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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소년원에 가본 적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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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 아이들의 눈빛 외 2편
이승하
바다가 보고 싶니?
그럼 지금 눈앞에 바다가 있다고 생각하렴
상상의 힘을 발휘해 바닷가에 가서
모래성도 쌓고 모래찜질도 하고
물에 한 번 뛰어들기도 하고
엄마 아빠 누나랑 비치파라솔 밑에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귤도 까먹고
별이 보고 싶니?
그럼 지금 눈앞에 밤하늘이 있다고 생각하렴
환상의 날개를 펴 우주선을 타고
대기권을 벗어나 오존층을 뚫고
달을 향해 목성을 향해
엄마 아빠 동생이랑 영화관에 가서
팝콘도 먹고 음료수도 마시고
꿈은 키울 수 있고 사귈 수 있고
하하 배불리 먹을 수 있고
영어 단어 외우고 수학 문제 푸는 대신
여기 큰 학교*에서 더 많은 공부를 하렴
제대로 어른이 되는 거야
자기 인생을 자기가 한번 멋지게 꾸며보는 거야
너희들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듯이
눈빛이 그렇게 초롱초롱 빛나고 있으니
난 걱정 안 해 얘들아
신나게 재미있게 아주 보람 있게
기타를 치며 드럼을 치며 마이크를 잡고
인기 짱인 바리스타, 최고의 셰프
어디서도 할 수 없는 공부다운 공부를
나랑 한 번 해보지 않을래 노는 게 좋은 나랑
* 경기도 의왕시 소재 서울소년원의 겉모습은 고봉중고등학교다. 신촌정보통신학교는 춘천소년원,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는 안양소년원, 오륜정보산업학교는 부산소년원, 읍내정보통신학교는 대구소년원, 고룡정보산업학교는 광주소년원, 송천정보통신학교는 전주소년원, 대산학교는 대전소년원, 미평여자학교는 청주소년원, 한길정보통신학교는 제주소년원이다.
징벌을 위한 방
수갑도 아닌 포승줄
이 손으로 무엇을 했기에
두 손목을 줄이 묶고 있는 것일까
이제 겨우 열다섯 정도
의왕시 소재 소년원에서 그 아이는
과천대공원 동물원에서 본
늑대의 눈을 하고 있었다
징벌방으로 옮겨지고 있는 중이었다
한 평 반의 방에서 그는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
아이가 방정식에 맞춰
수학 문제를 풀 날이 올까?
강남 파고다학원에 가서
미인회화반美人會話班 등록할 날이 올까?
지금 아이는 고무신을 신고
모든 사람을 째려보면서
징벌방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매일매일 열 번 이상 듣던 철커덩!
철문 닫히는 소리를 아이는
최소 5일은 듣지 않을 것이다
그 방에서 밤에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함께 울다
―에이스 반 아담 군에게*
저 길 어디쯤에는 사람들 발에 밟혀 자라다 만 풀이 있을 거야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밖으로 나가지
집 밖으로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대화가, 소통이, 관계가 이루어지지
때때로 상처를 받고 때로는 상처를 주고
그것 중 어떤 건 흉터가 되고
어떤 때는 덧나 진물이 흐르고
혹간 생이 참 가혹하다고 너는 말할지도 모르겠다
나훈아의 ‘테스형’을 흥얼거릴 때도 있겠지
아버지가 미워질 때 너는 어떡하니?
어머니가 미워질 때 너는 어떡하니?
술을 배웠겠구나 테라를 마시니? 골 때리게 하는 참이슬?
소년원에서 너는 한 시절을 났다 그 시절을
‘지옥의 계절’이었다고 말하고도 싶겠지
웬 아이를 때려 그곳으로 갔는데 너는
거기서 누구한테 제대로 맞았지 더 센 놈한테
세상엔 어딜 가나 ‘더 센 놈’이 있는 법이지
시를 가르쳤다 시는 가르치는 게 아닌데 나는
너희들한테 시란 마음을 글로 전하는 것이라 했다
그리 길지 않은 글, 정성을 다해 쓴 글
울고 싶을 때, 죽고 싶을 때 쓰는 글
미쳐버리고 싶을 때 발작적으로 쓰는 글
너는 시를 썼다
“어릴 적 엄마한테
별을 따 달라 하였다“고 시작되는 시를
네가 쓴 시 앞에서 나는 못 참고서 돌아서서 울고
너의 낭독은 우리 모두를 울리고
울음으로 정화되는 우리의 혼
저 길 어디쯤에는 사람들 발에 밟혀도 일어서는 풀이 있을 거야
* 2015년 의왕시 소재 서울소년원(고봉중고등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침. 슈퍼스타 반, 에이스 반, 불꽃 반 등이 있었음. ‘아담’이란 닉네임을 가진 아이가 시를 잘 써 칭찬을 많이 해주었음.
아담 군에게 책을 선물하다.
아래 글은 예전에 올렸던 것인데 못 본 분을 위해 다시 올립니다.
소년원의 아이들이 쓴 시의 의미와 가치
이승하
매달 많은 시집이 간행되고 있지만 비매품으로 간행되었고, 딱 2호만 나오고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는 색다른 시집이 있다. 2호로 종간된 동인지 『폐허』나 『시인부락』 같은 것도 있기는 했지만 이 시집의 2호 종간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소년원 아이들이 쓴 시 모음집이기 때문이다.
2014년 9월에 한들출판사에서 낸 『꿈을 향하여 날아오르다』와 2015년 11월에 같은 출판사에서 낸 『씨앗을 심는 아이들』은 각각 ‘어둠 속에서 빛나는 소년원 친구들의 시 모음집’과 ‘고봉중ㆍ고등학교 시치료 시모음’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고 한영선 엮음으로 되어 있다. 고봉ㆍ중고등학교는 경기도 의왕시 고산로 소재의 학교인 듯하지만 실제 이름은 서울소년원이다. 한영선은 남자분으로, 서울소년원 원장선생님이자 고봉중ㆍ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다.
소년원의 아이들에게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몇 개월에 걸쳐서 문학을 얘기하고 시를 가르쳤다. 나도 시를 쓸 때의 마음가짐과 시 쓰기의 요령에 대해 특강을 여러 번 가서 했다. 윤동주의 동시도 소개해 주었고 신춘문예 당선 동시도 소개해 주었다. 여러분들도 얼마든지 동시를 쓸 수 있다고 용기를 준 뒤에 A4지와 볼펜을 나눠주고 한번 써보라고 권유하자 그래도 절반 정도는 써내는 것이 신통했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참 순하고 내 말을 잘 들었다.
평택대학교에서 상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서경숙 시인의 소개로 간 자리였다. 9개월 장기 프로그램이고 책, 노트, 필기구, 시화전 준비, 체육대회, 간식과 음료수, 특강비, 백일장 심사비와 수상작에 대한 상품, 시 모음집 간행비 등에 비용이 드는데 소년원 예산으로 하는 것이 아니어서 SOS를 각계에 타전했더니 삼성꿈장학재단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런데 재단은 딱 두 번 장학금을 내놓고 철수하였다. 리더육성장학사업ㆍ글로벌장학사업ㆍ배움터교육지원사업처럼 생색나는 사업이 아니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청소년치아교정사업에도 돈을 쓰면서 비용이 크게 들지도 않는 소년원 시교육 지원을 2년만 하고 철수하여 안타까웠다. 다른 기업 중 소년원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표한 곳은 없었다. 성인 교도소에도 10년 이상 10여 군데 시창작 프로그램이 가동되어 교육봉사를 나갔지만 교도소 자체 프로그램이었기에 기업의 후원을 받은 적은 없었다. 수해지역에 수제의연금을 1억원 내면 텔레비전 뉴스 시간에라도 나오지만 이런 일은 언론에 보도가 안 되니 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시창작 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쓴 아이들의 시를 여러 명 기성시인이 심사를 했고, 시상식을 했고, 그렇게 모은 시를 시집으로 묶어냈다. 이제 아이들이 어떤 시를 썼는지 확인해보도록 하자. 제1집의 장려상 수상작이다.
누군가에겐 그립고
누군가에겐 따뜻한
나에겐 가슴 아픈 한마디
내 아들 아프지 마
지금은 듣지 못할 한마디
내 아들 아프지 마
너무 아파서 하늘나라로 가버린 아빠
때늦은 지금
가슴 치며 외쳐본다
아빠도 아프지 마
―환, 「아프지 마」 전문
소년 환(필명)의 아버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내 아들 아프지 마”라고 말하며 머리를 만져주었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아들의 마음속 외침이 독자를 울린다. 아버지가 병중일 때 머리맡에서 “아빠도 아프지 마”라고 위로도 해드리지 못했는데 지금 환이는 소년원에 와 있고 아버지는 저세상에 가 있다.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다른 아이의 시를 보자.
어릴 적부터
놀기만 좋아했던 나
아버지한테 대들기도 했던 나
중학생이 되어서
사고를 쳐버린 나
평생 안 울 것같이
당당하신 아버지
그날 나는 처음으로
아버지가 우는 걸 보았다
사고를 친 아들
우시는 아버지
세상이 꺼지듯
내 마음도 찢어졌다
그 사랑에 정신차려
바르게 살려고 하는 나
이제 더 이상
울지 말기를 바라며 기도한다
나의 사랑, 아버지
―고니, 「아버지」 전문
이 시들 두고 직유법이나 은유법 같은 비유법을 쓰지 않았다느니, 주제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느니, 너무 직설적이라고 하면서 타박할 수 있을까? 아이는 온 정성을 다해, 진심으로 이 시를 썼다. 아버지와 서먹서먹했는데, 자신의 시가 실린 이 시집을 아버지한테 드리며 자랑할 거리가 생겼다. 공부는 하지 않고 사고만 치던 녀석이 시집에 자기 시가 실렸다고 하면서 내미는데, 시 내용이 아버지를 울린다. 면회 자리에서 아버지가 먼저 울고 아들이 따라 운다. 껴안고 운다. (교도소처럼 유리 칸막이가 되어 있는 면회실이 아니다.) 이런 감동을 나는 독자에게 준 적이 없었다. 고니는 대상을 받았다. 아래는 대상작.
괜찮아, 너는 잠깐 아픈 거야
괜찮아, 지금만 잘 넘기면 돼
괜찮아, 잘 참아내자
지금 이 시련만 넘기면
엄마와 아빠와 기타가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잘 참을 수 있어
항상 웃자
엄마가 사다주던 따뜻한 빵
거실에서 텔레비전 보는
아빠의 등이 넉넉하고
나를 기다리는
먼지 묻은 기타가 있는 집으로
웃으며 갈 수 있어
괜찮아, 집으로
갈 수 있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잖아
―고니, 「괜찮아」 전문
고니는 노래를 잘했다.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소년원 보컬 팀에서도 노래를 불렀다. 이곳에서는 검정고시 준비도 하지만 원하면 바리스타 교육, 요리사 교육도 하고, 제과ㆍ제빵 기술도 가르친다. 밴드를 만들어 드럼을 치고 기타도 친다. 비보이 연습도 한다. 농구도 한다. 문제는 문신이다. 문신 지우는 방이 있는데, 문신을 하는 것은 쉬워도 지우는 것은 어렵다. 등판이 문신으로 뒤덮인 아이는 그것이 기성세대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었지만 이 사회의 음지에서 계속 살아가겠다는 치기어린 각오이기도 했다.
두더지가 검둥이에게 말했어요
“넌 피부가 참 까맣네”
검둥이도 두더지를 보고 말했어요
“넌 덩치가 참 작네”
두더지가 말을 바꿨어요
“넌 덩치가 야무지네”
검둥이도 말을 고쳐서 했어요
“너도 땅을 아주 잘 파네”
―두더지, 「검둥이와 두더지」 전문
두더지 군이 이 시를 쓴 이유를 잘 안다. 소년원에 오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자신감 결여와 자제력 부족, 그리고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우화 같은 동시를 쓴 이유는 칭찬을 받고 싶은 열망의 우회적인 표현이다. 부모님 두 사람 사이가 안 좋거나 이혼 혹은 별거 중이면 아이들은 방황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방황이 결국 탈선으로 이어지고 학교폭력, 금품갈취, 협박, 가출……. 조직폭력배에 일찍 가담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버지 부재가 사별이 아니라 이혼인 경우, 어머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은 대한민국 사회다.
엄마는 늘 내게 아버지 같은 분
다른 애들은 아버지랑 주말에 놀러 가는데
난 가지 못해 늘 서운했다
면회 오신 어머니가
내 모습을 보곤 함박웃음을 지어 주셨다
뒤돌아서서는 몰래 눈물 훔치셨다
처음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들을 소년원에 두고 돌아가는 엄마의 가슴도
무너지고 있었나 보다
―영원한 준, 「엄마」 전문
준에게는 엄마가 아버지 같았지만 엄마에게 준은 남편 같을 수도 있다. 아버지가 안 계신 집이라 서로 의지해야 하는 모자인데 준은 소년원에 갇혀 있고, 엄마는 아들을 면회 가서 만날 수밖에 없다. 엄마의 눈물을 보고 아들이 “처음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썼다. 이 시가 실린 『꿈을 향하여 날아오르다』는 훗날에도 엄마나 준이 힘겨울 때 펼쳐보면서 눈물을 글썽일 것이다. ‘이 녀석이 다 컸구나.’ ‘엄마 속 그만 썩이고 효도해야지.’ 이심전심이 가능케 한 것이 바로 시였다. 준이 이곳을 떠날 때 가방 속에는 이 시 모음집이 들어 있었고, 이 책은 아마도 가보가 될 것이다.
자존감이 없는 아이들이라 매 시간 책 상품을 들고 갔다. 나는 매번 즉석 백일장을 했다. 그 주의 장원 학생에게 상장 대신에 책 앞머리에 글로 상장 문구를 써 선물하였다.
주 장원!
에이스 반 아담 군에게
앞으로 늘 밝고 건강하게, 성실하게, 멋지게 살아가기 바란다.
시 쓰기에 소질이 있으니 늘 책을 가까이에 두고 읽기를 부탁한다.
저자를 대신하여
이승하 선생이
여러 친구들이 박수를 쳐주고, 앞에 나가서 상품을 받고, 선생님의 칭찬을 받은 적이 아담은 없었을 것이다. 그를 다시는 범죄의 세계에 발을 딛게 하지 않는 것이 자존감이라는 것을 아이들을 대하면서 나는 알았다. 신촌정보통신학교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춘천소년원에 가서 안 사실이다. 대체로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히스테리, 선생님의 꾸중, 친구들의 무시 속에서 살아온 아이들이었다. 그렇지만 자존감이 세어 누가 조금이라도 무시하면 주먹다짐부터 하는 것이었다. 시를 쓰게 하고 하나하나 칭찬을 주었더니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래의 시는 두 번째 시 모음집에 실려 있는, 아담 군이 쓴 것이다. “시 쓰기에 소질이 있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어릴 적 엄마한테
별을 따 달라 하였다
엄마는
저기 곱게 뜬 별이
엄마와 아빠의 별이라고
내 키가 크면
따 달라 하였다
창살 안에는
하늘을 바라보니
두 별이 슬피 울고 있다
어머니 아버지 더 이상 울지 마세요
불효 아들 키도 훌쩍 자란 만큼
슬픈 별을 따다
기쁨으로 바꿔 드릴게요
―아담, 「두 개의 별」 전문
시를 쓸 때의 아이들 표정이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다. 시창작 수업에 집중하지 않은 아이가 있기는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자존감을 세워주는 이런저런 말을 하면 귀를 기울이고 표정도 조금씩 진지해지는 것이 신기하고 기특했다. 과정이 끝날 무렵 소감문을 쓰게 했더니 내 이름을 직접 거론한 ‘별’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시치료수업을 들었는데, 처음에 책을 읽고 시를 써볼 때는 내가 이런 것을 왜 하나 생각했습니다. 내가 쓴 시가 점점 많아지자 ‘나에게도 이런 점이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이런 프로그램을 해보니 색다르기도 했습니다. 특히 운동회를 했을 때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시치료 시간에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시를 써보지 않았는데 써보니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유명한 이승하 교수님도 불러주셨는데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은 것 같아서 귀 기울여 잘 들었습니다. 프로그램을 하며 제가 조금이나마 바뀐 것 같고 제가 좋아진 걸 느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열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유명한’은 소개한 선생님이 그렇게 과장되게 수사를 붙였기 때문인데, 사실 유명하지 않아서 내심 쑥스러웠다. 15명의 아이가 쓴 소감문이 『씨앗을 심는 아이들』에 실렸다. 하나같이 이런 프로그램을 열어주어 고맙다고 했다. 달랑 두 번만 하고 끝나버린 프로그램, 삼성전자의 주가가 아무리 올라가도 아이들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별이는 퇴소하여 병역의무도 마쳤을 것이다. 본명을 알고 싶고 보고 싶기도 하다. 별이 쓴 시는 이렇다.
나에게 가족이란
내가 무엇을 해도 무슨 짓을 해도
용서를 해주는
무엇이든 받아주는 바다
떼를 쓰고 반항해도
언제나 기댈 수 있는 버팀목 같은 가족
―별, 「가족」 전문
‘바다’라는 시어가 절묘하다. 시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등단 이전의 질문을 내게 하게끔 한 시다. 별이는 소년원에 와서 철이 들었다. 가족의 의미를 비로소 깨달았다. 가족해체가 다반사인 요즈음 세태에 이런 시야말로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를 되묻게 하고 있다. “언제나 기댈 수 있는 버팀목 같은 가족”이 없어서 온갖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내 이름을 거론해준 것이 고마워 나는 별이라는 아이에게 화답하는 시를 썼다.
별을 못 보아 네 이름을 별로 했구나
별 뜨기 전에 잠자리에 들어
별 사라진 뒤 잠에서 깨어났겠지
머리 깎고 수의 입고
가슴에 그래도 번호는 안 붙어 있네
시를 써보라고요?
시를 왜 써야 되는데요?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었다
어떤 말이 너에게 울림을, 떨림을 줄 수 있었을까
난 별 볼 일 없는 놈이에요
잘하는 게 하나도…… 아, 주먹은 좀 세죠
애들이 절 무서워해요
담임쌤 제 이름 부르곤 한숨을 내쉬죠
아니다 별아 철창 밖을 보렴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있지 넌 마음만 먹으면
스타야
―「소년원의 한 소년에게―별에게 준다」 전문
코로나 사태가 2년 이상 지속되자 이른바 방문 교육이 중단되고 말았다. 콤비를 이뤄 같이 갔던 서경숙 선생, 손옥자ㆍ허전 선생도 교정 사업을 그만두었다. 방황하는 아이들과 같이 있을 때는 신이 났는데 요즘에는 맥이 빠진다. 내가 갖고 있는 유일한 재능이 시 쓰기라면 이 재능을 기부하는 것이 문학적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소년원의 아이들에게도 우리 사회의 관심이 기울어지기를 바란다. 소년교도소는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징역형을 받는 교정시설이고 소년원은 보호처분을 받은 아이들을 수용하는 보호기관이다. 우리 성인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선도하고 보호하여 학교로 돌려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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