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성냥통
왕태삼
이 강산은 굽이굽이 실개천 골목이었어라
옆집 밥상머리 노래가 된장국처럼 솔솔 담을 탔어라
윗집 강아지 아랫집 강아지 먼 동네 강아지들도
강둑을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달려
손잡고 언덕에 올라 네잎클로버도 서로 따주었어라
왜바람 된바람 쳐도
신록은 일어나 골짝골짝 희망을 나눠주던 그 푸른 세상이
지금은 온통 성냥갑 나라
화약 타일로 외벽을 빙빙 도배질하고 있다
살구소년들 감꽃소녀들 사라진 그 흙마당에
1층부터 99층까지는 온통 성냥통 빌딩
그 속에 수천수억 콩나물 성냥개비들이 살고 있다
적색과 적색의 눈빛들이 화약의 향기로 깜박이고 있다
새벽이슬처럼 출근한
빗자루와 티걸레가 반짝반짝 지나간 그 자리에
황금의 초딩가방들이 뉘엿뉘엿 미적분학원으로 올라간다
화이트칼라들도 재수 삼수생 따라
로스쿨 의스쿨 기웃거리는 성냥통 한통속
세상은 훨훨 구름의 천국으로 훨훨 날고 있다
아름다운 미사일 한 발도
오늘 아침 푸른 동해로 힘차게 올랐다 한다
오후엔 수만리 홍해, 십자가의 고향에서 타오르고 있다
자꾸만 부푸는 사랑의 미사일
수억리 흑해, 해바라기 대평원에서도 몇 년 째 펑펑 날아오르고 있다
누구를 위해서 미사일은 말없이 날고 있을까
몇 천 년 우리들의 불꽃놀이가
점점 더 높이 더 멀리 불발도 없이 화려하다
내 유년의 가슴속에도
새로 사온 성냥통 한 통이 살고 있다
한 개비 불장난에 반딧불처럼 날아간 그 운명의 불씨통
첫댓글 그때를 동경할 수 있는
1행의 정겨운 시절이 있어 참 좋습니다.
그때가 없었다면 이 시대 성냥통 같은 2행믜 빌딩 사이가 더 힘들고 3행도 감당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마지막 4연으로 하여금 시를 쓰는 이유에 불이 붙는 것은 아닐련지요.
곰곰 생각하고 느끼고 깨닫고 지도받은 마음으로 잘 정독했습니다.
1행의 추억 정겨움에 아름다워요 2행의 빌딩은 수산한 현시대를
그리셨어요 4연은 공감이 훤하게 비추이는데 감동을 했어요
교수님 ! 많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고운굼 꾸소서
우리 시대의 살얼음판 같이 아슬아슬한 삶을 알 수 있었습니다. 콘크리트로 덮힌 땅을 다니면서 참 삭막하다고 생각하던 차였습니다. 가슴이 서늘합니다. 시를 통해 가르침을 주시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