니다. 그러나 공무원시험이든 사법시험이든 공인중개사 시험이든 모두 합격자보다 불합격자가 훨씬 더 많습니다. 시험 실패자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은 시험 제도가 가지고 있는 필연이기에 변호사시험이라고 해서 피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에 변호사시험이 합격률이 보장되지 않는 절대평가시험 방식으로 전환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재수생, 삼수생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얼마전 한 매체에 실린 숭실대 오시영 교수님의 전언대로라면, 지난 변호사시험에 사법시험의 채점기준을 적용했더라면 1500명중 80퍼센트에 해당되는 사람이 낭인이 됐을겁니다.
변호사시험의 합격률 문제 떄문에 로스쿨 재학생들이 집단행동을 했었다는 점은 변호사님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로스쿨측은 변호사시험에 있어서 합격률 보장이라는 어마어마한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은 생각하지도 않고 사법시험을 비판하고 있는 겁니다. 변호사시험의 높은 합격률은 로스쿨을 정착시키려는 정책적인 배려에서 나온 혜택이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액의 학비를 부담했다고 해서 높은 합격률이 보장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면 이는 곧 돈주고 변호사 자격증을 샀다는 말 밖에는 되지 않아요. 로스쿨 도입 취지를 생각했을때 변호사 시험은 합격률을 보장해줄 것이 아니라 애시당초 절대 평가 방식으로 구성했었어야 맞는 겁니 만다.약 지난 변호사 시험을 절대 평가 방식으로 바꾸고 많은 수의 실무가들이 원하는 수준, 즉 "독자적으로 소송수행이 가능한 최소한의 능력"을 채점 기준으로 잡았다면 아마 사법시험 못지 않게 많은 불합격자가 나왔을 겁니다. 오시영 교수님의 얘기를 뒤집어 보면 만약 사법시험도 변호사 시험의 채점 기준에 맞춰서 채점을 했더라면 변호사시험에 육박하는 높은 합격률을 보여줬을 거라는 말도 성립되는 거지요.
둘째, 고시 낭인 문제 맞습니다. 머리 좋은 인재들이 신림동 구석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건 사회경제적으로도 어마어마한 손실 맞습니다. 변호사님은 이런 현상을 보고 무얼 떠올리시는지요? 고시 낭인이 많다는 얘기는 합격자수에 비해 응시인원이 많다는 소립니다. 변호사님도 사법시험이 3%만이 성공하고 97%만이 실패하는 구조라고 지적하셨죠. 저는 설사 실패하는 사람들이 97%나 나온다고해서 그 97%가 쓸데없는 존재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비록 3%의 사람들만이 원하는 결과물을 얻게 되지만 그 나머지 97%의 사람들에게도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이 보장되고 있는거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시험 실패자가 나오는 것이 문제라고 하여 97%의 사람들에게 시험에 응시할 자유,직업 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까지 박탈하는 방식의 해결책은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의 기본권이 폭넓게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고민해보는게 법조인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이자 사회 현상을 법조인의 시각으로 읽어내는 능력이 아닐까요?
(2) 로퀴
로스쿨+ 바퀴벌레라는 뜻입니다. 이런 경멸적인 표현이 등장한 데에는 로스쿨측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그간 로스쿨측에서 보여줬던 이기적인 행태 때문입니다. 몇가지만 들겠습니다.
첫째,로스쿨이 도입된 초창기에 변호사 시험의 합격률을 두고 로스쿨생들이 집단 자퇴도 불사하겠다며 집단행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로스쿨생들이 모토로 내걸었던 말은 "국민을 위한 변호사가 되겠습니다"였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로스쿨 재학생 및 졸업생들은 이 모토와는 정반대되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산시에서 6급 공무원으로 로스쿨 변호사를 뽑겠다고 하자 6급이 웬말이냐며 보이콧 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판사는 3급, 검사는 4급 대우이니 최소한 변호사는 5급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는 수험생들의 가슴에 대못을 밖는 행위였습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9급, 7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공채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변호사 시험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만 9급 혹은 7급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로스쿨생들은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에서도 파격적인 혜택을 받고 있으면서도 종전의 관례대로 대우를 해달라고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 정책적 배려를 해 준 까닭은 변호사가 되서 국민들을 위해서 봉사하라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지 국민들 위에서 군림하라는 뜻이 아님은 누구보다 로스쿨생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어렵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많은 수험생들의 눈에는 손쉽게 변호사가 됐으면서 대접은 대접대로 받겠다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겠죠. 경찰 특채 과정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죠? 현재 경찰 공채시험으로는 순경, 경간부 시험이 있습니다. 둘다 모두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만 합격할 수 있는 시험입니다. 만약 1차 객관식, 2차 논술, 그리고 체력검정까지 거쳐 경간부 시험에 합격하면 경위로 임용됩니다. 그런데 경찰에서 변호사를 특채하겟다고 하자 종전 관행대로 경정으로 임용해줄 것을 요구하다가 결국 경위보다 한단계 높은 경감으로 임용하기로 일단락되었습니다. 경간부 공채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이런 모습이 좋게 보일리 만무합니다.
"국민을 위한 변호사가 되겠습니다"라는 모토는 권위적인 법조인의 모습에서 탈피해서 법률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로스쿨의 도입 취지를 단적으로 표현한 겁니다. 보다 겸허한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로스쿨생들이 보여준 모습도 종래 사법시험의 폐해라면서 로스쿨측에서 줄기차게 비판해오던 사법시험 출신들의 권위적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이는데요? 종전의 관행대로 사법연수원 출신과 동일한 대우를 요구한 이유는 혹시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이 폐지되면 그 자리는 자동으로 로스쿨이 차지하게 된다는 생각이 근저에 깔려있기 때문이 아닌가요? 하루빨리 사법시험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도 혹시 그 자리가 탐나서 그런 것은 아닙니까?
둘째, 법조인력창구는 물론이고 법과 관련된 고위 공직들은 모두 로스쿨측에서 독점해야한다는 이기적인 태도가 많은 수험생들의 공분을 샀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로스쿨 성낙인 교수님은 5급 공채 시험을 축소하고 로스쿨 특채를 늘려야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서 수험생들의 심신을 뒤집어 놓으신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종섭 교수님 역시 5급공채의 법무행정 직렬과 검찰사무 직렬을 폐지하고 로스쿨 출신들을 특채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가 아직 시기상조라는 비판을 받고 철회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변호사, 판검사의 배출창구는 로스쿨 측에서 당연히 독점해야하고 법과 관련된 다른 공직의 배출로도 독점하겠다는 겁니다. 로스쿨 측의 주장대로 사시도 폐지하고 법무행정, 검찰사무직렬도 로스쿨 출신들로 특채한다고 하면 로스쿨을 통하지 않고서는 판검사는 물론이고 법과 관련된 고위 공직에 임용될 기회는 원천봉쇄되는 셈입니다. 이렇게 되면 로스쿨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4년제 대학에 법학과들은 도데체 왜 존재하는 겁니까? 서열에서 밀리는 그저 그런 대학 출신들은 그냥 9급, 7급 공무원에 만족하라는 것인가요? 꼭 변호사, 판사,검사, 사무관이 하고 싶으면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서 법학 기초이론부터 다시 배우라는겁니까? 이미 대학에서 배운 내용인데 왜 또 배워야 하나요? 백번 양보해서 4년간 법학을 배우고 로스쿨에 진학한다고 쳐도 문제인 것이 어느 로스쿨에서 흔쾌히 받아주겠습니까? 자기네 대학보다 순위가 밀리는 학교 출신인데 말이죠. 이 점은 지난 7년간 로스쿨 입학 전형 결과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5. 로스쿨과 사법시험이 공존하게 된다면?
사법시험이 존치됨으로 인해서 반사적 이익을 받는 집단과 그에 대응하는 불이익을 받는 집단이 있을 수도 있죠. 그러나 서로 자신의 밥그릇은 뺴앗길 수 없다는 각도에서만 접근한다면 결국 힘이 쎈 쪽이 이기는 결과가 되겠죠. 그럼 정의가 힘이 되는게 아니라 힘이 정의가 되는 결과가 되고 말 겁니다.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국민들이 짊어지게 될테구요.
로스쿨과 사법시험을 병행한다면 변호사가 되고자하는 수험생들의 선택권도 그만큼 넓어지는 것이고 로스쿨만 있을때보다 많은 사람들의 기본권이 보장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사법시험 존치를 지지하는 이유도 바로 이 점 때문입니다.
(1) 사시를 폐지하지 않으면 로스쿨생들의 신뢰이익이 침해된다는 주장.
개중엔 사법시험을 존치시키게 되면 로스쿨생들의 신뢰이익이 침해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점도 납득할수 없습니다. 애시당초 로스쿨생들이 가진 신뢰이익은 로스쿨을 졸업하고 소정의 시험에 합격하면 변호사가 된다는 점에 있는 것이지, 로스쿨 이외의 다른 통로로는 변호사가 나올수 없다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향후 예비시험제도가 생길수도 있다는 점은 로스쿨 법안 통과 당시부터 충분히 예측할수 있었던 사실입니다.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이 유지되는 한 로스쿨생들의 신뢰이익은 보호된 겁니다. 다만 로스쿨에 입학한 이상 사법시험을 보지 못하도록 해놓았기 떄문에 로스쿨 재학중 사법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침해된 점은 있을 겁니다. 그러나 학력과 경제력의 문제로 로스쿨에 진학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입는 불이익과 로스쿨에 재학생들이 사법시험을 응시할 기회가 침해된 불이익을 비교해보자면 전자가 훨씬 더 큽니다. 전자는 법조인이 될 기회가 완전히 박탈되지만 후자는 법조인이 될 기회는 로스쿨을 통해 보장받은 것이니까요.
(2) 사시존치는 로스쿨의 도입취지를 뒤엎는 것이라는 주장.
사법시험을 존치시키는 것은 로스쿨의 도입취지를 뒤엎는 것이다라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로스쿨을 도입한 궁극적인 목적은 사법개혁 즉 법조일원화제도의 정착이지 사법시험 폐지가 아닙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과거 사법시험체제의 폐해로 지적되 온 기수문화, 폐쇄적인 엘리트주의, 전관예우는 법조계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이지 사법시험으로 뽑느냐, 로스쿨로 뽑느냐하는 선발 방식에 기인한 것이 아닙니다. 사법시험과 전관예우의 문제가 논리 필연의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일본의 사례를 보면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일본도 오랫동안 사법시험을 유지해왔지만 우리나라처럼 전관예우가 크게 문제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사법시험과 전관예우가 논리필연의 관계라면 일본도 이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어야 맞는 거겠죠. 현재 로스쿨이 굴러가고 있는 상황을 보면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로 일원화하더라도 종래 사법시험때의 문제들은 그대로 재현될 겁니다. 법조계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한 말이죠.
게다가 로스쿨이 도입되기 이전의 사법시험과 도입된 이후의 사법시험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전자는 판검사임용시험과 변호사자격시험을 겸하는 것이지만 후자는 변호사자격시험의 일종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법시험과 로스쿨을 병행한다고 해서 종래 폐지하기로한 사법시험이 폐지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말장난 같아 보일 수 있지만, 로스쿨을 도입하면서 폐지하기로 한 것은 시험을 합격하자마자 바로 판검사로 임용되는 시스템이지 시험을 통해 변호사가 되는 방식이 아닙니다. 그리고 시험을 통해서 법조인이 되는 통로를 열어둔다고해서 교육을 통한 법조인력양성이 뒤엎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로스쿨을 도입했다고 해서 그것이 곧 로스쿨에게 독점적인 법조인력양성창구를 보장해줘야만 교육을 통한 법조인력양성시스템이 달성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로스쿨에게 메인 창구를 주고 시험을 통해 보완적인 창구도 함께 병행하는 것이 로스쿨의 일반적인 모습이라는 점은 미국이나 일본을 봐도 알 수 있죠.
(3) 로스쿨로 일원화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
사법시험은 존치해서는 안되고 로스쿨로 일원화해야한다는 주장의 논거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로스쿨에 진입하기만하면 직업의 자유와 공무담임권을 고도로 보장받을 수 있기에, 고로 로스쿨이 사법시험보다 비용이 더 적게들고 실질적 평등 구현에서 더 앞선다는 점을 지적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로스쿨의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이 입는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죠. 그런데 사안의 핵심은 그 부분입니다. 로스쿨의 진입장벽에 막혀 변호사는 물론 판검사가 될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입니다.
로스쿨의 진입장벽을 비롯해서 현재 로스쿨이 안고 있는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시험제도를 통한 보완입니다. 양자를 병행하면 수험생 입장에서도 자신의 판단에 따라 어느 길이든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집니다. 변호사님은 글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할 경제적 여유가 없었지만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가 될 수 있었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결국 이 얘기는 사법시험이 별도로 운영된다고 해도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가 되려는 사람에게 아무 불이익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것 아닌가요? 변호사님처럼 로스쿨쪽이 비용이 적게 든다고 판단되면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가 되면 되고 사법시험쪽이 비용이 적게 든다면 사법시험을 보면 되니까요. 그리고 처음에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면 로스쿨에서 사법시험으로, 혹은 사법시험에서 로스쿨로 경로를 바꿀 수 있는 선택권도 생기구요. 게다가 법률소비자인 국민들 입장에서도 보다 다양한 경로로 변호사가 나오니 사법서비스에의 접근성도 올라갈 것이라는 장점도 있습니다.
(4) 사시와 로스쿨을 병행하면 로스쿨이 무너진다는 주장.
사시와 로스쿨이 동시에 존재하면 로스쿨이 무너진다는 의견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변호사님의 주장대로 그리고 로스쿨 교수들의 주장대로 전문성을 갖춘 경쟁력있는 변호사들이 이미 배출되서 각계에서 자리잡아 가고 있는데 왜 로스쿨이 서자취급을 받을거라고 보십니까? 설사 국민들의 인식이 낮아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은 상호 경쟁을 통해 보다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방법으로 해결을 할 일이지 경쟁 상대를 없앤다고 해서 국민들의 신뢰가 저절로 올라갈거라고 보십니까?
다만, 사시 공부를 하다가 안되면 로스쿨을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일이 벌어지거나 로스쿨생들이 사시를 봐서 학교를 이탈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저도 동의를 합니다. 아마 이 점이 로스쿨 교수들이 제일 우려하는 부분인 것 같구요. 그러나 이 문제는 국민들의 사법서비스에 대한 질 측면에서 접근할 문제이지 로스쿨이 아무런 타격없이 유지되느냐의 측면에서 접근할 게 아닙니다. 실제로 저런 우려스런 상황들이 벌어진 결과 국민들이 받는 사법서비스의 질이 나빠진다면 로스쿨과 사법시험의 이원적 통로를 두는게 올바른 방법인지 심각하게 재고해봐야겠죠. 그러나 사법서비스의 질이 더 좋아진다거나 최소한 그대로 유지된다고 하면 로스쿨과 사법시험의 이원적 통로로 가는게 더 낫다고 봅니다. 최소한 서비스의 질이 그대로 유지된다고해도 양자를 병행하면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 등의 기본권이 더 폭넓게 보장되는 것이니까요. 아니면 숙명여대 홍상수 교수님의 의견대로 일정기간 로스쿨과 사시를 병행시키면서 어느 쪽으로 일원화할 것인지는 차후에 국민의 뜻을 물어 결정하는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고, 판검사임용시험을 별도로 두어서 변호사 양성창구는 로스쿨로 일원화하되 판검사는 이원적 통로, 즉 시험을 통해 임용되는 공무원과 로스쿨을 통해 임용되는 경력직 공무원으로 나누는 방법도 공무담임권의 측면에서 나름 일리 있어 보입니다. 다만 이렇게 되면 법조일원화의 취지가 상당부분 후퇴하게 된다는 측면에선 문제가 있긴 하지만, 지금처럼 로스쿨을 졸업하자마자 새끼검사로,새끼판사로 데려다가 검찰과 사법부의 조직력을 유지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보다는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마치는 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사는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강남3구 출신의 아이들이 명문대에 진학하는 비율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학의 학비는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비싸졌습니다. 많은 서민의 자식들은 학자금대출을 통해 간신히 학비를 조달하고 있습니다. 알바를 하느라 로스쿨 진학에 필요한 스펙을 쌓을 시간은 거의 주어지지 않습니다. 4년제 대학 진학률이 높아졌다지만 취업의 질은 전보다 더 나빠졌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져만 갑니다. 이게 대다수의 서민들이 처한 환경입니다.
제 솔직한 심정을 얘기해볼까요?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로 일원화하자, 대신 온라인 방통대 로스쿨을 설치하겠다는 로스쿨측의 주장은 대학 이기주의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번듯한 직장을 잡거나 사회의 주요 요직으로 가려면 무조건 대학을 거치라는 거죠. 이런 주장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는 이렇게 되면 대학 재단은 큰 이득을 보지만 그 대가를 지불해야할 사람은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수험생과 사법서비스를 받는 국민들이기 때문입니다.
변호사양성비용이 늘어나면 그 늘어난 부분은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사법서비스 시장은 공급이 늘어났다고해서 바로 가격이 내려가는 성격의 완전경쟁시장이 아닙니다. 공급자가 전문가 집단이라는 면도 그렇고, 자문, 송무 등 사법서비스가 대형펌, 중형펌, 개업변호사 순으로 계층화되서 공급되고 있는 현실때문입니다. 따라서 변호사 공급이 늘어난다는 점이 사법서비스의 시장가격을 낮추기보다는 오히려 양극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질좋은 서비스는 예전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시장이 형성되는거죠. 결국 변호사 집단에서도 극단적인 양극화가 진행될 것이고 이는 사법서비스 시장의 양극화를 더 극대화시킬 겁니다. 현재 미국이 그런것처럼요.
시험을 통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창구를 유지시켜달라는 요구는 학력,경제력에 의한 차별을 받지 않고 개인의 노력으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는 겁니다. 더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대학을 통하지 않고 독학으로 법조인이 될 기회를 달라는 겁니다. 교육을 통한 양성이라고해서 곧 대학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것을 정당화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대학교육 정상화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실효적으로 보장해주기 위해 대학이 뒷받침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교육기관의 사명을 이루기 위한 수단인 것이지, 대학 교육 정상화라는 미명하에 대학이 모든 인재와 배출 창구를 독점하고 고등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로 하여금 법조인이 될 기회를 박탈하는 식으로 이루어져선 안되는 겁니다.
제가 보기엔 로스쿨 교수들이 제일 시급하게 해야할 일은 사법시험 폐지가 아니라 로스쿨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끌어 올리는 일입니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 시행한 여론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로스쿨이 얼마나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하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법시험은 암기시험이고 로스쿨은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창조적인 법조인을 배출해내는 훌륭한 제도이다"
"로스쿨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변호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그런데 사법시험이 존치되면 이런 변호사들이 육두품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런 앞뒤가 맞지도 않는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없는지는 로스쿨 교수들도 잘 알겁니다. 로스쿨이 이렇게 경쟁력이 있다는데 왜 사법시험과 병행하면 안된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가네요. 당장 사법시험이 폐지된다고 해서 로스쿨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리라는 것은 순진한 생각입니다. 그리고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로스쿨이 법조인배출창구를 독점한다고 해서 로스쿨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저절로 올라가진 않습니다. 지금 로스쿨측은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로스쿨이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배출해내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까하는 방안을 모색해도 모자란 판에 경쟁구도를 없애면 로스쿨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을떄가 아닙니다. 사법시험출신이 없어진다고 해서 로스쿨 출신들의 경쟁력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님은 뻔한 이치이니까요. 로스쿨을 나온 잠재력있는 변호사들이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변호사로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는한 로스쿨은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힘듭니다. 그리고 이는 법조시장의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구요. 로스쿨측에서 매달려야 할 일은 사법시험을 폐지해서 경쟁구도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사시출신들과 제대로 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로스쿨 변호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을 만드는 일입니다. 로스쿨 변호사들이 제대로 훈련받을 만한 로펌이 부족하다면 권역별로 전문재판부를 새로 설치해서 그곳에서 특성화에 맞는 실습과 훈련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글이 더 길어지기 전에 얼른 마무리해야겠네요.
고시낭인은 이렇다 할 경제적 활동 없이 유랑하는 폐인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자신과 싸우면서 뜨겁게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사법시험을 폐지하지 말아달라는 목소리를 '고시낭인'의 이기적인 주장으로 바라보기 이전에 '고시낭인'의 입장에 서서 역지사지해 보는 여유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에 나오는 싯구를 소개해드리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변호사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추신 : 꿈을 이루기위해 분투하고 있는 수험생과 로스쿨생, 그리고 청년 변호사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